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헤헤헹~ 룰루룰루룽~!”
화장실 안에서 먼저 샤워기를 틀며 자기 몸을 정성스럽게 씻는 미래의 딸이 콧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리따운 여학생이 남학생의 집에서 샤워한다는 생각에 온갖 망상을 들 수 있게 하는 그런 상황 이였지만...
“아니, 얘가 진짜.... 언제까지 샤워할거야?!”
벌써 30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주방에 가 싱크대에서 얼굴을 잠깐 씻었으며, 옷을 갈아입을까 했지만 갈아입자봤자 샤워하고 나면 또 갈아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땀에 절어진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그러나 미래의 딸은 뜨듯한 샤워기만 30분채 틀어놓은 채, 콧노래만 끊임없이 부르고 있었다.
“야!!!! 너 언제까지 샤워 할거냐?! 빨리 좀 나와!”
참을 수 없었던 나는 화장실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나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고!
“아 진짜! 아빠는 그렇게 참을성이 없어?! 좀만 기다려어!”
“벌써 30분 째 씻고 있다고 너! 너무한 거 아니냐?!”
“여자는 원래 씻는데 오래 걸리는 법이라고!”
“웃기지마! 내가 네 엄마 몸이었을 때 내 몸보단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30분째 화장실에서 머물러 있진 않았다! 얼른 마무리하고 나왓!”
“아이 참, 아빠아! 아빤 안 씻고 싶어?! 응?”
갑자기 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야 이츠하, 그건 또 무슨 소리냐?”
“후후후... 과거의 아빠,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말이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장실 안쪽에서 철컥, 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이츠하....?”
“이런 거야, 메롱!”
이, 이, 이, 이 녀석이.........?!!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 죽을래! 임마! 딸이라면 딸답게 굴어야지, 과거의 아빠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열어! 빨리! 야 이츠하!!!!!! 너가 사람이냐, 응?!!!!! 불효녀 같으니!”
“딸에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 아빠가 잘못한 거에요오~ 쌤통이야 아빠, 헤헤!”
미치겠다, 정말! 진짜 오늘 하루 왜 이래?
원치도 않았던 샤워를 못하게 된 나는 계속 화장실 문을 두드린 채 농성을 벌였으나, 안에 있는 미래의 딸은 깔깔 웃어대며 나를 놀려대고 있었다.
이 녀석, 악마다. 진짜 악마같은 여자애야! 대체 미래의 나와 미츠하는 어떻게 이런 딸을 낳은 걸까? 입양한 딸 아닌가?!
화장실 문을 예비키로 강제로 열고 들어가고 싶어도, 평소에 잘 사용 할 일이 없어 어디 있는지 몰라 이렇게 미래의 딸과 씨름을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진짜 뭐 같네! 제기ㄹ...”
“타키...? 뭐 하고 있는 게냐?”
내 뒤로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 아버지가 막 돌아 온 건지 넥타이를 풀고 양복도 반쯤 벗은 채 내 모습을 바라보며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서 계셨다.
“화장실에 누가 들어가 있길래 그렇게 소리를 빽빽 지르는 게냐? 나는 아들을 그렇게 키운 적 없다.”
“아니, 아빠. 들어 봐. 내 미래의 ㄸ.... 아니, 아는 여자애가 집에 놀러 왔는데 말이지...”
“여자애라고? 근데 왜 우리 집 화장실에서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게냐?”
“우리 집 화장실에서 30분이나 계속 온수를 틀어놓고 나오질 않아서 뭐라 했는데, 얘가 문을 잠ㄱ....”
철컥! 끼이익~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츠하가 황급히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머리는 수건으로 돌돌 말아 양머리를 하고 있었고, 옷은 급하게 입은 건지 많이 흐트러져 보였다.
“어머, 안녕하세요오~ 저는 타치바나 타키 군의 여자 친구인 미. 야. 미. 즈. 이츠하라고 합니다아! 잘 부탁드려요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종일관 나를 놀려먹던 목소리는 어디가고 청순한 여학생의 목소리로 포장한 이츠하가 우리 아버지에게 자기소개를 하였다.
얘 좀 봐라? 이 정도라면 배우해도 되겠는데...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쳐다 본 나는, 아버지가 점점 기쁜 표정으로 물들어가는 변화를 포착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 와 어깨를 덥석 집더니-
“장하다! 우리 아들!”
뭐하는 거야?! 아버지!? 장하다니??
“벌써 17살에 이렇게 여자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오다니... 이 아비는 정말 감격이란다. 이츠하라고 했니? 뭐 우리 아들이 실례되는 일이라도 했니? 말만 하렴! 이 아저씨가 혼낼 테니!”
“에이이~ 아니에요! 단지 저가 워낙 샤워하는 걸 좋아해서 너무 오래 화장실에 있었던 거에요! 방금 막 끝낸 참이고요오! 타키 군은 아무 잘못도 없다구요오~ 아 참, 타키 군! 이제 너도 씻어!”
졸지에 친 딸이 내 여자 친구가 되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30분이나 쌓인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 안에서 샤워를 재빠르게 마치고 머리를 말렸다. 그리고 내 방에 가 옷을 새로 갈아입곤 아버지와 이츠하가 얘기하고 있는 거실 식탁으로 향했다.
아버지와 이츠하는 벌써 편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우연히 타키 군네 학교 운동장을 지나가다가 농구를 하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 멋진 거에요오~ 타키 군이 골을 완벽하게 넣는 모습을 보곤 그대로 고백했어요오! 아버님도 타키 군을 닮으셔서 외모가 멋지시네요오~”
“하하하! 뭔 그런 칭찬을! 빈 말이라도 고맙단다 이츠하 양! 여기, 전병 더 먹으렴!”
“와아~ 감사합니다아!”
벌써 이츠하는 내 아버지에게 농구로 인해 고백했다고 이야기를 꾸며냈다....
아버지가 저 여자애가 손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진짜 놀라겠는데... 으으.
“아, 우리 아들. 왔니? 왜 이런 귀여운 여학생을 아비에게 소개시켜 주지 않은 거니? 부끄러운 게냐?”
“맞아, 타키 구운! 기껏 도쿄까지 왔는데 아버님에게 날 미리 말해주지 않는다니, 아버님이 불쌍하잖아앙~? 좀 더 효도하라구우!”
.......너무 천연 덕스럽게 말하는 이츠하의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왜 말이 없는 거 야아~? 타키 구운! 멍 때리지 마앙!”
“타키, 너무 부끄러워서 잠시 할 말을 잃은 게냐? 남자라면 씩씩하게 대답을 해야지!”
“아, 네...”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
“어휴... 우리 아들이 이렇게 여자에게 소심해서 내가 대신 사과 하마, 이츠하 양.”
“아니에요오~”
아버지는 내가 소심해보였던 걸까? 이츠하와 바깥 데이트라도 하라고 나에게 돈을 쥐어 주면서 여자친구와 잘 해보라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세상에, 하다하다 미래의 친 딸과 데이트를 한다니... 이거 완전 막장이잖아?!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진실을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휴, 될 대로 되라지.......
“자! 타키? 레이디에게 데이트 에스코트 잘해 줘야 한단다! 파이팅!”
“타키 군! 파이티잉~!”
“...그래, 파이팅.....”
이렇게 해서 나와 미래의 친 딸의 도쿄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옹! 2부네요!!
날아라
낭
아
올
라
라
~
!
~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