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너의 이름을 본 건 3월 중순 쯤이었어요

친구가 추천해서 보러 간 영화였는데 처음엔 딱히 내키질 않더군요.

하도 보라고 해서 등 떠밀려 보러가긴 했는데 기존에 애니메이션에 대해 딱히 좋게 생각하질 않아서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온 김에 앉아서 보기 시작했죠.

마침 사람도 별로 없었고 조용해서 보기 좋더라고요.


시작부터 혜성이 떨어지고 독백이 먼저 제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쭉 빠져들어서 보기 시작했어요.

이토모리에 사는 미츠하와 도쿄에 사는 타키가 몸이 바뀌면서 이러저러한 일들이 일어나며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미츠하는 머리를 잘랐고 혜성이 떨어지더군요.


한편 타키는 미츠하에게서 연락이 끊기자 이토모리로 찾아가고요.

어딘지 모르면서도 찾아가는 부분도 꽤나 짠했어요.

결국 이토모리가 3년 전에 혜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사라진 걸 봤을 때 저도 놀랐습니다.

마치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더군요.

문자가 하나씩 지워지는 거 보고 영화보면서 처음으로 한숨 쉬었던 것 같았습니다.


타키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할머니가 알려준 걸 해석해 미츠하의 쿠치가미자케를 마시러 가죠.

결국 둘은 몸이 바뀌며 마지막 기회를 얻습니다.

타키는 언제나 미츠하의 가슴을 만지며 일어나던데, '참 한결같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타키는 테시와 사야카를 설득해서 (테러)계획을 짜고는 산으로 올라가죠.


타키의 몸에 있는 미츠하와 미츠하의 몸에 있는 타키.

서로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는 모습이 정말로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서로에게로 손을 뻗지만 만나지도 잡지도 못하는 그 모습이 안타까움을 더욱 강조시켜줬고요.

카타와레도키가 오면서 두 사람은 서로 만나며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내심 바랬습니다.

하지만 신카이는 신카이였고, 그는 펜떨을 시전했습니다.

어김없이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았죠. 

전 여기서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사탄의 자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이름을 되뇌면서 잊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애절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군요. 

미츠하가 몇 번이나 타키 이름을 기억하려다 언덕에서 구르고는, 좋아해라는 글씨를 발견하며 감싸쥐던 그 모습은 가장 압권이었습니다. 


혜성이 이토모리에 떨어지고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뉴스에 어렴풋이 이토모리에서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그 말을 봤을 때, 기대감을 갖고 쭉 지켜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성인이 된 사야카와 테시가 나오고 미츠하와 육교에서 만나더군요. 

그런데 신카이 이 악마놈은 또...

여기서 끝났으면 진짜 친구놈 가만 안 뒀을 겁니다.

다행히도 시작 부분의 그 장면이 타이밍 좋게 나왔습니다. 

미츠하와 타키는 또 다시 뛰었고 만났습니다. 

너의 이름은.


솔직히 이거 처음 봤을 땐 살짝 이해 안되는 부분도 있고 그랬지만 두 번째 보니깐 확실히 안 보이던 것들도 잘 보였습니다. 

정말 떡밥회수와 같은 게 철저하더군요. 

시작의 독백부터 미츠하의 머리띠까지 철저하게 계산을 했던 것 같아 그런 걸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너무나 잘 건드리는 게 신카이 감독의 특징이란 걸 깨달을 수 있었던 영화였어요.

그 뒤로 3회차 보러 갔다왔고, 4회차도 뛰러 갈겁니다. 


덩달아 신카이 감독의 영화를 다 찾아보게 되었고, 초속, 구름, 언정, 별쫓 등등 좋은 영화들이 여럿 있더군요.

덕분에 느갤까지 와서 1주동안 념글 정주행하고 눈팅하다가 가입했습니다. 

제게 인생영화를 몇 꼽으라면, '너의 이름은.'은 분명히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왜 이걸 이제야 알았나 정말로 후회될 정도로 좋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아침햇살 마시는 게 유래되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영화관에서 누가 아침햇살 마시고 있어서 '왜 저러지'라는 표정으로 봤는데 이제 알 것 같아요.


말이 좀 길어서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정말로 감정이 동하는 영화를 본 탓인지 주체가 잘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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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3~4월쯤에 느그명을 보고 올렸던 후기임

여기서 바뀐 점이 있다면 나는 4회차에서 그치지 않고 20회차를 완료했다는 것과

느갤에서 소개받아 다른 영화들도 접하게 되었다는 점

다른 좋은 영화들을 접하게 된 건 느그명 덕분이라 정말 고마우면서도

나를 갤창인생으로 만든 이 영화가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함


처음으로 영상미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매번 다운받아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게

같은 영화라도 얼마나 큰 차이를 보여주는지 깨닫게 해준 영화임

요즘 가끔씩 느그명을 영화관에서 보게 되면 혜성 나오는 장면에 얼마나 소름이 돋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내가 영알못이라도 영화의 미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음


느그명은 내가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훌쩍거리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고

그만큼 나한테 많은 감동을 선사해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함

더불어 나에게 신카이라는 감독을 소개시켜주기도 했고 덕분에 다른 작품들도 친구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음

그걸 보면서 받았던 감동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도 생기기도 했음


느그명이란 나한테 그런 영화였음

영화를 보는 즐거움에 대해 잊고 살아가며 그저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영화들을 좇을 때

티아매트 혜성처럼 별안간 내 눈앞에 나타나 큰 충격을 선사한 영화

분명 느그명보다 좋은 영화들도 많이 있지만

내가 갖고 있는 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영화를 보는 진정한 재미를 깨닫게 해주었으며

겨우 스크린에 비친 영상을 통해 느낀 전율이나 감동과 같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끼게 해준 그런 영화.


말이 장황해지고 길어지긴 했지만 간추리면

내가 영화라는 것에 대해 알게된 그런 영화가 느그명이란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