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여정


지금까지 내세우던 자존심
인간 된 도리로써의 몸부림이었을까 단순 철없는 객기였을까
지나왔던 길이 궁금해 문뜩 뒤 돌아봤을 땐
비관적인 생각들로 안개 껴 길이 보이지 않았다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린다면 분명 안개는 걷어질 텐데
나는 항상 가야 할 곳이 있어 재빨리 자리 떠난 탓에
그 새벽 길가의 본모습을 보지 못했다
한걸음 한걸음
지쳐버린 한발짝마다 안개는 짙어진다
어릴 적 오랜 세월을 점치려 내던졌던 주사위는
더 이상 그 수가 보이지 아니하고
새벽녘의 입자는 바스러졌지만 그 이슬은 마르지 않아서
나의 손등을 적셔갔다
작디작은 호주머니 속 잡동사니들
거세지는 발걸음 속에서 결국 삐죽 튕겨져들 나오고
출발하며 무엇을 지고 갈까 그렇게 고민하였지만
결국은 빈털터리 신세
정 붙은 피붙이들 위해 뛰었지만 결국 남은 건 나 하나요
어느덧 속죄의 행군이 되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다시금 되뇌이는 고행성사
하지만 입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니
쓸쓸히 입맛 다시던중 갈곳 잃은 님의 발걸음
결국 진흙 위 발자취 좀 더 남겨보려
사정 있는 죄악들 끌어안으며
언제나 그랬듯 나 홀로 여정을 나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