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일 에롤 스펜스 주니어 VS 테렌스 크로포드 예상 -전사와 어쌔신-
원래부터 이 예상의 부제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 "전사와 어쌔신"이다.
그리고 이 부제는 경기의 양상을 한마디로 함축한다. 원래 경기 예상은
7월 중순에 올리고 싶었다. 글이 아직 구체화도 안된 초안이라... 또 붐업이
되기에는 한 달이라는 기간은 너무 멀고. 그런데 이미 예전에 써놓은 글
이라 더 상하기 전에 일단 올려 본다.
- 스펜스의 경기는 초, 중, 후반의 스토리가 상당히 유사하다. 아주 기계
적으로, 냉정하게 같은 루틴으로 상대방을 공략한다. 어떤 면에서는 지
루하다. 한순간을 위해서 셋업을 준비하지도 않는다. 빠른 앞손, 강력한
펀칭파워, 지치지 않는 체력, 강인한 내구력과 회복력을 앞세워 서서히
상대방을 녹인다. 강자이므로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또한 잔재주에 잘
넘어가지도 않는다. 따라서 그에게 당하는 자들은 만신창이가 된다.
- 반면에 테렌스 크로포드는 현존하는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교활하게
경기한다. 경기의 템포를 계속 변경하고, 스위칭을 하고, 셋업을 준비하고,
반칙성 플레이로 흐름을 깬다. 그의 어두운 인상과 그의 경기 스타일은 일맥
상통한다. 결국 그에게 당하는 자들은 영문도 모르게 칼 맞듯이 비명횡사한다.
이렇게 가장 극단적인 스타일의 두 선수가 만났기에 이 경기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크로포드와 에기디유스 카발리아우스카스(Egidijus avaliauskas)와 숀 포터의
경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경기 모두 초반에 크로포드가 정타를 허용하여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두 경기 모두 팽팽하던 전반과는 달리 중반
으로 들어서자 크로포드는 마법처럼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펀치 적중률
면에서도 초반과는 비교가 안되는 수치를 보인다. 마치 영점 조절을 끝낸 총 같다.
대체로 긴장감이 사라지고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 경기력이 좋아지는 스타일이
슬로우 스타터라면, 크로포드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크로포드가 상대의 움직임
과 스타일을 파악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조정해 영점을 맞추는 것은 일종의 루틴과
같다. 이런 링아이큐와 결정력(정교함)은 스펜스와 크로포드를 가르는 가장 큰 차
이다.
에롤 스펜스는 마이키 가르시아, 대니 가르시아, 숀 포터를 잡았다.
사실 마이키 가르시아, 대니 가르시아는 크로포드가 아마추어 시절에 잡은 경력이
있는 선수니 이 선수들 갖고 우열을 논할 수는 없다.
크로포드가 최근 10연속 KO승에 빛나지만, KO로 마무리 짓지 못했을 경우 판정으
로 갔다면 애매했을 경기도 몇 있다. 과연 크로포드가 에롤의 내구력을 깨고 KO로
몰고 갈 수 있을까? 힘들지 않을까? 근면 부지런한 에롤이 더 많은 펀치 수로 어그
레시브 포인트와 마일리지를 부지런히 쌓아 올렸다면 어떻게 될까? 확률적으로는
에롤의 판정승을 예상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내 감이나 가슴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크로포드가 2-1 혹은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할 거라고 본다.
그 다음의 가능성은 에롤의 판정승이 아니라, 크로포드의 KO승.
에롤은 피지컬적으로 자신이 크로포드를 압살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러나 내츄럴 웰터의 큰 체구와 강인함이 있기에 에롤은 크로포드와 동등한 수준에서
비교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들 둘이 근본적으로 같은 수준의 복서라고 생각
하지 않는다. 비록 그게 1~2% 의 차이일지라도.
크로포드와 에롤은 대단히 다른 결을 타고난 선수다. 에롤은 훌륭한 운동 선수일
뿐이다(전에 미구엘 베르첼트가 잘 나갈 때 썼던 표현이다) 복싱이 아니라 다른 운
동을 해도 그 훌륭한 피지컬과 성실함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이뤘을 거다. 그러나
에롤에겐 위대한 복서에게 느껴지는 특별함 없다.
복서들은 위대한 다른 선수들에게 영감을 받는다. 극단적으로 볼 때 크로포드의 복
싱이 다른 선수들에게 영감을 준다면, 에롤의 복싱은 아니다. 에롤은 그냥 "쎄기만"
한 선수다. 물론 아무리 복싱이 아트고 엘레강스하고 신선해도 더 쎈 놈 만나면 두
들겨 맞고 끝난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에롤이 피지컬로 압살하는 단순한 그림은
나오지는 않는다
에롤의 경기 패턴은 7월 29일로 가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다. 아마 이 게시판의
대부분 사람들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으론 에롤의 의욕이 높을
수록, 더 욕심을 부릴수록, 더 공격적으로 파고 들어갈수록, 패배할 확률이 높아진
다.
크로포드가 에롤의 뛰어난 잽에 고생할 것이다, 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
나 크로포드가 더 작지만, 리치는 5cm 길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초반 3~4
라운드는 크로포드의 영점 조절 기간. 이 기간 동안 에롤의 프레싱이 효과를 거두
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크로포드에겐 에롤보다 더 많은 선택권이 있다. 공격은 에롤이 진행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선택하는 건 크로포드의 몫이다. 스펜스의 매우 단순해
보이는 스타일은 그에게 독이다. 지금껏 그렇게 행동해도 아무도 그를 저지하지 못
했지만, 크로포드가 이 반복적인 패턴 사이에 보이는 빈틈을 지나칠 리가 없다.
그리고 에롤의 패턴에 크로포드가 익숙해지고, 에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후반이
가장 위험한 시간이다.
에롤이 크로포드에게 숨 쉴 틈 없는 압박을 가하여 무력화시키는 것이 승리의 지
름길이라면, 이 지름길 곳곳에 숨겨진 지뢰는 과연 어떻게 피할 것인가? 외통수가
아닌가?
에롤에겐 차라리 초반, 크로포드가 완전한 적응을 끝내기 전에 결정적인 샷을 날리
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 크로포드 ]
* 장점 : 링아이큐, 테크닉, 스위칭, 리치, 푸드웍, 정교함
* 단점 : 슬로우스타터, 초반 수비력, 피지컬
[ 에롤 ]
* 장점 : 잽, 피지컬-펀치력, 맷집, 체력
* 단점 : 교통사고 후유증-푸드웍, 경기 집중력
선댓&추천 후독 ㄱㅅ ㄱㅅ~
오히려 이 글보니까 스펜스가 이길 가능성이 있어보여
스펜스의 판정승 예상했었는데 크로포드 판정승으로 예상 수정합니다~
반칙성이 아니라 변칙성 아인교?
그러네. 변칙성 플레이가 맞는 듯?
도박좌 현 시점 P4P TOP 5를 누구누구로 보는지 공금해요~
우식, 카넬로, 크로포드, 나오야 는 들어가야 할 것같네요, 비볼, 샤커, 베테르비예프.. 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비볼은 좋아하지만 넣지 못하는 이유는 베테르 vs 비볼 승자가 아직은 베테르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저도 베테르 vs 비볼은 베테르 승일 걸로 봐요~ But 내년 정도부턴 아무래도 비볼로 좀 기울 거 같고.. 저본타는 그리 높게 평가하진 않는 편이신지?
저본타 좋아함. 개인적으로는 라이트 1짱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로마, 샤커와 경기 결과는 예측이 잘 안됨...
ㅇㅇ가 아닌 유동
어쌔신 비유 좀 잘들어맞네. 크로포드한테 뒤진 애들은 죄다 가는 순간 ??? 하고 가버렸으니 암살당한 셈이긴 한듯
크 진짜 분석력 죽이네 !! 나오야 풀턴도 해주시면 어떠실런지요
나름 성실하게 쓴 글에 토달기 먄한데.. 걍 이런 거 필요 없고 나중에 건 거 인증이나 올려주면 안될까요? 닉넴을 도박사가 아닌 박사로 바꾸시든가... 작년만 해도 카넬로vs 비볼 편향적인 글 얼핏 본 거 같은데... 지금은 지워진 듯?
전부 다 맞추라는건 애들 투정임
그 글은 복갤에 있음.
미들~라헤 중에 카넬로를 잡을만한 선수는? 2020.03.06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oxing&no=544559&search_pos=-535218&s_type=search_name&s_keyword=.EB.8F.84.EB.B0.95.EC.82.AC&page=1
이건
맨첨에 쓴 글
푸드웍 - footwork 이겠죠 ㅎ 한가지 토를 달자몀, 크로포드 피지컬이 약점이라고 전혀 생각 안합니다. 제프혼이 파퀴아오를 피지컬로 괴롭히고 또 체급 높은 Tim Tszyu 한테도 안 밀렸는데 크로포드 한테는 클린치 계속 실패하고 나중에는 완전 밀렸거든요. 그만큼 크로포드의 상체 그래플링 (?) 이 좋다는 반증입니다.
맞아요 이 얘기 쓰려다가 말았는데 힘싸움에서 안 밀릴 겁니다. 레스링 집안이라.
여기서 피지컬이라 말한건 몸싸움 부분은 아니고요.
도박사의 카넬로 vs 비볼 경기 예상 2022.03.04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oxing&no=684083&search_pos=-675218&s_type=search_name&s_keyword=.EB.8F.84.EB.B0.95.EC.82.AC&page=1
도박사의
카넬로 VS 비볼 경기 예상 2부 2022.04.21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oxing&no=692365&search_pos=-685218&s_type=search_name&s_keyword=.EB.8F.84.EB.B0.95.EC.82.AC&page=1
처음엔
비볼 우세를 예상->비볼의 지지부진으로 카넬로로 돌아섬->마지막 글은 희망사항.
박제되어 있으니 물고 뜯고 즐겨도 무방...
크로포드의 오른손 왼손 스탠스 각각에서 여러 카운터가 나올 그림이 그려지네요. 오른손에서는 에롤의 잽에 왼손 채크훅 과 잽 (켈 브룩 팼던) 에롤의 투에 크로포드의 투 스트레이트 훅 어퍼 왼손 에서는 에롤의 잽에 투 카운터, 에롤의 투에 오른손 잽, 훅 그리고 투 어퍼, 스트레이트 등 저 보다 크로포드가 훨씬 각을 잘 보겠죠~
크로포드라면 에롤스펜스가 가장싫어하는 플레이를 할듯 여태까지 경기에서는 스펜스가 기계처럼 했고 딱히 뭘 싫어한다 이런건없었는데 약점이 드러나버릴수도 있고 의외의 카운터에도 버티는 맷집인지도 궁금
걍 존나 궁금함 빨리보고싶어 미칠지경
근데 이상하리 만치 스펜스가 무너지는 그림이 안그려져... 걍 뚜벅 뚜벅 걸어들어가서 잽주고 바디 주고 하이가드오 다 막고 그런그림만 그려지네
님 혹시 전에 이글루에서 'ㅎㅂ' 이라는 이름 쓰셨던 분인가요? 문체와 시선이 비슷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