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걜 선택한 거냐고!!!!!'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뚫린듯, 세찬 소나기가 내리고 있는 이토모리 호숫가.
그 아래에서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비를 맞으며 있는 17살의 여학생인 오쿠데라 미키가 서 있었다.
그녀는 하늘에서 적셔오는 비인지, 자신의 눈물인지 모를 것을 두 눈동자에서 흘리며 처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에게 말이다.
그 남자의 이름은....
'미안해, 미키..... 하지만 난...'
타치바나 타키라는, 오쿠데라와 같은 동갑생인 남학생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는 시골 여자애를 꼭 껴안고는...
절대로,
절대로,
자신 인생에서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꺼냈다.
'너보다 미츠하가 더 좋아.'
어린 시절, 오쿠데라 미키는 도쿄에서 쭉 살아왔다.
타치바나 타키도 도쿄에서 쭉 살아왔으며,
둘은 집도 가깝고,
다닌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같았다.
오쿠데라는 그런 타키에게 연심을 품으며, 매일같이 타키를 바라보며 일상을 보내는 하루가 지속되었다.
'안녕, 타키 군~ 오늘도 만났네? 오늘도 같이 학교갈래?'
오쿠데라는 활짝 웃으며, 전철 등굣길에서 만난 타키의 등짝을 가볍게 치며 아침인사를 건냈다.
평소같았다면, 타키도 손 흔들어주면서 씩씩하게 아침인사를 해주었겠지만...
'...아, 안녕? 아하하......'
오늘의 타키는 무슨 쑥쓰러운 여자애마냥 어색하게 아침인사를 건냈다.
뭐지?
내가 알던 타키 군의 모습이 아닌데.
'타키 군, 오늘 어디 아파? 뭐 잘못 먹기라도 했어?'
'에, 엥? 그런거 아니야! 그냥 늦잠을 자버려서, 아하하....'
'타키 군이 늦잠을? 별일이네. 아침 밥은 먹었어?'
'아니, 후딱 뛰어오느라 늦었다카이.... 어휴.'
'..늦었다카이? 타키 군, 웬 사투리를 다 해?'
'아!?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하하, 늦겠다! 학교나 빨리 가자!'
'오늘 되게 이상한데 타키 군..?'
그 날은 정말이지, 난생 처음보는 타키의 일상 연속이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교실이 어디였는지, 자리는 어디였는지 물어보았다.
기억이 안난다면서.
처음에는 자신에게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하며 귀를 의심한 오쿠데라였지만,
타키의 진심어린 표정과 행동으로 인해 결국 그의 죽마고우 친구들인 츠카사와 신타도 걱정하며 일일이 하나씩 가르쳐 주었다.
'얌마 타키. 너 진짜 병이라도 결렸냐? 무슨 기억이 안난데, 기억이?'
'평소의 씩씩한 타키는 어디가고, 쑥쓰럼타는 여자애마냥 행동하는 타키가 있네....허 참.'
그들의 눈에도 타키가 이상한 건 마찬가지였다.
몇년을 함께해온 친구가 하루만에 성격과 행동이 달라졌으니, 당연한 반응인걸까.
'아 맞다, 너 오늘 오쿠데라가 일하는 레스토랑의 첫 아르바이트 날이라며? 그건 기억하고 있지?'
'아, 아르바이트?! 나 오늘 아르바이트까지 있었어?'
'얜 또 무슨 소리하냐... 어제부터 지 아빠한테 안 빌붙게 용돈벌겠다고, 아르바이트 추천해달래면서 그렇게 난리피우더니만.'
'친절하게도 오쿠데라 양이 추천해줘서 간신히 들어간 자리일텐데? 학교 끝나면 잊지말고 시간 맞춰서 걔랑 같이 가, 임마.'
어버버해하는 타키를 보며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츠카사와 신타는 오늘 이녀석이 왜 이러나하면서 등을 탁탁 쳐주고는 점심 시간에 옥상으로 올라가 같이 도시락 먹자면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타키는 자신의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머리만 쥐어잡으면서 끙끙거렸고, 오쿠데라는 옆 자리에서 지켜보며 걱정 반과 궁금증 반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타키 군이 오늘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뒤로도 타키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은 계속되었다.
학교 점심시간에 다 같이 옥상에 올라가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타키는 혼자 도시락은 커녕 지갑도 없어 할수없이 신타가 달걀 고로케를 직접 만들어 준 일이 있었다.
수업을 다 마치고 타키랑 츠카사, 신타, 그리고 오쿠데라는 다 같이 아르바이트 가기 전에 근처 카페를 들렸는데 타키는 평소 안먹던 비싼 딸기 케이크를 시키곤 즐겁게 시식하는 것이었다.
시간에 맞춰서 타키랑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으로 갔는데, 일 하나도 못하는 꼬맹이마냥 어수룩한 행동을 보였다.
'타키! 16번 테이블에 주문한 음식 아직도 서빙 안했냐?'
'네, 넵! 지금 갖다 드리겠습니다!'
'손님한테 왜 이리 늦냐고 클레임 들어온다, 빨리 갖다주고 왓!'
'네!!'
이렇게 혼나면서 말이다.
'타키 군, 미안한데 오늘 이렇게 일처리가 늦어선 안된다구? 안그래도 내가 널 여기 넣어줄라고 얼마나 사장님께 타키 군을 추천해줬는데. 너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내가 뭐가 돼...'
'...언제 이 꿈 깨는 거야, 조금 전만 해도 카페에선 즐거웠는데. 힝....'
얜 뜬금없이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서빙이나 햇, 타키 군! 안 그러면 사장님이 타키 군한테 뭐라 호통칠땐 나도 더 이상 변호 안 해줄거야!'
오쿠데라는 화를 팍 내며, 그동안 봐왔던 타키의 모습에 약간 실망했다.
타키 군은 이런 어리버리한 남자애가 아닌데.
'다들 고생하셨어요~! 이제 퇴근 합시다.'
우여곡절 한바탕 일이 끝나고,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레스토랑 사장님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말씀하셨다.
'고생하셨어요, 사장님!'
'그래, 그래! 오쿠데라 양. 너도 수고했.... 음?'
'왜 그러세요, 사장님?'
'...네 스커트 뒷부분이 뭔가로 찢어졌는데?'
뭐라고?
다른 여직원 선배가 등 뒤로 다가와 스커트를 살펴보았다.
선배는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내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입을 가리며 소리쳤다.
'어머, 어떡해! 누가 오쿠데라 양의 스커트를 커터 칼로 그었나 봐요!'
'네에?! 대체 이게 무슨.. 아!'
그 계산 안하고 간 양아치들인가?
한창 일이 바쁠때, 타키 군이 멋 좀 부리게 나온 남자 손님들이 앉은 테이블에서 어쩔 줄 모르며 상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오쿠데라는 무슨 일인가 하며 잠시 다가가보니, 타키 군은 하필 진상 손님에게 찍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피자 조각에 이쑤씨개가 들어가 있었다고 형씨! 손님이 먹을 음식에 이런 실수를 하면 되는거야? 앙?'
'소, 손님. 이 레스토랑에서는 이쑤씨개는 쓰지 않는데ㅇ...'
'뭐라고!!? 지금 장난해?'
머리숯을 온통 금발로 염색한 불량 손님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깜짝 놀란 타키 군은 겁이라도 먹은 듯, 한 발 뒤로 물러선채 연약한 여자애마냥 식은 땀을 흘리며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에휴, 할 수 없지......
'손님,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오쿠데라는 타키에게 물러나있으라는 눈빛을 보내곤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일을 중재하기로 결심했다.
침착하자, 이런 일은 메뉴얼대로 대응하면 돼.
'아니, 아가씨~? 우리가 피자를 시켰는데 말이야. 여기 보다시피 피자 조각에 이쑤씨개가 들어가있지 뭐야? 내가 안봤다면 큰일날뻔 했다고? 변상해줘.'
딱봐도 저건 거짓말이었다.
타키 군 말대로, 이 레스토랑에는 이쑤씨개를 취급하고 있지 않았다.
피자 조각에 이쑤씨개가 들어가 있었다고? 참 나...
정말 기가 차서 죽을 지경의 변명이지만, 참고 메뉴얼대로 대응해야겠지.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이런 폐를 끼쳐드려서... 계산은 안 하셔도 됩니다.'
'흐응~? 계산 안해도 된다고? 정말이지 아가씨?'
'네, 손님께선 계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가 미리 카운터에 알려두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알겠다고. 이만 가봐. 느긋하게 나머지 식사나 좀 더 하고 가야겠구만.'
'편안한 식사되십시오, 손님....'
휴, 일단 이걸로 되었어.
이제 사장님께 이렇게 대응했다고 알려드려야... 응?
아주 잠깐의 찰나였지만, 자신의 엉덩이 쪽에 무언가의 감촉이 든 것 같았다.
이자식, 내 엉덩일 만지기라도 한거야?
기분 나빠!
'음? 아가씨, 왜 이쪽을 쳐다 봐?'
방금 전 금발 불량 손님은 짐짓 태연한 척하며,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곤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 채로 말했다.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불량 손님들은 히죽히죽 웃으며 구경하는 형국이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손님.'
이 더러운 남자같으니.
'헹. 갑자기 날 째려보고 말이야. 어서 가보기나 해. 식사하는데 신경쓰이잖아?'
'예, 실례했습니다....'
아아. 다음에 다시는 만나기 싫은 손님이네!
정말 재수없어....
그렇게 기억을 회상하고 있던 오쿠데라는, 앗 하는 소리와 함께 이제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내 엉덩을 만진게 아니라, 자기 주머니에 있던 커터 칼로 내 스커트를 그은 거였던구나.
개자식들!
'..저기, 오쿠데라 양?'
어느새도 모르게, 타키 군은 자신에게 바짝 다가와 염려하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상태였다.
오쿠데라는 기분 나빴던 기억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고, 현실로 되돌아오며 대답했다.
'타키 군, 내 걱정은 됐어. 한 두번 이런 일이 난게 아니니까. 스커트는 안타깝지만...'
'잠시 나 좀 따라와봐. 해줄게 있어!'
'엥?'
타키는 느닷없이 오쿠데라의 손을 잡고는, 식당 구석진 곳에 있는 소품 창고에 같이 들어가 문을 닫았다.
오쿠데라는 왜 갑자기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건지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타키는 오쿠데라를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더니...
'오쿠데라 양, 스커트 벗어 줘!'
라고 말했다.
갑자기 뭔데, 타키 군?!
'꺄악, 변태! 타키 군 나한테 뭔소릴 하는 거얏!?'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여기 수건 줄테니까 스커트 벗고 가리고 있어 봐, 수선 해줄테니깐!'
수선?
타키 군은 그렇게 말하며, 창고 안을 이곳저곳을 뒤져보더니 바늘과 실을 찾아 꺼내고 있었다.
'와아~♡ 귀엽다, 헤헤.'
오쿠데라는 스커트에 수선된 고슴도치 모양의 실타래를 보며 즐겁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타키는 그런 오쿠데라를 쳐다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맘에 들어, 오쿠데라 양?'
'들고 말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정돈 걸~♡'
타키 군이 스커트에 해준 수선이라니.
아아, 너무 행복해...
'타키 군에게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은 몰랐어. 옛날부터 쭉 알고 왔지만, 오늘은 타키 군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서 좀 신선한 걸~?'
'으...응?! 그래..'
타키는 뭔가 좀 찔리다는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리고는 수선 용품들이 다시 원래 자리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쿠데라 미키는 그런 타키의 뒷모습을 보며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하고 궁금해했다.
'그럼, 내일 학교가는 길에 봐~ 타키 군♡'
'응! 너도 집에 잘 들어가, 오쿠데라 양!'
'아이참, 오쿠데라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미키라고 불러! 딱딱해 죽겠네!'
'아하하하.... 알겠어, 그럼 미키....쨩? 내일 봐!'
'그래, 내일 봐!'
타키와 오쿠데라는 같이 퇴근하며, 각자 집에 가는 방향이 갈라지자 서로 손을 흔들어주며 갈 길을 걸어갔다.
오쿠데라는 타키가 저멀리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오늘 타키 군은 왠지 딴사람 같아보이긴 하네, 뭐 저런 모습도 나쁘진 않았지만....'
게다가 좀 귀여웠고 말이지. 헤헤.....
오쿠데라는 다음에도 타키 군이 저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며 자신도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오늘의 타치바나 타키는 타치바나 타키가 아니였다는 것을......
- 2편에서 계속 -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뚫린듯, 세찬 소나기가 내리고 있는 이토모리 호숫가.
그 아래에서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비를 맞으며 있는 17살의 여학생인 오쿠데라 미키가 서 있었다.
그녀는 하늘에서 적셔오는 비인지, 자신의 눈물인지 모를 것을 두 눈동자에서 흘리며 처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에게 말이다.
그 남자의 이름은....
'미안해, 미키..... 하지만 난...'
타치바나 타키라는, 오쿠데라와 같은 동갑생인 남학생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는 시골 여자애를 꼭 껴안고는...
절대로,
절대로,
자신 인생에서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꺼냈다.
'너보다 미츠하가 더 좋아.'
어린 시절, 오쿠데라 미키는 도쿄에서 쭉 살아왔다.
타치바나 타키도 도쿄에서 쭉 살아왔으며,
둘은 집도 가깝고,
다닌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같았다.
오쿠데라는 그런 타키에게 연심을 품으며, 매일같이 타키를 바라보며 일상을 보내는 하루가 지속되었다.
'안녕, 타키 군~ 오늘도 만났네? 오늘도 같이 학교갈래?'
오쿠데라는 활짝 웃으며, 전철 등굣길에서 만난 타키의 등짝을 가볍게 치며 아침인사를 건냈다.
평소같았다면, 타키도 손 흔들어주면서 씩씩하게 아침인사를 해주었겠지만...
'...아, 안녕? 아하하......'
오늘의 타키는 무슨 쑥쓰러운 여자애마냥 어색하게 아침인사를 건냈다.
뭐지?
내가 알던 타키 군의 모습이 아닌데.
'타키 군, 오늘 어디 아파? 뭐 잘못 먹기라도 했어?'
'에, 엥? 그런거 아니야! 그냥 늦잠을 자버려서, 아하하....'
'타키 군이 늦잠을? 별일이네. 아침 밥은 먹었어?'
'아니, 후딱 뛰어오느라 늦었다카이.... 어휴.'
'..늦었다카이? 타키 군, 웬 사투리를 다 해?'
'아!?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하하, 늦겠다! 학교나 빨리 가자!'
'오늘 되게 이상한데 타키 군..?'
그 날은 정말이지, 난생 처음보는 타키의 일상 연속이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교실이 어디였는지, 자리는 어디였는지 물어보았다.
기억이 안난다면서.
처음에는 자신에게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하며 귀를 의심한 오쿠데라였지만,
타키의 진심어린 표정과 행동으로 인해 결국 그의 죽마고우 친구들인 츠카사와 신타도 걱정하며 일일이 하나씩 가르쳐 주었다.
'얌마 타키. 너 진짜 병이라도 결렸냐? 무슨 기억이 안난데, 기억이?'
'평소의 씩씩한 타키는 어디가고, 쑥쓰럼타는 여자애마냥 행동하는 타키가 있네....허 참.'
그들의 눈에도 타키가 이상한 건 마찬가지였다.
몇년을 함께해온 친구가 하루만에 성격과 행동이 달라졌으니, 당연한 반응인걸까.
'아 맞다, 너 오늘 오쿠데라가 일하는 레스토랑의 첫 아르바이트 날이라며? 그건 기억하고 있지?'
'아, 아르바이트?! 나 오늘 아르바이트까지 있었어?'
'얜 또 무슨 소리하냐... 어제부터 지 아빠한테 안 빌붙게 용돈벌겠다고, 아르바이트 추천해달래면서 그렇게 난리피우더니만.'
'친절하게도 오쿠데라 양이 추천해줘서 간신히 들어간 자리일텐데? 학교 끝나면 잊지말고 시간 맞춰서 걔랑 같이 가, 임마.'
어버버해하는 타키를 보며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츠카사와 신타는 오늘 이녀석이 왜 이러나하면서 등을 탁탁 쳐주고는 점심 시간에 옥상으로 올라가 같이 도시락 먹자면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타키는 자신의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머리만 쥐어잡으면서 끙끙거렸고, 오쿠데라는 옆 자리에서 지켜보며 걱정 반과 궁금증 반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타키 군이 오늘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뒤로도 타키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은 계속되었다.
학교 점심시간에 다 같이 옥상에 올라가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타키는 혼자 도시락은 커녕 지갑도 없어 할수없이 신타가 달걀 고로케를 직접 만들어 준 일이 있었다.
수업을 다 마치고 타키랑 츠카사, 신타, 그리고 오쿠데라는 다 같이 아르바이트 가기 전에 근처 카페를 들렸는데 타키는 평소 안먹던 비싼 딸기 케이크를 시키곤 즐겁게 시식하는 것이었다.
시간에 맞춰서 타키랑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으로 갔는데, 일 하나도 못하는 꼬맹이마냥 어수룩한 행동을 보였다.
'타키! 16번 테이블에 주문한 음식 아직도 서빙 안했냐?'
'네, 넵! 지금 갖다 드리겠습니다!'
'손님한테 왜 이리 늦냐고 클레임 들어온다, 빨리 갖다주고 왓!'
'네!!'
이렇게 혼나면서 말이다.
'타키 군, 미안한데 오늘 이렇게 일처리가 늦어선 안된다구? 안그래도 내가 널 여기 넣어줄라고 얼마나 사장님께 타키 군을 추천해줬는데. 너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내가 뭐가 돼...'
'...언제 이 꿈 깨는 거야, 조금 전만 해도 카페에선 즐거웠는데. 힝....'
얜 뜬금없이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서빙이나 햇, 타키 군! 안 그러면 사장님이 타키 군한테 뭐라 호통칠땐 나도 더 이상 변호 안 해줄거야!'
오쿠데라는 화를 팍 내며, 그동안 봐왔던 타키의 모습에 약간 실망했다.
타키 군은 이런 어리버리한 남자애가 아닌데.
'다들 고생하셨어요~! 이제 퇴근 합시다.'
우여곡절 한바탕 일이 끝나고,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레스토랑 사장님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말씀하셨다.
'고생하셨어요, 사장님!'
'그래, 그래! 오쿠데라 양. 너도 수고했.... 음?'
'왜 그러세요, 사장님?'
'...네 스커트 뒷부분이 뭔가로 찢어졌는데?'
뭐라고?
다른 여직원 선배가 등 뒤로 다가와 스커트를 살펴보았다.
선배는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내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입을 가리며 소리쳤다.
'어머, 어떡해! 누가 오쿠데라 양의 스커트를 커터 칼로 그었나 봐요!'
'네에?! 대체 이게 무슨.. 아!'
그 계산 안하고 간 양아치들인가?
한창 일이 바쁠때, 타키 군이 멋 좀 부리게 나온 남자 손님들이 앉은 테이블에서 어쩔 줄 모르며 상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오쿠데라는 무슨 일인가 하며 잠시 다가가보니, 타키 군은 하필 진상 손님에게 찍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피자 조각에 이쑤씨개가 들어가 있었다고 형씨! 손님이 먹을 음식에 이런 실수를 하면 되는거야? 앙?'
'소, 손님. 이 레스토랑에서는 이쑤씨개는 쓰지 않는데ㅇ...'
'뭐라고!!? 지금 장난해?'
머리숯을 온통 금발로 염색한 불량 손님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깜짝 놀란 타키 군은 겁이라도 먹은 듯, 한 발 뒤로 물러선채 연약한 여자애마냥 식은 땀을 흘리며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에휴, 할 수 없지......
'손님,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오쿠데라는 타키에게 물러나있으라는 눈빛을 보내곤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일을 중재하기로 결심했다.
침착하자, 이런 일은 메뉴얼대로 대응하면 돼.
'아니, 아가씨~? 우리가 피자를 시켰는데 말이야. 여기 보다시피 피자 조각에 이쑤씨개가 들어가있지 뭐야? 내가 안봤다면 큰일날뻔 했다고? 변상해줘.'
딱봐도 저건 거짓말이었다.
타키 군 말대로, 이 레스토랑에는 이쑤씨개를 취급하고 있지 않았다.
피자 조각에 이쑤씨개가 들어가 있었다고? 참 나...
정말 기가 차서 죽을 지경의 변명이지만, 참고 메뉴얼대로 대응해야겠지.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이런 폐를 끼쳐드려서... 계산은 안 하셔도 됩니다.'
'흐응~? 계산 안해도 된다고? 정말이지 아가씨?'
'네, 손님께선 계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가 미리 카운터에 알려두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알겠다고. 이만 가봐. 느긋하게 나머지 식사나 좀 더 하고 가야겠구만.'
'편안한 식사되십시오, 손님....'
휴, 일단 이걸로 되었어.
이제 사장님께 이렇게 대응했다고 알려드려야... 응?
아주 잠깐의 찰나였지만, 자신의 엉덩이 쪽에 무언가의 감촉이 든 것 같았다.
이자식, 내 엉덩일 만지기라도 한거야?
기분 나빠!
'음? 아가씨, 왜 이쪽을 쳐다 봐?'
방금 전 금발 불량 손님은 짐짓 태연한 척하며,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곤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 채로 말했다.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불량 손님들은 히죽히죽 웃으며 구경하는 형국이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손님.'
이 더러운 남자같으니.
'헹. 갑자기 날 째려보고 말이야. 어서 가보기나 해. 식사하는데 신경쓰이잖아?'
'예, 실례했습니다....'
아아. 다음에 다시는 만나기 싫은 손님이네!
정말 재수없어....
그렇게 기억을 회상하고 있던 오쿠데라는, 앗 하는 소리와 함께 이제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내 엉덩을 만진게 아니라, 자기 주머니에 있던 커터 칼로 내 스커트를 그은 거였던구나.
개자식들!
'..저기, 오쿠데라 양?'
어느새도 모르게, 타키 군은 자신에게 바짝 다가와 염려하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상태였다.
오쿠데라는 기분 나빴던 기억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고, 현실로 되돌아오며 대답했다.
'타키 군, 내 걱정은 됐어. 한 두번 이런 일이 난게 아니니까. 스커트는 안타깝지만...'
'잠시 나 좀 따라와봐. 해줄게 있어!'
'엥?'
타키는 느닷없이 오쿠데라의 손을 잡고는, 식당 구석진 곳에 있는 소품 창고에 같이 들어가 문을 닫았다.
오쿠데라는 왜 갑자기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건지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타키는 오쿠데라를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더니...
'오쿠데라 양, 스커트 벗어 줘!'
라고 말했다.
갑자기 뭔데, 타키 군?!
'꺄악, 변태! 타키 군 나한테 뭔소릴 하는 거얏!?'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여기 수건 줄테니까 스커트 벗고 가리고 있어 봐, 수선 해줄테니깐!'
수선?
타키 군은 그렇게 말하며, 창고 안을 이곳저곳을 뒤져보더니 바늘과 실을 찾아 꺼내고 있었다.
'와아~♡ 귀엽다, 헤헤.'
오쿠데라는 스커트에 수선된 고슴도치 모양의 실타래를 보며 즐겁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타키는 그런 오쿠데라를 쳐다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맘에 들어, 오쿠데라 양?'
'들고 말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정돈 걸~♡'
타키 군이 스커트에 해준 수선이라니.
아아, 너무 행복해...
'타키 군에게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은 몰랐어. 옛날부터 쭉 알고 왔지만, 오늘은 타키 군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서 좀 신선한 걸~?'
'으...응?! 그래..'
타키는 뭔가 좀 찔리다는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리고는 수선 용품들이 다시 원래 자리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쿠데라 미키는 그런 타키의 뒷모습을 보며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하고 궁금해했다.
'그럼, 내일 학교가는 길에 봐~ 타키 군♡'
'응! 너도 집에 잘 들어가, 오쿠데라 양!'
'아이참, 오쿠데라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미키라고 불러! 딱딱해 죽겠네!'
'아하하하.... 알겠어, 그럼 미키....쨩? 내일 봐!'
'그래, 내일 봐!'
타키와 오쿠데라는 같이 퇴근하며, 각자 집에 가는 방향이 갈라지자 서로 손을 흔들어주며 갈 길을 걸어갔다.
오쿠데라는 타키가 저멀리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오늘 타키 군은 왠지 딴사람 같아보이긴 하네, 뭐 저런 모습도 나쁘진 않았지만....'
게다가 좀 귀여웠고 말이지. 헤헤.....
오쿠데라는 다음에도 타키 군이 저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며 자신도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오늘의 타치바나 타키는 타치바나 타키가 아니였다는 것을......
- 2편에서 계속 -
실화냐
실화입네까
않이 절때로에서 터졋자나요.. 빨리 수정하셈 - dc App
ㄴ 으아닛.. 수정해쓰요
동갑이라니!!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