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데라 센빠이 이야기
단편 목욕탕 쓰리-즈
갤주님 유령된 이야기
다섯번째
매일 쓰려고 하니 소재고갈이 신속하게 느껴진다. 앞으론 격일제나 3일제쯤으로 가야지.
---------------------------------------------------------------------------------------------
"어....라...."
미야미즈 미츠하씨는 신주쿠 정거장 역에 덩그라니 남겨졌다.
바닥엔 애처롭게 떨어진 붉은 매듭끈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어했지만 출근/통학 시간의 신주쿠 역에선 아무 시선도 끌지 못할 뿐이었다.
"일단...읏차"
미츠하는 자신이 얼마전에 습득한 기술로 일단 매듭끈을 구석으로 옮겼다. 괜히 누구한테 밟히기라도 하면 큰일 날라...
"이젠 어쩐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요츠하 뛰어! 놓치겠어!"
"그치만 사람들 너무 많아서 부딪힐 것 같애"
"괜찮아! 그냥 사과하면서 달려!"
요츠하는 전철을 타기 위해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신주쿠역을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앗, 죄송합니다!"
어떤 남자와 살짝 부딪혔다. 그리고 그 와중에 팔에 매둔 매듭끈의 버클이 톡 하고 풀리더니...
스르르르....
팔목에서 벗어나 바닥으로 나풀대며 떨어졌다.
"요츠...!"
미처 부를 새도 없이 요츠하는 전철에 올라타버렸다. 그리고 닫히는 문 너머로 미츠하와 눈이 마주쳤다.
"요츠하"
미츠하가 문 안에 불쑥 머리를 넣고 말했다.
"일단 학교 갔다와. 이따가 분실물 센터에서 다시 만나자!"
고개를 끄덕이는 요츠하를 실은 채 전철은 떠나가고 미츠하는 플랫폼에 덩그라니 남겨졌다.
출근시간이 지나고 낮이 되어도 신주쿠 역의 플랫폼은 여전히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미츠하는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와중에...
"아!"
수많은 인파 중에서도 아는 사람은 금방 눈에 띄는 모양이다.
"오쿠데라 선배다..."
뭐, 사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오쿠데라 미키는 어디에서나 금방 눈에 띄일 미인이지만.
그러고보니 이렇게 되고 나서는 처음 보는구나 하고 미츠하는 생각했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건 3년하고도 반년이나 전이지만 그때 본 오쿠데라는 지금의 고작 반년 전쯤 모습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기억속의 모습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그 모습에 미츠하는 왠지 모를 안심과 함께 그녀와 함께 했던 나날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
우연일까? 눈이 마주쳐버렸다.
기분탓이라 생각하고 눈을 돌리려 했지만 자신에게 고정된 시선에 왠지 눈을 돌리지 못하고 똑바로 보고만 있는 미츠하였다.
오쿠데라는 그런 미츠하에게 천천히 다가가더니 손을 들어 그녀에게 가져간다. 물론 그 손은 미츠하의 몸에 닿지 못하고 그저 통과할 뿐이었다.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져가는 오쿠데라에게 미츠하가 자신도 모르게 결정타를 날렸다.
"저어, 안녕하세요. 오쿠데라 선배"
강력한 이름 지명 공격에 오쿠데라는 언젠가의 신타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그만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저기이..."
"히이익!!!"
역 의무실에 옮겨진 오쿠데라가 정신을 차리자 다시 말을 걸어보는 미츠하였으나 돌아오는건 공포어린 비명뿐이었다.
미츠하는 오쿠데라가 쓰러질 때 재빨리 손에 자신이 깃든 매듭끈을 쥐어 주고는 따라왔던 것이다.
"아, 진짜 선배 그만 좀 놀라요. 목 다 쉬겠어요"
"제제제제...제가 왜 당신 선배인가가가가ㅏ요ㅇ요요요....?"
손을 달달 떨며 말까지 더듬거리지만 일단 처음으로 비명이 아닌 반응이 나온 것에 조금 고무된 미츠하.
"예전에 저랑 같이 알바하면서 재밌게 지냈던거 생각 안나요?"
아차, 무심코 던진 상대의 오해를 일으킬 발언에 미츠하는 황급히 입을 막았다.
"흑...엄마...아빠..."
그리고 어째서인지 부모님을 찾으며 공포의 울음을 터뜨리는 오쿠데라였다.
"아, 아아아...죄송해요.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니까 그만 뚝! 착하다, 우리 선배님 착하다."
의무실 침상에 앉아 엉엉 우는 젊은 미녀와 그런 그녀를 달래는 유카타 차림의 유령소녀는 제3자가 본다면 꽤나 임팩트 있는 장면일 것이다.
"어, 저기...그러니까...아! 타키! 타키 라인 있으시죠?"
안절부절하던 미츠하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자신과 오쿠데라의 연결고리가 떠올랐다.
"흑흑....타키...군?"
"네. 타키요! 타키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오쿠데라는 반쯤은 정신을 놓은 채 홀린듯 스마트폰을 켜고는 타키에게 라인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미츠하가 슬쩍 본 메시지 내용은...
-타키 구해줘 신주쿠역 의무실이야 츠카사랑 빨리와줘 제발 제발 제발 빨리 제발
어쩐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 미츠하였다.
"선배! 미츠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타키가 츠카사와 함께 나타났다.
타키는 미츠하에게, 츠카사는 자신의 연상 여친에게 다가갔다.
"미츠하씨, 이젠 제 여친님까지 손을 대시는 겁니까?"
"으엑, 츠카사 오쿠데라 선배랑 사귀는거였어?"
"히다에서 조금..."
그리고 츠카사는 예의 그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오쿠데라의 어깨를 토닥였다.
"츠...츠카사는...훌쩍...쟤 알아?"
"타키 여자친구에요. 미키씨도 몇번 봤을걸요?"
"힉!"
태연한 츠카사의 발언에 오쿠데라는 남친의 목을 두 팔로 단단히 감으며 미츠하에게서 멀어졌다.
"둘다 그만 좀 해라. 선배 울다가 숨넘어가겠네"
타키가 매듭끈을 손목에 감으며 말했다.
"그리고 미츠하 너는 왜 요츠하랑 안있고 혼자 신주쿠 역에 있냐?"
"히잉 타키~ 나도 미아인데 온도차 너무 다른거 아냐?"
볼을 부풀리며 타키의 머리 위에서 뿌뿌거리는 미츠하를 넋을 잃은 듯이 바라보는 오쿠데라.
"하핫, 미키씨 그 왜 예전에 가게에서 치마 찢어졌을 때 타키놈이 꿰매줬다면서 고슴도치 바느질 된 거 보여준 적 있었죠? 그게 저 미츠하씨 작품이에요"
"엣"
"세상엔 여러가지 신기한 일들이 많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는 오쿠데라였으나 타키와 미츠하의 열정적인 설명과 아귀가 딱딱 맞아들어가는 행적에 조금씩 경계를 거둬가기 시작했다.
"그럼 그때 데이트 신청했던 것도 미야미즈씨야?"
"에이 선배~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마요. 예전에 이름으로 불렀으니까 생긴건 조금 변했어도 이름으로 불러줘요"
헤헷 하고 웃는 미츠하를 하하...하며 넋나간 웃음으로 화답하는 오쿠데라.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미안...나중에 머리 좀 식으면 다시 이야기해요.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
오쿠데라는 츠카사에게 기대어 의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타키와 미츠하도 따라 나선다.
"그래? 미츠하도 큰일이었네"
"응. 그치만 요츠하한테 뛰라고 한건 나니까 내 잘못이야"
집에 돌아가는 비탈길에서 타키의 머리에 앉은 미츠하가 아침의 일을 설명했다.
"그래도 어떻게 선배가 그때 마침 신주쿠 역에 있어서 다행이다"
"본인한테는 다행이 아니었겠지만..."
미츠하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은 물건도 어느정도 만질 수 있고 다들 익숙한 사람이라 평범하게 대해주다 보니 자신이 죽었다는걸 가끔 망각하곤 한다.
하지만 오늘 오쿠데라의 반응을 보면서 새삼 다시 깨달았다. 결국엔 산자와 죽은자인 것이다.
"미츠하....?"
갑자기 가라앉은 목소리에 타키가 걱정스러운듯 올려다봤다.
"미츠하"
"왜?"
"이번 주말에 고슴도치라도 보러 갈까?"
"갑자기 왠일이야?"
"너 기분 안좋은 것 같아서. 고슴도치 좋아하잖아?"
"후훗...아냐. 타키도 수험생인데 준비할 거 많잖아? 괜찮아"
"그래도..."
"됐어"
말을 마치고 미츠하는 공중에 떠오르더니 두 팔을 넓게 펴고 빙글, 한바퀴 돌았다.
"비록 나는 타키랑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순 없지만, 그래도 타키랑 같이 있을 수 있고 타키가 아직도 나를 좋아해준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해."
"뭐야 갑자기 부끄럽게..."
"그치만 진심인걸. 타키도 그런 마음이 있었으니까 날 찾으러 왔던 거 아니었어?"
"그러네...그랬었지..."
둘은 그때의 재회를 다시 떠올린다. 그때...
띠링띠링
타키의 폰에 라인 알람이 떴다.
"어라? 요츠하네"
-오빠, 나 조금 늦을 것 같아. 오늘 아침에 신주쿠 역에서 언니 매듭끈 잃어버렸는데 분실물 센터에 가보니까 그런거 없대. 지금 찾는중이야. 꼭 찾아낼게.
아차.
----------------------------------------------------------------------------------------------------
미안해 요츠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