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5년 전 이모토리에 갔을 때 기억하세요?”
“아아, 8년전 유성으로 없어진 그 마을말이지?”
“네. 혹시 기억하고 계세요?”
“응. 평소의 너 답지 않았으니까. 뭔가에 홀린 것 같았지.”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서 포크로 케이크를 자르던 오쿠데라 선배는 웃으며 말 했다.
“혹시 그 때 일. 상세하게 기억하고 계세요?”
“항상 말 하지만 벌써 몇 년 전 일 이니? 그런게 기억날 리가..”
그녀는 먹기 좋게 자른 케이크 조각을 포크에 꽂아 입으로 가져가다가 ‘아!’하고 무언가 생각난 듯 말 했다.
“그러고 보니 순경들에게 뭔가를 보여 주던 것 같기도 한데?”
“그런가요?”
그녀는 쿡쿡, 웃으며 “그냥 식도락 여행이었던게 아닐까? 너야 여기저기에서 철두철미한 성격이니 그 지역 팜플렛이라도 챙겨간건지도 모르지.”라고 말 했다.
나는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말 하곤 소파에 몸을 묻었다.
눈이라도 오려는걸까. 어두운 창 밖의 하늘에는 시꺼먼 먹구름이 가득했다.
“눈이라도 오려는 걸까요?”
“그럴지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파 옆에 내려둔 배낭을 둘러멨다.
“또 어딘가로 가려는거야?”
“아뇨. 멀리 가지는 않을 거에요.”
5년 전.
선배들과 함께 이모토리에 다녀온 그 날 저녁 이후.
나는 이상할 정도로 그 마을에 떨어진 혜성과 관련된 소식을 찾아보는 것에 빠져 있었다. 머릿속은 몽롱해서 무언가에 취한 듯 혹은 꿈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을 지켜보는 듯. 그 때를 기억하고 있는 것 조차도 그 때는 그랬노라고 말 해주는 오쿠데라 선배와 츠카사 덕분이었다.
솔직히 말 하면 그렇게 집중하고 빠져있었는데 기억을 하지 못했다고? 라고 말 하면 무언가 이상한게 당연하다.
그것도 한참이나 예전에 사용하던 스케치북에 그려진 그림 구석에 무언가 휘갈긴 흔적이 선명하게 지워진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사실조차 의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띠링, 하고 라인이 울렸다.
-미츠하 : 오쿠데라 선배와는 잘 되어가고 있어? ^^//
무언가 운명처럼 그녀와 만나고 서로의 이름과 라인을 교환 한 이후로 그녀는 줄곧 이런 관계였다. 가까워져 가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겉돌며 서로를 갈구하는. 나는 ‘다시 말 하지만 약혼상대가 있는 사람이라니까?’라고 답장을 보내곤 선배에게 인사했다.
카페를 나가면서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다시 미츠하에게 라인 메시지를 보냈다.
-나 예전에 그린 스케치들을 정리하다가 시골 그림을 그린것도 찾았는데 한번 볼래?
정말 사소한. ‘옜날 그린 그림은 이렇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 뿐 이었다. 만약 내가 이 그림을 발견하고도 그녀에게 보여줘 볼까? 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어쩌면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다음부터는 이런 답답한 스토커 같은 남자 말고 저를 소중하게 생각 해 주는 사람과 만나게 해주세요!!!”
미츠하는 그녀가 일하는 회사 근처의 카페에서 도망치듯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나는 멍청한 얼굴로 카페의 테이블 위에 올려진 그림들과 그녀가 뛰쳐나간 카페의 정문을 바라보다가 이상한 것을 보고 눈을 비볐다.
“이.. 모토리..?”
그것은 분명 무언가 메모했던 자리에 있었던 것 으로 추정되는 단어였다.
이모토리.
5년 전,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오쿠데라 선배와 스카사와 함께 찾아갔던 마을.
8년 전, 대혜성에서 분리되어 떨어진 유성으로 멸망한 마을.
그리고 기적적으로 있었던 재난대피 훈련으로 부상자만 나왔을 뿐 채 사망자는 나오지 않은 기적의 마을.
기적의 마을. 기적.
무언가 흐릿하게 머리위로 떠오르려다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문득 눈에 비치던 단어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비비고 다시 스케치를 내려봐도 여전히 그 메모가 써져있던 자리는 지워진 그대로였다.
“뭐야, 잘못봤나?”
요즘 좀 피곤한 게 아닐까. 이모토리라니.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그림을 가방에 챙겼다.
-도대체 무슨 일 인데 그래?
미츠하에게 라인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Rrrrr!! Rrrrrrr!!! Rrrrr!!
평소 쓰는 알람과는 다른 소리다. 아직도 꿈속에 있는 걸까. 몽롱한 잠에 취해있으면서도 몸을 일으켜 알람소리의 근원을 찾아 손에 쥐었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손에 쥐인 것을 보아하니 언젠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의 화면이 보였다.
06:30.
일단은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켰다.
자그마한 방 이었다. 책상과 침대 그리고 책상위에 올려진 컴퓨터가 전부. 아니, 침대 밑에 세워둔 빨래 건조대. 겨울치고는 아침 해가 밝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방 모습이다.
습관처럼 휴대전화의 메모를 확인했다.
학생때는 하루하루 휴대전화에 일기와 메모를 남겼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던 것 이다.
-친구들은 상냥하고 너도 좀 미남이네.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경험 정말 놀랐어. 영화같은 세상이라 정말 두근두근 했어!(>_<) 내가 실수한 덕분에 초미녀♡ 오쿠데라 선배랑 사이가 좋아졌고♪♫ 알바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오쿠데라 선배랑 역까지 같이 걸어갔어. ★ 나의 여자력에 고마워 하라고♥
“.....”
무언가에 붙잡힌 것처럼.
그래 마치 잃어버린 조각 들을 발견하고 지금까지 미완성이었던 퍼즐에 그 자리를 찾아 채워넣어가는 과정처럼 더듬더듬 일기들을 읽어나갔다.
마치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일기를 번갈아가며 쓴 것처럼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은 파란글씨로 일기가 쓰여져 있었다. 발랄한 소녀같은 문체. 그리고 일기의 맨 위.
-미츠하 필독! 꼭 해야할 일!
1. 아르바이트
2. 머리 묶기 너무 어렵잖아!
3. 카페가서 비싼 디저트 먹지마!
..... .....
..... .....
뚝,
무언가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려 휴대전화의 화면에 떨어졌다.
“물..?”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눈가를 훔쳤다.
“나.. 울고 있어?”
그제서야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이 천천히 완성되며 그 원래 형상을 갖추었음을 느낀다.
고등학생 시절의 나.
그리고 당시에는 살아있을 수 없었던 미츠하.
5년 전, 그 방황의 시기에 맞닥트린 기묘한 사건.
8년 전 갈라진 혜성에 파괴된 마을의 주민이자 죽었어야 했던 소녀인 미츠하와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 몸이 뒤바뀌게 되었던 그 나날들. 소중한 기억들. 그리고 기적처럼 살아난 마을 주민들.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잠깐 사이에 머릿속을 가득 채운 그 기억에 오열하기도 잠시. 기쁨을 만끽할 새를 줄 생각도 없었던 것일까. 갑작스레 울리는 휴대전화에 고개를 돌렸다.
-츠카사 : 오늘 농구시합 나오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오늘은 등교할 때 꼭 체육복이랑 운동화 챙겨와라
그제서야 현실을 자각했다.
나는 이 시절 미츠하와 주기적으로 몸이 뒤바뀌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절의 나에게 미래의 내가 들어와 있다.. 고?
‘설마..!’
나는 휴대전화를 열어 일기장에 보라색 색상으로 새로운 일기를 써넣었다.
-나는 타치바나 타키. 5년 후의 너.
그리고 잠깐 멈춘다.
이유도 모른채 과거의 나와 몸이 뒤바뀌었다.아마 이 시절의 나 또한 미래의 나와 몸이 뒤바뀐 것을 알고 당황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어떤 내용을 남겨야, 이 녀석에게 보다 많은 도음이 될 것인가.
일단 그녀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아직 그녀와 몸이 뒤바뀌는 일은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으로 보이고, 지금 생각하노라면 흐뭇한 미소만 지어지는 투닥거림도 한참이다.
그런 와중에 찬물을 끼얹듯이 내가 개입한다?
어불성설이지.
나는 작성했던 메시지를 쭉 지워내리곤 베란다를 활짝 열었다.
“깨어나서는 이 꿈을 꿨던 것에 대해 최대한 많이 메모하자.”
꿈은 다시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그 형태가 선명해져가는 법 이니까.
책상위에 얹어져 있는 붉은 끈을 손목에 감고 화장실로 들어가 가볍게 세면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 ***
무언가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이모토리에 떨어진 유성. 폐허가 된 마을. 그리고 기적적으로 사망자 한명 나오지 않은 마을. ‘그 날’ 내가 유달리 이상했다고 말 하는 텟시와 사야카.
Rrrrrr!! Rrrrrrr!!! Rrrrrr!!
꿈...?
몸을 덮고 있던 이불 안에서 억지로 팔을 뻗어 휴대전화의 알람을 껐다.
“눈물..?”
무슨 일 인지 울고 있었다. 꿈. 슬프지는 않았다. 행복한 꿈. 하지만 더 없이 슬픈. 그런 꿈.
중요한 기억. 잊고 싶지 않았던 기억. 잊어서는 안될 기억.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추억을 쌓아나가는. 그런 꿈.
“아...”
드르륵-
“언, 니! 또 가슴이나 만지고 있는거... 나쁜 꿈이라도 꿨어?”
“요츠하..?”
먼 곳으로 떠나 가버린 듯한 이름을 되내이며 방문을 열고 꿈의 여운에서 채 헤어 나오지 못한 나를 나무라려는 요츠하와 눈이 마주친 채 그대로 멈춰버렸다. 요츠하는 잠깐 당황한 얼굴로 서 있다가 ‘악몽이라도 꿨어?’라고 말 하더니 ‘오늘 아침은 할머니랑 내가 할 테니까 천천히 나와.’라고 말 하곤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그래. 학교에 가야지. 이불을 개고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꿈 속에서의 기억은 벌써 손에 쥔 모래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그래. 꿈은 꿈일 뿐 이야. 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야지.
채 그런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거울속의 얼굴은 아직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이게.. 도대체..”
얼마나 슬픈 꿈 이었길래.
휴대전화를 열어 습관처럼 매일같이 작성중인 할 일들을 확인했다.
그 와중에 보게된다. 평소처럼 검정색의 글씨로 쓰여진 메모들과 파란색의 글씨로 쓰여진 메모들을.
“이건..?”
그제서야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먹구름들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머리 하기 힘들어!’
중요한 사람.
‘가슴 절대 만지지마!’
잊고 싶지 않았던 사람.
‘브라!! 잊지마!!!’
잊어서는 안될 사람.
‘타키 바보오오!!’
“타키!”
먹구름이 낀 것처럼 답답했던 마음속에 시원한 바람과 함께 구름 사이로 빛내림이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이 한순간에 맑아졌다.
그제서야 당황했다.
익숙한 방 안. 습관처럼 한 행동들. 하지만 기묘한 위화감 그 모든 것이 이미 폐허가 되어 사라진 이모토리의 그 풍경들이다. 거울속에 비치는 내 모습조차도 어린 시절의 그 모습.
휴대전화의 메모들을 읽어가면서 한참 타키와 주기적으로 몸이 뒤바뀌던 시절의 그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공허한 마음속을 채워줄 상대를 찾아 도쿄의 도심을 배회하던 그 끝에 만나 서로의 온기에 기대는 그 때. 바로 내 마음이 자리 잡은 그 때.
그를 위해서 지금의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문득 화장대 한 켠에 걸려있는 붉은 끈을 보며 미소 지었다.
‘아무것도!’
그저 지금에 충실하고, 행복하다면 지금 이 시간대의 나는 슬프고 힘든 시련을 겪어야 할 지언정 결국에는, 그 끝에는 다시 타키와 만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
머리를 땋았다.
*** ***
‘저승의 강을 건넌 이후에 원래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소중한 것을 신께 바쳐야 한단다.’
쿠치카미자케. 신께 바친 내 절반이 담긴 술.
마을 사람 500여명을 구하고 잃어버린 서로의 기억. 하지만 채 말끔히 지워지지 못하고 남아있던 마음속의 공허는 신께 바친 소중한 것이 자리하고 있던 흔적이 아닌 다시 타키와 만나고 다시 소중한 기억들을 쌓아가라는 그들만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웃으며 휴대전화를 들었다.
RRRRRR- RRRRRR- RRRRRR-
아마 그도 나와 같은 꿈을 꾸지 않았을까. 비슷한 꿈을 꾸고, 비슷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지금 그는 내 전화를 받고 무슨 대답을 할까?
아니,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은 이렇게 말 해야지.
“저기.. 어제 저녁에는 미안했어.”
-저기.. 어제 저녁에는 미안했어.
“푸훗!”
-푸훗!
쌍둥이처럼 똑같은 소리를 연달아 내뱉고는 그도, 나도 바보같은 실웃음을 흘려버리고 말았던 것 이다.
다정한 겨울의 아침 햇살이 떠오르고 있었다.
==
따신겨울들되라고
이토모리인지 이모토리인지 아직도 헷갈려서 퇴고는 따로 안함
사실 올 중순인가 쓴거라서 따로 퇴고하고 싶지도 않고
일본 여행 조언받으려고 왔다가 좋은 조언도 받고 념글에 팬픽도 좀 올라가 있길래 가져왔어
필력은 비루하지만 부디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네
“아아, 8년전 유성으로 없어진 그 마을말이지?”
“네. 혹시 기억하고 계세요?”
“응. 평소의 너 답지 않았으니까. 뭔가에 홀린 것 같았지.”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서 포크로 케이크를 자르던 오쿠데라 선배는 웃으며 말 했다.
“혹시 그 때 일. 상세하게 기억하고 계세요?”
“항상 말 하지만 벌써 몇 년 전 일 이니? 그런게 기억날 리가..”
그녀는 먹기 좋게 자른 케이크 조각을 포크에 꽂아 입으로 가져가다가 ‘아!’하고 무언가 생각난 듯 말 했다.
“그러고 보니 순경들에게 뭔가를 보여 주던 것 같기도 한데?”
“그런가요?”
그녀는 쿡쿡, 웃으며 “그냥 식도락 여행이었던게 아닐까? 너야 여기저기에서 철두철미한 성격이니 그 지역 팜플렛이라도 챙겨간건지도 모르지.”라고 말 했다.
나는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말 하곤 소파에 몸을 묻었다.
눈이라도 오려는걸까. 어두운 창 밖의 하늘에는 시꺼먼 먹구름이 가득했다.
“눈이라도 오려는 걸까요?”
“그럴지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파 옆에 내려둔 배낭을 둘러멨다.
“또 어딘가로 가려는거야?”
“아뇨. 멀리 가지는 않을 거에요.”
5년 전.
선배들과 함께 이모토리에 다녀온 그 날 저녁 이후.
나는 이상할 정도로 그 마을에 떨어진 혜성과 관련된 소식을 찾아보는 것에 빠져 있었다. 머릿속은 몽롱해서 무언가에 취한 듯 혹은 꿈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을 지켜보는 듯. 그 때를 기억하고 있는 것 조차도 그 때는 그랬노라고 말 해주는 오쿠데라 선배와 츠카사 덕분이었다.
솔직히 말 하면 그렇게 집중하고 빠져있었는데 기억을 하지 못했다고? 라고 말 하면 무언가 이상한게 당연하다.
그것도 한참이나 예전에 사용하던 스케치북에 그려진 그림 구석에 무언가 휘갈긴 흔적이 선명하게 지워진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사실조차 의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띠링, 하고 라인이 울렸다.
-미츠하 : 오쿠데라 선배와는 잘 되어가고 있어? ^^//
무언가 운명처럼 그녀와 만나고 서로의 이름과 라인을 교환 한 이후로 그녀는 줄곧 이런 관계였다. 가까워져 가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겉돌며 서로를 갈구하는. 나는 ‘다시 말 하지만 약혼상대가 있는 사람이라니까?’라고 답장을 보내곤 선배에게 인사했다.
카페를 나가면서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다시 미츠하에게 라인 메시지를 보냈다.
-나 예전에 그린 스케치들을 정리하다가 시골 그림을 그린것도 찾았는데 한번 볼래?
정말 사소한. ‘옜날 그린 그림은 이렇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 뿐 이었다. 만약 내가 이 그림을 발견하고도 그녀에게 보여줘 볼까? 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어쩌면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다음부터는 이런 답답한 스토커 같은 남자 말고 저를 소중하게 생각 해 주는 사람과 만나게 해주세요!!!”
미츠하는 그녀가 일하는 회사 근처의 카페에서 도망치듯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나는 멍청한 얼굴로 카페의 테이블 위에 올려진 그림들과 그녀가 뛰쳐나간 카페의 정문을 바라보다가 이상한 것을 보고 눈을 비볐다.
“이.. 모토리..?”
그것은 분명 무언가 메모했던 자리에 있었던 것 으로 추정되는 단어였다.
이모토리.
5년 전,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오쿠데라 선배와 스카사와 함께 찾아갔던 마을.
8년 전, 대혜성에서 분리되어 떨어진 유성으로 멸망한 마을.
그리고 기적적으로 있었던 재난대피 훈련으로 부상자만 나왔을 뿐 채 사망자는 나오지 않은 기적의 마을.
기적의 마을. 기적.
무언가 흐릿하게 머리위로 떠오르려다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문득 눈에 비치던 단어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비비고 다시 스케치를 내려봐도 여전히 그 메모가 써져있던 자리는 지워진 그대로였다.
“뭐야, 잘못봤나?”
요즘 좀 피곤한 게 아닐까. 이모토리라니.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그림을 가방에 챙겼다.
-도대체 무슨 일 인데 그래?
미츠하에게 라인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Rrrrr!! Rrrrrrr!!! Rrrrr!!
평소 쓰는 알람과는 다른 소리다. 아직도 꿈속에 있는 걸까. 몽롱한 잠에 취해있으면서도 몸을 일으켜 알람소리의 근원을 찾아 손에 쥐었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손에 쥐인 것을 보아하니 언젠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의 화면이 보였다.
06:30.
일단은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켰다.
자그마한 방 이었다. 책상과 침대 그리고 책상위에 올려진 컴퓨터가 전부. 아니, 침대 밑에 세워둔 빨래 건조대. 겨울치고는 아침 해가 밝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방 모습이다.
습관처럼 휴대전화의 메모를 확인했다.
학생때는 하루하루 휴대전화에 일기와 메모를 남겼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던 것 이다.
-친구들은 상냥하고 너도 좀 미남이네.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경험 정말 놀랐어. 영화같은 세상이라 정말 두근두근 했어!(>_<) 내가 실수한 덕분에 초미녀♡ 오쿠데라 선배랑 사이가 좋아졌고♪♫ 알바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오쿠데라 선배랑 역까지 같이 걸어갔어. ★ 나의 여자력에 고마워 하라고♥
“.....”
무언가에 붙잡힌 것처럼.
그래 마치 잃어버린 조각 들을 발견하고 지금까지 미완성이었던 퍼즐에 그 자리를 찾아 채워넣어가는 과정처럼 더듬더듬 일기들을 읽어나갔다.
마치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일기를 번갈아가며 쓴 것처럼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은 파란글씨로 일기가 쓰여져 있었다. 발랄한 소녀같은 문체. 그리고 일기의 맨 위.
-미츠하 필독! 꼭 해야할 일!
1. 아르바이트
2. 머리 묶기 너무 어렵잖아!
3. 카페가서 비싼 디저트 먹지마!
..... .....
..... .....
뚝,
무언가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려 휴대전화의 화면에 떨어졌다.
“물..?”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눈가를 훔쳤다.
“나.. 울고 있어?”
그제서야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이 천천히 완성되며 그 원래 형상을 갖추었음을 느낀다.
고등학생 시절의 나.
그리고 당시에는 살아있을 수 없었던 미츠하.
5년 전, 그 방황의 시기에 맞닥트린 기묘한 사건.
8년 전 갈라진 혜성에 파괴된 마을의 주민이자 죽었어야 했던 소녀인 미츠하와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 몸이 뒤바뀌게 되었던 그 나날들. 소중한 기억들. 그리고 기적처럼 살아난 마을 주민들.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잠깐 사이에 머릿속을 가득 채운 그 기억에 오열하기도 잠시. 기쁨을 만끽할 새를 줄 생각도 없었던 것일까. 갑작스레 울리는 휴대전화에 고개를 돌렸다.
-츠카사 : 오늘 농구시합 나오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오늘은 등교할 때 꼭 체육복이랑 운동화 챙겨와라
그제서야 현실을 자각했다.
나는 이 시절 미츠하와 주기적으로 몸이 뒤바뀌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절의 나에게 미래의 내가 들어와 있다.. 고?
‘설마..!’
나는 휴대전화를 열어 일기장에 보라색 색상으로 새로운 일기를 써넣었다.
-나는 타치바나 타키. 5년 후의 너.
그리고 잠깐 멈춘다.
이유도 모른채 과거의 나와 몸이 뒤바뀌었다.아마 이 시절의 나 또한 미래의 나와 몸이 뒤바뀐 것을 알고 당황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어떤 내용을 남겨야, 이 녀석에게 보다 많은 도음이 될 것인가.
일단 그녀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아직 그녀와 몸이 뒤바뀌는 일은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으로 보이고, 지금 생각하노라면 흐뭇한 미소만 지어지는 투닥거림도 한참이다.
그런 와중에 찬물을 끼얹듯이 내가 개입한다?
어불성설이지.
나는 작성했던 메시지를 쭉 지워내리곤 베란다를 활짝 열었다.
“깨어나서는 이 꿈을 꿨던 것에 대해 최대한 많이 메모하자.”
꿈은 다시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그 형태가 선명해져가는 법 이니까.
책상위에 얹어져 있는 붉은 끈을 손목에 감고 화장실로 들어가 가볍게 세면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 ***
무언가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이모토리에 떨어진 유성. 폐허가 된 마을. 그리고 기적적으로 사망자 한명 나오지 않은 마을. ‘그 날’ 내가 유달리 이상했다고 말 하는 텟시와 사야카.
Rrrrrr!! Rrrrrrr!!! Rrrrrr!!
꿈...?
몸을 덮고 있던 이불 안에서 억지로 팔을 뻗어 휴대전화의 알람을 껐다.
“눈물..?”
무슨 일 인지 울고 있었다. 꿈. 슬프지는 않았다. 행복한 꿈. 하지만 더 없이 슬픈. 그런 꿈.
중요한 기억. 잊고 싶지 않았던 기억. 잊어서는 안될 기억.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추억을 쌓아나가는. 그런 꿈.
“아...”
드르륵-
“언, 니! 또 가슴이나 만지고 있는거... 나쁜 꿈이라도 꿨어?”
“요츠하..?”
먼 곳으로 떠나 가버린 듯한 이름을 되내이며 방문을 열고 꿈의 여운에서 채 헤어 나오지 못한 나를 나무라려는 요츠하와 눈이 마주친 채 그대로 멈춰버렸다. 요츠하는 잠깐 당황한 얼굴로 서 있다가 ‘악몽이라도 꿨어?’라고 말 하더니 ‘오늘 아침은 할머니랑 내가 할 테니까 천천히 나와.’라고 말 하곤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그래. 학교에 가야지. 이불을 개고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꿈 속에서의 기억은 벌써 손에 쥔 모래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그래. 꿈은 꿈일 뿐 이야. 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야지.
채 그런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거울속의 얼굴은 아직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이게.. 도대체..”
얼마나 슬픈 꿈 이었길래.
휴대전화를 열어 습관처럼 매일같이 작성중인 할 일들을 확인했다.
그 와중에 보게된다. 평소처럼 검정색의 글씨로 쓰여진 메모들과 파란색의 글씨로 쓰여진 메모들을.
“이건..?”
그제서야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먹구름들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머리 하기 힘들어!’
중요한 사람.
‘가슴 절대 만지지마!’
잊고 싶지 않았던 사람.
‘브라!! 잊지마!!!’
잊어서는 안될 사람.
‘타키 바보오오!!’
“타키!”
먹구름이 낀 것처럼 답답했던 마음속에 시원한 바람과 함께 구름 사이로 빛내림이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이 한순간에 맑아졌다.
그제서야 당황했다.
익숙한 방 안. 습관처럼 한 행동들. 하지만 기묘한 위화감 그 모든 것이 이미 폐허가 되어 사라진 이모토리의 그 풍경들이다. 거울속에 비치는 내 모습조차도 어린 시절의 그 모습.
휴대전화의 메모들을 읽어가면서 한참 타키와 주기적으로 몸이 뒤바뀌던 시절의 그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공허한 마음속을 채워줄 상대를 찾아 도쿄의 도심을 배회하던 그 끝에 만나 서로의 온기에 기대는 그 때. 바로 내 마음이 자리 잡은 그 때.
그를 위해서 지금의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문득 화장대 한 켠에 걸려있는 붉은 끈을 보며 미소 지었다.
‘아무것도!’
그저 지금에 충실하고, 행복하다면 지금 이 시간대의 나는 슬프고 힘든 시련을 겪어야 할 지언정 결국에는, 그 끝에는 다시 타키와 만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
머리를 땋았다.
*** ***
‘저승의 강을 건넌 이후에 원래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소중한 것을 신께 바쳐야 한단다.’
쿠치카미자케. 신께 바친 내 절반이 담긴 술.
마을 사람 500여명을 구하고 잃어버린 서로의 기억. 하지만 채 말끔히 지워지지 못하고 남아있던 마음속의 공허는 신께 바친 소중한 것이 자리하고 있던 흔적이 아닌 다시 타키와 만나고 다시 소중한 기억들을 쌓아가라는 그들만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웃으며 휴대전화를 들었다.
RRRRRR- RRRRRR- RRRRRR-
아마 그도 나와 같은 꿈을 꾸지 않았을까. 비슷한 꿈을 꾸고, 비슷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지금 그는 내 전화를 받고 무슨 대답을 할까?
아니,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은 이렇게 말 해야지.
“저기.. 어제 저녁에는 미안했어.”
-저기.. 어제 저녁에는 미안했어.
“푸훗!”
-푸훗!
쌍둥이처럼 똑같은 소리를 연달아 내뱉고는 그도, 나도 바보같은 실웃음을 흘려버리고 말았던 것 이다.
다정한 겨울의 아침 햇살이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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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신겨울들되라고
이토모리인지 이모토리인지 아직도 헷갈려서 퇴고는 따로 안함
사실 올 중순인가 쓴거라서 따로 퇴고하고 싶지도 않고
일본 여행 조언받으려고 왔다가 좋은 조언도 받고 념글에 팬픽도 좀 올라가 있길래 가져왔어
필력은 비루하지만 부디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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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추천
오랜만에 보는 팬픽이네요! 잘 봤습니다 ^.^
독특하군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