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4b2c534ebd335a3&no=29bcc427bd8477a16fb3dab004c86b6f858e30ebd71dc5072fdb292b7f11db333a5dc4dcad19c535c56c09607e5e3128fe52dafaffa356b8a0cc


※ 내가 쓴 다른 글


   "너의 이름은." 2차 창작 목록


※ Comment


   오랜만에 새로운 글로써 여러분을 찾아뵙습니다. 미츠하와 요츠하의 이야기로 풀어봤습니다.



무녀의 춤을 다시 한 번



#1. 연예대회!


퇴근길은 언제나 즐겁지만, 퇴근길의 지하철은 그렇지 않다. 부족한 산소, 불쾌한 옆 사람의 숨소리, 사방에서 밀려오는 압박감. 고향을 떠나 도쿄에 온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이제는 도쿄 사람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적응한 것 같았지만, 도쿄의 북적거리는 지하철은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친구였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하루 동안 회사에서 근무하는 시간보다도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정도로 지하철은 답답할 뿐이었다. 하필 집과 직장의 위치가 버스보다는 지하철로 다니는 게 더 편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참는다마는 돈을 모으면 출퇴근을 위한 소형차라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인해 머리가 몽롱해질 무렵, 마침 여동생 요츠하와 같은 교복을 입은 두 여고생이 떠드는 이야기가 나의 고막을 자극했다.


“유미, 그 이야기 들었어? 다음 달에 동네 시장에서 연예대회를 한대.”

“연예대회? 쟁반 돌리기나 마술 같은 거?”

“뭐, 장기자랑이라고 보면 돼. 나가볼래?”

“다음 달 기말고사인데 공부 안 하니?”

“그거 우승하면 1박 2일 온천여행이래! 나가자 나가자!”

“네 중간고사 성적이나 보고 말하세요…”

“피…”


어린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니 뭔가 재미있어 웃음이 나오면서도 학업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공부 때문에 고생하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니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말고사를 응시할 필요가 없는 나는 연예대회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연예대회라…’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에 몰두하던 그 당시의 나는 뭔가 장기라던가 특기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연예대회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뭔가 배워서 나가기에는 참가상도 안 줄 것 같았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가서 구경하는 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다녀왔습니다.”

“ㅇㄴ, ㅇㅅ ㅈ ㄷㅇㅈ” 요츠하의 목소리가 방 건너편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뭐라고? 안 들려!”

“와서 좀 도와달라고!” 뭔가 일을 바쁘게 하는 모양이었다.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집에서는 요츠하와 아버지가 마스크를 쓰고 집안의 가구를 다 들어내서 청소하고 있었다. 가구는 모두 원래 위치에서 이동시켰고, 책장에 놓여있던 장식품과 도서들은 다 빼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집안은 온통 난장판 그 자체였다.


“둘이서 뭐해요?”

“뭐긴 뭐야 청소 중이지! 언니도 와서 좀 도와줘!” 요츠하는 손걸레를 흔들며 나 역시 청소를 거들라고 소리쳤다.

“이제 회사에서 돌아왔는데 너무하네!”

“미츠하, 청소 힘든 건 다 끝났고 걸레로 한 번 닦으면 되니까 그것만 해 줄래?”

“알았어요. 대신 밥 하는 거 좀 도와주세요.”


아버지까지 청소를 도와달라고 하시니 결국 나도 집 안 청소를 거들 수밖에 없었다.



청소가 끝나고 나서 4인 가족은 정말 오랜만에 다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고향에서 지내던 시절에는 아버지만 따로 지내셨고, 재난 이후에는 나도 입시와 취업, 그리고 야근으로 밤새 밖에서 지낸 탓에 이러한 시간은 정말 특별했다. 식탁에는 간만에 네 식구의 웃음꽃이 피었다.


“아 맞다, 다음 달에 옆에 있는 전통시장에서 연예대회 한다더라. 우리 두 딸 한 번 나가 봐.”

“가고는 싶은데 할 게 없어서…” 나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한창 기말고사라서 안돼요.” 요츠하는 요즘 예민해서인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왜 할 게 없어? 너네 이토모리에서 추던 무녀의 춤 있잖아.” 아버지는 나름대로 기대하고 계신가보다.

“그거 기억이 안 나는데…”

“기말고사라니까요? 그리고 고등학생이 무슨 무녀 옷을 입고 춤을 춰요?”


요츠하가 펄쩍 뛰는 모습을 보니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나와 사이가 좋지 않던 마츠모토 패거리가 우리 신사에 와서 무녀 입 술을 만들던 걸 보였던 적이 있었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서 내가 얼굴을 붉히고 있을 때, 그까짓 거 친구들이 본다고 뭐 어떠냐고 지껄이던 꼬맹이가 하나 있었다. 그런 애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드니 무녀 옷을 입고 춤을 못 춘다고? 이건 분명 신이 내게 선물해주신 복수의 기회였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아빠! 저 요츠하랑 둘이 나갈게요!”

“언니, 제정신이야? 나 기말고사라니까?” 요츠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무녀 옷 입고 음악 들으면 몸이 알아서 반응할걸?”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글쎄,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을까?” 나는 동생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 계속 킥킥대고 있었다.

“음악 카세트라면 여기 있다. 오래되긴 했지만, 너희가 예전처럼 춤추는 고운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싶구나.” 할머니도 나의 편이었다.

“우리 가족 이상해! 최악이야!”


요츠하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자기 방문을 쾅 닫았다. 30분 뒤, 설거지가 끝나고 나는 동생 방문에 포스트잇을 하나 남겼다.


‘매일 저녁 10시부터 1시간씩 연습할 것임!’


그리고 그 밑에 아주 작은 글씨로 한 문장을 더 적어넣었다.


‘그래도 기말고사 1주일 전에는 봐줄게.’



#2. 연습!


퇴근길은 여전히 재미가 없었다. 여전히 산소가 부족하고 묘한 냄새가 풀풀 나는 지하철은 불쾌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오늘의 퇴근길은 이전과는 달리 기대감이 있었다. 바로 동생과의 연예대회 참가를 위한 연습이 있기 때문이었다. 야근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도 회사가 바쁜 시기를 넘기고 여유가 있을 시즌이라 연습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라. 요즘은 일찍 오는구나.” 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네, 이제 비시즌이라 여유가 조금 있어요. 요츠하는요?”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이제 집에 온다는구나.”

“그런데 아빠는 무녀 춤을 별로 안 좋아하지 않으세요? 이토모리에 있었을 때만 해도…”

“무녀 춤이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지금은 아무런 악감정도 없다. 두 딸이 예쁘게 차려입고 춤추는 모습이 보고 싶구나.” 아버지는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네, 열심히 할게요!” 나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마침내 10시가 되었다.


“요츠하! 연습하게 빨리 나와!” 나는 동생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빨리 나와! 1시간만 연습하는 거니까!” 나는 동생 방문 앞에 자리를 잡고는 문을 계속 두드렸다.

“으아! 시끄러워! 가면 될 거 아니야!” 요츠하는 운동복을 입고는 방문을 열고 나왔다.

“이거 무녀 옷 입고 연습하자. 그러면 몸이 기억할지도 몰라.” 나는 얼굴에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무녀 옷을 동생에게 내밀었다.

“그거 초등학교 때 맞춘 옷이잖아!”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정색을 했다.



“언니, 솔직히 말해.”

“뭐가?”

“무슨 꿍꿍이야?” 요츠하가 뭔가 낌새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들키면 끝이다.

“꿍꿍이? 그런 거 없어. 이거 상 타서 가족여행 가고 싶은 건데?”


요츠하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언니, 나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 나.”

“음악 들으면 다 기억 한다니까?”


일본 전통 악기의 선율이 흘러나오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잡아떼던 요츠하는 몸을 살랑살랑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악에 맞추어 팔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기도 했고, 발끝을 축으로 삼아 천천히 돌기도 했다. 춤을 안 춘 지 7년가량 되어서인지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주된 안무의 느낌은 여전히 잘 살리고 있었다. 내 말대로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동생은 한숨을 쉬었다.


“젠장…”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시간을 내어 조금씩 연습을 하면서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이토모리에서 추던 무녀의 춤을 재현해낼 수 있었다.



연예대회까지 2주가 남은 어느 주말. 태풍이 온다는 기상예보와 달리 하늘은 맑고 태양은 어느 때보다 우리와 가까이 있었다. 연습이 어느 정도 안정적 궤도에 오르고 대회일까지 얼마 남지 않자 우리는 동생의 옷을 맞추러 갔다. 나는 예전에 입었던 옷을 입어도 큰 지장이 없었지만, 요츠하의 경우는 초등학생 시절 맞춘 옷이라 새로 맞춰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이토모리에서 전통의상점을 하시던 분을 내게 소개해주셨다. 매장에 들어갔을 때, 주인아저씨께서는 나를 친딸처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오, 이토모리 마을의 무녀님 아니신가! 예뻐졌네! 잘 지내지?”

“아, 네, 감사합니다. 회사가 요즘은 비수기라 여유가 조금 있어요.”

“아버지께 이야기는 먼저 들었다. 요츠하의 무녀 옷을 만들어달라고?”

“네, 예쁘게 잘 만들어주세요.”

“여보, 이리 와서 요츠하 치수 좀 재 줘.”


요츠하는 치수를 재는 동안에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무녀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서였을까? 아니면 연예대회에 나가서 무녀 옷을 입고 춤을 춘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을 느껴서였을까? 어찌 됐든 간에 나로서 이보다도 재밌는 장면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었다. 카메라로 몰래 찍어 담아두고 싶었지만 요츠하가 계속 씩씩대며 내 쪽을 쳐다보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 다 끝났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원래 이걸로 먹고 사는 사람인데.”

“언제쯤 와서 옷 찾아가면 될까요?”

“일이 밀려서 조금 걸릴 거 같은데, 급히 필요하니?”

“이번에 시장에서 하는 연예대회에 나갈 때 쓰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되도록 빨리 좀 부탁할 수 있을까요?”

“아, 요 앞 시장에서 말이지? 그렇다면 내가 다른 일은 제쳐주고 이거부터 정성을 담아 만들어주지!” 이야기를 들은 주인아저씨는 매우 의욕적으로 변하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최소 일주일은 걸릴 거야. 연락처 남겨주면 내가 완성하고 바로 연락해주마.”



공연까지 일주일 남은 토요일, 전통의상점 아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요츠하의 옷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요츠하가 입게 될 무녀 옷은 정말 예뻤다. 옷감도, 스타일도 전부 예전의 의상을 완벽하게 재현을 했다. 고마운 점은, 주인아저씨께서 내 옷도 만들어주셨다는 것이다. 그 날, 내 치수도 재지 않았는데 어떻게 옷을 이렇게 만들어주셨나 생각해보면 참 신기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긴 했지만, 공연이 끝나고 작은 선물이라도 사서 찾아 뵈어야겠다.


집에 돌아가서는 내 옷을 입어보았다. 가슴 부분이 조금 끼긴 하지만 안무를 하는 데 큰 지장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고향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동생이 내가 내 가슴을 주무르는 것을 자주 봤다고 했던 기억은 나는데, 과연 내가 진짜 그랬을까? 내 기억의 페이지를 아무리 넘겨봐도 그런 기록은 남아있지 않은데 말이지. 어쨌든, 옷을 입은 채 거실에 나와 아버지와 할머니께 모습을 보여드렸다. 두 분은 내 모습을 보고서는 칭찬의 박수를 쳐 주셨다.


“내 딸, 정말 예쁘네!”

“손녀가 차려입으니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헤헤, 정말요?” 가족이지만 예쁘다는 칭찬은 언제나 듣기 좋다.

“요츠하 옷도 가져왔어요. 제 거는 서비스로 해 주신 거라 나중에 찾아뵈려고요.”


무녀 옷과 관련해서 이전의 이야기가 한창 싹틀 무렵, 동생이 집으로 돌아왔다. 요츠하는 무녀 옷을 입고 있던 내 모습을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신발을 벗자마자 바로 방으로 들어가려던 것을 나는 필사적으로 제지했다.


“요츠하, 어디를 그렇게 급히 가니? 우선 옷 나온 것부터 입어보자.”

“싫어! 공부할 거야!”

“아버지와 할머니께도 보여드려야지, 안 그래?” 나는 요츠하의 무녀 옷을 꺼내 들고는 동생의 방문을 막아섰다.

“그래, 요츠하. 언니와 나란히 서봐. 사진 한 장 찍게.” 아버지는 핸드폰을 들고 촬영할 준비를 하셨다.

“그걸 왜 찍고 싶으신 거에요?” 동생은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예쁜 두 딸의 모습을 찍고 싶어서 그래.”


겨우겨우 설득하여 무녀복 차림의 자매는 간신히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모든 준비가 끝났다.



#3. 공연!


동생의 시험도 끝이 났고,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오늘 오후에 있을 연예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는 것뿐이다. 날씨도 맑고, 연습도 열심히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동생과 나는 출연자들이 대기하는 천막 아래서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감 반, 두근거림 반이었던 나와 달리 요츠하는 머릿속이 하얗게 질린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동생! 왜 그래! 시험 못 봤어?”

“아니, 내가 왜 여기에 이 차림으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요츠하는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기왕에 하는 거 즐겁게 하자, 응?” 어떻게든 동생을 놀리고 싶었지만 지금 놀리다가 동생이 집에 가 버릴까 걱정이 되어 겨우 참았다.

“그리고 저기 뒤에 보면 아버지도 오셨고, 할머니도 오셨고,”

“나도 알거든요?”

“그리고 네 친구분도 오셨습니다.” 나는 대기 천막 반대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요츠하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저, 저것들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동생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어떻게 알고 왔긴, 당연히 내가 문자를 몰래 보냈으니까 왔겠지. 물론 비밀이지만.


“오, 미츠하가 이토모리 신무를 춘다는 게 진짜였네?” 정말 오랜만에 듣는 친구의 목소리였다.

“사야카, 와줬구나? 고마워.” 공연을 보러 주말에 시간을 내준 친구들을 보니 반가워 일어나서 맞이했다.

“고등학생 때보다 예뻐졌네.” 카즈히코는 얼굴을 붉히며 나를 칭찬해주었다.

“너는 이제 내 남자니까 다른 데 한눈을 팔면 안 되죠?” 사야카는 카즈히코의 볼을 꼬집으며 쏘아붙였다.


“요츠하도 같이 하는 거야?”

“응, 예전에 하던 것처럼 둘이서 같이.”

“요츠하도 언니처럼 예쁘네.”

“아, 네, 뭐. 감사합니다.” 요츠하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했다.

“곧 있으면 우리 차례야. 저기 아버지와 할머니 계신 곳에 자리 많으니 가서 봐.”

“미츠하가, 요츠하 파이팅!”



이윽고 우리의 차례가 왔다. 우선 인사를 하고 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미야미즈 가의 자매입니다. 저는 미츠하가, 그리고 동생은 요츠하라고 합니다. 저희는 제 고향 이토모리에서 사당의 무녀로서 추던 신무(神舞)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환영하는 박수갈채가 끝나고 카세트로부터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지막한 피리의 선율을 타고 우리는 신무를 추기 시작했다. 팔을 뻗었다가, 다시 안으로 감았다가, 한 바퀴 돌고 앉는 듯 자세를 취한 뒤 다시 일어나며 방울을 흔들었다. 공연장 주변은 정말 조용했다. 큰 소리로 지나가는 차 한 대조차도 없었고, 호객행위를 위해 소리치는 상인도 없었다. 관객석에 착석한 사람들 외에도 주변의 모든 사람이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원래는 무녀 입 술을 만드는 것까지 하려고 했다. 사춘기 시절 ‘그 짓’을 친구들 앞에서 시켜야 제대로 된 복수의 완성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요츠하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왔다. 사야카와 카즈히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어주었고 요츠하의 학교 친구들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말 성공적이었다, 그렇지?”

“다시는 이런 짓 안 한다.” 요츠하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요츠하, 너 근데 그거 기억나? 내가 고등학생일 때 무녀 입 술 만드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들킨 거?”

“몰라, 그런 것까지 내가 어떻게 기억을 해?”

“그때 네가 친구들에게 이런 모습 보이는 게 뭐가 어떠냐고 그랬었거든.”

“설마, 그때의 복수야 그럼?”

“그럼! 무녀 입 술을 만드는 것까지 했으면 완벽했는데, 조금 아쉽네.”

“그 순서는 빼길 잘했네! 어휴…”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지인들이 자리 잡은 곳으로 가서 남은 공연을 즐기기로 했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고생했다며 공연을 잘 봤다고 칭찬해주었다. 처음에는 동생을 골려주기 위해 시작했지만, 막상 공연이 끝나니 고향에서 있었던 즐거웠던 일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야미즈 신사의 무녀로서 지내던 시절, 전해 내려오던 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당시 장식으로 사용하던 금빛 용이 지닌 의미와 같은 것을 아직도 잘 이해하지는 못한다. 다만, 그 당시는 그렇게 싫어하던 춤이 지금은 고향에서 있었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매개물로서 소중히 남아있다는 건 정말 역설적이었다.



아쉽게도 우리 자매는 참가상에 머물렀다. 요츠하를 당혹스럽게 하기 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우승을 해서 온천여행 티켓을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이번 행사로 가족이 다 같이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했다. 그 날, 타들어 가는 저녁노을이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