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왜 이렇게 따갑지?

요츠하는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 어깨에 오른뺨을 가져다 대면서 생각했다.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피부가 따가웠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부터 조금 따갑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하게 아려왔다.

어지간하면 참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혹시나 피부가 건조해져서 그런가 하고 강의 사이 쉬는 시간에 얼굴을 씻어도 봤지만, 도저히 가라앉질 않았다.

전철을 타고 있는 지금도 너무 따가워서, 그냥 손잡이나 가방 중 하나를 내려놓고 손으로 얼굴을 두드리고 싶었다.

전철 안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진 않았지만, 좌석은 이미 다 차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서서 가야만 했다.

고개를 돌려 왼뺨도 가져다 대니, 차갑고 미끌미끌한 외투의 감촉에 좀 나아진 듯했다.

코트를 입고 왔으면 괴로웠을 거라며 여대생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자 자기 바로 앞에 앉아있던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조금 덩치가 큰 그 남자는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 모습을 본 요츠하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겠지.

자신의 오른쪽 팔에다가 얼굴을 비비면서 한숨을 내쉬는 여자라면, 누가 봐도 이상해 보이긴 할 거다.

요츠하는 따가움을 애써 참으면서 팔에서 얼굴을 떼어냈다.

자신에 앞에 앉아있는 남자는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사원인 걸까.

정장과 와이셔츠 사이에, 아마도 사원증을 매달아 놓았을 거라 추정되는 초록색 줄이 보였다.

아직 퇴근 시간은 아닌데 어디 외근이라도 다녀오는 길일까.

요츠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얼굴을 두드렸다.

그 순간, 전철이 갑자기 속도를 줄였고, 그녀는 무방비한 상태로 옆으로 기울어졌다.


"엇?"


갑작스러운 관성의 법칙에, 비명이 아니라 의문을 내뱉는 그녀의 몸이 바닥을 향해 날아갔다.

쿵!

곧 있을 충격을 상상하면서, 두 눈을 질끈 감은 요츠하의 몸에 충격이 전해져 왔다.

그러나 그 충격은 몸 전체를 울리는 충격이 아니라 공중을 향하고 있을 왼팔과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에만 전해지는 충격이었다.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사태파악이 되지 않아 어리둥절한 그녀에게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눈앞을 채운 검은 벽이 양복 외투라는 걸 깨달았고, 누군가 넘어가는 자신을 붙잡아줬다는 걸 눈치챘다.

그 남자는 일어나면서 그녀의 팔을 가볍게 잡아주었고, 그 도움을 받으면서 요츠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감사합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남자의 몸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고개를 꾸벅였다.


"여기 앉으세요."


남자는 왼쪽으로 비켜서면서 비어있는 자리를 커다란 손으로 가리켰다.

그 빈자리를 보고나서야 요츠하는 자신을 도와준 남자가 자기 앞에 앉아있던 그 회사원임을 알아챘다.


"아뇨, 괜찮아요."

"그... 계속 보고 있었는데, 조금 힘들어 보이셔서..."

"진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그때, 곧 문이 닫힌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어차피 전 곧 내려요. 보는 제가 불안해서 그러니, 여기 앉아주세요."

"...감사합니다."


거듭된 권유를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요츠하는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이고 자리에 앉았다.

요츠하가 자리에 앉자 그녀를 도와주었던 남자는 요츠하가 잡고 있었던 손잡이를 잡았다.

전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이어서 열차가 천천히 커지는 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가운 봄볕이 그녀의 얼굴로 내리쬐어지자, 다시 얼굴이 따가워졌다.

가방을 다리 위에 올린 요츠하는 양손으로 볼을 지그시 눌렀다.

하지만 따가움은 도저히 나아지지 않았고, 그녀는 작게 신음을 냈다.

손 등으로도 눌러보고, 살짝 주먹 쥐어서도 눌러보던 그녀는 결국 손가락을 세워서 얼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손톱으로 볼을 좀 찌르자, 따가움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조금 나아지자, 여대생은 다시 손을 내렸다.

또다시, 시선이 느껴져 이번엔 고개를 들었더니 역시나 자리를 양보해준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 남자는 이번엔 눈에 띄게 당황했지만, 이내 뭔가 결심했는지 입을 열었다.


"저, 괜찮으시다면 이거 바르세요."


남자는 왼쪽 주머니에서 튜브를 꺼내서 내밀었다.

요츠하는 그걸 두 손으로 잡아 튜브에 써진 글씨를 읽었다.


"수분크림?"

"네. 얼굴을 계속 만지시길래..."


하얀 튜브를 들고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아, 돌려서 여는 거예요."


하얀 뚜껑을 돌려 연 다음, 그녀는 왼손가락에 안에 들어있는 하얀 크림을 조금 짜냈다.

그리곤 뚜껑을 닫아 남자에게 돌려준 후, 왼손가락에 묻은 크림을 오른손가락으로 문질러 양손에 묻히고, 그 손가락들을 볼로 가져갔다.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볼에 크림을 바르자, 열과 따가움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한결 낫네요. 감사합니다."

"다행이네요."


그가 사람 좋게 미소 지었다.

그에 대한 화답으로 그녀도 미소를 지어주려 했지만, 피부를 당기는 느낌 때문에 조금 어색한 미소가 되어버렸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았고, 요츠하도 자신의 가방을 바라보았다.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태양 빛을 직접 쬐면 여전히 따가웠다.

전철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몇 번 났고, 요츠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요츠하는 남자의 검은 바지 왼쪽 부분에 하얗게 변한 부분을 발견했다.

검은 바지라서 더욱 눈에 띄는 그 얼룩은, 아마도 먼지가 묻은 자국 같았다.

그녀는 방금 자신이 넘어질 뻔 했을 때 들렸던 쿵 하는 소리가 그의 무릎이 전철 바닥에 닿으면서 난 것임을 깨달았다.

아프진 않았을까.

요츠하는 감사함과 미안함에 그 얼룩을 지워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털어줄 수도 없었기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때, 남자의 발이 조금 옆으로 움직이면서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요츠하는 그늘이 드리워지자 혹시나 하고 고개를 들었지만, 남자는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착각인가하고 다시 시선을 내린 그녀의 눈에, 양복 사이로 살짝 보이는 남자의 사원증이 들어왔다.

사원증이 약간 기울어져 있어서, 이름이 조금 보였다.

高木...타카키겠지? 사람 이름이니까.

그 순간 전철 스피커로 다음 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 방송을 들은 남자가 발걸음을 옮겼고 요츠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남자를 따라갔다.

문 앞까지 가서 선 남자는 왼손으로 봉을 잡았다.

얼마 안 있어, 끼이익 소리와 함께 열차가 정지했고, 문이 열렸다.

혹시나 남자가 자신을 보진 않을까하며 요츠하는 그를 계속 바라보았지만, 그 남자는 문이 열리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렸다.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끼며 요츠하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이 닫히고 열차가 출발했다.

열차가 역을 떠나면서 여전히 강한 태양 빛이 그녀를 향해 내리쬐었다.

눈부심에 조금 눈을 찌푸린 그녀는 문뜩, 자신의 얼굴이 더는 따갑지 않음을 눈치챘다.

그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가져갔다.

손가락에 느껴지는 볼을 덮은 감촉이,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았다.


다음날, 그녀의 가방 속 물품목록에 하얀 튜브에 담긴 수분크림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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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서울 올라갔는데 얼굴이 따가워서 견딜수가 없더라.

역시 나는 그런 북적북적한 곳에서 살기에는 부적합 한가봐.


이하는 내가 쓴 글들.

각 글은 이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연작으로 봐도, 각각의 단편으로 봐도 좋아.


기적의 대가는

그대를 사랑함은

다시 한번, 나는

다시 한번, 우리는

그들의 인연은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행복은

우리가 흔들림은

당신을 닮길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