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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두번


세번째


네번째




드디어 시간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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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미키 요즘 한숨이 늘었어"


오랜만에 맞는 주말의 비번. 미츠하와 함께 놀러 나왔다.


"우리 고딩 알바들 새로 왔다고 이야기 했었지?"


"응"


"그중에 타키라는 애가 있는데..."


멈칫.


미츠하가 문득 발을 멈추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왜그래?"


"어? 아, 아냐. 계속 이야기해"


"아무튼 타키라는 애가 있는데...빠릿하고 일도 나름 잘 하는데 진상 대응 능력이 꽝이야..."


"왜? 어버버 거려?"


"차라리 그러면 다행이지..."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넘어간다.


"너 이새끼...새파랗게 어린 놈이 어딜..."


"그쪽이 뻔한 수작 부려놓고 나이로 뭉개려고 하면 퍽이나 먹히겠다"


큰 소리가 나길래 그쪽으로 달려가보니 또 타키가 한건 했다.


손님한테 한대 얻어맞은듯 한쪽 볼을 감싸 쥔 타키는 여전히 투지에 불타는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고 있다.


하아....이게 내 한숨의 원인이야. 미츠하.


"넌 임마 나좀 보자"


매니저가 수습에 나서는 사이에 타키의 바로 윗 서열인 다나카가 타키를 질질 끌고 갔다.


얼마 후 입이 삐죽 튀어나온 타키가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시 돌아왔다. 괜찮니? 하고 물어보니 쫙 깔린 목소리로


"괜찮아요"


라고 걱정을 부가시키는 대답을 해온다. 아니, 너 전혀 괜찮아보이지 않거든?


그래도 어떻게 나머지 시간은 조용히 지나갔다.


영업이 끝나고 묵묵히 청소기를 미는 타키는 표정을 보니 기분은 그럭저럭 풀린 모양이었다.


'하아...'


타키는 뭔가 부당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진상들의 클레임은 그야말로 배알이 비틀리는 일이리라.


하지만 그런 욱하는 성질에 비해 안타깝게도 타키는 싸움을 매우 못했다.


욱하고 터뜨리고서 뒷감당은 못하는게 문제다.


'그 성격만 좀 고치면 꽤 귀여운 앤데 말야...'


엊그제 저녁 영업 준비를 하느라 유리를 닦던 중 뒤에서 찰칵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타키가 폰을 들고 나를 보고 있었다.


서비스로 미소를 지으며 브이자를 그렸다. 또 한번 찰칵.


반쯤 장난으로 키스를 후 하고 날려보냈더니 귀까지 빨개지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다가온 타카기가 타키의 어깨를 덥썩 쥐더니 폰 화면과 타키의 새빨간 얼굴을 번갈아 보며 껄껄 웃었다.


거기에 또다시 발끈하는 타키와 느물느물한 타카기를 보고있자니 왠지 즐거워져서 나도 후후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런 순진함과 발끈함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도 참 특이해.








"타키 늦어!"


"죄송해요!"


지금까지 한번도 지각을 한 적 없는 타키가 연락도 없이 지각을 했다.


언뜻 스쳐지나간 몸에서 커피향과 달콤한 향기가 나는걸 보니 카페에 있다 온 듯 했다.


그러고보니 츠카사에게 들은 적이 있다. 셋 다 건축에 관심이 많다며 인테리어가 좋은 카페들을 자주 들른다고.


알바시간도 잊을 정도로 좋은 카페였나? 살짝 궁금해져서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다.







"타키! 송로는 떨어졌다고 했잖아!"


"타키! 목소리가 작다!"


"타키!"


평소엔 거의 지적을 받지 않는 타키가 왠지 오늘따라 굉장히 지적을 많이 받는게 내 귀에도 들린다. 주문 미스도 벌써 세번이나 냈다.


왠지 목소리 톤도 평소보다 높다. 행동거지도 평소의 타키답지 않다. 뭔가 전부 기억나지 않는 듯이 행동한달까?


생각해보니 아까 라인으로 츠카사한테서 메시지가 왔었다. '그녀석 오늘 조금 맛이 간 것 같으니까 잘 좀 봐주세요 선배'라고...


"아아~ 이 꿈 도대체 언제 깨는거야~"


양 손에 그릇을 들고 계단을 바삐 내려가는 타키의 목소리를 듣고 확실히 오늘은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손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이 형씨가 말야..."


척봐도 손놈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하얀 양복의 남자가 타키를 붙들고 피자에 이쑤시개가 꽂혀있다며 클레임을 걸어왔다.


차라리 머리카락이라도 한올 뽑아서 올려놓던가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이쑤시개? 기도 차지 않지만 식당의 시선이 죄다 이쪽으로 쏠려있으니 빨리 처리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안그랬다간 타키가 또...


"여긴 내가 처리할게"


타키는 스즈키의 손에 이끌려 뒤로 빠져나갔다. 일단 위험요소 하나는 제거.


"정말 죄송합니다. 음식값은 내지 않으셔도 되니까..."


"어 진짜?"


"다치신데는 없으신가요?"


"먹기 전에 발견했으니까 당연히 없지. 이쁜 언니가 걱정해주니 기분 좋은걸? 일단 마저 먹고 알아서 갈테니 수고하라고"


"네 손님. 정말로 죄송합니다."


후우...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데 성공한듯한 기분에 살짝 안심한 나는 뒤에서 커터칼의 날이 꺼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위이이잉....


타키가 돌리는 청소기 소리가 조용해진 식당에 은은하게 울려퍼진다. 내 옆까지 온 타키는 청소기의 전원을 끄더니


"저어...오쿠데라씨?"


라고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스즈키가 꿀밤을 먹이며 한마디 한다.


"선배라고 해야지"


"아, 오쿠데라 선배님, 아까는..."


"오늘은 힘든 날이었지?"


"아뇨 그게..."


"그녀석들 고의로 그런거야. 매뉴얼대로 돈은 안받았지만 말야"


테이블을 닦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어, 오쿠데라씨! 그 스커트!"


"응?"


미유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길래 살짝 몸을 틀어 스커트를 살펴봤다.


그리곤 스커트의 엉덩이 부분이 찢겨나간걸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며 재빨리 앞치마로 찢겨진 부분을 가렸다.


"그자식들..."


주변에 있던 다른 직원들이 와서 웅성댄다. 얼굴은 기억하냐, 신고를 해야하는거 아니냐는둥...


나는 당혹감과 부끄러움과 분함이 섞여서 잠시 제대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선배님, 잠깐만요"


타키가 내 손목을 덥썩 잡고 직원 사무실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나는 영문도 모른채 끌려간다.


"스커트 벗어주세요!"


"에엑!?"


사무실 문을 닫자마자 타키가 대뜸 무지막지한 요구를 해온다. 그리고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


"아아 저기, 그...뒤돌아보고 있을테니까요"


"에에..."


뭐 찢어진 치마를 계속 입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치마를 벗고 구석의 예비 식탁보를 하나 꺼내서 허리에 둘렀다.


"금방 끝나니까요"


타키는 어디서 꺼냈는지 바늘과 실을 들고는 솜씨좋게 찢어진 치마를 기우기 시작했다. 얘한테 이런 재주가 있었나?


5분쯤 지났을까...


"다됐어요!"


타키가 치마를 들어보이자 거기엔 녹색 끈으로 꿰매진 틈과 그 위로 핀 꽃과 나비, 그리고 고슴도치 한마리가 수놓여져 있었다.


"타키 굉장해! 전보다 귀엽잖아"


"후후후후후"


왠지 웃는 모습도 평소같지 않게 귀엽다.


"오늘은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내가 알던 타키는 이렇게 부드러운 아이가 아닌데?


"실은 말야...오늘 좀 걱정이었어. 타키 싸움도 못하면서 성질만 욱하니까"


타키 얼굴의 반창고가 붙어있는 부분과 같은 나의 왼쪽 볼을 톡톡치며 말했다. 타키도 자신의 볼에 손을 댄다.


"오늘 같은 네가 더 좋아"


응. 확실히 좋아. 성격도 순하고. 그리고...


"타키한테 생각보다 여성스러운 면도 있었네"


머릿 속에만 담아두려던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타키는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얘 진짜 이런 캐릭터 아니었는데...


"그럼 이제 잠깐 나가줄래 타키? 설마 내가 치마 입는 모습을 보고 싶다거나 하진 않겠지?"


"아, 네,넵! 금방 나갈게요"


아, 이건 평소의 타키같다.


타키가 나가고 나는 식탁보를 벗어 던지고 치마를 입는다. 그리고 엉덩이에 수놓인 고슴도치를 바라본다.


"고슴도치...그러고보니 미츠하도 고슴도치 엄청 좋아했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변한' 타키와 나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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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 보고 뽕채우고 심기일전해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