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마음에 약속을 잡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금요일을 태운다

속을 비우고 웃으며 헤어진다
방금 지나온 길도 기억나지 않는다

터덜터덜 문 앞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그 끝에 애써 잊고 있던 네가 보인다

문득 찾아왔던 너는
내 마음을 네 색으로 물들였다

너를 알고 싶어 노력했다
너와 함께하고 싶어 친구에게 거짓말도 했다

결국 작은 통에 담아 내 세계에 너를 가뒀다
그런데 너는 행복할까?

나는 너와 평생 함께할 수 있을까?
부족한 책임감 부족한 용기에 너를 놓아주기로 결심한다 집을 나선다

차도 면허도 없어 어디든 만족스럽게 데려다 줄 수 없는 나
따릉이를 빌려 정릉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장마로 오른 수위와 거친 물살
너를 조금이라도 좋은 곳에 보내주고 싶어 계속 폐달을 밟는다

갑자기 울리는 백로의 비명
방금 길고양이에게 먹힐 뻔한 녀석의 먹이가 될지도 모르는 너를 위해 계속 나아간다

그러다 마주친 공사 표지판
벽을 마주한 나는 사실 너를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어디에 가고 싶니

그렇게 자전거를 돌려 한참을 돌아온 나는
출발했던 곳에서 너를 보낸다

왔던 것처럼 문득 사라진 너
너는 지금 행복할까

그리고 돌아온 집에는 너가 없다
하지만 너는 분명히 있었다

내일 아침 문을 열면 너를 처음 봤던 그 자리에 네가 있을지도 몰라
너는 나를 벌써 잊었을지도 몰라

네가 어디에 있든 변하지 않는 것은
네가 항상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내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