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들으면서 쓰는 중.
역시 난 가사 있는 것보단 가사 없는걸 들을때 감성이 더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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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이란거 기대했던거 만큼은 아니네..."
"뭘 기대한거야"
미츠하가 쇼트케이크를 폭력적으로 절단내며 툴툴거렸다.
"캠퍼스 라이프라고 하면...그 왜 그런거 있잖아"
"하아...미츠하는 꿈많은 소녀라서 좋겠구나"
뭐, 공감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루하루 쫓아가기도 버거운 진도, 쏟아지는 레포트, 과제, 강의중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학생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레벨까지 폭주하는 교수...
청춘과 낭만의 캠퍼스 라이프라는 말, 진짜 누가 언제 만들어낸거야.
"그래서 미야미즈양은 인생의 반쪽이라도 찾고 계신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오쿠데라양. 미야미즈양은 그저 삶의 여유가 필요할 뿐입니다아아..."
탁자에 턱을 대며 한손에 포크를 붙잡고 팔을 쭈욱 뻗는 미츠하는 여전히 십대같은 귀여움이 남아있다.
그에 비해 나는 작년쯤부터 '멋진 여성'에 왠지 모르게 이끌려 나이보다 성숙해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다행히 내 외모는 그런 '멋진 여성'을 연출하기에 알맞은 모습으로 자라났다.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유전자님...
하지만 알맹이란건 노력이 없으면 채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나는 반쪽짜리다. 이 반쪽짜리 '멋진 여성'이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사회경험이야!"
"응?"
"아, 아니. 그냥 혼잣말"
그렇다. 사회경험. '멋진 여성'이라 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흔들림 없이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험 축적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오늘부터 서빙파트에서 일하게 된 오쿠데라 미키라고 합니다. 많이 가르쳐주세요"
식당 아르바이트지.
내가 일하게 된 곳은 예전부터 오고가며 가끔 봐왔던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IL GIARDINO DELLE PAROLE'
미츠하랑 같이 지나가다 봤는데 어째서인지 한동안 발을 떼질 않아서 안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내부 인테리어도 상당히 고급스럽고 유니폼도 예쁘다. 게다가 비싼 곳이니 진상 손님도 적을 것 같다는 내 나름대로의 치밀한 선택이다.
하지만 나의 그런 얄팍한 생각은 근무 첫날부터 박살이 나버렸으니...
"어이, 거기 젊은 누님!"
명백히 나보다 나이많은 남자가 존칭을 쓸 때는 백이면 백 귀찮은 일이 벌어진다.
겉표정은 미소를, 속으로는 똥씹은 표정으로 남자가 앉은 테이블 옆에 섰다.
"필요한거 있으세요?"
"필요한거? 있지! 매니저 불러와"
시작부터 강하게 나오네 이 아저씨. 분명 내 명찰 옆에 붙은 견습 배지를 본게 틀림 없다. 만만할 거라고 생각했겠지.
분하지만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직 메뉴조차 다 못외운 견습 서빙 알바에게 클레임 응대는 나무 막대기로 보스 사냥하기나 마찬가지다.
그 보스께서 지금 잔뜩(눈에 다 보이는) 분노(연기를) 하고 있다.
"죄송합니다만 손님, 저한테 일단 말씀해주시면 제가..."
콰당
남자가 빈 의자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주변이 조용해지며 이목이 전부 이쪽으로 쏠린다. 살짝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저어..."
"무슨 일 있으십니까 손님?"
소란을 보고 매니저가 급히 달려와 나를 막으며 나와 손님 사이에 섰다.
"오쿠데라양은 다른 일 보세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
"....네에"
자신의 무력함에 분해서 눈물이 핑 돈다. 할 수만 있다면 테이블째로 엎어서 그 못난 상판데기에 엎어주고 싶은 기분이다.
또각또각 걸어가는 뒤쪽에서 남자의 성난 목소리가 들린다.
"요리에 머리카락이 한올도 아니고 두올이나 나왔어! 이러고도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잘도 간판걸고 영업하는군!"
흘끗 쳐다보니 연신 고개를 숙이는 매니져와 거만하게 몸을 펴고 앉아있는 그 손놈이 보인다.
그 광경을 보니 무언가 가슴속에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 걸음을 재촉해 직원 화장실로 들어갔다.
"흑...흐윽..."
세면대 앞에서 참았던 울분을 토해낸다. 아까의 들떴던 기분이 머나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첫날부터 이런건 너무하잖아요 하느님...
얼마나 울었을까? 나는 뒤에서 누군가 인기척을 낼 때까지 내 뒤에 누군가가 서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괜찮니, 오쿠데라?"
"흑...히카리...언니"
주방 쪽의 히카리씨가 뒤에 와있었다. 삼십대 초반에 벌써 두 아이를 키우는 요즘엔 보기 힘든 스테레오 타입의 젊은 엄마였다.
"첫날 신고식 한번 거하게 치르는구나."
"네에...정말이에요..."
훌쩍거리며 휴지로 코를 닦았다. 확실히 '멋진 여성'은 아직 갈길이 먼 것 같다.
"매니저님이 너 여기 있는줄 알고 가달라고 하더라. 그 손님들은 갔대."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되긴, 돈 안받고 그냥 보냈지. 그게 응대 매뉴얼이니까"
"그리고 말인데..."
히카리씨는 꽉 쥐고 있던 왼손을 내 앞에서 펴보였다. 거기에는...
"머리카락?"
"그 진상놈들이 물린 그릇에서 가져왔어. 무슨 색으로 보이니?"
"음....빨간...색이네요?"
"우리 주방이나 서빙하는 애들중에 빨간 머리가 있던?"
"...못봤어요"
"다 그런거란다."
히카리씨는 한숨을 푸우 하고 쉬더니 이어서 말했다.
"주방은 그냥 주문 들어온 것만 제때제때 만들면 되지만 서빙하는 애들은 다들 젊은데 알지도 못하는 손님들 비위까지 맞춰줘야 하지. 솔직히 너희가 더 존경스러워"
"히카리 언니..."
"이제 기운 차리고 다시 가서 일하자. 배울게 많잖니"
"네. 고마워요 언니"
"아, 그리고..."
"네?"
"식당에서 일하는 동안은 담배 끊으렴. 담배 피우는 사람이 서빙 보면 아무리 냄새를 지운다고 해도 티가 나"
"....알겠습니다아..."
실은 몇달전부터 담배를 시작했다.
'멋진 여성'하면 선글라스를 끼고 도도하게 긴 담뱃대를 무는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처음엔 켁켁대며 이런걸 어떻게 피우나 싶었지만 머릿속의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지난달 즈음부터 슬슬 담배의 맛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한 참이었다.
그런걸 이렇게 갑자기 금지 통보를 받아버리다니...
멋진 여성....정말 높은 산이로다.
"오쿠데라씨, 7번 테이블 티라미수 하나요!"
"네~ 지금 갑니다"
여유있게 7번 테이블로 쟁반을 들고 가니...낯익은 얼굴이 반겨준다.
"쨘~"
"주문하신 티라미수 나왔습니다"
상투적인 멘트 뒤에 한마디 덧붙인다.
"미야미즈양"
"미키 왠지 좀 멋있어졌는데? '멋진 여성'되기 프로젝트에 진척 좀 있나봐?"
미츠하가 놀러왔다.
"아직 멀었어. 이건 아마 내 평생의 숙제가 될 거야"
오늘은 휴강이라 오전 근무를 넣어뒀으니 조금 있으면 퇴근이다.
그리고 점심 피크를 넘긴 레스토랑은 꽤 한산해져서 미츠하와 몇마디 나눌 여유 정도는 있었다.
어차피 조금 이따 퇴근하면 같이 놀러가기로 약속을 해뒀지만 말이다.
"응~ 오쿠데라는 꼭 그렇게 될거야"
미츠하는 그렇게 말하며 티라미수 그릇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폰을 들고 찰칵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는 앙~하고 한입, 또 한입 티라미수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너는 볼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귀엽게 먹어"
"오쿠데라양, 제가 스위츠를 상대할 때는 말 거시는거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손님"
휙 하고 등을 돌리니 미츠하가 앙앙대며 옷을 붙잡는다.
"어머 얘는? 나 일해야 돼"
"쫌만 이따가~ 손님 응대도 일이잖아"
"스위츠를 상대하시는거 아니었나요 손님?"
"미키 심술궂어!"
아하하 가볍게 웃으며 이따 보자는 제스쳐를 취한 뒤 다음 주문을 받으러 갔다.
근무 일정표를 조정할 일이 생겨 사무실에 들어가니 교복을 입은 남학생 세명이 서있었다.
"어머, 매니저님 새 친구들인가요?"
"아, 오쿠데라군. 우리 새 서빙 알바들이야. 내일부터 일할거니까 일단 인사라도 해요"
흐음...나는 찬찬히 세명의 면면을 살펴본다.
몸집이 큰 순한 인상의 한명, 안경을 쓴 이지적인 분위기의 또 한명, 그리고 살짝 날카로워 보이지만 꽤 샤프하게 생긴 한명.
"안녕하세요. 오쿠데라 미키라고 해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여기서 일한지도 거의 일년. 반쯤 계약직에 가까워진 나의 위치는 알바와 정직원 사이...라는 조금 미묘한 곳이 되었다.
게다가 지난 주에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서빙 알바가 한꺼번에 네명이나 그만두었기 때문에 나는 중견급에서 순식간에 고참급으로 뛰어오르고 말았다.
말인즉 이 어린 친구들은 내가 어느정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후지이 츠카사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안경 쓴 친구는 인상답게 똑부러진 느낌이 들었다. 흠...10점 만점에 8점.
"타치바나 타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얘는 잘생기긴 했는데 성격이 조금 모난 것 같네. 나중에 트러블 생기진 않으려나? 6.5점.
"타카기 신타라고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음. 이 애는 무난하네. 7점.
"그래요. 그나저나 매니저님 제 다음주 근무 말인데요..."
"친구들은 이만 가도 좋아요. 내일 늦지 않게 오고"
세 남학생들은 잘부탁드립니다 하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러다 언뜻 후지이라는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웃는 얼굴로 가볍게 목례를 하며 나갔다.
어린 녀석이 붙임성이 제법이잖아...하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내일부터 평균연령이 두살이나 내려간 서빙팀을 챙겨야 한다는걸 깨닫고 살짝 현기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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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타키큥 등장. 다음화쯤에 슬슬 본편하고 겹치는 장면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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