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미도착>에 실린 시들 중 두 개 투척!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한 사람에게 가장 먼 곳은
자신의 뒷모습이었네
그는 그 먼 곳을 안으러 간다고 했다
절뚝이며 그가 사라진 거울 속에서 내가 방을 돌보는 동안
거실의 소란이 문 틈을 흔든다
본드로 붙여 둔 유리 손잡이처럼
들킬까 봐
자꾸만 귀가 자랐다
문밖이 가둔 이불 속에서
나는 한쪽 다리로 풍경을 옮기는 사람을 본다
이곳이 아니길
이곳이 아닌 나머지이길
중얼거릴수록 그가 흐릿해졌다
이마를 기억한 손이 거울 끝까지 굴러가 있었다
거실의 빛이 문틈을 가를 때 그는 이 방을 겨눌 것이다
번쩍이는 총구를 지구 끝까지 늘리며
제 뒤통수를 겨냥한다고 해도 누구의 탓은 아니지
거울에 남은 손자국을 따라 짚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게 뒷모습을 안겨 주던 날 모서리가 처음 삼킨 태양을 생각했다
흉터를 간직한 햇살이
따갑게 몸 안을 맴돌고 있을 거라고
뒷모습 뿐인 액자를 돌려세운다
거울 속에는
하얀 입김으로 떠오른 민낯들이 너무 많았다
캐럴
그 방의 기름한 창가에서 내가 본 것은
빈 가지들이었다
불러볼 수 있을까
해가 뜨고 지고
식탁에 놓인 빈 그릇들이
잠깐씩 둥근 빛이 되어 가는 동안
라디오에선 눈이 올 예정이랬다
무언가를 한 목소리로 외치던 행렬 속
그곳에 그는 서 있었다
그가 나를 보았다는 이야기 속에선
내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한 바퀴로는 부족해서
공원을 두 번 세 번
등나무 아래 늙은 사람들이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놓는다
벤치 주변에 쌓인 발자국들은
같은 자리에 몇 번이고 도착하고
도착하는 망설임이었는지
눈이 올 예정이라지만
흰 눈을 기다리는 시간에는 시제가 없다
아이의 손등으로 아이스크림이 흐른다
사이렌이 두 번 지나갔다
희부연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억양을 지운 얼굴로 무엇을 불러보려 했을까
자동으로 라디오가 켜지고 노래가 흘러 나온다
"나는 한쪽 다리로 풍경을 옮기는 사람을 본다" 나
"식탁에 놓은 빈 그릇들이 잠깐씩 둥근 빛이 되어가는 동안" 같은 표현이 좋았다
"흰 눈을 기다리는 시간에는 시제가 없다"나
"억양을 지운 얼굴" 같은 표현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가끔 번득이는 표현들이 등장하는 것을 기대하게 하는 시집이었다.
첫 시는 괜찮다 했더니 등단작이었다.
두 번 째 시의 마지막은 좀 아쉬웠다
마무리 지으려는 느낌이 너무 나서.
그것도 평이한 방식으로.
내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끼는지 궁금해서 공유함.
두 시의 해석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고.
냥이 출몰해서 댓 달아주면 좋겠는데 ㅎㅎ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좋네
냥이가 아니라 어떡하지 ㅋㅋㅋ
ㅇㅇ(222.106) 고맙
등단작 괜찮았는데 메이저에서 내지..
나도 그게 아쉬웠음~메이저에서 낼 퀄리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