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0f719b5826af420b5c6b011f11a396f664b0170be6d94


오늘도 어김없이 무의식 속에서 커뮤니티에 들어간다


날 보여주고 싶은 싸구려 욕망

사실은 사랑받고 싶은 자기혐오

혹은 나만 도태된 게 아니라는 안도감

이런 시궁창 같은 감정들이 모여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나한테 가장 어울리는 곳 일지도..


누군가는 관심이 필요해 남자이길 포기하며

한껏 단장 후에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을 올린다

또 누군가는 경쟁에 밀린 패배를 성도착증으로 포장하며 욕정을 담아 댓글을 달고 

그중엔 여기에 있는 날 혐오하듯 이런 곳에 있는 널 혐오해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을 댓글로 배설한다


누구보다 나를 혐오하는 나는 항상 의문이다

왜 나일까 길을 잠깐만 걸어도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 투성인데 그중에 왜 하필 나일까..


그런 내가 여기에만 오면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는다

여기는 스스로를 혐오 하는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는 곳 


스스로 못났다고 자학하면 위로 해주는 곳

그 달콤한 위로에 취해 여기저기 자학하는 글이

난무한다 글을 쓰는 이도 보는 이도 다 그 심정을

알기에 위로하듯 아니라는 댓글을 남긴다


이런 이곳을 오늘도 들어오며 난 안도감을 느낀다

어느새 나를 닮은 이곳을 사랑하나보다

나를 혐오하는 현실이 진짜 세상일까

나를 닮은 이곳이 진짜 세상일까

알고 있다 나보다 못난 사람을 보며 안도하는 역겨운 내가

도망쳐 굴러온 이곳에서 뒤틀린 소속감을 느끼는 내가

여기서 진짜 보살핌과 사랑을 찾을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이곳을 떠나 발버둥 치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너무 높은 현실의 벽에

다시 불이 꺼진 방에 누워 작은 화면 속 빛을 쫓아

여길 찾아 들어온다


이제 정말 여길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살부계가 친일하는 자기 아비를 직접 죽이지 못해

친우에게 부탁을 했듯이

나도 여기에 있는 너희를 혐오해야겠다

너희들도 여기에 있는 나를 혐오해 주길 바라며


나는 너희를 혐오하다 못해 사랑한다


서로를 혐오하는 곳은 더이상 안식처가 아니겠지


머지않아 더 이상 더러운 욕망을 숨기며 살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갈 나를 고대하며 인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