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한 마리가 나의 머리에 앉았다. 그래서 나는 까마귀에게 손짓을 해서 내쫓으려 했지만, 이 고약한 새는 내 손을 피해 날아다니기만 할 뿐, 내가 손을 치우자 금방 다시 머리에 앉았다. 나는 몸을 웅크리다가, 펄쩍 뛰고, 소리도 질러보았지만, 새는 결코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새가 내 머리에 앉지 못하게 헤드뱅잉을 하며 뛰어다녔는데, 새는 나의 꼴을 보고는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새가 나를 비웃었다는 것이 수치스러워 새를 향해 주먹질을 했다. 저 새를 기필코 때려죽이리라! 그러나 새는 용케도 도망을 쳤다. 나는 돌을 던져도 보았고, 나뭇가지를 휘둘러도 보았지만, 새의 깃털 하나조차도 건드리지 못했다. 마침내 나는 새의 공격을 받았다. 새의 부리가 나를 쪼기 시작하자, 나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까마귀 한 마리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박살 낸 것만 같은 서러운 기분에 사로잡혔다. 나는 왜 항상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까마귀 따위에게 비웃음이나 받는 나는 정말 살 가치가 없는 쓰레기다. 고개를 들고 보니 까마귀는 이미 가고 없었다. 그 자식에게 반드시 복수를 해줘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가고 없었다. 나는 허공에 돌을 던졌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의 집 창문을 내가 깨트린 모양이었다. 다행히도 그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도망쳤다.

택시를 타고 싶었는데, 나에겐 택시를 탈 돈이 없었다. 나는 그냥 미친 듯이 뛰었다. 목적지도 없이 계속 뛰었다. 큰 길목에서 좁은 골목으로 뛰어들어갔다. 이 골목은 햇빛도 들어오지 않아서 음습했고, 내가 숨어들기에 딱 좋은 공간 같았다. 심지어 나 같은 인간은 이런 곳에서 틀어박혀 사는 것이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졌다. 골목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길고 긴 골목이 나에게 위화감을 주는 법은 결코 없었다. 내가 막다른 길까지 뛰어갔을 때, 내 옆에 나의 집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집 안의 신발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도 살지 않는 집처럼 보였다. 나는 조명을 켜고, 경찰처럼 집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주방에 요리기구 따윈 없었다. 냉장고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거실에는 소파 하나와 탁자 하나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화장실에는 변기 하나뿐이었고, 침실에는 침대 하나뿐이었다. 침대는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처럼 깨끗했고, 흰색 이불이 마치 모텔처럼 정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집에는 창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만들어진 집 같았다. 나는 문득 함정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황급히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문은 벌써 닫혀있었으며, 손잡이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 집은 바깥에서만 열 수 있도록 되어있는 모양이었다.

이 집 안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나의 운명은 나의 통제권을 벗어났다. 나는 집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이 집에 특이한 점이라고는 창문이 없다는 점과, 문 손잡이가 없다는 점, 그리고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뿐이었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다. 나는 나무 색깔로 칠해져있는 벽지를 한참이고 어루만졌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는 바닥을 몇 번이고 지나다녔다. 나는 이 집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의 위치를 외울 때까지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조명으로 인해 그림자가 일정한 모양새로 내려져있었는데, 내가 숨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그림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간은 내가 눈을 작게 뜨면 흐려지고, 크게 뜨면 선명해졌다. 나는 이러한 실험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행했다. 그러다 마침내 하나의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내가 영원히 눈을 감게 되면, 이 집이 나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나는 나의 무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나의 무덤에 보낼 선물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무덤에 초대받았고, 그래서 이제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잘린 풀의 뿌리를 뽑아주는 것은, 처절한 냄새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감동이 아니다, 그것은 진보가 아니다, 그것은 매력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닿을 수 없는 세상에 대한 파동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천둥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시 조명을 꺼 보았다. 그러나 천둥이 방 안을 밝게 해주는 일은 없었다. 조명의 빛은 나의 눈 밖에 미끄러져내린다. 이런 식으로밖에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말인가? 하지 않는 망상을 하고, 보지 않는 광경을 보는 식으로밖에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말인가?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벌레와 새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었더랬다. 나는 눈을 치켜뜨고는, 내 주위에 까마귀 한 마리가 있다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나는 까마귀에게 손짓을 한다. 까마귀는 나의 손을 피하고, 나는 나의 손을 피하는 까마귀를 쫓아다닌다. 나는 몸을 웅크리고, 펄쩍 뛰고, 소리도 질러본다. 그러나 새는 여기 없다. 내가 체조를 하거나 춤을 춰도 새는 여기 없다. 나는 새가 여기 없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확인하기 위해 춤을 추고, 벽을 두드리며, 눈을 미친 듯이 감았다가 뜬다. 새는 여기 없다. 분명히 새는 여기 없다. 상상의 자해. 그것은 처음부터 상상이 자기를 의식하는 상상이다.

과거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존재한다. 나 자신이 나 자신의 초대장으로서 존재한다. 영원을 놓친 채 부서진 조각들을 굳이 잡아낸다. 그게 내가 여기 이 집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조명을 끄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나는 나 자신의 환상을 직접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혹시라도, 이 집이 나의 무덤이 아니라면,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만약에 정말 아니라면, 나를 살려낼 부두술사의 귀에 대고, 이제 당신의 차례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무슨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 갇혀버렸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었다, 뛰어다닐 필요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나는 기다리기만을 원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다. 나는 그제야 울음을 그쳤다.

정적.

조명을 껐다가 켰다가 반복한다. 소파를 밀어도 보고, 이불을 걷어도 보고, 변기 물을 내려도 보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당연했다. 당연한 일이 일어나는 데에 위화감을 느끼는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나의 형상을 그려내는 화가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인위적인 삶의 방식. 비행의 짧은 탄식. 나 자신의 모양새는 언어의 바다에서 수영하는 작은 물고기다.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의식하기를 그만둔 채로, 침대 위에 올라갔다. 나는 침대 위에서 혼자 신나게 뛰다가, 이불 아래로 가라앉아, 자신의 깊이를 체감했다. 나는 누워있기만 하면 끝없이 가라앉곤 했다. 그러다 자신의 깊이가 한계치에 다다르면 잠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에 들기엔 공기가 너무 답답했다. 점차 숨을 쉬기가 어려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 호흡은 여전히 정상적이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한 모든 노력이 단지 망가진 사물에 덧대는 조각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나는 침대 위에 서서 나의 유서를 발표했다. 만약 내가 죽어야 한다면, 너희들도 전부 죽어야 한다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대체 너희들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건 나 자신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나는 내가 미쳐가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눈을 부릅뜨고, 감각과 의식에 집중하며,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는 이 집에서 탈출해야만 한다. 멍청하게 죽어가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사죄해야 할 사람이 있지 않은가? 나는 복수해야 할 대상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대체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문을 미친 듯이 두들겨도 보았다. 나는 비밀 통로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을 다시 한번 샅샅이 수색하기도 했다. 이 이상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른바 '소외된 자들을 위한 예언' 이 있으니, 나는 그것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호흡하라. 정지하라. 걸어라. 호흡하라. 생각하라. 머물러라. 호흡하라. 정지하라. 걸어라. 호흡하라. 생각하라. 머물러라."

정적.

누군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조용히 나를 마비시키고는 나를 바닥에 눕혔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의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순간, 내가 경찰들을 보지 못하는 저주에 걸렸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잠깐, 그건 누구의 기억인가? 전부 거짓말이다. 그러나 그가 투명 인간일 리는 없다. 그러나 나는 어쨌든, 문이 열렸음에도 문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무언가가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것 하나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내가 마비되는 순간, 나는 오히려 잠에서 깨어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모든 것들을 정말로 다시 한 번 선명하게 의식했다. 나는 밖으로 끌려나가고 있었다. 바깥은 더 이상 좁은 골목이 아니었다. 하얀색 바닥과 하얀색 풍경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공간이었다. 내 몸은 더 이상 나의 몸이 아니었다. 어떤 초생명체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조금 더 편안해졌다. 나의 생각에 초생명체의 생각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침묵 속에서, 한 거대한 석상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자 이곳이 바로 세상의 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의심을 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점차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머리 위에는 수많은 이름들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나의 이름은 아니었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잊은 채였고..

나는 서서히 잠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