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가 일을 시작하고있는 그 시각
준일이는 방에서 혼자 앉아
이미 출근하신 선생님을 생각하다가
핸드폰에
선생님이 이른아침 보내놓은 문자를
뒤늦게 확인한다



스크롤 압박이 올 정도의 장문의 문자를
준일이는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ㅡ준희의 문자(스압주의)ㅡ


나 양준희
일하러 간다


(문자를 쓰고있는 준희의 모습)

이건 내 개인 전용번호야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


난 니 집이 맘에들어
어제 나 혼자 들어갈때는 겁이났지만..



(문자를 읽고있는 준일)

위험했지
가파르고
비가와서 미끄럽구..
다시 내려갈까
계단 하나마다..망설였어




그런데 그 순간에도
'넘어지면 안됀다..'


'혹시라도 다리라도 부러지면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해야한다..'
그런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조심했단다


그렇게 계단을 무사히 올라
어둡고 비좁은 통로를 지나가는데..
참 좋더라



여기를 지나면 니 집에 들어간다는게


불을 켜구..
하마터면 울뻔했어



이게 집이지..
집이란 이런거지..



(문자를 읽고있는 준일)
나는 어디서나 주로 서있고



때로는 구두를 신은채로 자는 사람이잖니



(문자를 쓰고있는 준희)
그 공간이 온전히 나한테 허락된거 같았고
너의 어머니께 감사했어
그래서 내맘대로 왔다갔다했어



(준일의 방 안에서 살금살금 걷는 준희)
하지만 넌 누가 알면 안돼는 일이라
나도 모르게 까치발을 하게 되더라


(문자를 읽고있는 준일)
나야 각종 거짓말에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너까지 그렇게 만들수는 없잖니..
내가 더 조심해야지 그런 유치한 생각..
그런데
너도 많이 조심해줬으면 해
...이건 더 유치한가?



아..
냉장고에 딸기 한 팩 있길래 먹었어
쩝쩝거리면 너 깰까봐 옥상에 나가서..



아..그리고 겨란이랑 고구마도 있길래 먹었어
뭘 그렇게 맛있게 먹어본게 얼마만인지 몰라



니가 한 말이 생각나더라
영어를 연습하면서
나랑 회화를 끝까지 즐겨주는거
최고로 사랑해주는거
그게 무슨 뜻인지 실감이 났어



난 참 이상하게 살잖니
그래서 이제 나는
니 집을
너라는 애를 감히
사랑한단 말은 못하겠어
다만..너한테 배워볼게



(준희의 문자를 거의 다 읽어가는 준일)
그러니 준일아
영어 잘 몰라도 한없이 총명한 준일아
세상에서 이건 불륜이고
너한테 해로운 일이구 죄악이지
지혜롭게 잘 숨고 너 자신을 지켜
더러운건
내가 상대해
그게 내 전공이거든
엄청 오글거렸지? 이제 손발펴구
아침먹어





아침을 먹으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장문의 문자를 다 읽은 준일이는
아침을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지만
딸기도
겨란도
고구마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