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게 젖어가는
일요일 저녁

유령은 원수를 기다리다가
배고픔에 지쳐 끝내 울어버렸다

그들도 사람이었다

훌쩍이는 배꼽을 봄비로 달래니
그제야 꿈뻑꿈뻑 존다

녹색 지붕으로 드리운
자전거보관소에 쪼그리고 누워
낮잠을 잔다 새벽이 올 때까지.

언뜻보면 구분이 안되잖아

오늘 저녁은 파란 이불이야
얘네가 숨을 수 있잖아

볼 수 없으니 상상해보자

비를 피하려 옹기종기 모인
학교 주차장
저 구석탱이에 누워있을 귀신들은
어딘지 귀여울 것 같지 않아?
쭈그려 잠든 그 모습...

나도 가끔 우산을 버려두고
미끄럼틀 안에서 잠들고 싶어

물론 봄비가 잦아들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지

오늘 밤은 오랜만에
그들을 위한 동창회가 열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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