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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제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

- 단풍 마을과 빗자루 무녀 (1/2) // (원작 링크)

- 단풍 마을과 빗자루 무녀 (2/2) // (원작 링크)

웃음띤 마을과 멀어져가는 두 사람 (1/2) // (원작 링크)

웃음띤 마을과 멀어져가는 두 사람 (2/2) // (원작 링크)

마을과 도시, 두 사람의 거리 // (원작 링크)

너의 마을로 이어지는 마법 // (원작 링크)

거리에서, 두 사람의 팬케이크 // (원작 링크)

거리에서, 너에게 인사를 // (원작 링크)

둘이서, 마을의 밤하늘을 // (원작 링크)

마을에서 흐르는 두 사람의 시간 // (원작 링크)

이제부터 두 사람이 살아갈 거리 // (원작 링크)

배움터의 거리와 휴일의 예정 // (원작 링크)

꿈의 나라와 또렷한 행복 // (원작 링크)

달라져가는 거리, 달라지는 마을 // (원작 링크)

마을에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 (원작 링크)

무더운 도심 속 시원한 홍차 // (원작 링크)

빗속의 마을, 두 사람의 밤 // (원작 링크)

온천거리와 겨울여행 // (원작 링크)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 // (원작 링크)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 번외편

초콜릿이 내리는 것마냥 달콤한 마을 // (원작 링크)

무녀가 점치는 마을의 미래 // (원작 링크)

코타츠와 두 사람의 따스함 // (원작 링크)

수험의 마지막은 두 사람의 거리에서 // (원작 링크)



「너의 이름은。~if~」시리즈

맨션의 두 사람 // (원작 링크)

※ 해당 시리즈 1편에서 다음 링크를 찾아주세요.


「너의 이름은。」ダニエル 작가의 단편 모음

제 이름은 // (원작 링크)

※ 해당 단편모음 1편에서 다음 링크를 찾아주세요.








- 마을에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타키와 미츠하가 토시키와 마주하고,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

그 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어째서인지 두 사람이 동갑내기로 재회하는 이야기.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 12화입니다.


드디어 넘지 않으면 안 되는 벽을 넘어서, 미츠하와 타키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조금은 벽이 높아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전개가 약간 빨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용서해 주세요.





「오랜만이구나, 미츠하.」

「네, 오랜만이에요. 아버지.」

미야미즈 신사의 사무소. 그 곳에서 몇 년 만에 재회한 미츠하와 그녀의 아버지가 나눈 첫 대화는 정말이지 몰개성한 것이었다.

그도 당연한 것이 미츠하에게도, 그리고 아마도 토시키에게도, 서로간의 간극은 이미 넓은데다 수년간의 시간 동안 그것은 더욱 깊어진 탓이다.

미츠하의 기억 속 아버지보다는 조금 백발이 늘어난 모습이다. 

딱딱한 그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딸인 미츠하로서도 쉽사리 알 수 없다. 다만 알 수 있는 점은―

「그래서, 이야기하고 싶은게 뭐냐. 네가 날 만나고 싶어하다니.」

조금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는 정도였다.

「저기, 몇 가지 있긴 한데요...... 그 전에 소개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타키 군.」

「시, 실례합니다.」

뒤를 돌아보며 부르자, 긴장한 모습의 타키가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온다. 한 번 고개를 숙인 뒤 미츠하가 준비해둔 방석에 앉는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토시키의 시선이 왠지 더욱 엄격해진 것 같아, 타키는 긴장한 모습으로 다시금 고개를 숙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츠하 씨와 사귀고 있는 타치바나 타키라고 합니다.」

「......과연, 그렇게 된 건가.」

「혹시, 알고 계셨어요?」

「당연하지. 마을에 그만큼이나 소문이 나버렸으니 싫어도 내 귀에도 들어오게 되지.」

토시키의 한숨섞인 대답에 미츠하는 무심코 눈을 돌린다.

당시엔 솔직히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생각컨대 동급생들에게도 충분히 알려져 있는 일이었다.

이장인 토시키의 귀에 들어가 있는 것 역시 당연하다.

「그, 그렇구나. 저기, 혹시 폐를 끼쳤던......건가요.」

「폐? 뭐가.」

「그러니까 그, 이장의 딸이 마을에서 데이트를 한다든지 하는 소문이......」

이 협소한 마을에선 사소한 소문도 금세 퍼져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만다.

이장으로서는 신용이 중요하기에, 노인들에게 무언가 불쾌한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는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토시키는, 그러한 미츠하의 걱정에 코웃음치며 말한다.

「흥, 무슨 말인가 했군. 아무리 그래도 딸이 마을의 외부인과 사귀는 일 정도로 이장으로서의 체면이 떨어지진 않는다.

  그런데, 이 녀석을 소개하려는 목적만으로 만나자고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이, 이녀석......」

「아―, 그건 그렇지만...... 그,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토시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불만을 표시하는 타키를 자연스럽게 손으로 제지하면서, 미츠하는 생각을 가다듬는다.

애초에 미츠하가 아버지께 만나고 싶다며 부탁드렸던 것이지만, 갑자기 본론으로 들어가려니 혼란스러워진다.

어떻게 순서대로 잘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자니, 아버지가 여전히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기,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딱히 아무것도...... 아니, 그렇군. 솔직히 조금은 당황하고 있다. 

  나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건 비겁할지도 모르겠지만, 미야미즈와는 좋은 관계는 아니지. 

  뭐 그럴만한 일을 했으니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장이 된 것이 잘못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이 신사 사무소에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드는군. 더구나 이건 마치 그 날처럼......」

무언가를 떠올리며 옅어져가는 토시키의 목소리. 하지만 중간까지 들려온 그 목소리는 왠지 자조하는 느낌이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미츠하는 각오를 다지고는 입을 열었다.

「......아버지. 한 가지,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

「그래, 뭐냐.」

아버지가 뭘 떠올리고 있는진 모르겠다. 아마 미츠하 역시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겠지.

그저 미츠하와 마찬가지로, 토시키에게도 미야미즈 신사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것만은 알고 있기에, 미츠하는 이 질문을 입에 담을 수 있었다.

「아버진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젠 더 이상 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건가요.」

이건 여태껏 미츠하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온 점이지만, 부정하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딸이라고 생각치 않는다고 단정짓고 나면 그 이상 상처받지 않으니까, 

줄곧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벽에 틀어박혀있던 미츠하로서는, 이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들은 아버지의 표정을 보며, 미츠하는 역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표정은, 타키를 만나기 전의 내 표정과 똑같으니까.

「그럴...... 그럴 리가 없잖느냐. 난 네가 싫어진 것도 아닐 뿐더러 타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한 번도 없다.

  아니, 네가 나를 믿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아마 못 믿겠지만......」

「아냐, 믿어. 그게 아버진, 이럴 땐 거짓말 못 하잖아.」

당황하면서도 말을 이어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예전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선 쓴웃음을 짓는 미츠하.

아버지로서, 딸로서 서로 단념하고 있었다는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바보같은 이야기는, 토시키가 고개를 깊게 숙이며 이번에야말로 분명히 매듭지어졌다.

「그런가...... 아직도 날, 믿어주는건가...... 

  고맙다. 그리고 오해하고 괴로워하게 만들어서 미안했다.」

「아냐, 저야말로 죄송해요. 피차일반이니까. 나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으니까.」

「네가 이렇게 날 불러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사과할 기회가 있었을런지...... 

  그건 역시...... 네 덕분이겠군.」¹⁾

이번에는 불쾌감 없이, 토시키가 타키에게 시선을 보낸다. 타키는 조금 어색해하면서도 그 시선을 마주본다.

「아뇨, 딱히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저도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요.」

「부탁? 네가 나에게라니......」

확인하려는 듯 이쪽을 보는 토시키에게 미츠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응, 나도 부탁이 있어요. 물론 무리한 부탁을 드리려는건 아니지만......」

「들어주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들어보지.」

「고마워요, 아버지.」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미츠하가 솔직하게 감사를 표한다.

옆을 보니 타키도 기쁜 듯 얼굴을 끄덕이고 있다. 미츠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장으로서의 일이 마무리된 다음이라도 괜찮아요. 훨씬 나중이 되더라도 상관없어요.

  그러니까, 미야미즈 신사로 돌아와주시지 않겠어요?」

실은 타키가 미츠하에게 제안했던 부분이다. 

처음 타키에게 들었을 땐 그건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토시키 역시 그 때의 미츠하처럼 아연실색하고 있다.

「미야미즈 신사로......? 돌아와달라니, 설마.」

「네. 타키 군은 지금 나랑 같은 대학의 같은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래서 졸업한 뒤엔 그...... 데, 데릴사위가 되거든요. 집에 들어오게 되어서요.」

꽤나 오래전에 결정된 일이긴 하지만, 역시 사위 같은 비일상적인 단어를 쓰고 있자니 조금은 부끄러움이 남아버린다.

뭐랄까 아버지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기정사실이 된 실감이 들어선, 무심코 뜨거워지는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그렇구나...... 음, 거기에 대해선 내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 그건 그렇고, 돌아와달라는 이야기는......?」

「예. 제가 이것저것 생각해봤습니다만. 그게......」

「......이제 아버님이라고 불러도 된다.」

노골적으로 엄격한 토시키의 목소리에 조금은 웃게 된다.

하지만, 마지못해 꺼낸 말이긴 하지만 토시키의 그 말은 두 사람 사이를 인정하기 때문이겠지.

순간 말을 잇지 못하던 타키가 고개를 숙이고는, 재빨리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가, 감사합니다. 그래서 그, 미츠하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미야미즈 신사의 전통을 남기고 지켜나가는데엔, 저와 미츠하의 힘만으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래요. 나도 물론 할머니께 이것저것 배우긴 했지만, 축사(祝詞)는 아직 잘 모르겠고......

  물론 무리한 부탁이란 건 알고 있지만, 아버지께서 그런 부분은 가장 잘 아셨으니까요.」

미츠하가 어렸을 시절이지만, 토시키가 후타바와 함께 축사를 복원했던 등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다.

타키는 물론, 아무리 미츠하가 노력해서 공부한들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과연, 그런 이야기인가.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나중에라도 좋으니까, 가르쳐주셨으면 해서요. 그냥 알려주시기만 해도 돼요.」

할머니 일도 있으니까, 바로 대답할 수는 없다는 걸 미츠하 역시 알고 있다.

그저 할머니와도 가급적 빨리 화해했으면 좋겠다며 미츠하는 생각한다. 계기가 마련된다면, 그럴 찬스도 돌아오겠지.

「......알겠다. 괜찮겠지. 언제가 될 지는 보장할 수 없다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나는 미야미즈 신사에 해가 되는 일 역시 해야만 한다.」

「고마워요, 아버지. 하지만 그...... 해가 될 지도 모른다는게 혹시.」

역시 일전에 타키가 해준 말이 사실이었을까, 옆에 있는 타키에게 눈을 돌린다.

타키와 눈을 마주치자, 타키가 미츠하의 말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이야기를 잇는다.

「혹시, 마을과 신사의 비뚤어진 모습을 바로잡기 위함...... 입니까?」

「......그래. 이토모리 마을은 미야미즈 신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

  신사가 마을의 중심이란 건 헤이세이 시대²⁾에 존재하는 에도 시대의 제도일 뿐이다.

  그런 존재방식은 이제는 시대착오적이다.」

순간, 정말로 일순간이었지만 토시키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다음 순간 한숨과 함께 표정을 감추었다.

마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던 그 날과도 같은 표정에 순간 미츠하는 가슴이 조여왔다.

이 아픔을, 눈 앞에 있는 아버지는 쭈욱 느껴왔던거구나.

「네,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나도 짧은 기간이지만 도쿄에서 자취하면서...... 이토모리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역시 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이전의 이토모리는 조금 이상했다고 생각해요.」

시선을 올리며 아버지의 얼굴을 응시하는 미츠하. 스스로의 마음이 전해지게끔.

「하지만, 지금의 이토모리는 조금은 바뀌었어요. 아마도, 좋은 방향으로......

  타키 군과의 소문도, 아마 예전 같았으면 인정받지 못했을거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고마워요. 아버지.」

말하며 미소짓는 미츠하. 아버지를 보며 미소짓는게 대체 얼마만일까. 어쩌면 조금은 어색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난 감사받을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라. 분명, 이런 것이었겠지.」

그리 말하며 토시키는, 미간의 주름을 풀며 분명히 웃어보인다.

그 미소는 마치, 한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였던 시절 보여주었던 그 미소같았다.


「오랜만이구나...... 후타바.」

미츠하와 만난 뒤에 돌아오는 길. 몇 주만에 다시금 성묘하는 토시키.

「사실은, 오늘 오랜만에 미츠하와 만났어. 자칫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건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어느새, 꽤나 강한 아이가 되었더라.」

아마 미츠하와 타키도 어제 다녀간 모양이다. 꽃도 있고 묘비에 물도 뿌려준 모양이다.

조금의 얼룩도 놓치지 않으려 꼼꼼히 묘비를 청소하는 토시키.

「미츠하에겐, 정말 미안한 짓을 해버렸다...... 내가 조금 더 요령이 있었다면, 아마 그 아이를 상처입히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뭐 내가 서투른 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넘쳐흐르는 혼잣말. 하지만 이전에 왔을 때엔 혼잣말조차 없었다.

이전엔 스스로의 슬픔만으로도 벅차, 혼잣말을 할 여유조차 없었으니 당연했다.

꽃을 바치고 향을 피워올리며, 오늘 아무런 일정도 잡지 않은 토시키는 묘비를 바라보며 독백한다.

「그 날로부터 벌써 10년인가...... 나도 꽤나 나이를 먹어서...... 아니, 미츠하와 요츠하도 마찬가지인가.

  내가 언제까지고 이 모양이라, 분명 너도 걱정이었겠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분명 미츠하 덕분이겠지.

미야미즈에 대한 증오를 멈출 수 없게 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후타바마저 조금은 미워지고 있었다.

아니, 원망이라고 해도 되겠지. 스스로의 마음에 자물쇠를 채운 채 열쇠를 잊어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열쇠를 가지고 온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미츠하였다.

「이장이 되었고, 두 번째 임기도 곧 끝나. 아마 3선하게 되겠지.

  세 번째 임기엔 분명 미야미즈 신사와 마을의 잘못된 구조를 바로세울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러고 나면...... 나는.」

미츠하와, 그리고 그 연인이 말했던 것처럼, 미야미즈 신사로 돌아가도 되는 걸까.

자물쇠는 열렸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제는 확실히 알고 있다.

그것을 자각하기 때문에야말로, 모든 일을 끝내기 전엔 미야미즈 신사로 돌아간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

「처음에는 정말 미워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새인가 이유가 바뀌어있다니.

  정말 네가 말했던 대로인지도 모르겠구나. 결국, 아비란 존재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아비라는 건가.」

후타바가 듣는다면, 당연히 그런거라며 미소짓겠지. 왜냐하면 나를 아버지로 만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후타바였으니까.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하고자 했던 일은 끝까지 하겠어.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는...... 뭐 그 다음에 생각해보지.

  그러고보니, 그 축사도 바로잡아야...... 하겠구나.」

그건 또 하나의 해야만 하는 일. 후타바가 건강을 잃는 바람에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궁사(宮司)로서의 일.

둘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던 나날이 떠올라서였을까―

『신립(申立)이에요.』³⁾

그리운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가, 신립(申立)이었지......」

떨리는 목소리를 억제하며 뒤를 돌아보는 토시키. 

당연히 그 곳에는 아무도 없다. 그저 여름바람만이 불어올 뿐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어딘가 만족스러워하는 듯한, 상냥한 바람인 것만 같다.


「고생했어, 미츠하.」

토시키와의 대화를 마치고, 사무소에서 언제까지고 머무를 순 없기에 집으로 돌아온 미츠하는,

자기 방에서 다리를 뻗고 앉아있는 타키의 허벅지에 머리를 올리곤 뒹굴고 있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조금은 차다. 한여름인데도, 높은 곳에 자리한 이토모리에선 에어컨 없이도 충분히 지낼 만한 온도다.

「응, 고마워.」

솔직히 이야기하는 미츠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타키. 정리해 둔 뒷머리를 흐뜨러뜨리지 않는 손길이 익숙하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위로해주는 그 손을 보며,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타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뭐랄까, 생각했던 거랑은 좀 다른 사람이었어.」

「응? 그랬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해줬었지만, 그러고보니 타키가 아버지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츠하의 얘길 듣곤 조금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후훗, 확실히 좀 과장해서 말해버렸는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타키 군, 생각보다 제대로 이야기 나눴었잖아.」

「생각보다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웃으면서도 그렇지 않다며 부정하는 타키에게, 미츠하는 생각한 그대로를 전달한다.

「하지만 타키 군, 정말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말야. 어느새 아버님이라고 불러버리고.」

「그거야 그쪽에서 그렇게 부르라고 했었으니까...... 뭐 하지만, 기뻤어.」

부끄러워하며 뺨을 긁적이는 타키. 미츠하 역시 같은 기분이라 기뻐서 어쩔 줄 몰랐는데―

「응, 나도 그...... 우리 사이를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뻤어.」

「그러네. 나도 설마 아버님이라고 부를 날이 올 줄은 몰랐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으니까 괜찮아. 게다가 나도 이전부터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까.」

미츠하는 타키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때엔 이미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타키의 아버지가 그렇게 불러달라고 하기도 했고, 타치바나 씨라고 하기에도 왠지 타인같은 느낌이라

미츠하는 타키의 아버지를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지만―

「그게 말야―, 굉장히 위화감이 들더라구 처음엔. 위화감이랄까, 부끄러웠달까......」

「아하하, 그거 알 거 같아...... 뭐랄까, 실감이 드니까.」

그렇다. 타키가 토시키를 아버님이라고 부를 때도 그렇지만, 할머니를 할머님이라고 부르는 타키를 볼 때에도 처음엔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랐었다.

부르는 사람도, 그걸 옆에서 듣고 있는 사람도, 마치 한달음에 가족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라 새삼 부끄러워져버린다.

「뭐 익숙해져야겠지. 미츠하는 이미 익숙해?」

「으음, 난 아버님이랑 몇 번 만나뵈었으니까 익숙해졌으려나. 몸이 바뀌었을 때도 포함해서 말야.」

「아― 그거구나, 위화감이 무척이나 들었던 이유가. 난 몸이 바뀌었을 때 한 번도 아버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구나.」

「뭐 그때쯤엔...... 하지만 이젠 가끔은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힘내서 익숙해질거지?」

미츠하의 일방적인 부탁에 타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뭐, 익숙해질 수밖에 없겠지...... 근데 이사한 후에도 이 방은 그닥 변하지 않았구나.」

방을 둘러보며 중얼거리는 타키.

이사하면서 필요한 건 들고 왔지만, 방에 있는걸 다 가지고 올 수는 없었다.

방이 여러개 있는 것도 아닌지라, 결국 약간 물건이 줄어들었을 뿐 이 방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시 돌아오면 제대로 정리해야겠네...... 아, 그러고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던,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일을 떠올린 미츠하가 타키의 무릎을 베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타키에게, 이야기를 할까 말까 고민하던 미츠하는―

「저기, 그...... 방 말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언젠가는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지금 이야기한다. 

타키는 순간 굳어버리더니, 굳어있던 시간을 거꾸로 돌리듯이 황급히 움직이며 입을 연다.

「분명히 그...... 부, 부부라면 같은 방, 을 써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좋을까?」 

갑자기 부부라는 단어가 무심코 입밖으로 나와선, 미츠하 역시 굳어버린다.

부부. 응, 그 단어는 평소엔 익숙하지 않은데. 너무 위험하잖아.

「그, 그그그러네, 부부라면 보통은...... 그러네. 저기, 하지만 어떠려나...... 이 방에 두 사람이 지내긴 좀 좁으려나.」

「그, 그렇지도 않잖아? 지금도 거의 같은 크기의 방에서 자고 있잖아.」

「그, 그건 일단 방이 다르니까 완전 다르잖아!! 같은 방에서 지내는 거랑 내가 타키 군의 방에서 자는거랑은 전혀 다르다구.」

명분이라는 것이다. 

분명 처음에 가구를 살 때엔 타키는 다소 큰 침대를, 미츠하는 약간 작은 침대를 샀기 때문에, 침대가 불편해서라는 명분이 지금은 있다. 

하지만 부부가 한 침실에서 지내게 되면 더 이상은 핑계를 댈 수 없는건 아닐까 생각하는 미츠하였다.

「그, 그런건가......」

「그런거얏. 

  아....... 하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할머니랑 상담해야겠구나.」

「아―, 뭐 그러네, 응.

  정말, 갑자기 미츠하가 이상한 얘길 꺼내니까 초조해졌잖아.」

타키가 크게 한숨쉬며 말한다.

「뭐야, 타키 군이 부부같은 말을 하니까 그런거잖아.」

「그, 그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뭐 괜찮겠지.」

뭔가 반론을 할려고 한 것 같지만 포기한 모양이다.

자연스레 입을 닫은 두 사람. 하지만 창 밖의 매미 소리 탓에 딱히 조용하지는 않다.

미츠하에게 벌레 소리는 친숙한 것이라, 타키와 함께 느긋하게 벌레 소리를 듣고 있자니 왠지 침착해진다.

타키와 단 둘이 있을때엔, 이렇게 가끔 두 사람 다 말없이 그저 붙어있을 때도 있다.

지금은 다다미 위지만, 때로는 소파나 침대일 때도 있다.

하지만 미츠하는 그 시간이 어색하다기보다 오히려 너무도 좋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하는게 나뿐은 아니라며,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는 시간.

얼마동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까.

「아, 슬슬 저녁밥 만들어야겠다.」

정신을 차리면, 슬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시간이 된다.

타키와 맞닿아 있던 곳에 약간 땀이 났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쉬워하면서 일어서니 시원한 저녁바람이 체온을 식혀준다.

「그러네. 멍하니 있어버렸구나.」

미츠하와 함께 일어선 타키가 큰일났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런 타키에게 미츠하는 언제나처럼 손을 내밀며―

「그럼...... 타키 군, 함께 저녁 만들자. 요츠하도 기대하고 있으니까 말야.」

가까운 미래에 쭈욱 둘이서 함께 쓰게 될 부엌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각주]

¹⁾ 토시키가 타키를 부르는 호칭이 あいつ그녀석에서 君너로 바뀜.

²⁾ 헤이세이平成(1989~), 헤이세이 천황의 시대. 현재 작중 시간은 2015년이므로 헤이세이 시대에 해당한다. 에도 시대(1603~1868)는 도쿠가와 막부가 집권하던 시대를 뜻한다. 일본에서는 서력 대신 쇼와(1926~1989), 다이쇼(1912~1926), 메이지(1867~1912)시대라고 통칭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³⁾ 신립申立. 신위神位와 같은 의미로, 외전 183p 14번째 줄을 보면 미야미즈 신사에서는 축사(祝詞)를 신립(申立), 신위로 부르고 있다. 외전 원서 233p에 명확히 표기되어 있는 부분.





[지난 편에서 원작자께 번역, 전달된 감상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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