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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가 좋았던 게 아니다
남자가 주는 쾌락을 즐겼을 뿐이다

나는 여장을 즐겼던 게 아니다
과정의 짜릿함을 원했을 뿐이다



여장을 하며 여자가 된 듯한 착각을 했다
그리고 여성의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
그 착각을 자각하게 된 것은
괴리가 가져다주는 삐걱거림이었다

나는 여성의 삶이 아닌
여장남자의 삶을 살아온 것이며
여장남자에 맞는 취급을 받았을 뿐이다


나에게 접근한 남자들은
나를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쾌락
그들은 단지 그것을 원했다

그들에게 안기는 것을 즐겼다
남자의 몸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 있는
기분을 만끽하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여성이 받는 일상적인 배려와는 다르겠지만
발정난 남자들의 흑심을 만끽했다


그렇게 지루한 일상을 하룻밤 일탈로 해소하면
나의 자아 깊은 곳에서는 짙은 공허함이 찾아온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의 기분을 위해 애써 억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의 모두는
서로를 수단으로써 활용할 뿐이다
자신의 초졸하고 궁핍한 욕망은
비릿한 액체를 쏟기 위함이다

그 순간 또롱해지는 정신은
정욕이 남기고 간 인생의 흑역사를
순식간에 무위로 돌려 놓음으로써
그 가치가 없음을 다시 상기 시키곤 한다


이곳에서의 즐거움이란
쾌락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부 무의미해지고
무가치 해질 뿐이다

그런 미친짓을 다년간 해오며
이제는 이런 과정 자체를
초월할 때가 온 것 같다
더 이상 이 무의미함에 궁핍함을 느끼고
욕정에 사로잡히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