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더 이상 느그이름 틀어주는 영화관이 없어서, 4회차는 부산 서면 메가박스에서 보고 왔다.


지금까지 나는 감명깊게 본 작품을 근시일 내에 다시 반복해서 감상하는 것을 꺼려왔었다.

좋은 노래도 세 번 들으면 질린다는 말이 있듯 반복감상시 느낄 수 밖에 없는 식상함과 점점 눈에 띄기 시작하는 허점들이 처음의 좋은 감상을 빠르게 퇴색시켜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느그이름을 보러 만만치 않은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멀리 내려간 것은 그동안 취해있던 느뽕을 이제 좀 정리해야겠다는 취지가 있었다.

이번에는 딱히 새로운 감흥은 얻지 못할 것이고 여행간 김에 많이 걸어다니다 보면 그동안 취해있던 느뽕도 정리가 되리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1~3회차보다 이번에 더 눈물즙을 짰고 숙소로 돌아와서 불끄고 눈을 감아도 장면들과 감상이 계속 떠올라서 5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1.

이미 플롯에는 익숙해져 있고 장면을 보면 다음 몇 초 후에 무슨 장면이 나올지 뻔히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해서 다가오는 감동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 보았다.


첫째는 우리의 두 남녀 주인공, 즉 타키와 미츠하의 사랑 그 자체인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울 꽃다운 나이의 이 소년 소녀의 사랑은 티끌 없이 순수하면서도, 얄팍하지 않고 매우 깊다.


몇십 년을 같이 살더라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깊이는 매우 얕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츠하와 타키는 서로 상대방의 인생을 살면서, 그리고 그 와중에 다이어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타인인 채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깊이만큼 서로를 체험하고 이해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시간이 짧았기에 깊이는 깊지만 넓지는 않은데, 그만큼 아직 서로를 알아갈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을 고조시키는 파트는 클라이막스에서 주인공들이 결말을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모 평론가분이 쓴 용어를 가져옴) 모습들인데,

농담으로는 '미츠하 금강불괴 내구성에 미친 피지컬ㄷㄷ' 하지만, 이들을 저렇게 움직일 수 있었던 진짜 원동력은

서로에 대해 품고 있는 사랑, 그리고 서로에게서 전달받은 마음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이들의 사랑에 깊이 감동했기에 수많은 2차창작에서 두 사람이 만나고 꽁냥꽁냥하는 모습을 그릴 때마다 질리지도 않고 개추를 날릴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 신자로서(교회는 몇 년간 안 가고 있지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는 것은 사랑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잊어버리더라도 언젠가 다시 만날 때까지 그 사랑의 순수한 부분만큼은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을 거라는 것을 믿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둘째는 여운이 남는 결말.

영화에 묘사된 빛나는 시간들을 두 주인공들은 기억조차 잃어버렸다는 것. 잃어버렸기에 그 가치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희망을 주는 재회.


셋째는 아름다운 화면과 소리, 그리고 제작진의 엄청난 정성과 노고.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실사보다 크게 감동하는 이유인데, 이 모든 것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작품을 반복감상하다 보면 흠결들이 보이면서 뽕이 빠지는게 정상인데, 느그이름은 퀄리티와 완성도가 어찌나 높은지 볼 때마다 새롭게 탄복하게 된다.



2.

1회차에는 미츠하, 2~3회차에서는 타키(&타츠하) 위주로 봤는데, 이번 4회차 감상에서는 텟시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 본편 외에 코믹스, 소설, 외전 등은 아직 전혀 보지 않았기에 영화 내용만 가지고 얘기해보면,

텟시는 미츠하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이성으로서도(아마 첫사랑일듯) 그렇고 친구로서도 그렇고.


- 미츠하가 씹어서 만든 쿠치가미자케를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신이 기쁘게 받을 거라고 얘기함

-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토모리 촌구석에서 각자의 가업을 계승해야 하는 동병상련의 처지

- 미츠하(사실은 타츠하)가 안전거리를 넘어서서 달라붙을 때마다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해하며 피함 (이에 반해 사야카가 달라붙는 데는 무덤덤함)

- 사야카도 텟시가 미츠하에게 마음이 있(었)음을 확신하고 있음

- 미츠하가 단발+유카타 차림으로 나타나 어떠냐고 물었을때 보인 반응이 뿅가죽네에 가까워 보임

- 클라이막스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미츠하를 보고 심쿵

- 마을 구하기 작전에서 미츠하의 운송수단이 될 때 다른 어떤 때보다 기분이 up되어 즐거워함

** 미츠하(타츠하)에게서 들은 혜성충돌설의 진위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음 (사야카처럼 망상이라고 생각하는게 정상)

** "미안, 미츠하. 난 여기까지야"


그리고 과거에 이미 미츠하에 대한 연애감정은 포기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내용만 가지고는 이유는 모르겠음.


전에 볼때는 마을 구하기 작전을 실행하면서 텟시가 왜 저렇게 들떠있지 폭파가 그렇게까지 하고 싶었나 했는데,

다시 보니까 그 시간이 텟시에게는 비밀작전의 파트너로서 미츠하를 위해 같이 전력으로 뛰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스스로에게 정당했던 마지막 기회였던 것 같다.

그렇기에 사야카와 달리 혜성충돌의 진위 여부 따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고, 아버지에게 잡혔을 때도 저렇게 독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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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한테 영업해서 다음 주말에 영자원 같이 가자고 할 생각인데, 저번 최초감상 때 같이 가자고 했다가 한 번 거절받기도 했고 따라와줄 지 의문이다.

만약 따라와준다면 60대인 부모님 세대는 어떻게 보실 지 궁금하다. 일본애니 감성이랑 코드가 안 맞을 수도 있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