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상자에서 검은 돌이 태어났다
내가 태아일 적부터 새까맣게 변해간 돌
고아처럼 갈 곳 묘연한 내겐
빈 상자만이 남겨질 줄 알라는 예언이 있었는데
난 태어나버렸고
빈 상자를 걷어차다가 검은 돌에 걸려 넘어졌지

그래, 돌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날 걸려 넘어지게 하는
딱한 허들이라도 있어서 한숨 쉰다
내 발등을 부르트게 하는
멍든 돌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돌은 태어나기 1년 전에는 새하얬다
돌이 하늘에 묻혀살던 때에는 그랬다
고아들이 태어날 때마다 하늘에서 돌이 내려온다

빈 상자에는 돌의 울음이 배어있다

그래, 눈물에 어울리는 색깔은 투명이 아니라
검은 색이다
검은 돌이 점점 투명해져 갔다
나는 새하얘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