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쩌면 한참 전에 

깨달았다. 



지금 내 옆에서 다음갈 곳을 찾아 헤매는 요 맹랑한 녀석이 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쿠데라는 직감했다. 


미묘하지만 뭔가 다르다. 

아마 눈빛이 달라졌다. 

어쩌면 호흡이 달라졌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연애 감정이 어느 순간 훅 녹아내렸다고 해야 하나? 

이 녀석은 나 대신 다른 누군가를 품고 있다. 


이 깜찍한 녀석은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기 마음속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이 둔탱이를…. 조금쯤 골려주는 것도 썩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오쿠데라는 팔을 잡아당겨 팔짱을 낀 다음에 달렸다. ……. 박물관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짓궂은 마음에 이리저리 끌고 다니긴 했지만 멍하기만 하다. 

준비 부족으로 휘말리는 거랑은 뭔가 다른 느낌? 




기후현이라...


이 녀석의 마음은 분명 어딘가, 딴 곳에 있다.


두 군데에 동시에 있던 사람 같다고 해야 하나…. 

사람이 두 군데에 동시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어딘가 헬렐레 맹해 보인다. 


딱히 다툰 적도 없고, 제법 친하게 지냈으니 뭔가 환상이 깨졌다기보다는 누군가 

이 사랑스러운 꼬마를 채간 것이리라. 


누굴까? 누군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데….전혀 몰랐단 말이지…. 어쩐지 질투심이 나는데? 


그렇다면…. 슬슬….  말없이 빌딩 숲 사이를 걸었다. 

슬슬 못된 장난은 끝낼 시간이 되었다. 

재미있긴 하지만 자기 욕심만으론 더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데이트를 이 이상 끄는 건 장난치곤 너무 과한 일이다. 



수많은 창이 금빛으로 빛나고 모자 위로 바람이 스쳤다. 

귀여운 녀석이지만 임자가 이미 있는 녀석에게 손을 뻗을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귀여운 녀석이지만 빼앗아서 손에 넣고 싶지는 않다. 


좋아함이 마음보다 앞서가는걸 보면 분명 좋은 아이리라.

이럴 때는 어른답게 물러 나는 게 옳다.


오쿠데라 퇴장!


 


“저, 선배!” 


“어디 배고프지 않아요?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까요?” 


오쿠데라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끊지 못하는 귀여운 치킨을 위해선 먼저 끊어야 했다.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자” 


“그럴까요?” 

어딘가 지친 목소리... 타키는 명백한 거절에 되려 안도한 듯 말했다.



오쿠데라는 확신을 굳혔다.

그렇다면, 조금은 더 말해도 좋겠지..


지금이 치마의 보답을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큐피드 흉내 한번이면 넉넉하면 과한가 싶지만,

딱 한번정도면 같은 값이라고 해줄 수 있다.




“타키는 말이야…? 아니라면 미안한데.” 

“전에는 나를 좀 좋아하지 않았니?” 

“그런데 지금은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지?” 



“없어요!” 


오쿠데라는 좀 더 고개를 들이밀었다. 

가련한 꼬마아이는 땀을 비 오듯이 쏟아내고 있었다. 


“정말?” 

“없, 없어요! 정말 아니에요” 


“과연 그럴까?” 

오쿠데라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놀리면서 타키의 눈동자가 순간 위로 솟는 것을 보았다. 


아무래도 정답과 맞춘 모양인데…. 역시 더 놀리는 건 모양새가 좋지 못하겠지? 


“아님 됐어” 

“오늘 정말 고마웠어. 그럼 가게에서 보자!” 


오쿠데라는 그렇게 인사하고는 가장 빠른 속도로 걸어 내려갔다. 

빨리 사라져서 생각하는 시간을 주는 편이 가장 좋았다. 


거리가 제법 쌀쌀해졌다.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착한 어린이는 혼자 걷게 내버려 두는 편이 좋다는 걸 오쿠데라는 알고 있었다. 

잘 가, 꼬마야. 


그냥 접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