올해 여농이 재미 있었던 이유는 아무도 예측 못했던 하뱅이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임.
모든 전문가들, 기자들이 올 시즌은 무조건적으로 KB의 압도적인 1위, 나머지 팀들 고만고만... 1최강 3중 (삼성 우뱅 븐크) 2약 (신한 하나)정도로 예측했던 게 사실.
물론 kb가 우승했고 통합 우승까지 모두 유력한 상황인 것은 여전히 분명하나, 김밥의 압도적인 전력이 상존하는 가운데 하뱅이 시즌 거의 60% 이상 기간을 1위로 군림했음. 이런 걸 그 누구도 짐작도 못했음.
답이 뻔한 스포츠는 재미가 없음.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겠다 싶은 그런 상황이 만들어질 때 사람들이 모여서 관심 갖고 보게 되고 재미가 생기는 것임. 그런 구도를 만든 게 이상범이고 하나은행 팀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
12월 28일 박소희가 박지수 엉덩이를 맞추고 레이업을 집어넣고 박지수가 코트에서 화를 내며 나가버리던 경기, 전력상 절대 열세인 팀을 81대 72로 잡으면서 하뱅의 기세는 절정에 달했음.
이상범은 하나은행은 전략전술이 아니라 기세로 싸워야 되는 팀이라 생각, 젊은 애들 체력과 강력한 수비로 팀을 리빌딩하고 리그에 돌입. 그 전략이 들어맞아 기염을 토할 수 있었음.
문제는 그 체력이라고 하는 게 남농에만 있었떤 이상범이 생각한 정도에 못 미쳤다는 점. 남자 선수들과 여자 선수가 달랐다는 점임. 4라운드에 2승3패를 기록하며 점차 하뱅의 기세는 자꾸 수그러들었음. 제일 큰 문제는 체력에 과부하가 온 진안의 포스트 장악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사키에 대한 철통같은 수비가 들어가면서 사키의 턴오버도 늘어났음.
기세와 체력으로 밀어붙이는 농구는 기세를 타면 계속 이기겠지만, 한번 기세가 꺾이면 좀처럼 반전을 찾기 어렵다는 면이 있었음.
플옵에서 1승3패로 챔결 진출이 좌절된 이유도 결국 진안의 체력 방전때문임. 하뱅 전력에는 두 개의 기둥이 있는데 첫째가 진안의 포스트 장악이고 둘째가 사키의 리베로 플레이임. 진안은 상대 수비의 견제가 집중되기 때문에 몸싸움이 심해 이틀마다 하는 경기에 체력이 일찌감치 방전된 것. 양인영이 이를 백업해 줘야 하는데 동료들과 손발이 맞지 않아 턴오버가 많아졌음. 이렇게 되니 도미노처럼 모두에게 영향이 간 것임. 사키한테 과부하가 오니 사키도 방전, 김정은은 더더욱....
아무튼 이렇게 해서 하뱅의 챔결 도전은 이제 끝났음.
시즌 전. 멤버 구성으로 봤을 때 하뱅의 전력은 냉정하게 몇 위쯤이었을까?
5위 혹은 6위였다고 봐야 함. 국대 확정 멤버 보면 뻔한 얘기임. 김밥에 주전 3명이 가서 국대에서도 주전으로 다 뛰었음. 하뱅에선? 진안은 벤치멤버였고, 박소희는 가비지 멤버였음. 신한은 최이샘 주전 홍유순 벤치였지만 출전시간은 준수했음. 삼성 이해란 강유림 교체멤버였지만 상당히 출전시간이 있었음. 냉정히 하뱅은 우뱅과 거의 비슷하거나 그 밑의 전력이었다고 보는 게 맞았음.
그 전력차를 30경기 내내 오로지 기세와 수비력으로 극복해 온 것임.
어제 이상범은 자기가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했음. 여농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이제 다음 시즌 하뱅의 리빌딩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지금 멤버 그대로 간다고 쳤을 때, 올시즌과 똑같이 간다면 똑같은 문제에 그대로 봉착할 것임.
내년이야 말로 하뱅의 운명을 좌우할 분수령이라고 보임. 김정은이 은퇴하는만큼, 베테랑 멤버 한 명이 꼭 필요하고, 사키를 잔류시켜야 한다는 건 필수 옵션일 것.
어제. 하뱅이 시즌을 마감하게 됐음. 슬픈 일이었음. 한 시즌 내내 하뱅의 모든 게임은 약팀으로서 강팀을 상대하는 고군분투들이었음. 아직까지도 선수들의 의지와 염원이 눈에 선하게 남아 있어, 이들의 시즌이 끝났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고생했고 담 시즌을 봐야지. 그동안 많이 이겨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