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4b2c534ebd335a3&no=29bcc427b28777a16fb3dab004c86b6f4fce3bfc395deae370db930cd2129c3f899e1a9c0d66e97fb01888d06ff24b7f99e5c2a8cd168e3896e5



며칠 전에 느갤 눈팅하다가 이 글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써봤음.

딱히 불닭이 아니라도 상관없지만... 내가 불닭을 좋아하기 때문에.



2023년인데 핵불닭 먹는 시대 문제는 가볍게 무시하도록 하자.




분량 - 14kb

총합 - 5,573 글자














[단편] 타키가 미츠하에게 핵불닭볶음면을 요리해줄 경우












뒹굴뒹굴.

미야미즈 미츠하는 깨끗하게 청소해둔 거실 바닥에서 심심한 어린아이처럼 전력을 다해 뒹굴며 일기예보를 시청하고 있었다. 자신의 나이가 27살이라는 것 정도는 가볍게, 그리고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상태다.

「도쿄는 오늘 고기압의 영향을 받겠습니다. 아침에는 옅은 안개가 끼었으나, 대체로 맑겠습니다. 내일은……」

종일 맑을 예정이라는 기상 캐스터의 말을 듣고 미츠하는 조금 신경질적으로 리모컨을 조작해 화면을 꺼버렸다.

'이렇게 맑은데 집에서 뒹굴뒹굴뒹굴……'

그렇게 말하면서도 열심히 뒹굴뒹굴하고 있다. 전신으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모처럼의 일요일이었다. 창문으로는 금방 세탁한 이불에 들어가 있을 때와 비슷한 포근함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런 좋은 날씨에도 집안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까부터 주시하고 있던 식탁 위의 스마트폰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무의미하게 시간이 흘러갈수록 미츠하의 뺨은 불만으로 부풀어가고 있었다.

"일요일인데! 쉬는 날인데! 나도 타키 군이랑 놀고 싶은데! 싶은데에에에!"

동거 중인 타치바나 타키는 아침 일찍부터 친구들과 놀러 나간 상태였다. 딱히 화가 났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자신의 연인이 친구들이랑 놀러다니는 것쯤은 당연히 이해해줄 수 있는 범주였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말이다. 잘 다녀오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감정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조금, 아주 조금 토라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런 면에서 둔감한 타키에게 눈치채주길 바라는 것은 또 힘든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미츠하의 전력을 다한 뒹굴거림은 그런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복합적 결과물이었다.

타키는 저녁 때나 돼야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정오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후였다. 험난하다! 미츠하는 그가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이 험난한 모험의 여정과 같이 느껴졌다.

그러던 찰나, 현관문의 손잡이가 돌아가는 쇳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럽게 현관문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 시간에 집으로 찾아올만한 사람은 최소한 알고 있는 사람 중에는 짐작 가는 부분이 없었다. 더군다나 잠금장치를 했다? 미츠하의 눈동자가 주인을 반기는 애교 많은 강아지 마냥 빛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 한 명밖에 없지 않은가.

쇳덩이가 밀려나며 생겨나는 빛의 틈새로부터 서서히 드러난 것은 예상했던 대로 타키였다. 아침에 나갔을 때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검은색 봉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미츠하는 타키가 보지 못하도록 고개를 돌려 뺨을 두들겼다. 마음 같았으면 폭발할듯한 반가운 감정대로 그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주말에! 이 좋은 날씨에! 홀로 자신을 집에 두고 나간 것에 대한 새침함 정도는 드러냈을 때 타키에게 좋은 자극이 되지 않겠는가 싶어서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어라, 일찍 왔네?"
"아. 응. 조금 일이 생겨서."

얼굴에 묘하게 장난기가 서려 있는 타키가 싱크대 위에 봉지를 내려두었다.

"무슨 일?"
"그것보다 미츠하. 혹시 매운 거 잘 먹어?"

어물쩍 넘어가려는 흐름에 미츠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왜 알려주지 않는 거야! 하고 속으로 외치며. 저녁때나 돼야 들어온다던 사람이 벌써 들어오다니 신경 쓰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매운 거? 뜬금없이 그건 왜?"
"그게 친구들이랑 매운 음식에 관해 얘기를 좀 했었거든. 난 잘 못 먹는 편이라 그 녀석들이 놀려대서 살짝 발끈해버렸어."

단적으로 미츠하는 매운 음식에 대한 내성이 거의 없었다. 애초에 그리 매운 음식을 먹어본 적도 많지 않았고 일상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운 음식은 기껏해야 카레 정도였다. 하지만 뾰로통해진 얼굴의 미츠하는 심술을 부리고 싶어졌다.

친구들에게 놀림 받은 타키에게 나는 매운 거 잘 먹는데! 따위의 말을 해버리면 굉장히 분해할 것 같은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서였다. 원래도 타키가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말이다.

"흐, 흐응. 적어도 타키 군 보다는 잘 먹을걸?"

그리고 그대로 말해버렸다.

'응?'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반응이 전혀 달랐다. 어째서인지 타키의 입꼬리가 씩 하고 올라가 있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오지만, 그 불안감의 정체를 파악할 틈도 주지 않고 검은 봉지에서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그래? 그럼 이것도 먹을 수 있다는 얘기지?"

웃고 있다. 분명히 웃고 있었다. 그가 자신만만하게 미츠하에게 꺼내 보인 것은 웬 닭 캐릭터가 검은 불을 뿜고 있는 시뻘건 라면 봉지였다. '2x Spicy'라는 문구가 굉장히 신경 쓰이는 데다가 무슨 뜻인지 읽을 수는 없었지만, 한국어로 보이는 글자들만 봐도 타키의 모략에 빠졌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뭐야……, 그거."
"예전에 인터넷에서 떠들썩했었는데, 본 적 없어?"
"처음 봐, 그렇게 새빨간 봉지."
"불닭볶음면이라는 라면인데 새로운 버전이 나왔더라고. 궁금해서 친구들이랑 하나씩 샀어. 미츠하는 매운 거 잘 먹는다고 했으니깐 이것도 먹을 수 있단 말이지?"
"다, 당연하지! 라면이 매워 봤자 얼마나 맵다고!"

미츠하는 스스로가 던진 말에 깜짝 놀랐다. 속으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리무리무리!'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단단히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지에 그려진 완성된 모습의 라면 사진만 봐도 도저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 그럼 내가 맛있게 만드는 법을 배워왔으니 기다려봐. 신타 녀석이 이걸 되게 좋아해서 말이야."
"잠……"
"왜, 설마?"
"아, 아냐."

거짓말이란 것을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려 꺼낸 반성의 한 마디는 개시하기도 전해 타키의 손에 박살이 나버렸다. '설마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건 아니겠지─?'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니 아무래도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타키가 던진 그물에 영락없는 물고기 되어버린 것이다.

미츠하는 강아지의 애절한 눈빛과 같은 표정으로 타키가 요리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 어쩌면 안 맵게 먹는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지켜본 요리 과정은 굉장히 간단했다. 끓는 물에 면을 넣는다. 면이 잘 퍼지면 채망에 걸러 차가운 물에 씻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딱 여기까지만 말이다. 타키는 프라이팬에 면과 올리브유 조금과 볶더니, 이내 핵심으로 보이는 액상 소스를 그 위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잔뜩 부어서 센 불에 볶기 시작했다.

미츠하는 경악했다. 소스를 뜯자마자 폭탄처럼 터져 나오는 강렬한 향에 기침을 연발했다. 후각을 지배하는 지독하게 알싸한 향이었다. 진심으로 향만 맞고 죽는 게 아닌가 싶었다. 미츠하가 알고 있는 매운 라면이라곤 타카야마 라면 가게의 아저씨가 만든 탄탄면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에 가히 충격적이었다.

"자, 완성."

함께 들어있던 김 가루와 깨를 완성된 라면 위에 뿌린 뒤 젓가락과 함께 미츠하에게 내밀었다. 새빨간 소스로 코팅된 면발은 반들거리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그위로 모락모락 따뜻한 김이 피어나고 있었다. 얼핏 봐서는 맛있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정말 먹을 수는 있는 거야?"
"당연하지. 먹을 수 없는 걸 당당하게 팔 리가 없잖아."

미츠하는 마지 못해 젓가락을 들었다. 타키는 지금 상황이 마냥 즐거운지 엄마에게 직접 만든 요리의 감상평을 부탁한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었다. 몇 가닥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라면 봉지에 그려져 있던 마스코트 캐릭터가 원망스러워지려고 했다. 아니, 이미 원망하고 있었다.

눈을 질끈 감고 입에 집어넣었다. 후루룩 소리와 함께 면발의 끝자락이 튕기며 입속으로 모두 들어갔다.

우물우물. 맵다. 엄청나게 매운데 이 정도면……, 아니다.

'잠깐만.'

미츠하는 바로 직전에 내린 스스로의 판단을 즉시 번복했다. 매운맛이 점점 팽창하고 있었다. 입에 넣은 순간부터 풍선처럼 팽창하는 매운맛은 그 끝을 모르고 끝없이 혓바닥을 괴롭혔다. 몇 번 씹지도 못하고 뱉을 뻔했다. 일생에 처음 느껴보는 매운맛이었다.

혀의 감각은 철저하게 파괴되어 사라져가고 있었다. 일개 음식이 사람의 혼을 뽑아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면을 다 씹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삼켰을 때, 눈에서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미츠하 씨?"

미츠하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형태로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냉장고로 달렸다. 타키에게는 재밌는 상황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미츠하에게는 진지하게 살기 위한 처절한 발길질처럼 느껴졌다. 냉장고의 문을 거칠게 열어 재낀 뒤 종이팩에 들은 우유를 컵에 따르지도 않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저, 저기 타키 군. 타키 구……, 타키 군……. 매운맛이 안 사라져. 어떡해. 살려줘, 타키 군. 으아앙."

아무리 우유를 들이켜도 혓바닥에서 미칠 듯이 날뛰는 매운맛은 가시지 않았다. 이미 혓바닥은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타키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독극물 대신에 가져온 건 아닐까. 미츠하는 혓바닥을 내두르고 타키에게 메달렸다.

"흐, 흐흣."
"으아앙, 타키 군. 나 죽어. 나 죽을 거 같아. 혓바닥 잘라내고 싶어. 뭐야, 이거어어어!"

자신의 옷이 미츠하의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가는데도 타키는 자꾸만 웃음이 입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래서 대체 뭐야, 이 살상무기."
"사실 나도 신타 녀석한테 이미 된통 당했거든. 크흐흣……. 츠카사도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고 나만 당하는 게 왠지 모르게 분해서 그만……. 것보다 미츠하 매운 거 잘 먹는댔잖아!"
"이, 이이……!"

미츠하는 부아가 치밀었다. 정말로 괴로웠던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호쾌하게 웃어대는 통에 이가 갈릴 정도였다. 아무래도 그냥은 못 넘어가겠다 싶어서 미츠하도 머리를 굴렸다. 이 장난기 많은 청년에게 어떻게 하면 복수할 수 있을까.

"잠깐만, 더 먹게?"

아직 잔뜩 남아있는 면발 사이에 젓가락을 찔러넣었다. 다시 한번 눈을 질끈 감고 몇 가닥의 라면을 집어삼켰다. 혓바닥을 도려내고 싶을 만큼의 고통을 견디기 위해 전신에 힘을 넣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면발을 기도로 내려보낸 뒤, 타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웃느라 저항하지 못한 타키의 머리를 붙잡고 망설임 없이 키스했다.

"으읍─!"

흘려보낸다. 강렬한 매운맛으로 분비된 끈적한 침이 솟아날 때마다 혓바닥으로 타키의 입안에 흘려보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예 그의 입안 곳곳을 불닭볶음면의 소스가 다량 함유된 침으로 코팅해주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타키의 머리는 놓아주지 않았다. 짜내듯이 흘러나오는 고통의 눈물을 그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만족스럽게 코팅해주었다고 생각됐을 쯤, 타키의 머리를 해방했다.

두 사람은 함께 혀를 내두르고 냉장고로 달렸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우유를 손에 쥐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아니, 저기요? 미츠하 씨? 캐, 캑. 이거. 콜록, 갑자기……"
"콜록, 에헤……, 콜록. 보, 복수야!"

눈에서는 눈물이 찔끔찔끔 나오고 입안은 말도 안 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웃음이 나왔다. 두 사람은 서로의 기침 소리에 반응하듯 한참을 폭소했다.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생명이 줄어드는 것 같긴 했지만, 이렇게 그와 함께 주말을 보내는 것도 무척이나 즐겁게 느껴졌다. 물론 한 번 더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사양이었지만.














[단편 목록]




[단편] 의도치 않게 만취한 미츠하 앞에서 하겐다즈를 전부 먹어치워 보았다.











단편 많이 쓸 것 같아서 표지를 만들어 볼까 하다가 텍스쳐 찾기 귀찮아서 관뒀...

단편은 가볍게 쓰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좀 있을 수도 있음.

4컷 만화 같은 느낌으로 쓰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