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 읽으면서 들어봐.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서 개판임.
초속 5cm는 단순히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상실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초속에서 아카리와 타카키가 자연스레 연락이 끊기는 걸 보면 정말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 자연스레 헤어졌던 게 생각나더라. 어릴 적에는 정말 친하게 지냈던 친구나 학창시절 선생님, 혹은 내 인생에 도움을 주신 여러 분들. 그 사람들을 잊고 살지만 그 사람의 흔적은 꼭 어디에선가 튀어나오고, 그러고는 그 사람이 떠오르고. 그러다가 그 사람이 그립고. 언젠가 한번 만나고 싶고.
물론 타카키는 아카리를 보고 나서 훗 하고 그냥 털어버렸지만 난 왠지 그럴 수 없더라. 그 사람이 생각나면 자꾸 보고싶고. 그 사람을 어디서 본 것 같으면 그 사람이 자꾸 생각나고. 한번 만나서 어떻게 살았는지, 지금은 어디에 살고 무슨 일을 하는지, 혹시 여자친구나 아내는 있는지. 그리고 시간나면 같이 술이나 마시면서 이야기나 하자고 그러고 싶더라고. 그런데 니미럴 그 새끼들이 어디에 사는지 알 길이 도통 없어요. 그러면서도 어떻게 내 집은 알고 있었는지 부고장은 잘만 찾아오더라.
중학교 시절 수학선생님은 언젠가 자기가 은퇴한다면 지푸라기 지붕을 올리고 황토를 바른 초가집에서 소박하게 살 것이라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선생님이 그 얘기를 할 때마다 우리는 그저 지루한 수학시간에 좀 졸 수 있겠다며 책상에 드러눕곤 했다. 그 선생님은 지루하긴 했어도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도움을 많이 주셨던 분이었다. 전임 예수쟁이 수학선생보단 훨씬 인격자셨지. 우리가 암만 수학 점수가 개판이었어도 웃으면서 봐주시고, 그러면서 어떻게든 빡머가리 중딩들을 가르쳐보겠다며 안간힘을 쓰시고.
그 선생님이랑은 중학교 졸업하고 나서 연락이 끊겼는데, 한 십여년인가 지나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돌아가셨으니깐 조문하러 오라고. 어느 시 어느 구 어느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있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친구들이랑 같이 모여서 빈소로 향했지. 그때 친구들이랑 그 선생님 노가리 까면서 웃으면서 그랬는데, 아마 누가 우릴 봤다면 어디 오랜 친구라도 보러 가나 싶었을거야. 조문 가는 사람으론 안 보였겠지. 아마 그때가 한 8시쯤 됐던 걸로 기억한다.
빈소에는 모르는 남자 한 명과 중학교 시절 특수반 선생님만 계셨다. 보통 상갓집은 한 8시에서 9시쯤 제일 붐비는데, 그 시간대에 단 두명밖에 없었던 거지. 우리 오기 전에 빈소에 온 사람도 특수반 선생님을 포함해서 고작 네 명밖에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모르는 남자분은 남편분도 아니고 친척이라고 하셨다. 상주 맡을 사람이 없어서 자기가 했다고 그러는데,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초속에서 타카기는 아카리를 다시 보기라도 했지, 나는 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끝내 보지 못했다. 게다가 그 사람이 그렇게 쓸쓸하게 죽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미어지더라.
그 상실의 아픔이라는 게 나에게는 너무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감독은 그걸 치유물이랍시고 만들어놨네? 그래서 난 초속 5센치미터를 좋아하지 않았다. 덤으로 신카이 마코토도 되게 싫어했음. 왓챠에도 별점 5점 만점에 1.5점 줬음.
그렇게 계속 신해성 작품은 거르다가 느그이름이 떴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래는 안 보려고 했는데 하도 난리부르스라서 어떤 작품인지 보려고 한번 갔다.
솔직히 느갤에서 말하는 것처럼 명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잘 만든 영화 1 수준? 미야자키 수준은 택도 없지. 그래도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 와닿더라. 망각에 대한 저항. 센과 치히로가 나를 망각하는 것에 대해 다뤘다면 느그이름은 남을 망각하는 것에 대해 다뤘다. 그 망각에 저항하고, 그 사람을 기억하고 찾으려 노력하고, 끝내는 그 사람을 찾아내는게 정말 감명깊더라고.
그래서 요 작품에 되게 많이 빠졌다. 아마 이렇게 한 작품에 빠지는 건 옛날 초등학교 시절 봤던 쥬라기 공원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래서 막 만화 찾으러 돌아다니고, 그러다보니 느갤까지 오게 됐다. 그러다가 하도 읽을 게 없어서 팬픽까지 읽고. 처음에는 팬픽 별로 안 좋아했다. 까놓고 말해서 문장도 개판이고 문체도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다.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아마 '나도 문장력이 부족해서 소설을 못 쓰는데 너네들이 소설을 써?'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소설을 써보고 싶었지만 혹평받을까봐 그냥 안 썼거든. 그때 한창 내가 쓴 글로 욕을 먹었던 때라서.
근데 뽕 충전하려니깐 만화론 부족하더라. 그래서 맨 처음 읽었던 게 After 팬픽이었다. 그 별마을 작가꺼. 그러다가 별마을도 읽고, 그러다보니 느갤산 팬픽에도 손을 대게 되더라.
그러다가 어떤 십새끼가 NTR 팬픽를 내질 않나, 사망유희가 나오질 않나, 느갤산 After 시리즈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잊어버리는 엔딩으로 나오질 않나. 개 좆같더라고. 그래서 그냥 내가 뽕 채우려고 직접 팬픽을 썼다. 그렇게 쓴 팬픽이 '비가 온 뒤에 땅은 굳는다'다.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389166
반응이 되게 폭발적이더라. 그래서 후속작도 마구마구 썼다. 에필로그 부분을 늘려서 쓰기도 했고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403264 아예 프리퀄을 만들기도 했다.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400873 물론 2편이 너무 쓰레기같아서 그냥 연중했지만.
담배피는 미츠하 팬픽도 썼고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469507
그러다가 아예 신타를 중심으로 한 팬픽도 썼다.
이렇게 팬픽을 쓰면서 개인 원고도 잡기 시작했다. 소수자가 자기 집단을 혐오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런데 개인 원고도 잡으니 팬픽을 쓸 시간이 안 나더라. 거기다가 갤 꼬라지도 엉망이고. 반응도 없고. 내가 왜 개인원고 쓸 시간도 아껴가면서 여기서 팬픽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들더라고. 그래서 늦기 전에 탈갤하기로 했다.
물론 가끔 유동으로 만화 보러는 올거야. 근데 뭐 더이상 여기에 글은 안 쓸거임. 쓴다고 해도 유동으로 쓰겠지. 암튼 한달 넘게 즐겁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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