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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The Doomsda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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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제는 없어진 옛 동아리방에서 나는 책상과 불꽃 튀는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지금 한창 수업 중이라는 사실 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이토모리, 일본 제도의 혼슈 섬 기후 현에 위치한 산 속의 조그마한 마을. 어느 곳이나 그렇듯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일부가 공존하며 목가적인 삶을 살아가는 시골 마을.
이런 평범하기 짝이 없는 마을에, 며칠 전부터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았던 저 혜성이 오늘 떨어진다고?
현실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책상에 팔꿈치를 짚으며 손바닥으로는 턱을 괴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설득력이 없다. 마땅한 근거도 없다. 뭐, 정황 증거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속인의 기록만을 가지고는 어느 누구도 움직일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선 정확한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근거가 필요하다. 아직은 얼마 살지도 않은 나라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저 정도론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걸.
그게 하필 나 같은 놈한테만 흘러들어오지 않았다면 말이지만.
지도 여기저기를 톡톡 두드리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계획을 조금씩 엮어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그림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누가 옆에서 불어넣어주기라도 한 것처럼 빠르게 구체화되어가는 계획의 전모를 나는 마구 지도에 그려내기 시작했다.
이런 거, 어제까지의 나라면 아마 발상조차 하지 못했겠지. 만일 내가 뒷일이란 걸 감안했다면 이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폭거다.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모르긴 몰라도 기회비용은 아마 내 인생이 되겠지.
그렇더라도 난 할 것이다. 이미 결심했다. 세상 그 어느 누구도 오늘의 날 말릴 수는 없다. 오늘만은 난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릴 적 이후 찾아본 역사가 없던 신을 정말 간만에 불러가며, 나는 계속해서 계획을 두 번, 세 번씩 점검해 갔다.
# # #
“그럼, 이걸로 오늘의 수업은 모두 마치겠습니다. 모두들 축제 재미있게 즐기고, 내일 수업은 빠지지 말도록!”
“기립! 경례!”
“감사합니다!”
평소보다 훨씬 우렁찬 경례와 함께 10월 4일의 수업 일정이 끝났다. 모두들 일 년에 한 번 있는 축제에 잔뜩 들떠 있었다. 여기저기서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축제에서 만날 약속을 잡고 있는 거겠지.
“전시할 작품 있는 애들은 지금 따라와!”
물론 교실 문 앞에서 활기찬 목소리로 몇 명을 불러내는 선생 또한 들뜨기는 마찬가지였다. 선생을 따라 나온 학생들도 각자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상태였다. 다만, 기대감과 더불어 약간의 긴장 또한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었다. 이런 자리에서 모두에게 자신의 작품을 내보인다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동시에 창작자로서 부담되는 일이기도 했기에,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 사람만은 달랐다. 미술실 안에서 자신이 아닌 누군가 그려준 그림을 바라보는 미츠하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순수한 아쉬움이었다.
‘역시, 이렇게 버려지긴 너무 아까워.’
이제는 미츠하의 남자친구가 된 타키가 자신의 몸을 써서 직접 그려주었던 그림이 그녀를 반겨주고 있었다. 축제를 비추는 불빛의 회랑 속에서 활짝 웃는 그림 속의 자신. 그 때의 순수한 기쁨과 감정을 미츠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작 그린 본인은 쑥스럽다며 그런 거 당장 갖다 버리라고 했었지만, 상관없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집에 가져가서 가보로 두고두고 물려주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실랑이 끝에 축제를 취소하고 마을 주민들을 전부 다 대피시키기로 결론이 났다는 모양이었지만, 아직 그걸 공표하지는 않았다. 뒤늦은 취소 발표는 큰 혼란을 유발한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오늘 축제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축제 같은 건 진작에 취소하고 천천히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면 여러모로 여유 있고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결정을 납득시킬 방법이 없었다며 토시키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었다.
자세한 방법은 미츠하도 아직은 듣지 못했다만, 축제는 어떤 돌발적인 상황의 발생으로 인해 긴급 대피를 하게 되는 형태로 취소될 예정이라는 듯 했다. 그랬기 때문에 쓸데없는 혼란을 방지하려면 축제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타키의 그림 또한 축제 준비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기에 미츠하는 아쉬움에 분루를 삼키면서도 어쩔 수 없이 예정된 대로 전시를 해야만 했다.
물론 핑계를 잘 대면 전시야 어떻게든 피할 수 있었겠지만, 그래봤자 가져갈 방법이 없었다. 긴급 대피는 긴박하게 진행될 것이고 한가롭게 그림 따위를 들고 탈 여유 따윈 없을 터였다. 설령 시간이 있더라도 차량 숫자가 썩 여유롭지 않기에 사람 타기에도 공간이 빠듯할 게 뻔했다. 그림 같은 게 차지할 공간은 있지도 않았다.
‘괜찮아. 이제 타키는 내 남자친구인걸, 이깟 그림이야 더 그려달라고 하면 그만이지.’
자기합리화란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츠하는 떨어지지 않는 발을 간신히 옮겼다.
# # #
“그래서 두고 온 게 너무 아쉽다고?”
“응, 내겐 정말 소중했거든.”
“까짓 그림 그거 훨씬 더 잘 그려줄 수도 있는데.”
바로 그려줘? 라며 팔을 걷어붙이려는 타키를 미츠하가 급히 뜯어말렸다.
“얘가 괜히 성질만 급해가지고는! 지금은 그릴 종이도 없잖아?”
그럼 종이만 있으면 그려달라는 건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갑자기 들었지만 타키는 굳이 그걸 입으로 내지 않았다. 미츠하 또한 이 이상 틱틱댈 생각은 없었기에 슬슬 화제를 돌렸다.
“뭐, 어쨌든 그거야 그거고, 오늘 종일 기분이 이상했었어.”
“기분이 이상해?”
“응, 오늘이 축제라고는 하지만… 그건 어차피 열리지 않을 축제잖아? 애들은 다들 신나 있고, 선생님들도 말만 안했지 무지 기대하는 눈치였는데 나만 그게 안 돼서 말이야.”
“아, 그거… 집에서도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비슷한 얘기 하던데. 확실히 그럴 만도 해.”
지금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주변은 활기찬 소음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못은 어디에 박아요?”
“야! 천막 똑바로 올려!”
“전기 제대로 들어오는 거 확인했냐?”
“제대로 들어옵니다!”
“좋아!”
다가오는 행사를 위해 바삐 손을 놀리는 공사 인부들도,
“우리 이따 신사 앞에서 만나지 않을래?”
“신사 앞?”
“응, 나 거기서 너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인생의 중대사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풋풋한 소년 소녀들도,
“여보, 오늘이 혜성이 가장 밝은 날이라는데?”
“이 양반이, 뉴스도 안 보고 살어? 그래서 축제도 일부러 오늘로 미뤘다더만 혼자만 몰라?”
“아니 모르면 모를 수도 있지 뭐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일생에 다시 보기 힘들 장관을 앞두고 언제나처럼 쓸데없는 말을 나누는 중년 부부들도,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 마을을 가득 채운 활기찬 역동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건 오로지 타키와 미츠하뿐이었다. 주변을 조금은 씁쓸한 시선으로 돌아본 미츠하가 갑자기 물었다.
“너는 오늘 뭐 했어?”
“나? 나야 뭐….”
타키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피했다. 가족분들이랑 하루 종일 네 얘기만 했다고는 절대 말 못해.
“…아무것도 안 했어.”
“거짓말! 뭐 했어? 다 불어!”
물론 그 어설픈 거짓말이 미츠하에게 먹힐 리 없었지만 말이다. 밀려오는 파상공세 앞에 타키는 결국 모든 사실을 이실직고해야만 했다. 그 장대한 자백을 듣던 미츠하의 등에서 식은땀이 주욱 흘렀다. 도대체 엄마랑 요츠하가 내 얘기를 어디까지 한 거야? 이야기를 다 들은 미츠하가 한숨을 쉬었다.
“요츠하 이 녀석, 돌아가면 죽었어….”
뭐 요츠하만 그런 건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여기서 이야기를 더 끌고 갈 생각은 없어 보여서 타키는 조금 안심했다. 사실 실랑이할 시간조차 그 둘에겐 넉넉하지 않았다. 타키는 그 사실을 환기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고 보니 미츠하, 텟시랑 사야는?”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더는 그 둘과 만날 시간이 없었다. 저녁부터는 미츠하네 가족과 꼭 붙어 다녀야 할 판이었고, 실제로 혜성이 떨어지든 아니든 일이 끝나면 타키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이었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테시가와라와 사야카랑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물론 미츠하와도 할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었지만, 미츠하라면 오늘 저녁부터 떠날 때까지 내내 같이 있을 수 있을 테니까. 미츠하도 그걸 알아서 아침에 헤어지면서 이따가 넷이서 다시 만나자고 한 것이었고.
그런데 미츠하의 표정이 좀 심상치가 않았다.
“그게 말이야. 좀 곤란해졌어.”
“왜?”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타키는 어리둥절해했고, 미츠하는 여전히 곤란해하며 말을 이었다.
“걔네 둘, 아침부터 약속이나 한 듯이 사라졌거든.”
“사라졌다고? 학교에서?”
“응. 분명히 조회 시간까지는 둘 다 있었는데 1교시에 보니까 텟시가 갑자기 사라진 거 있지? 그래서 사야가 찾으러 간댔는데 그 뒤로 사야도 안 왔어.”
“안 왔다니? 연락은 해 봤어?”
“당연히 해 봤지.”
“뭐래?”
대답 대신 미츠하는 자기 휴대폰을 열어서 타키의 앞에 내밀었고, 타키는 그걸 읽었다.
“지금 일생일대의 중요한 상황! 방해하지 말 것! 이라니? 그게 대체 뭐야?”
“모르긴 몰라도 아마.”
“설마 그거야?”
“그렇지 않을까?”
전말을 안 타키가 혀를 내두르며 아쉬워했다.
“그런 일이라면 뭐 어쩔 수 없겠지… 그래도 의외네. 혜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고백이라니. 만약을 대비한다는 건가?”
“얘는 또 무슨 재수 없는 소릴! 그냥 응원해 주면 되지. 그동안 사야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하긴 그것도 그러네.”
그간 사야카가 테시가와라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아는 미츠하가 열심히 두 사람을 변호했다. 타키 또한 아예 모르는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끝까지 아쉬워할 수만은 없었다. 어쨌든 좋은 일이라지 않은가? 그래도 아예 숨길 수는 없었는지 이야기를 돌리는 타키의 어조에는 아쉬움이 꽤나 묻어있었다. 역시, 아무 때나 오는 찬스는 아니었으니까.
“저녁까지 시간이 갑자기 남아버렸네. 뭐 할래?”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타키는 굳이 미츠하에게 물었다. 답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답을 따를 기분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츠하 또한 축제에 흥미는 없었기에 결론은 금방 나왔다.
“그냥 들어가자. 요츠하한테 할 얘기도 좀 있고.”
고개를 끄덕이며 타키는 가만히 속으로 요츠하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 # #
그러나 타키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요츠하!!”
“응? 언니? 왜?”
“너, 타키한테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아, 그거? 그게 왜?”
타키 또한 잠시 잊고 있었지만 몸이 바뀌면서 요츠하를 겪어본 적이 있었고, 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실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뻔할 뻔자였다. 미츠하는 오랜만에 언니의 위엄을 보일 작정이었다만….
“언니가 도쿄에서 뭐 하고 살았는지 타키 오빠한테 얘기를 좀 들었는데 말이야…?”
이런 식으로, 미츠하가 뭔가 추궁하려 할 때마다 요츠하는 능글능글 웃으며 태연히 카운터를 날렸다. 혹 떼려 왔다가 도리어 혹 붙인 격만 되어버린 미츠하가 급히 요츠하의 입을 막으려 들었지만 요츠하는 잘도 언니의 손길을 요리조리 쏙쏙 피해갔다. 결국 마지막까지 요츠하의 입을 막지 못한 미츠하의 갈 곳 없는 울화는 동생에게 제대로 당하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며 자지러지듯 웃어대고 있던 타키에게 향했다.
“아얏!! 미츠하! 아퍼!”
미츠하에게 등짝을 한 대 제대로 맞은 타키가 울상을 지었지만 삐질 대로 삐진 미츠하는 흥! 하고 고개만 돌릴 뿐이었다. 그 광경을 보던 요츠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심하다는 듯이 뇌까렸다.
“어휴, 하여간 우리 언니 진짜 못 말린다니까.”
그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말이지, 언니가 저 아이를 정말 편하게 생각하는 거란다.”
어느새 뒤로 다가온 후타바가 따스하게 말했했다. 그 말에 요츠하는 언니를 다시 돌아보았다.
‘어제부터 정말, 적응이 안 된다니까.’
당장의 부끄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속으로는 아주 지당한 말이라고 생각하는 그 속내가 뻔히 보일 정도로 잔뜩 풀어진 언니의 얼굴은 요츠하에겐 너무나도 새로운 광경이었다.
아침에는 약해서 항상 졸려하고, 맨날 깨우러 가고, 어찌어찌 자기 할 일은 계속 하고 있지만 어딘가 걷혀지지 않는 그늘을 간직한 채 그늘 속에서 살아왔던 언니의 인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겪어왔던 요츠하였다. 이제는 거짓 없이, 꾸밈없이 밝게 웃는 언니의 얼굴을 보고 싶다. 그것은 꿈 많을 나이의 요츠하가 마음속에 품어왔던 수많은 소망 중 하나였고, 가장 큰 소망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제, 그 소망이 이루어졌다.
쭈뼛쭈뼛 어쩔 줄을 모르면서도 꿋꿋이 타키라는 소년을 가족에게 소개해 주던 언니의 얼굴엔 이미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년과 함께하며 언니는 정말, 정말 순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때, 내색은 안했지만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물론 어제부터 내내 능글능글하게 언니를 놀려먹긴 했지만, 사실은 그 또한 기꺼운 마음을 나름대로 표현하는 요츠하만의 방법이었다.
“슬슬 가자꾸나. 아빠가 부르신단다. 타키도 오렴.”
사태를 진정시킨 후타바가 원래 목적을 말했고, 세 사람은 후타바를 따라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자리를 옮기며 요츠하는 이렇게 생각했다.
언니가 저 사람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 # #
토시키는 말없이 시계를 보았다. 어느덧 약속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을 보았다. 조금씩 붉은 기가 돌기 시작하는 와중에도 희미하게 빛나는 커다란 혜성이 토시키의 눈에 들어왔다. 이름조차 모르는 둔덕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의 모습은 오늘도 역시 장관이었다. 토시키와 가족들은 잠시간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마을의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이제 ‘계획’의 실행을 위해 이름도 모를 산 중턱까지 올라와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직까지도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납득했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완전히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토시키가 밝힌 바에 따르면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1. 축제를 전면 취소하고 피난을 시킬 수 있었다면 최선이었겠지만 설득이 너무 늦어버린 관계로 그건 불가능하다.
2. 차선책으로 외부엔 축제를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속이고 소방서의 긴급탈출 매뉴얼을 작동시켜 마을 주민을 피난시킨다.
3. 불빛이 잘 보일 법한 저녁때쯤 적당히 밝지만 크게 번지지는 않을 불을 산 중턱에서 밝히면 산불 위험을 핑계 삼아 정사무소에서 대피령을 발령한다.
4. 이후 피난 행렬에 섞여서 마을을 나간다.
그걸 증명하듯 공터 한 구석에는 장작더미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불을 지르다니 범죄 아니냐고 묻는 미츠하의 말을 토시키는 바로 일축했다.
“정치 유착이라는 건 테시가와라 씨만의 전유물이 아니지.”
토시키의 설명에도 여전히 찜찜함을 떨쳐내지 못하는 미츠하 자매에게 갑자기 끼어든 타키가 결정타를 넣었다.
“맞아요! 농구할 때도 감독님이 그랬어요. 까짓 파울 안 걸리면 땡이라고요!”
말하자마자 미츠하와 토시키가 둘 다 동시에 타키를 째려보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실행을 앞두고 토시키와 후타바는 최종 점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장작은 여기 있고, 불쏘시개는요?”
“번개탄 있어. 이 정도면 불은 붙겠지. 마침 장작도 잘 말랐으니.”
“확실히 정사무소에서 보이는 거 맞죠?”
“당연하지.”
“정장님 쪽은 뭐라고 하나요?”
“한 시간 전에 연락이 왔어. 별 문제 없다고 하더군.”
대피령 발령 권한은 전적으로 정장에게 있었다. 물론 산불로 번질 염려는 없었던 불 때문에 마을의 큰 축제를 망쳤다는 비난은 듣겠지만 절차상으론 전혀 문제가 없었고, 제도적인 어떤 불이익도 정장에겐 오지 않을 터였다.
사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무리 부정부패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정장을 굴복시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후타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래. 이제 시간 되면 불 피우고 대피령에 맞춰 섞이기만 하면 돼.”
토시키가 그렇게 단언함과 동시에 점검이 끝났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이 아이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어른들 이야기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은 어느새 도란도란 모여 자기들끼리 이야기꽃을 잔뜩 피우고 있었다. 하늘을 보니 해가 빠르게 저물어 감과 동시에 멀리서 온 불청객의 모습이 조금씩 밝게 드러나고 있었다. 어제보다 훨씬 무거운 존재감을 뿌리고 있는 혜성의 모습.
그에 맞춰 마을 또한 조금씩 활기를 띠어갔다. 여기저기 축제를 알리는 등이 휘황찬란한 빛을 뽐내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불빛 사이를 즐거이 거닐었다.
약속의 시간은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후타바는 토시키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토시키 또한 굳게 손을 맞잡아 주었다. 마음을 조금씩 좀먹어 가던 불안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갈까요?”
“그래.”
시간이 되어, 토시키가 장작 아래 번개탄에 불을 붙였다. 후타바는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어느새 세 아이들도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그 불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좋든 싫든 모두의 운명을 바꾸게 될 불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토시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때가 되었다. 마음을 굳게 먹었건만 막상 다가오니 떨리는 건 아무리 냉철한 토시키라도 어쩔 수가 없었다.
마침내 장작에 불이 옮겨 붙었다. 그와 동시에 큰 불이 확연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뜨거워진 공기에 가족들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토시키가 외쳤다.
“다들 괜찮아?”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화상을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토시키는 다시 시선을 불 쪽으로 향했다. 모두가 그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조금씩 세를 넓힌 불이 마침내 절정에 다다랐다. 더 이상 불을 키웠다간 산불로 번질 위험이 있었기에 이게 한계였다. 이제 정사무소 측에서도 확실히 이 불을 확인했을 것이고, 곧 방송으로 대피령이 발령되었음이 알려질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대피령이 발령되는 일은 없었다.
- 29화. '교차점'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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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
일 끝나고 꼭 읽겟음다
이걸실 - 你妈妈是茂凯
Naksimus // 본작에서는 이토모리 마을의 행정 단위는 '정' 으로 쓰고 있습니다. 맞는 표기입니다.
ㄴ 땡큐 땡큐
미츠하! // 완결은 30화 예정이긴 합니다만 29화의 분량이 꽤 많아질 예정인 관계로 29화는 나누어 게시될 것 같습니다.
와.. 얼마만인지 낮에 읽어야긋다
연재실화냐?
다큐 재밌게봄
넝담~
대피령 없으면 500명 쾅 실화냐...
오오옹 1화부터정주행 ㄱ다
와 나보다 더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나.... 잘 읽었음.
ㄴ ...?
꺄
오타 수정해야됨. 말했했다
ㄴ 지금은 념글가서 못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원본이라도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