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래에서 온 17살 이츠하! - {上} (2글로 나눠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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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ttp://gall.dcinside.com/yourname/110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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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빠 아빠아~! 저거 사줘, 저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솜사탕!"

"얘가! 도대체 돈을 얼마나 쓰려고 하는 거야? 방금 전까지도 카페에서 그렇게 딸기 크림 케이크를 퍼먹어댔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아빠! 딸을 위해 솜사탕 하나 안 사주겠다는 거야아~?"



나, 타치바나 타키는 지금 데이트를 하고 있다.

그것도 미래의 친 딸과 함께 말이다.

미래에서 온 딸인 이츠하는 자기가 살던 시간대의 집에서 미래의 미츠하인 엄마와 같이 대청소하기 싫다고 과거와 원래 시간대로 가는 쿠치카미자케를 챙기고는, 과거로 가는 쿠치카미자케를 마심으로 내가 사는 시간대로 도망쳐왔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이런 저런 일이 있다가, 우리 아버지가 미래의 손녀를 내 여자친구로 착각하곤 이렇게 도쿄 시내에서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나원 참, 미래의 친 딸하고 데이트라니.

무슨 영화도 아니고...



"저기요오! 이 핑크색 솜사탕 하나 주세요! 아ㅃ... 타키 군! 계산 해줘!"

"그래 그래.... 어휴."



나는 또 지갑을 꺼내 아버지가 준 돈으로 솜사탕을 계산했다.

그런데 솜사탕 주인 아저씨가 내게 할 말이 있는 걸까?

아까부터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것 같은데.



"어이, 남학생. 데이트하는 게 재미없다는 표정이구만?"

"네, 넷?!"

"학생 얼굴에 딱 써져 있다고, 데이트고 뭐고 집에가서 게임이나 하고 싶다는 그런 표정이야. 안 그래?"

아저씨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솜사탕을 감싼 비닐을 벗기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집에 가고 싶다는 건 맞지만, 난 게임은 안하는데....



"뭐야아! 타키 구우우우우우운! 나랑 데이트하는 게 그렇게나 싫었던 거야앗?!"

"야야! 진정해 진정!"

"진정하게 생겼어엇?!"



그러면서 이츠하는 자기 볼을 뾰로퉁 불리며, 나의 팔을 찰싹찰싹 때리기 시작했다.



"타키구운! 넌 맞아야 돼! 날 뭘로 보는 거얏!"

"아이고! 아파라, 야 이츠하! 그만 때려, 그만! 아프다구!"

"아프라고 때리는 거얏! 더 맞아! 흥!"

"허허... 여학생 분, 남자친구한테 그쯤 해두셔."



솜사탕 주인 아저씨는 우리 사이에 끼어들며 이츠하가 날 때리는 걸 말려주었다.

고맙긴 한데, 이 아저씨 병 주고 약 주시네...



"여자친구가 그렇게 남자친구를 때리면, 남자친구가 진짜로 삐져서 토라질수도 있다구? 좀 자제하도록 해. 특히 어린 커플일수록 작은 일에도 잘 깨지는 법이라고."



그렇게 말을 잠시 끊은 아저씨는 손에 들고 있던 솜사탕을 막대기 부분까지 비닐을 능숙하게 벗겨냈고, 이츠하에게 내밀며 말했다.



"자, 여기 솜사탕이란다! 맛있게 먹으렴."

"왕! 솜사타아아아아앙~!♡"



이츠하는 방금 전만해도 화냈던 소악마의 표정은 어디가고 천진난만한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며, 복실복실하고도 탐스러운 핑크색 솜사탕을 냉큼 받아 왼손으로 한움큼 뜯어내 자기 입 안을 향해 가져갔다.

솜사탕 한움큼이 17살 여자아이의 입 안에서 잠시 혀를 즐겁게 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달달함, 부드러움.

당분 덩어리 특유의 끈적끈적하고도, 뇌를 즐겁게 해주는 그 느낌...

그리고 이내 목적지인 목구멍으로 직행했고, 이츠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마씨쪙!"



핑크색 솜사탕을 한입 맛 본 밤색머리 소녀의 첫 시식 후기였다.



"그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말이냐? 이츠하."

"아, '마씨쪙' 이라는 말은 우리 시대의 유행어라구! 내가 타키군에게 좋은 거 가르쳐 줬네, 그치?"

"엥? 그쪽 여학생, 우리 시대의 유행어라니? 무슨 소릴하는 거니?"



솜사탕 주인 아저씨가 이츠하를 향해 궁금하단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헤헤, 이건 아저씨한테만 말하는 비밀인데요오! 저는 사실 미래에서 온...으읍?!"

"아하하! 죄송합니다, 아저씨! 얘가 좀 이상한 거짓말을 하는 버릇이 있어가지고요! 이만 가볼게요, 자 가자 이츠하!"

"읍! 으으읍! 읍읍!"



얘가 정말, 뭐하는 짓이야?!

나는 미래의 딸의 입을 황급히 막으며 가녀다란 손을 붙잡곤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너, 제정신이야?! 응? 왜 모르는 사람에게 네 정체를 들어내려고 하는건데!"



나는 미래의 친딸을 대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 들어 와 훈계를 하고 있었다.

딸은 원망스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며 반항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딸이니까 봐준다는 표정없이 더욱 험악한 표정을 지어가며 목소리를 높혔다.



"나나 미츠하, 그리고 텟시와 사야카는 그렇다 쳐도, 모르는 사람에게 네 정체를 드러내선 안 되지! 너도 그정돈 인지해야될거 아니야!? 그런데 넌 왜 조심성도 없이 자기 정체를 말하려 해? 앞으론 조심하라고!"

"피이.... 아빠가 무슨 상관인데."

"그걸 말이라고, 이츠하! 난 네가 걱정되서 하는 말이라고!"

"..힝, 과거의 아빠한테도 혼나다니. 괜히 쿠치카미자케를 마셔서 과거로 왔나 봐."



이츠하는 막대기의 끄트머리에 나풀나풀거리며 간신히 달려있는 병아리 크기의 솜사탕 조각을 손으로 떼어내며 마저 입안에 넣고는, 우물거리며 말했다.



아니, 내가 이렇게 이츠하를 걱정해주는데.

이츠하 얘는 전혀 자기 정체가 탄로나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거나 하는 기색이 없잖아?

얘가 진짜... 부모의 마음을 뭘로 보는 거야.



"있지, 아빠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

"뭐?"

"생각해 봐! 내가 진짜로 미래에서 왔다는 걸 얘기해도 믿어줄 사람이 어딨겠어? 그냥 귀여운 여자애가 하는 농담인가 보다~ 하고 말지, 진짜로 믿어줄 사람이 어딨겠냐구웅!"



이츠하는 솜사탕을 다 먹고 난 막대기의 끄트머리로 내 가슴을 가볍게 쿡 찌르며 앳된 여자아이의 앙탈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나의 얼굴 코앞까지 자기 얼굴을 내밀었다.

참으로 천진난만한 성격을 가진 소녀였다.

대체 미래의 나와 미츠하는 어떻게 키웠길래 이런 성격을 가진 딸로 만들었을까...?



"...아빠, 왜 그래? 할 말이 없는 거야, 응?"



이츠하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막대기로 내 가슴을 쿡 찌르고는 궁금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대답 안 하구 내 눈만 바라보고 있어? 응~? 말문이 막혔어?"

"휴우... 그래, 네 말대로 내가 너무 오지랖이 심했나보다. 네가 미래에서 왔다는 걸 믿어줄 사람이 없겠지."



나는 지친다듯이 내뱉었다.

이런 아이에게는 무슨 호통을 쳐도 말짱 도루묵이겠지...



"그래에! 과거의 아빠두 인정하네에, 그러니 이만 여기 벗어나구 좀 더 재밌는데로 놀러가자! 빨리이이이잉~!"



내 눈앞에 있는 소녀는 자기 아빠가 자기 의견에 동의하자 기쁜다는 듯이 폴짝폴짝 뛰며 밤색 긴생머리를 찰랑거렸다.

그리고는 자기 오른팔을 내 왼팔을 껴안고는 둘만 있는 골목길에서 외쳤다.



"다시 시내로 GO~!"

"그래그래..."



그렇게 이츠하에게 끌려가다시피, 지갑에서 돈을 거덜내게 할 시내로 걸어가던 중-



"응....?"



갑자기 나의 등 너머로 알 수 없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 느낌은 몹시도 서늘했고, 차가웠다.

뭐지...?

나는 목을 돌려 뒤를 쳐다보았으나, 뒤쪽에는 사람은 커녕 떠돌이 개나 길고양이 조차 보이지 않았다.

내 착각인가...?



"아빠? 왜 갑자기 뒤를 봤어?"

"...등 뒤에서 소름끼칠 듯한 시선의 느낌을 받아서..."

"으응? 난 그런 느낌 하나도 못 느꼈는데에~? 아빠가 착각한거 아니야?"

"그렇겠지..?"

"아빠 신경이 너무 예민한 거일거야, 자! 빨리 시내로 갑시다아!"

"...응."



이츠하는 걱정 하나도 할거 없다는 표정으로 말하며 걸어갔지만, 나는 알 수 없는 시선의 느낌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다시 느껴보고 싶지 않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시선의 느낌이었다...











"너의 전! 전! 전! 생부터 나를 너를 찾기 시작했어~! 그 멋쩍게 웃는 얼굴을 찾으려고 여기에 온 거야!"



이츠하는 오른손으로는 마이크를, 왼손으로는 탬버린을 들고는 신이나라 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

시내로 오자마자 이츠하는 "노래방! 노래방 가구 싶어엉! 노래방 가자! 노래방~♡" 하며 근처에 있는 노래방에 끌리다시피 들어갔다.

그리고 카운터에서 커플 방으로 안내받았고 들어오자마자 이츠하는 눈을 반짝거리며 노래방 기기를 재빠른 손놀림으로 조작해 선곡을 마쳤다.

그렇게 이츠하가 지금까지 부른 노래만 벌써 열번째 곡이었다.

신났구만, 우리 딸....

나는 지쳐서 그런지 노래를 부르고 싶지않았고, 시끄럽게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에 약간의 피곤함을 느끼며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대었다.



"아빠아! 아빠도 탬버린 들고 호응이라도 해줘엇! 아까부터 나만 노래 부르고 있잖아앗!"



이츠하는 노래부르다 말고 마이크로 자기 목소리를 쩌렁쩌렁 울리며 나에게 말했다.



"남자 주제에 왜 이렇게 힘이 없어엇?! 딸과 함께 하는 데이트인데, 뭐하는 거얏! 여기 마이크 들엇!"

"이츠하... 좀 피곤하다고. 아빠 좀 잠시 쉬게 해주라."



생각해보니, 이츠하가 내가 사는 시간대로 오지만 않았어도 나는 집에서 씻은 뒤에 바로 낮잠을 잤을 것이다.

학교를 끝내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같이 농구를 해 몸을 쉬게해야 하는데, 쉬기는 커녕 미래의 딸에게 이리저리 끌려가는 꼴이라니.



"피곤하다구? 아직 밤도 아닌데에~? 과거의 아빠는 왜 이리 쌩쌩하질 못해엥!"



이츠하는 마이크로 자기 목소리를 울려가며 따졌다.

내 입장은 고려 안해주는 거냐...



"어휴, 계속 혼자 노래 불렀더니 목이 말라죽겠네. 아빠! 음료수 사게 돈 좀 줘!"



한 시간동안이나 쉬지않고 목을 혹사시킨 이츠하는 잠시 마이크를 탁자에 내려놓고, 나를 향해 돈을 내놓으라는 듯이 한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 녀석, 돈 참 펑펑 써제끼네...

뭐라 한 마디 던지고 싶었지만, 몸이 피곤해 말 싸움할 힘도 없었다.

별 수 없지, 뭐.



"그래. 여기 돈 줄테니까, 카운터에서 내 음료수도 사 와. 시원하면서도 안 단걸로."

"시원하면서도 안 단거어~?! 그냥 음료수 이름을 딱 말햇!"

"...그럼 그냥 캔 커피."



이츠하는 돈을 냉큼 받아들이곤, "흥, 과거의 아빠는 너무 애매하게 말행~!" 이라는 말과 함께 어두컴컴한 이 방에서 환한 복도로 향하는 문을 열고 빠져나갔다.

나는 골치 아픈 존재가 잠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몸이 풀리며 머리 속이 약간이나마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잠깐 눈 좀 붙일까."



그렇게 나는 이츠하가 카운터에서 내가 살 음료수를 고르느라 잠시 고민이 빠져 늦게 오기를 빌며, 푹신푹신한 소파에 누워 피로를 푸는 시간을 가졌다...









"뭐야, 과거의 아빠는! 실망이야."



나는 과거의 아빠가 준 돈을 들고 카운터로 걸어가며 투덜거렸다.



"내가 뭣 때문에 엄마의 맛 없는 쿠치카미자케를 마셔가며 과거로 왔는데!"



실망이다. 저런 아빠는!

과거의 아빠가 너무 재미없다.

정말로 재미없다! 진짜!



"여기에서 잠시 17살의 아빠랑 지내면서 재밌는 일상을 보내고 싶었는데... 엄마는 어쩌다 이런 재미없는 남자와 결혼 한 건지 이해가 안 가네"



과거의 아빠는 나의 시간대에 있는 아빠와 딴판이었다.

반응이 하나같이 다 무뚝뚝했으며, 정체를 들어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며 호통을 냈고, 노래방에 와도 나 혼자 노는 것 같았다.



나의 시간대의 아빠가 여기 있었다면 귀엽다며 같이 노래도 부르는 건 물론이고 호응도 잘 해줬을텐데...



"어서 오세요, 학생. 뭐 필요한거 있어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카운터 앞에 도착한 나였다.

노래방 카운터 앞에는 여러가지 종류의 음료수가 있다고 적혀 있는 커다란 팻말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물, 콜라, 오렌지 주스, 캔 커피 등... 응?



"아저씨, 여기 팻말에 적혀있는 '카레 라무네' 라는 음료는 뭐에요오~?"



생애 처음으로 보는 음료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것도 옆에다 [※ 주의: 맛과 향이 매우 독함! ※] 이라는 경고문까지 적어놓곤 말이다.

이젠 하다하다 카레로 음료수를 다 만드나?



"아 그거? 나도 마셔보진 않았는데, 앵간해서는 추천해주고 싶진 않은 음료수란다. 허허..."



주인 아저씨는 그렇게 쓸씁하게 웃으며 말하셨다.

뭔가 이유라도 있나?



"저거 괜히 주문했어. 인터넷에서 잠깐 봤는데, '인도인도 깜짝 놀랄 맛!' 이라길래 한번 혹해서 다량으로 구입했거든. 근데 내가 한번 마셔보려고 했는데... 뚜껑부터 여니까 카레 냄새도 아닌 뭔가 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더라? 환불도 못해가지고 혹시 이거 마시는 사람 있을까해서 판매 목록에 넣었단다. 으휴, 다음엔 저런 거 절때 안 사야지..."



순간, 과거의 아빠를 또 골려 줄 좋은 아이디어의 예감이 들었다.

피곤에 찌든 아빠라도, 저런 독하다고 하는 음료라면 한 방에 깨겠지?



"오렌지 주스랑 캔 커피, 그리고 저 카레 라무네 하나씩 주문이요오~"

"...정말이야, 학생?"

"네!"

"마시고 환불해달라고 하면 안돼, 학생? 안 그래도 이 음료 사가곤 잠시 후에 이게 뭐냐고 따져서 환불해달라는 손님도 있었다니까. 정말."


주인 아저씨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오렌지 주스와 캔 커피, 그리고 플라스틱 용기 안에 들어 있는 진한 노란색의 카레 라무네를 카운터 뒤쪽에 있던 큰 냉장고에 걸어가 주문 목록을 하나씩 꺼냈고, 나는 금액에 맞는 돈을 지불하고 거스름 돈을 건내받았다.

나는 거스름 돈을 주머니에 넣고 카레 라무네의 냄새가 얼마나 독한걸까 하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바로 뚜껑을 개봉해보았다.



"아니, 이게 뭐야앗?!"



뚜껑을 열자마자 독한 향기가 파퀴아오처럼 나의 코에 연타를 날린다!

눈으로 봤을땐 망고 주스마냥 달달하고 약간의 신맛이 날 듯한 색깔의 음료로 보였는데, 그 색깔의 내면에는 독하디 독한 냄새가 자리잡곤 내 코에 쳐들어가 고통어린 후각을 맛보게 하고 있었다...

이 이상 맡다간 내 후각이 퇴화되어 이상해질 것 같다고 생각한 나는 독한 냄새가 내 코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뚜껑으로 봉쇄해버렸다.



"으윽... 적어도 내 취향은 아니네..."

"하하, 뚜껑을 이미 개봉했으니까 환불은 안되는 거 알고 있지?"

"히힛, 환불할 생각은 없어요오~"


그렇게 나는 내가 먹을 오렌지 주스와 과거의 아빠가 마실 캔 커피와 카레 라무네를 들고 커플 방으로 걸어갔다.

내 머릿속에서 피어나는 음흉한 계획과 함께 말이다.



"후후후... 잠~시만 기다리라구, 아빠..."










"타키 군~♡ 일어나..."

"응...?"



어딘가에서 부드럽고도 따스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일어나보니, 나는 내 방의 침대에서 숙면을 취하는 중이었는지 흰 티셔츠에다 짧은 운동복 바지를 입고 있었고 거실에서는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키 군! 사랑스러운 아내가 아침 밥을 해주는데, 거실로 안 나오고 자기 방에서 잠만 잘꺼야? 얼릉 나와~"



이게 무슨 소린가?

사랑스러운 아내라니? 이게 뭔 소리야?!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난 아직 고등학생 아닌가...



"타키 구우우운! 아직도 자고 있엇?!"

"아! 응, 나갈게!"



나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으나, 일단 내 방에서 나가 아침 밥을 하고 있다는 여자의 낯짝이라도 봐둘까하는 마음으로 거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 본 것은-



"요 늦잠쟁이 남편같으니라구, 드디어 왔네!"

"미, 미츠하?!"



미츠하가 우리 집에서 앞치마를 한 채, 냄비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국자로 휘휘 젓어가며 무언가를 요리하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했으나 미츠하는 이 상황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요리가 다 되었는지 보온 장갑을 끼곤 냄비를 들며 내게 고개를 돌렸다.



"타키 군, 식탁에 냄비 놓게 뭐 놓을 것 좀 놔줘."

"응? 냄비 놓을 거? 아, 그래..."



식탁을 바라보니, 평소에 우리 집에서 썼던 아담한 크기의 흰 접시에 담긴 새하얀 밥 두 그릇과 함께 여러가지 반찬들이 놓여져 있었다.

상황이 이해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미츠하의 말대로 뜨거울 냄비를 식탁 중간에 놓을 만한 걸 찾다가, 그냥 옆에 있던 책꽂이에 꽂아있던 두껍고 큰 잡지를 하나 꺼내 식탁위에 두었다.

미츠하는 그 잡지 위에다 냄비를 놓고는 국자로 냄비 안에 있던 금색의 내용물을 듬뿍 퍼, 밥이 담긴 흰 그릇을 모락모락 연기나는 금색의 내용물로 밥 위를 덮고 있었다.

금색의 내용물의 정체는, 카레였다.



"밥을 얹고~ 카레도 듬뿍 얹고~ 자! 아침은 미츠하표 카레라이스야~♡ 맛있게 먹어, 타키 군!"



미츠하는 냄비에 카레를 다 덜어내자 자기 자리에 앉으며 본격적인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나도 자리에 앉아 숟가락으로 카레 소스를 한 번 맛보기 위해 한 숟갈 푸고, 입으로 가져갔다.

아니, 가져가려고 했었다.



"으...응?! 냄새가 왜 이래?"



이건 카레 냄새가 아니다.

이것은 마치 아버지가 예전에 독한 양주를 가져와 뚜껑을 열어봤을때 났던 냄새같은데...

아니, 그 냄새보다 더 심해!

뭐길래 카레 냄새가 이리 독하지?



"냄새라니, 타키 군?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타키 군, 코가 이상한 거 아니야?"



내 앞에 앉은 미츠하는 잘만 숟가락으로 카레를 뜨며 말했으나,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이런 걸 먹다간 내 혀가 남아나질 못할 거 같아...


"미츠하, 미안한데 이 카레 냄새가 너무 역해! 나 그냥 밥 새로 푸고 반찬이랑 먹을게."



난 아침부터 끊였다고 한 카레를 멀리하고 밥솥에 밥이 남아있나 하고 자리에 일어났다.

허나 미츠하는 나의 그런 행동이 마음에 들이 않았는지, 방금 입안에 들어간 카레라이스를 빠르게 우물거리곤 꿀꺽 삼키고는 표정을 찡그리며 나에게 따졌다.



"뭐어~?! 이 내가 아침부터 널 위해 정성으로 카레를 끓였는데! 얼른 먹엇!"

"아니, 이 역한 걸 어떻게 먹으라구! 싫어!"

"아내가 아침부터 만든 음식인데도?! 일단 한 입만 먹어 봐! 얼른!"

"싫다니까! 나 그냥 맨 밥에다 반찬만 먹겠다는 게 뭐 어때서?!"

"안되겠어, 타키 군에게 강제로라도 카레를 먹여야지, 이리 왓!"



그리고 미츠하는 자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내 숟가락을 들곤 입도 대지 않은 카레라이스를 한 숟갈 퍼 나에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눈앞에 있는 여자는 더 이상 미츠하가 아닌, 나에게 고통을 안겨 줄 사악하고도 광기어린 마녀의 모습이 일렁거렸다......

저 카레 라이스를 먹게된다면 분명 평생을 후회하는 일이 생길거라고 직감한 나는 등을 돌려 집 밖으로 나가는 현관 문으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타키구우우우우우우운!!!! 어 딜도 망가?! 이리로 왓!"

"저, 저리 가!!!!! 으아아아아아아악!!!!"

미츠하, 아니 카레라이스라는 이름의 독극물을 들고 쫓아오는 마녀는 무서우리 만큼 내 뒤를 바싹 따라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단 잡히고 말거야!

나는 발을 틀어 현관문이 아닌 내 방으로 돌진했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공포스러운 마녀가 나의 마지막 보루로 난입하기 전에 얼른 문을 닫고 잠궈버리는데 성공했다.



"휴우.... 다, 다행이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느끼며,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이제 살았어.

여기서 잠시 있다가...



"...타키 군, 내가 문 잠군다고 못 들어 갈 줄 알았어?"



어?!

내 뒤에 방금 전 나를 쫓아오던 미츠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환청이라도 들리는 건가...? 아니겠지?



온 몸에 소름돋는 두려움이 피어오르는 걸 느끼며 나는 고개만 천천히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미츠하였다...

카레라이스로 위장한 독극물을 든.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뇌가 상황을 인지하자,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결론과 함께 엄청난 공포의 감정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어떻게 미츠하가 여기 있는가?!

어떻게?!



"후후후후... 타키 군, 나의 정성어린 카레라이스를 먹어..."


저건 미츠하가 아니야.

미츠하의 탈을 쓴 마녀가 분명해!

공포의 감정 속에서 자그맣게 피어난 나의 생존욕구가 내 몸을 움직이게 했고, 곧바로 일어나 잠긴 문을 열고 밖으로 탈출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그 앞에 또 하나의 미츠하가 서 있었다.



"도망가지마, 타키 군."

"흐익??!!"



이게 무슨 상황인가?

미츠하가 앞에도 있고 뒤에도 있었다.

둘은 서로 조금씩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그렇게 나에게 좁혀오며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히, 히이이익!! 미, 미, 미츠하아아아아앗! 살려줘! 카레라이스따윈 먹고 싶지 않아!"



나는 필사적으로 뒷걸음칠 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으나, 그녀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타~키~구~운~?"



끝내 다가온 그녀들의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팔목을 붙잡고는, 카레라이스가 들은 숟가락을 내 얼굴 코앞에 들이미며 속삭였다...



"카레 머겅!"










"흐아아아아아악!!!!!"

"꺅! 깜짝이얏, 왜 소릴질러 아빠?!"

"헉?! 꾸, 꿈이였나..."



꿈에서 깬 나는 자고 있던 소파에서 박차고 일어나며, 옷을 쩍 달라붙게 할 만큼이나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정말이지, 꿈이 뭐 이딴 식이야?!



"우리 아빠, 뭐 악몽이라도 꿨나 보네에~ 무서웠쪙, 우쭈쭈."

"이츠하, 장난치지 말구... 아, 캔 커피 사왔냐? 좀 주라. 목 좀 축여야겠다."

"아, 캔 커피 마시기 전에 이 카레 머겅!"



뭐라고?



"이츠하, 방금 뭐라고 했냐?"

"응? 캔 커피 마시기 전에, 이 카레부터 머겅~"

"...이츠하, 이건 딱 봐도 카레가 아니잖아. 그냥 망고 주스처럼 보... 아니, 뭔 냄새야, 이건!"



겉보기에는 시원하고 달짝시큼해보이는 주스였으나, 그 내용물에서 뿜어나오는 냄새는 가히 살인적이라 할 만큼 강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이츠하 얘가 정말...!



딱콩!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이츠하의 정수리에 꿀밤을 놓아주었다.

이츠하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 맞은 부위를 양 손으로 감싸며 성난 목소리로 내게 따졌다.



"아야! 왜, 왜 때리는 거얏?!"

"넌 두 가지 죄를 저질렀어. 알아?"

"히잉, 죄는 무슨 죄! 아빠, 너무해!"

"첫째, 내가 준 돈으로 그 쓸때없는 음료수를 산 죄. 둘째, 그 쓸때없는 음료수를 나에게 먹이려 한 죄. 말해 봐, 이츠하. 왜 그 음료수를 샀는데?"

"... 첨엔 몰래 먹이려고 했는데, 아빠가 자고 있어서 잠든 아빠를 단숨에 깨워볼려구 ..."

"이 녀석이!"



좀 더 혼나야겠구만.










카운터에 홀로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던 노래방 가게 주인은 재밌다고 생각하는 채널이 없었는지, 채널을 바꾸는 버튼이 거의 닳아버린 리모콘만 하염없이 조작하고 있었다.

돌려도 돌려도 광고에다, 한물 지나간 개그나 치는 예능 프로그래에, 별로 감흥이 되지 않는 지식 채널 등...



"지루하구만, 진짜."



노래방 주인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손님들이 목청껏 부르는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지루할새도 없나 봐...



"실례합니다. 혹시 이 노래방에 갈색 밤톨머리 남자애와 밤색 긴 생머리의 여자애가 같이 오지 않았나요?"



헉, 손님이다. 언제 왔지?




"갈색 밤톨머리 남자애다 밤색 긴 생머리 여자애...? 아! 여기 아직 있습니다만, 혹시 그 아이들과 무슨 관계신지...?"

"아하하... 그 아이들의 부모입니다. 잠시 얘기할게 있어서 말이죠."

"그러시군요. 저쪽 커플 방에 있으니 찾아가보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자신을 커플 방에 들어간 손님의 부모라고 밝힌 사람은 곧장 커플 방으로 걸어갔다.

근데, 기분 탓이겠지..?

노래방 가게 주인은 무언가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며, 저 사람이 커플 방에 들어가면 큰일이 벌어질 듯한 기분이 드는 거 같았다...



"아니야, 별로 수상해보이지도 않았는데."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은 가게 주인은 속으로 별 일 아니라고 다짐하며, 리모콘을 다시 조작해 지루함을 덜어줄 채널을 찾는 일에 전념했다.








"아빠를 깨울거면 그냥 흔들어서 깨우면 될거 아니야, 그치?"

"..."

"너희 할아버지가 직장에서 힘들게 번 돈을 이딴 음료수를 사는데 낭비하다니, 잘못했어 안 했어?"

"..."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된 거야, 어? 말 좀 해봐!"

"...힝."



'힝' 이라니.

고작 할 말이 그것밖에 없냐... 어휴.

진짜 내 피를 이어받은 딸이 맞는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다.

이츠하는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가 않았다.

미래의 나나 미츠하가 여기 있었으면 좋으련만.......

.

..

...

응?



또다시, 서늘하고도 느끼고 싶지 않았던 느낌이 방문 밖에서 밀려오는 듯했다.

그 골목길에서 느낌이야. 틀림없어...



"아빠, 왜 문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야..?"

"...이츠하, 쉿."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문 너머에서 끝없는 분노심과 함께 무언가가 다가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문고리가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문이 활짝 열리고, 열린 문에서 나온 사람의 정체는 바로.........



그 날, 이츠하가 멋대로 찾아와 나와 미츠하, 텟시, 사야카가 미래로 가는 쿠치카미자케를 마시고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이츠하의 어머니이자, 장차 내가 결혼하게 될 상대인......

현재 시간대에 있는 미츠하와 다르게 긴 생머리 헤어스타일로 꾸민,



미래의 미츠하였다...!







"이~츠~하~?!"

"어....엄, 엄마?!!! 엄마가 왜 여깄는 거야앗!!!"

"네가 집에 있는 쿠치카미자케 다 훔쳐갔다고 내가 과거로 못 갈 줄 알았니? 다 방법이 있지."



그리고 그녀는 자기 왼쪽 어깨에 매고 있던 큰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내자, 이츠하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을 쩍 벌렸다.



"그, 그, 그 쿠치카미자케는 어디서 갖고 온거얏?!"



이츠하가 입을 다물지 못하며 자기 엄마에게 소리쳤다.

딸이 놀라는 모습을 보며 씩 웃은 미츠하는 여유롭고도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급하게 네 이모 요츠하에게 가서 요츠하가 만든 쿠치카미자케를 빌렸지, 그것도 마시면 이 시간대로 올 수 있더구나. 후후후..."



그녀는 여동생의 쿠치카미자케를 마시고 딸을 쫓아온 것이었다...

딸을 이렇게까지 쫓아오다니, 미래의 미츠하는 정말이지 집념 하나는 대단하구만.....



"그러니 일단 이 엄마에게 몇대 맞고 시작하자구나, 이.츠.하.♡"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아, 아빠앗! 살려줘어어엇!!!"

"자업자득이야, 이츠하."

"꺄아아아아아악!!!!"


나는 도움을 요청하는 이츠하를 무시하고, 소파에 다시 앉아 캔 커피를 따며 느긋하게 모녀를 구경하기로 했다.

이츠하는 자기 엄마에게 시끄럽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미츠하는 목소리를 높히며 혼통내고 있지만...



어짜피 주변에서는 다른 손님들의 목청껏 울리는 노랫소리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겠지.

큭큭, 쌤통이다. 이츠하.......





- 하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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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을 이제야 써 올리네요;

분위기를 어떻게든 재미있게 흘러가게 하려고 쓰면서 생각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이 부족한거 같군요.

마지막 하편의 스토리를 마무리 지으려면 또 머리 써가며 시간 많이 잡아 먹겠네요.

기말고사도 12월 중순에 있는데 아이디어가 생각 안나면 다른 단편 팬픽이나 쓰고, 인슐린 콘이나 연말 콘도 쓰고 싶은데 기말이 있어서 그리 쓰는 시간이 많지 않네요....

만약 하편 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기말 전에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올려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p.s: 참고로 카레 라무네는 일본에 진짜 있는 음료입니다.

나X위키 둘러보는 중에 어쩌다 처음 알게 되었고, 마셔보지 못한지라 제멋대로 상상해 묘사해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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