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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사항.

 - 영화의 내용을 바꾼 팬픽입니다. 

   IF 설정 있습니다.

 - 타키는 혜성이 떨어졌던 것에 대한 관련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 픽션과 영화내용이 섞여있으므로 읽으실 때 참고하여주세요.


<링크모음>


<8화>


<9화 2013/10/02>


“으음... 다행이군. 어쩌면 말이지.”


혜성이 떨어지기 2일 전 난 이토모리의 미츠하의 방에서 눈을 떴다.

한동안 몸이 바뀌지 않다가 갑자기 몸이 바뀐 탓인지 적응하기는 힘들었지만, 기억을 더듬어 나는 간단히 세수를 한 후 거실로 내려갔다.


“응? 이게... 누구...?”


요츠하와 할머니가 있는 장소에서는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곳엔 과거의 내가 자리 잡고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공했구나. 미츠하. 과거의 나를 데리고 오는데... 그렇다면 일이 쉬워질 수도 있겠다.’


“늦잠 잤네. 미츠하, 밥 먹자. 배고파 죽겠어. 아직 떨떠름하지만 시골생활도 재밌어. 헤헤.”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과거의 나.

어이가 없어졌다.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과거의 나에게 나는 가볍게 꿀밤 한 대를 쥐어박았다.


“요 녀석! 태평하게 그런 소리나 하고 있네. 오늘이 며칠인지나 알아?”


“알고 있어. 하지만 네가 그랬잖아. 초초해 봤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니까 좋은 방법을 가지고 천천히 하나둘씩 실행해 나가는 중이잖아 너랑 나랑.”


한숨이 나왔다.

현시대에서 나와 사귀고 있는 미츠하의 천하태평모드가 과거의 나에게로 전염된 모습이 내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거기에 언제 친해졌는지 3살의 나이 차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편하게 반말을 하는 것이다.


“으으... 알았으니까 일단 밥이나 먹자. 그리고 넌 이따 내방에 올라와라. 할 말이 있다.”


“응? 아. 작전 이야기구나. 알았어. 먹고 설거지하고 올라갈게. 오늘 내가 설거지 담당이야.”


“알았다 알았어...”


다시 머리를 감싸 쥐는 나를 과거의 나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 ☆ ☆ ☆ ☆


“그래서, 할 말이 뭐야. 미츠하. 오늘도 텟시 만나기로 했으니까.”


“벌써 거기까지 진행됐어?”


“벌써 라니, 까먹은 거야? 어디까지 했는지?”


“어? 아... 음... 실은 아침에 말했던 게 그거 때문이었는데...”


“무슨 이야기야?”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너 인마. 그렇게 천하태평으로 여기에 눌러앉아있냐. 놀라지 마라 지금 여기 있는 사람은 미츠하가 아니라 미래의 너다. 서로 몸이 바뀌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미츠하에게 들었겠지만.”


눈이 휘둥그레 진 과거의 나. 나는 계속해서 말을 했다.


“놀랄 만도 하지. 농담일줄 알았냐. 지금 네 번호도 내가 알려준 거다. 그래도 용케 잘 따라왔네. 신기하게도. 많이 놀랐지?”


“........?”


말없이 고개만 갸우뚱 거리는 과거의 나. 나는 다시 상기시켜줬다.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구만. 자 그럼 증거를 댈게. 그럼 믿겠지?”


그리고 나는 중학교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과거의 나에게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줬다.


“그... 그럼 지금 내 앞에 있는 미츠하가 미래의 나란 말이에요?”


“그럼 내가 농담할거 같나? 요 녀석... 여하튼 반갑다. 과거의 내가 여기 있는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좀 이상한걸. 하하하”


여자의 입에서 남자 톤의 말이 나오니 이건 이거대로 이상하다.

아무튼 천만 다행으로 혜성이 떨어지기 바로 전에 한 번 더 바뀌었으니 오늘 할 일은 많을 것이라는 예상쯤은 누구나 할 수 있을 터.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미츠하의 아버지를 설득시켜서 마을 주민들을 모두 살릴 방안을 강구해야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너 어디까지 알고 있냐. 나한테 네가 온 뒤부터 오늘까지 있었던 일 좀 이야기 해줄래?”


아침에 대충 정리했던 머리를 다시 묶으면서 나는 과거의 나에게 물었다.


“일단 텟시형이 변전소 폭파계획을 세웠어요. 아무래도 소방서가 움직이려면 화재가 제일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준비 중이었죠. 저랑 미츠하는 대피를 맡고 사야누나는 고등학교 방송실에서 대피방송을 하고 텟시형은 변전소 폭파시킬 폭탄이랑 기타 등등 자재를 수급한다고 하더라고요.”


텟시는 정말 본격적이었다. 변전소 폭파라니. 나중에 들켜서 경찰서라도 끌려가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몸조심해라. 하지만 그 일을 벌이기 전에 미야미즈 정장인 미츠하의 아버지를 설득해야 할 텐데.”


“그게... 저도 미츠하랑 몇 번 갔었어요. 그런데 전혀 우리를 만나주려고 하질 않아요. 바쁘다는 핑계로...”


곤란한 얼굴로 과거의 나는 그렇게 말했다.


텟시와 사야한테는 형 누나라고 하면서 미츠하에게는 반말하는 이 녀석의 사고방식에는 좀 놀랐지만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면담을 거부하는 미야미즈 정장을 어떻게든 만나야 일이 진행되는 것이기에.


“음... 그건 이따가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나랑 같이 갈 데가 있다. 아까 할머니가 부탁하던 것 말이야. 듣기로는 미야미즈 가문의 신체가 거기 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확인할 게 있어.”


“산이라고요? 괜찮겠어요? 미츠하의 몸인데?”


“걱정 마. 너보다는 체력 좋다. 내가 얘 몸에 있어봐서 너무 잘 안다.”


걱정하는 과거의 나를 안심시키고 나는 내 방을 나와서 거실로 내려갔다. 물론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너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 티내지 마라. 텟시 사야는 내가 따로 이야기 하겠지만, 특히 할머니하고 요츠하 앞에서는 말조심해. 평소에 미츠하 대하듯이 해라. 알았지?”


말없이 끄덕이는 과거의 나를 끌고 나는 거실로 내려왔다. 

산행할 준비는 이미 끝내놓은 상태.


☆ ☆ ☆ ☆ ☆


“할머니. 오늘 신체에 뭐 봉납하러 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응. 맞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일이 있어서 힘들겠구나. 네가 대신 좀 다녀와 주겠니?”


일이 잘 풀리려고 그러는 건지 할머니는 방안에서 하얀색 병 두 개를 꺼내어 나와 과거의 나에게 건네주었다.


“원래는 너와 요츠하가 가야되지만, 요츠하는 타키가 우리 집에 있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나 봐. 오늘도 학교에 간다고 하고는 휙 나가버렸지 뭐냐. 쉬어도 된다했는데.”


“그렇군요.”


“그래서 둘이서 다녀오거라. 위치는 미츠하는 알고 있을 테니. 타키 너는 미츠하만 잘 따라다니면 된다. 요츠하꺼는 오른쪽, 미츠하 네 것은 왼쪽에 두면 된다. 그리고 이 제문을 가지고 가서 읽어주면 된단다.”


자세하게 방법까지 알려준 할머니는 나를 보더니 싱긋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난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었다.


할머니의 배웅을 받은 우리 둘은 대문을 나서 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미야미즈 신이시여. 무례를 용서하세요. 그래도 저 두 사람의 손에 이토모리의 운명이 걸려있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려요.”


시야에서 사라지는 두 사람을 보고 할머니는 그렇게 빌었다.


☆ ☆ ☆ ☆ ☆


“이거 힘드네요. 산이 이렇게 험할 줄이야.”


“너 농구해서 체력 좋잖아. 그런데 미츠하보다 체력 떨어지냐? 운동 헛했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그래도 근성은 있으니까 끝까지 쫓아갈 거라고요.”


험한 산을 오르면서 과거의 내가 힘겨워 하는 것을 본 나는 농담조로 쉬면서 그렇게 말을 건넸다. 운동을 하긴 했어도 산을 타는 것이랑 평지에서 뛰는 것이랑은 달랐기에 난 새삼스레 미츠하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산을 계속 올라가는데도 이 몸은 전혀 지치지 않았다.


“그렇겠지. 얘는 이런 산을 타는 게 습관이 되어 있을 테니.”


시골에서 자라나서 자연을 벗 삼아 지내온 미츠하. 그리고 도시에서 아웅다웅하면서 살던 나.

비교해보면 나는 솔직히 지금 미츠하가 조금 부러워졌다.

몸이 몇 번 바뀌면서 미츠하가 있는 지금 이 동네가 좋아지고 있었다. 미츠하는 동네에 불만이 많은 것 같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갑갑한 도시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으니까.


“나중에 미츠하에게 이곳에 한번 오자고 해야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내 뇌리에 미츠하가 며칠 전 나에게 했던 말이 스쳤다.


「이토모리에 가자. 그 곳에 실마리가 있으니까.」


실마리. 미츠하가 뭘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시대의 미츠하와 함께 이곳에 오기로 했던 참이었다.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마을의 대부분이 파괴되긴 했어도 이 산은 혜성의 추락범위는 아닌 것으로 확인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미츠하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고, 준비만 해놓은 상태. 아마도 내일 다시 돌아간다면 이곳에 올 확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였다. 곧 혜성이 떨어질 테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 눈앞에는 거대한 평지가 펼쳐졌다.

분화구처럼 생긴 산 정상. 그리고 그 가운데엔 커다란 바위가 고목과 같이 있었다.


“저기인가 보다. 할머니께서 말한 곳이. 내려가자. 험하니까 조심해라 넌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 나니까.”


그렇게 난 과거의 나를 꼭 잡고 천천히 그곳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개울이 흐르고 있었고 그 곳엔 징검다리가 놓여있었다.

올라오면서 살짝 더웠기에 나는 바짓가랑이를 걷어 부치고 물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징검다리가 있는데 왜 물속으로 걸어가요?”


“야 이거 엄청 시원하다. 너도 덥지? 물속에 들어와라. 천국이 따로 없다.”


그렇게 말하자 과거의 나도 순순히 물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와 정말 시원하네요. 진즉에 이럴걸.”


그렇게 서로 웃으면서 개울을 건너간 우리 둘은 곧 고목이 있는 곳에 당도했다.


“자 다 왔다. 들어가 보자. 아 잠시 기도부터 하고.”


안에 들어있는 사람은 달라도 겉모습은 미츠하였으니 나는 미야미즈 신체에 들어가기 전 짤막하게 기도를 올렸다. 내 작은 소망과 함께.


☆ ☆ ☆ ☆ ☆


동굴 안은 의외로 넓었다. 물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그 안에는 자그마한 제단이 놓여있었다.


나는 가지고 온 하얀 병을 할머니가 말씀하신대로 왼쪽에 두었고, 과거의 내가 가지고 온 병은 오른쪽에 두었다.


그리고 같이 가지고 온 제문을 읽은 다음 그것을 나무패에 끼워 넣었다. 


모든 의식이 끝난 후 나는 동굴의 천정을 바라보았다.


“저... 저건?”


혜성의 그림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혜성의 줄기는 두 가닥이었다.

1,200년 전 이토모리 호수가 생길 당시에 혜성은 갈라졌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그림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은 아마도...”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그 날을 위한 모든 포석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미츠하의 휴대전화를 꺼내어 그 혜성을 찍었다.


“타키. 저 그림 보이지?”


“네, 그런데 그게 왜요?”


“아마 정장님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내가 알기로 정장님. 그러니까 미츠하의 아버지가 민속학 연구를 하셨다고 들었어. 전설이나 설화 같은 것들을 말이야. 아직 우리의 말을 믿지는 않고 있지만 이것을 보여준다면 아마 마음이 바뀔지도 몰라.”


“그렇군요. 전 처음 보지만 신기하네요. 어떻게 저런 그림을 천정에 그릴 수 있는지...”


“나도 모르겠어. 난 미야미즈가 사람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미츠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잠시 행동을 멈추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내가 아무리 정장님을 설득한다고 해도 미츠하가 아닌 이상 한계가 있었다. 나는 그저 정장님의 마음을 움직일 계기를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왜냐하면 나는 겉모습은 미츠하여도 실제로 정장의 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일 뿐. 이 사태를 앞장서서 막을 수는 없는 것이었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미츠하 자신의 힘으로 이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미츠하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네. 자신의 일이니까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그런 것인가.”


난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 시대의 미츠하가 왜 그렇게 과거의 자신을 살리기 위해 아니 이토모리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역사까지 바꾸려고 하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그런 거구나... 제발 성공해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정장님에게 다시 한번 말씀드려서 마음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니...”


그런 나를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과거의 나. 


“괜찮아요. 잘 될 거에요. 미츠하는 강해요. 저보다... 전 여기 와서 어리둥절한 채로 아무것도 못했지만, 미츠하는 그런 저를 다독여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어요.”


“그래. 네 말이 맞다. 미츠하는 강해. 내 시대의 미츠하도 말이지.... 


잠시 말을 끊고 애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온순했지만, 자신의 의지가 굳었던 그녀의 얼굴을.


“이제 내려가자. 정장님을 뵈러 가야지.”


“하지만...”


“괜찮아. 퇴짜 맞을 각오는 이미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걱정스레 나를 바라봤지만, 내 얼굴을 보자 이내 그 걱정을 떨쳐버리려는 듯이 씩씩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 ☆ ☆ ☆


한편, 히토하를 만났던 토시키는 생각에 잠겼다.

히토하가 말해준 미야미즈가의 비밀. 그것은 민속학 연구 시절에도 모르던 것이었다.

심지어 아내 후타바도 말해주지 않아서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


“믿을 수가 없군. 그럼 내 멱살을 잡았던 미츠하는 미츠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건가?”


며칠 전 자신에게 이상한 말을 해서 혼을 낼 때 화를 내며 달려들던 미츠하가 생각났다. 확실히 미츠하 답지 않은 언행이었다. 그것은 흡사 박력 있는 남자의 그것.


“아니야. 모르겠어. 그 애가 날 아무리 싫어한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혜성이 정말로 떨어질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 혜성이 정말 떨어진다면 자신은 영웅이 될 것이고 아니라면 주민들에게 원망을 들으며 정치인생이 끝날 수도 있었다.


“정말... 모르겠네...”


그 동안 미츠하가 계속해서 면담을 요청했지만, 토시키는 계속해서 거부했었다. 그만큼 그날 멱살을 잡혔던 충격은 대단했다.


그리고... 잠시 후


“정장님 면담 요청입니다. 따님이시네요. 오늘은 어린 남학생과 같이 왔어요.”


“미츠하가? 거기에 남학생이라... 알았네. 내 곧 만나도록 하지.”


그리고 잠시 후 토시키의 앞에 미츠하가 한 남학생의 손을 이끌고 나타났다.


“오랜만이네요. 아버지.”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미츠하. 그리고 옆에 있던 남학생도 같이 토시키에게 고개를 숙였다.


“못 보던 학생인데. 어디서 왔지? 이름은 뭐고?”


“전... 도쿄에 살고 있는 타치바나 타키라고 합니다. 미츠하의 부탁으로 이곳에 오게 됐어요.”


“응? 도쿄... 라고?”


토시키는 놀랐다. 언제 미츠하가 도쿄까지 가서 데리고 왔을까. 히토하도 자신에게 이 남학생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에 조금 충격이었다.


“죄송해요. 제가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며칠 전 도쿄에서 데리고 왔어요. 부탁할게 있어서.”


“무슨 부탁을 했기에 그 먼데에서 이곳까지 오게 된 거냐.”


미츠하는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그녀는 결심을 한 듯 말을 꺼냈다.


“혜성관련이에요. 지난번에 화를 내시면서 듣지 않으셨지만. 그래도 이토모리 사람들을 살리려면 도움이 필요해요.”


“그 일이라면 지난번에 거절했다만. 또 다시 찾아 온 것이냐?”


“급한 일입니다. 잘못하면 전부 죽어요. 우리 마을이 쑥대밭이 됩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같은 말을 또 들으니 토시키의 언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츠하는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것을 보세요. 아버지도 아실 겁니다. 우리 가문의 신체를요.”


토시키는 미츠하가 보여주는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자신도 후타바가 살아 있을 때 몇 번 간 곳이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동굴 천정의 그림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게 대체 뭐냐.”


“민속학 연구를 하셨다면 아시겠지만, 이토모리 호수는 1,200년 전에 운석 낙하로 인해 생긴 것이에요. 그런데 이 그림은 조금 특이해요. 둘로 갈라졌죠?”


다시 한번 사진을 보니 처음 볼 때 무심코 넘겨봤었던 그림 속의 혜성은 둘로 갈라지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음 그렇군. 그것이랑 이번에 지나가는 티아매트 혜성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 게냐. 거기다 그 타키라는 남학생은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게냐.”


질문은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타키에게로 넘어갔다.

타키는 미츠하와 미리 말을 맞췄던 대로 순순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너도 지리 공부를 좀 했기 때문에 혜성에 대해서 조금은 안다는 거냐? 아직 중학생인 네가?”


아무래도 어리기 때문일까.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는 토시키. 하지만 타키는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한 번 더 피력했고. 그 말에 토시키는 살짝 뒤로 물러나 앉았다.


“이젠 이상한 애를 데리고 와서 날 골치 아프게 하는 구나. 지난번처럼 내쫓지는 않겠다. 사람을 부르기 전에 당장 이곳을 나가거라.”


인상을 찡그리면서 토시키는 그렇게 말했다.


생각 같아서는 두 사람 다 모두 병원에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히토하가 두 사람을 만나기 전에 했던 말이 맘에 걸리기도 했고, 두 사람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고 봤기 때문일까.


☆ ☆ ☆ ☆ ☆


“미츠하. 괜찮을까?”


주민센터를 나오면서 과거의 나는 걱정스레 물었다.

난 머리를 토닥이면서 말했다.


“괜찮을 거야. 지난 번 보다는 많이 태도가 누그러졌다.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는 이루었다고 보는 게 맞아. 이제 미츠하에게 달렸네. 바로 내일. 제발 잘해줘야 할 텐데...”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석양이 지는 이토모리 호수를 바라봤다. 이제 아마 이시대의 미츠하가 어떻게 되던 간에 이곳에 미츠하의 몸으로 올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찡해졌다. 그리고 과거의 나를 만날 일도 이젠 더 이상...


“없겠지... 그래도 반가웠던 것은 어쩔 수 없구나.”


“그게 무슨 소리에요?”


“넌 지금 미래의 자신을 만난 것이 신기하지 않니? 나도 과거의 나를 만나니 옛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거고.”


“신기하긴 하죠. 제 미래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봤으니까요. 그래도...”


“이젠 더 이상 날 만날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부탁한가지만 할게. 반드시 살아남아라. 네가 살아남아야 나도 내 시대에 남을 수 있다. 미츠하 뿐만이 아니야. 나도... 그러니까...”


“네. 걱정 마세요. 저도 죽는 건 싫어요. 그나저나 마지막으로 저 이말 한마디 해도 되요?”


“응? 무슨 말?”


“형. 이라고요. 미래의 저지만 그래도 저보다 나이가 많으니까요.”


나는 너털웃음을 내고 말았다. 아직 어린 티가 나는 과거의 나였지만, 예의는 지키고 싶었나보다.


“그래. 나도 그 말을 들으니 그냥 웃음이 나오네. 고맙다 이 녀석아.”


그렇게 나는 과거의 나와 호수를 같이 바라보며 한참을 웃고 있었다.

이젠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할 일은 다했으니까.

지금 웃는 웃음은 후련함이 가득 담신 웃음이었다.


“이제 남은 건 미츠하구나... 잘 부탁한다.”


집에 도착하여 노트에 간단하게 오늘의 일을 남긴 나는 곧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다시는 오지 못할 이 시대의 이토모리에 안녕을 고하고...


<9화 2013/10/02 끝>


<잡담>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을 많이 틀었습니다. 완화 시켰다고 해야겠네요. 고구마 같은 전개 때문에 제가 쓰다가 체할 거 같았어요.

원래 토시키가 두 사람을 가둬버리는 설정까지 잡았었습니다. 그런데 탈출 시킬 방법이 없더라고요. 텟시가 와서 구출해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러면 이 소설은 순식간에 액션이...


과거의 타키와 미래의 타키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게 썼습니다. 무슨 대화를 했을지 상상하니 재밌네요.


이제 소설 상에서 타키의 역할은 끝났습니다. 미츠하가 어떻게 하냐에 모든 것이 결정되겠네요.


혜성 떨어지기까지 2일 남았습니다. 원펀맨이 혜성 박살 안내나... 정말 괴롭네...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날짜 제목은 9화가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