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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완전히 지쳤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 앞에 서자마자 무너지듯 몸이 쓰러진다. 데이트라는 거, 엄청 힘들잖아! 쉽고 재미있는 거라고 거짓말을 했겠다, 사야……. 침대에 누운 채로 핸드폰을 꺼내 라인을 실행시키고, 사야의 연락처를 불러와 저주 이모티콘을 선택, 전송 버튼을 누르려는 손가락을 순간 멈칫한다. 확실히 힘들고 당황스러운 일뿐이었지만…… 그래도 그것뿐이라고만 한다면 그것도 역시 거짓말…이겠지?
빙글 몸을 돌려 누운 자세를 조금 더 편하게 한 다음, 핸드폰의 앨범을 불러온다. 가장 최근의 사진, 요리하는 타키군이 자동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진지한 표정에 앞치마를 입고 요리에 임하는 그 모습이 나름 귀엽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일단 이걸로……”
아침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확실히 받아둔 타키군의 연락처에 그 사진을 등록. 아, 이 사진이면 진짜 전화 올 때마다 웃어버릴 것 같아.
띠리링~띠리링~
상상이 끝나기도 전에 화면을 가득 채우는 타키군의 얼굴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진짜로 웃겨! 후우…… 일단 심호흡으로 숨을 좀 진정시키고…… 좋아, 됐어. 나는 희미하게 떨리는 손가락의 끝으로 초록색 수신 마크를 눌렀다.
“여보세요? 미츠하?”
“응, 타키군? 무슨 일이야?”
“아, 응. 잘 들어갔나 싶어서.”
전화로 전해지는 타키군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응, 별일 없을 거야. 기분 탓 이겠지. 그러면…… 살짝 놀려볼까?
“방금 막 전화번호부에 타키군 사진을 등록한 참이었는데, 덕분에 웃느라 혼났어.”
“야! 미츠하! 대체 무슨 사진을 등록한 거야? 아니 그보다 나 너한테 사진 찍힌 기억 없는데?”
“내가 타키군의 방에서 뭘 하고 있었을지 잘 생각해봐~ 그럼 끊을게, 다음에 봐~”
“야 미츠하! 야!”
꾹- 하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다. 타키군의 목소리가 끊김과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걸로 타키군 한동안 고민하겠지~ 내가 자는 모습을 허락도 없이 훔쳐본 벌이니까, 조금 정도는 고생 하라고, 응. 아, 맞다. 자기 전에 일기 적어야지. 음…… 뭐라고 쓰지…… 역시 일기니까 솔직하게!
화면에 나타난 키보드를 통해 한자 한자를 적는다. 타키군과의 첫 데이트였으니까, 언제라도 떠올릴 수 있도록 이 기분을 자세히 써 놔야지. 한참을 써 내려가 스크롤이 밀려 내려간 후에야 나는 자판을 두드리는 걸 멈출 수 있었다. 하암… 더 이상은 무리. 이제 진짜 자야 될 시간이다.
“잘자, 타키군.”
나는 불을 껐다.
*
오늘은 우리 삼총사의 집합일 이다. 성인이 된 후로 좀 뜸해지기는 하였지만, 우리는 적어도 두 달에 한번, 주말 하루 정도는 꾸준히 시간을 내어 만나고 있다. 약속 장소인, 고등학교 시절부터 늘 들렸던 카페에 들어가자 두 사람이 나를 반겨준다. 아, 그러고 보니 저 테이블, 그저께 미츠하와 함께 왔을 때 앉았던 곳인데.
“늦어서 미안, 이번에는 먼저 와보려고 했는데 역시 너희들에게는 무리인가 보네.”
“타키는 항상 잠이 많았으니까, 학교 다닐 때에도 잊을 만 하면 꼭 한번은 지각했지. 그래가지고 회사는 잘 다니고 있냐?”
“어렵게 붙은 회사인데 늦잠 잘 만큼 배짱 있지는 않다고, 나.”
츠카사에게 가볍게 대꾸한 후 커피 한잔을 주문한다. 그러고 보면 고등학생 때는 여기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것도 한참 고민한 후에야 주문할 수 있었는데, 확실히 성인이라는 게 경제적인 면에서 좋긴 좋구나.
“아, 그러고 보니 타키. 너는 대체 언제 연애할거냐? 얼굴도 나쁘지 않은 녀석이 어떻게 지금까지 여자친구 하나가 없냐.”
신타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뭐야, 너도 여자친구 없으면서.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너는 초등학교 3학년 이래로 단 한번도 애인은커녕 평범한 이성친구조차 가진 적이 없단 말이다.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잖아? 여기서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골인한 녀석은 츠카사 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츠카사의 왼손을 힐끔 본다. 테이블 위에 보란 듯이 올려놓은 츠카사의 왼손 약지에는 당당히 반지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 니가 승리자다. 진짜. 츠카사는 내 시선을 눈치채고 이른바 ‘승자의 미소’라고 할 수 있는 여유가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커피잔을 들었다. 오쿠데라 선배의 안부나 물어볼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신타가 말한다.
“이 몸은 말이지, 한달 전에 고백에 성공했다고!”
“하?”
신타 녀석에게 여자친구라니, 그럴 리가. 켁켁- 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츠카사가 황급히 커피잔을 내려놓고 기침을 하고 있다. 저 반응을 보아하니 츠카사 녀석도 나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도 그럴게 신타에게 여자친구라니, 상상이 가기라도 해?
신타는 우리의 반응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몇 번 두드리더니 테이블 위에 당당하게 내려놓는다. 나와 츠카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지점으로 모아진다. 어? 진짜 신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제법 미인이라 할 수 있는 여인이 다정한 미소를 짓고 팔짱을 끼고 있다. 물론, 미츠하나 오쿠데라 선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뭐야 이 녀석?
“꽃뱀 조심해라.”
츠카사가 시선을 되돌리고, 검지로 흐트러진 안경을 제자리에 다시 돌려 놓으며 말했다. 아, 확실히 그럴 가능성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타 녀석이라면…… 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멋대로 사람 이상하게 취급하지 말라고!”
기대했던 대답이 아닌지, 신타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대체 어떤 반응을 원했던 거냐, 너.
“어쨌든 타키, 너는? 미키가 오늘 타키 너한테 물어봤을 때 아직도 좋은 사람 못 찾았으면 자기가 소개라도 시켜주겠다고 하던데.”
좋은 사람 소개라…… 아니, 그보다 너. 이제 자연스럽게 오쿠데라 선배를 미키라고 지칭하고 있구나. 대단한 녀석이야, 진짜로. 결혼식 전에는 말 놓으라고 놓으라고 해도 죽어라 존대만 하더만 어느새 적응했나 보네. 그나저나 좋은 사람이라……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간다. 말해도 괜찮을까? 너무 앞서나가는 거 아닐까, 나? 뭐 ……상관은 없겠지. 말하는 것쯤이야, 괜찮겠지.
“사실 나도 찾았어, 좋은 사람.”
“헤에?”
두 사람이 흥미롭다는 듯한 눈을 한다. ……뭔가 걸려든 기분이지만, 일단 말을 꺼냈으면 매듭은 지어야겠지. 미안, 미츠하. 혹시 잘못했다면 나중에 용서해줘.
“예쁘고, 착하고, 긴 생머리에 가끔 가다가는 귀여운 사람. 나보다 3살 위야.”
커피를 마시며 그녀에 대한 인상을 간단하게 털어놓는다. 한마디, 한마디 말을 할 때마다 녀석들의 눈이 커진다. 어라, 이거 반응 보는 게 꽤 재미있는데? 사진이 있나…… 아, 사진은 없지만 그림은 어제 그린 걸로 저장해 둔 게 있지. 핸드폰을 가볍게 몇 번 조작해 어제 그린 그 그림을 불러와 테이블에 내려 놓는다. 녀석들의 시선이 그곳에 집중된다. 그리고, 정적이 흐른다.
“……미안, 타키. 내가 그 동안 너무 신경 써주지 못했다. 아무리 미키가 있다지만 오랜 친구에게도 신경 썼어야 하는 건데…… 미안, 친구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 용서해줘.”
어라……? 이거 반응이 어째 좀 이상한데?
“나도 그간 정말 미안했다, 타키. 앞으로 이런 걸로 놀리지 않을 테니, 부디 현실 세계로 돌아와줘…!”
……이것들, 지금 나를 바보취급 하는 거지? 오냐, 지금 당장 전화 걸어서 미츠하를 연결시켜주마.
핸드폰의 전화번호부를 찾아 미츠하의 번호를 불러낸 후 발신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라, 타키군?”
나는 고개를 돌렸다. 시선의 끝, 가게의 입구에서는 미츠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
나는 힐끔, 고개를 돌려 내 옆에 나란히 앉은 미츠하를 보았다. 그녀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미안 미츠하, 이 빚은 나중에 반드시 갚을게……가 아니라, 나도 같은 처지구나.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삼키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우리의 앞에는 총합 4명이 나란히 앉은 채 우리에게 시선을 주고 있다. 물론 그 중 두 명은 츠카사와 신타였고 나머지 두명은 미츠하의 일행인 큰 키에 특이한 헤어스타일, 잘 관리되지 않은 수염을 기르는 한 남자와 얼굴에 점이 있는 여자였다. 그나저나……
“야…… 취업면접이냐고, 이거……”
“타키는 조용히.”
츠카사의 말에 나머지 3명이 동의한다는 듯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그쪽 분들 다들 서로 처음 보는 사이 아니셨나요?
“그러니까…… 미야미즈 양.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타키 녀석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물어도 될까요?”
“응응, 미츠하. 우리도 궁금해.”
츠카사의 질문에 미츠하의 일행인 여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신타는 뭐가 즐거운지 쿡쿡 거리며 웃고 있고, 미츠하의 나머지 한 일행인 남자는 심각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나를 보고 있다. 무슨 범죄자 심문 당하는 것 같잖아!
“저기… 그러니까, 지하철에서 말이죠……”
미츠하는 그렇게, 마치 진짜로 무서운 사람들한테 추궁 당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떨면서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된 일을 설명했고, 츠카사와 신타는 내가 이 녀석들을 알게 된 후 본 모습 중 가장 진지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그 말을 듣고 있었다. 너네들 이 면접이 끝나면 몇 배로 갚아주마, 반드시.
“……타치바나 씨 맞죠?”
“네…넵!”
남자의 질문에 몸이 반사적으로 면접모드로 반응해버리고 만다. 아, 첫 인상은 완벽하게 구겼겠네. 이래봬도 면접은 자다가 이름이 불려도 가능할 수준으로 연습했었는데, 회사 붙었다고 그 감을 완벽하게 잃었나 보다.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치바나 씨는 미츠하의 어떤 점이 좋은 건가요?”
“ㅌ…텟시!”
남자의 말에 미츠하가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며 외친다. 순간 그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생각을 다잡았을 때는, 이미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 후였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생각나는 데로 가자. 어떻게든 되겠지.
“바보 같은 여자…… 라고 할 수 있겠죠, 미츠하는.”
미츠하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그러니까 바보라는 거다. 말은 끝까지 들으라고, 미츠하.
“타인이 피해를 입는 건 끔찍하게 싫어하는 주제에 자신에게 가는 피해는 참으려고 하고, 잘 토라지고, 잘 화내고, 잘 울고. 여러모로 사람 신경 쓰이게 많이 하죠.”
그녀의 얼굴이 더 빨갛게 되어서 아예 푹 숙인다. 하지만 그녀가 텟시라고 지칭한 남자는 내가 뒷말이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팔짱을 끼고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한차례 심호흡을 한 후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그만큼 착하고, 잘 화내는 만큼 잘 웃고, 토라지는 만큼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심지어 기뻐서 라는 이유로 툭하면 눈물을 흘리는, 하지만 그 우는 모습이 정말로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그런 여자니까. 그리고 그 여자와 함께 있을 때 항상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고, 더 웃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여자니까. 그래서 좋아하는 거겠죠.”
말을 다 한 후에야 나는 정말 다시는 못할 정도로 낯부끄러운 말을 쏟아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비록 츠카사와 신타는 앞으로 이 말을 죽어라 우려먹겠지만, 미츠하가 ‘텟시’라고 부른 저 남자에게는 반드시 이렇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는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라고. 다행히, 그 남자는 내 말에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합격이다. 수 차례의 면접으로 다져진 감각이 결과를 알려왔다. 이 면접 아닌 면접은 이걸로 완료인 것이다.
-올리는데 자꾸 일부 분량이 잘려서 올라가네;; 메모장에 복붙 한 다음에 일일히 엔터 다시 치고 다시 올려;; 2일에 한번 연재하는 건데도 의외로 힘드네...... 최대한 앞으로도 이 스케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많이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
p.s. 역시 키보드 치는게 되도 않는 바늘 가지고 씨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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