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책임져 줘, 타키 군....."



타치바나 타키는 자신에게 임신 테스트기를 코 앞에 내밀며 속삭이는 미츠하에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떡하니 지으며,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장난치는 거지, 미츠하....?



난 아직 아빠가 될 준비가 안됐는데.



"...미, 미츠하. 지금...... 장난치는 거지? 응?"



타키는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거짓말 아니야, 타키 군...."



미츠하는 타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더니, 이내 타키의 손목을 쥐고는 자신의 배에 갖다대었다.



"이 뱃속에, 타키 군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는 거야....."



미츠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뱃속에 존재하는 작은 생명의 기운을 느끼라는 듯했다.



우리의 사랑의 결실인 작은 생명의 탄생은 축복할 일이긴 하다.



허나, 이 일은 적어도 오늘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다.



미츠하는 이제 막 스무살이라 그렇다쳐도, 난 아직....

난 아직.........

난 아직.............



"난 아직 학생이라고!!!!!!? 그것도 17살인데?!!!!!!!"






감격의 재회 이후, 매일같이 미츠하와 몰래 잠자리를 함께하던 타키는 오늘.....



17살의 나이에 3살 연상의 여자친구인 미츠하를 임신 시키고 말았다.









"....이것도 무스비.... 라고 하기엔, 큰일이 벌어졌구나.... 어휴."



타키와 미츠하는 현재 도쿄로 이사온 미야미즈 가의 집에 와, 미츠하가 임신했다는 일에 자종치종 설명했다.



손녀가 임신했다는 말에 마시던 차를 뱉을뻔한 하토하였으나, 이내 진정하곤 차분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하토하는 차분해도, 나머지 둘은 아니었다.



"아니, 어머님! 이건 보통 큰일이 아닙니다! 우리 소중한 미츠하가 이런 어린 학생의 아이를 임신했다뇨!"

"맞아요! 타치바나 오빠는 정말이지, 생각이 있는 거에요 없는 거에요?!"



토시키와 요츠하는 길길이 화를 내며, 방석 위에서 꼼짝없이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고 있는 타키에게 버럭버럭 소릴 지르고 있었다.

타키는 그런 두 사람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형국이었다....



"아무리 미츠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이토모리를 구해줬다하더라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어?!"

"처음엔 타키 오빠라면 언니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에요!?"

"우리 딸을 구해준 대가로 미츠하에게 몸을 요구한겐가, 타치바나 타키?"

"언니랑 몸 바뀌었을때 언니의 몸이 그리도 그리우셨나요, 네?!"

"........."



타키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정말로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선, 뭘 말해도 변명밖에 되지 않을 거니깐.....



이럴 줄 알았다면, 재회하자마자 잠자리를 갖는 게 아니었는데.



"두 사람, 그만하세요! 타키 군은 아무런 잘못도 없어요!"



미야미즈 가의 집 안이 토시키와 요츠하의 목소리로 가득 찬 그때, 가만히 앉아있던 미츠하가 목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토시키와 요츠하는 난데없는 미츠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타키를 향한 불길같은 눈동자가 휘둥그레지며 미츠하로 옮겨졌다.



"....먼저 잠자리를 요구한 건, 저에요. 그러니 타키 군에게 화내지 말아요."

".....언니가 먼저 요구했다고, 정말?"

"미츠하.... 정말이느냐? 응?"

".....네."



미츠하의 말은 사실이었다.



타키와 우연히 스가 신사의 계단에서 만났던 그 날.

타키를 향해 달려가 정신없이 함께 울고,

눈물을 흘린채로 키스하고,

긴 입맞춤의 시간을 보내다 입술을 뗀 미츠하는....



"...타키 군, 나.... 타키 군과 함께 잠자리를 갖고 싶어...."



라고 말해버렸던 것이다.



타키는 승낙이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하며, 그대로 자기 집에 대려가 아버지가 없는 걸 확인한 후 자기 방침대에서 둘의 격렬한 시간을 보냈던 것이었다.

그 뒤로도 타키네 집에 아무도 없을때나, 미츠하 집에 아무도 없을때 둘은 같이 격렬한 시간을 보냈던 것이었다....



그 잠자리 요구는 항상 미츠하 쪽에서 요구해왔다.



"타키 군, 오늘도.... 같이 자자..."



하면서 말이다.




"미츠하, 아무리 너의 무스비를 이을 남자가 그리웠다지만 이렇게 일을 벌이면 어떡하니.... 휴우."

"....죄송해요, 할머니...."



하토하는 남은 차를 호로록 다 마시면서 한숨을 내뱉었고, 그런 할머니를 쳐다보며 미츠하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서, 아이는 어떻게 할거냐 미츠하?"

"언니, 낳을 거야? 아니면...... 지울거-"

"낳을거야!! 이 아이는, 반드시 낳을거야!!!"



미츠하는 손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어만지며 소리쳤다.



이 뱃속에 있는 아이는, 사랑하는 타키 군의 아이다.

지울 생각은 일말의 추호도 없다.

설령 애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성을 다해 키울 것이다.

그러니 낳을 것이다.

타키 군의 아이를.



"...미츠하, 정말 괜찮겠어...?"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타키는 미츠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츠하는 그런 타키를 바라보며 아무런 문제없다는 듯이 말했다.



"타키 군... 난 타키 군을 사랑해. 그 날, 혜성에서 살아남았을때부터 생각했어...."



미츠하는 그 날의 일을 회상하듯, 고개를 들어 창문 밖의 하늘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타키 군을 반드시 다시 한번 찾아가겠다고, 기억이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찾아가겠다고 마음 먹었어."



미츠하는 자신의 손바닥에 적혀져 있던 글귀를 생각해냈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적어준 남자, 타치바나 타키.



그 남자를 향한 마음으로 가득 찬 미츠하는 영원히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



인생이 끝날때까지 말이다.



"타키 군, 난 타키 군을 사랑해. 그리고 이 뱃속에 있는 아이도 사랑해. 사랑하는 타키 군의 아이니까."

"미츠하....."



타키는 감동받은 듯이, 미츠하를 와락 껴안아주었다.

이렇게나 자신을 사랑해주다니.



미츠하는 가족들이 다보는 앞에서 이렇게 껴안기자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품안에 안기는 느낌에 절로 행복해졌다.

정말이지, 이 남자 품에만 안기면 기분이 좋은걸까....









[....아, 아니.... 저 남자가 우리가 다보고 있는 와중인ㄷ...]

[...아빠, 우린 건들지말고 다른 방이나 가요... 이런 분위기에서 끼여드는 건 좀....]

[그래, 요츠하. 그리고 토시키? 우린 잠깐 둘만 냅두자꾸나.]



미야미즈 가족은 타키와 미츠하의 귀에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말하며, 자리를 일어섰다.



토시키는 인정못하고 끼여들고 싶어하는 분위기였으나, 요츠하의 필사적인 부탁에 의해 할 수 없이 다른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좋은 분위기만 해치게 되겠지....



하토하는 말없이 손녀와 손녀의 무스비 상대인 남자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저렇게나 서로를 좋아하고, 아껴주고, 떨어지지않으려고 하는데.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구나, 허허.....



보고 있니, 우리 딸 후타바?

네 딸도 곧 엄마가 될거란다.



저 하늘에서 지켜봐다오.....





하토하는 먼저 떠난 친딸에게 속으로 생각하며, 자신도 다른 방으로 걸음 옮겼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