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와 미츠하가 동갑이며 몸이 바뀌기 전에 타키가 이토모리로 전학간다면? 이라는 IF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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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소리가 울린다.

알람과는 다른 종류의 소리. 전화인가?

나는 휴대전화를 찾아 손을 뻗는다. 손을 뻗자 휴대폰에 손이 닿았고 나는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뭐야. 미츠하 너 지금 일어났냐?」

수화기 너머의 여자가 익숙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어? 이 목소리는... 그제야 고간의 존재감이 신경 쓰인다.

“우리 또 바뀐 거야?!”

이 수수께끼의 현상은 질리지도 않는 것일까? 우리를 괴롭히는 현상에 지친 몸을 일으킨다.

「그래. 그러니까 오늘도 버스정류장에서 모이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나의 목소리는 이제 익숙하다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할 말을 전한다. 전화를 끊을 타이밍인 것 같아서 끊으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이 떠올랐다.

“타키군! 그... 도시락! 잊지 마!”

우리는 뒤바뀌었을 때, 서로에게 도시락을 싸주기로 했다. 저번에 도시락의 내용물로 의심을 샀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눈치가 좋았던 사야를 경계해야 한다.

나는 통화를 끊고 지금까지 몸이 바뀌었을 때와 같이 서둘러 교복을 입고 거실로 내려갔다.

“타키, 너 오늘 아침밥 당번이잖아. 좀 늦은 거 아니냐.”

타키군의 아빠가 아침준비를 하기 위해 식재료를 꺼내며 나에게 불평을 토하셨다.

“아,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나를 잠시 바라보던 타키군의 아빠는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거실로 향했다.

나는 일단 된장국을 만들며 반찬을 뭐로 해야 할지 고민했다.

잠깐, 이 도시락 타키군이 먹는 건가? 어쩌지? 남자애에게 도시락을 싸준다니 이건 마치 그... 연인 아니야? 그래. 아니야! 비록 속에 있는 것은 남자애지만 몸은 내 몸이고, 여자애에게 싸주는 것과 마찬가지지. 평범하게! 평범하게 하자!

“타키, 된장국만 해놓고 아무것도 안하는 거냐?”

보다 못한 타키군의 아빠가 나에게 한마디 하셨고 나는 그제야 요리를 시작했다.

남자애와 도시락을 교환해야 한다는 사실에 긴장한 탓일까. 계란말이를 살짝 태워버려서 타버린 부분은 내가 먹었다. 아침식사를 마친 나는 집을 나와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역시 정류장에는 아무도 없어 잠시 기다리고 있자 타키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츠하! 많이 기다렸지!”

내 이름을 부르며 뛰어오는 그를 보면 머리를 정리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맨날 늦는 걸지 의문이 생기지만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나는 이 생각을 쫓아냈다.

“타키군, 끈 가져왔지?”

“아, 응. 여기”

생각을 전환하기 위해 끈을 찾자 그가 주머니에서 끈을 꺼내 보여준다.

“좀 있다가 달라고 하면 그때 줘”

내 말에 알겠다고 하는 타키군의 뒤에 서서 나는 머리를 정리해주기 시작했다.

정리를 해주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신음을 흘리기 시작한다.

이 남자는 왜 맨날 남의 몸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거야? 변태? 바보인가? 그 모습을 보니 살짝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아, 진짜! 타키군!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어?”

내 짜증을 들은 그가 오히려 역정을 부리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잖아! 일부러 내는 소리도 아니라고!”

“그럼 참으려고 노력이라도 해봐!”

이 남자는 뭐가 잘났다고 화를 내는 거야?

“으읏! 으으응...”

참는다고 입술을 물고 있는지 방금과는 다른 종류의 신음이 새어나온다. 고간이 간질간질한 게 기분이 이상하다. 조금 불편하지만 참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봐주도록 할까?

머리도 거의 다 됐으니 끈만 묶으면 된다. 나는 타키군에게 끈을 달라고 했고, 그는 어깨 너머로 끈을 꺼내든다.

내가 끈을 받기 위해 그에게 다가가자 타키군의 엉덩이에 고간이 닿았다. 고간은 아까보다 더욱 팽팽해져 굉장히 불편했고 나는 이게 무엇인지 알아채고 말았다.

“미...미츠하...씨? 이, 이, 이...이건 대체...”

타키군이 눈치 챘다. 남자의 몸은 여자의 소리만으로 이렇게 되는 거야? 그럴 리가! 그렇다면 이게 타키군의 몸이기 때문인가?

그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뭔가가... 닿고 있는데요?”


.......


“타키군, 변태.”

나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머리를 묶어준 뒤에 타키군에게서 살짝 떨어져 걷기 시작했다.

어색한 분위기와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등교하던 와중에 타키군이 말했다.

“미츠하? 그... 도시락... 교환해야지?”

아... 맞다. 도시락... 교환해야 하는구나. 나는 조용히 가방을 열어 도시락을 건넸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타키군도 도시락을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남자와 도시락 교환을 했는데 어쩌지? 어색한 이 분위기와는 별개로 다른 고민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와 도시락 교환이라는 경험을 했다.

입에 안 맞으면 어쩌지? 타키군은 어떤 도시락을 만들었으려나?

물어볼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이미 학교에 도착해 교실에 들어오고 말았다. 그냥 점심시간에 직접 확인하자.

우리가 자리에 가서 조용히 앉자 사야가 다가와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없어!””

“있구나?”

동시에 똑같은 대답을 하는 우리를 사야가 능글맞게 웃으며 바라보더니 나의 모습을 하고 있는 타키군에게 귓속말을 하기 시작한다.

귓속말을 들은 그가 자세를 바꾸며 무슨 소리냐며 묻는다. 아! 저 자세는 팬티 보이잖아!

내가 서둘러 그를 부르려고 했지만 나보다 먼저 기겁을 한 사야가 자세를 고쳐준다.

고마워 사야! 저 남자에게는 저주를 주도록 하자. 뭐가 좋을까? 조만간 큰 수치심을 얻는 저주를 내리자!


수업이 시작하자 평소와 마찬가지로 선생님의 질문을 내 모습의 타키군이 받으며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우리는 평소의 지정석으로 이동하여 각자의 도시락을 꺼낸다.

타키군의 도시락, 뭐가 들어있을까?

기대에 가득찬 내가 도시락을 꺼내자 사야와 텟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지?

“타...타치바나군? 미츠하? 둘의 도시락이....”

도시락? 무슨 얘기지? 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텟시가 사야의 말을 이었다.

“타키, 너 그거 미츠하의 도시락 통 아니냐? 미츠하도 그거 어제 타키가 쓴 통이잖아. 둘이 어떻게 된 거야?”

맙소사!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어쩌지? 도시락 통이 다르다는 걸 생각도 못했어!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하지? 아...정말! 국어문제는 잘 풀면서 왜 이런 문제는 답이 안 떠오르는 건데!

내가 아직 패닉에 휩싸여있을 때 타키군이 먼저 변명을 시작했다.

“아.. 그게 그러니까... 이건 말이지? 어제 귀갓길에 둘 다 가방을 엎어버렸거든! 그래서 정리하는데 도시락이 바뀌어버렸지 뭐야! 집에서 발견했을 때는 이미 밤이 늦어서 말이야! 그래서 그냥 설거지를 한 후에 오늘만 쓰고 다시 돌려주기로 했어! 그렇지?”

이렇게 말을 한 후에 나를 부르며 동의를 구한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이잖아! 이런 걸 믿어줄 리가 없다. 하지만 나 역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기에 긍정할 수밖에 없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럴지도 모르겠다며 텟시가 속았다. 텟시 고마워!

사야는 아직 의심을 풀지 않았지만 텟시가 긍정하자 넘어가준다. 얘는 정말 텟시바라기라니까?

소동을 일단락한 후, 나는 타키군의 도시락을 열었고, 거기에는 삶은 면과 크림소스가 들어있었다. 이 요리가 뭐더라... 그래!

“까르보나라다~”

나는 실물로 처음 보는 요리에 감탄했고 그런 나를 텟시가 이상하게 쳐다본다.

크흠! 크흠! 나는 헛기침을 한 후 크림소스를 면에 부어 식사를 시작했다.

크림소스가 묻은 면을 입에 집어넣자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면이 입속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소스의 풍미와 부드러움이 입속을 칠하기 시작했고 딱딱한 듯 쫄깃한 면은 씹는 맛을 주며 이게 진짜 파스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게 정말 우리 집에 있던 그 면인가? 타키군은 정말로 요리를 잘하는구나... 나는 순식간에 까르보나라를 먹어치웠고 나와 비슷한 속도로 먹은 타키군과 함께 텟시와 사야가 먹는 것을 기다린 뒤, 교실로 돌아갔다.


하굣길에서는 사야가 우리를 관찰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무시했다. 텟시와 사야가 자기들의 방향으로 가버리자 우리는 서둘러 버스정류장에 향했다.

벤치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더니 타키군이 나를 부른다.

“미츠하, 그러고 보니 나토리가 의식이 어쩌고 도망이 어떻고 하던데 그게 무슨 소리야?”

의식? 도망?..... 등골에 오한이 서리기 시작했다.

“아아~! 어떡해!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의식 날이잖아!”

큰일 났다! 오늘은 신사의 의식 날이라서 나는 무녀 복을 입고 춤을 춘 뒤에 의식을 진행해야한다. 그런데 내 몸에는 타키군이 들어가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경악에 휩싸이자 타키군이 나에게 의식에 대해 물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말해주었다.

“춤을 추고 신에게 바칠 공물을 만드는 의식이야.”

오늘을 무사히 넘기려면 타키군이 대신 해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걸 알리긴 싫은데...

“춤?! 오늘?! 난 신사에서 추는 춤 같은 거 하나도 모른다고!”

그가 당황한 나머지 언성을 높이며 나에게 묻는다.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알려줄 테니까! 오늘 의식은 빠질 수 없는 의식이란 말이야! 부탁해! 오늘 의식만 제대로 하면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 테니까!”

빠질 수 없는 의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도망치려 했던 적이 있지만 그건 말하지 않기로 한 채 나는 타키군을 교섭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본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음흉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뭐야 그 눈은? 야한 거 금지!”

역시 이 남자는 변태인가? 타키군은 내 말을 듣고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타키군의 표정에서 위험을 느끼고 말았다.


의식까진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일단 내가 시범을 보여주고 그에게 가르쳐주기로 했다.

내가 신악무를 추기 시작하자 그가 넋을 놓고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건 좀 부끄러워...

나는 춤을 마친 후 그에게 동작 하나하나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가르침을 받던 타키군이 나에게 사람이 가능한 동작이냐며 따진다. 이 남자는 방금 내가 추는 걸 봐놓고도 이러는 건가?

“이거 봐! 타키군의 몸으로도 가능하지? 내 몸은 훨씬 유연하니까 당연히 될 거야. 관절에 힘 빼고 한번 해봐!”

내 시범을 다시 본 타키군은 입술을 물며 내 자세를 따라했고, 성공했다.

“오! 정말로 되잖아?”

“거 봐. 되지?”

나 생각보다 교육에 소질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도쿄에 가게 된다면 유키 선생님처럼 교사라도 해볼까?

혼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타키군은 지금껏 배운 동작을 연습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도저히 오늘 배운 사람의 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타키군 잘하는데? 옛날에 춤이라도 췄던 거야?”

혹시 도쿄에서 춤이라도 췄던 걸까 생각하며 내가 묻자 그는 중학교 때 조금 췄었다며 잠시 하늘을 바라본다. 정말 췄구나... 지금은 그 당시를 떠올리는 거겠지. 추억의 회상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나는 헛기침으로 그의 의식을 현실로 불러들이고 말했다.

“일단 이 정도면 춤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아. 할머니에겐 혼나겠지만 일반인들은 구분할 수 없을 거야.”

“일단 혼나는 거냐...”

혼난다는 사실에 기죽은 타키군은 기운이 없는 고슴도치 같아서 귀엽다. 그러고 보니 타키군의 머리... 고슴도치 같네.

“처음 배운 건데 이 정도면 굉장히 잘하는 거라고? 역시 춤을 춰본 사람은 좀 다르구나?”

기죽은 타키군은 솔직히 귀여웠지만 여기서는 빨리 기운을 차리게 해주어야하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 그를 격려해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한 가지 해서는 안 될,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질문을 입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신에게 바치는 공물은 어떻게 만드는 거야?”

드디어 때가 온 건가... 말해주기 싫다. 말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이건 여자의 수치심이 걸린 문제다.

“말 안 해주면 의식을 할 수 없잖아.”

어쩔 수 없나... 나는 한숨을 쉬고 닫히려는 입을 필사적으로 열어 숨으려는 목소리를 쥐어짜내 답해주었다.

“쿠치카미자케”

“뭐? 그게 뭔데”

역시 알 리가 없지... 정말 숨기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하며 나는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얼굴이 달아오를 것처럼 볼이 뜨겁다.

“그... 입으로 쌀을 씹어서 나무로 된 상자에..... 뱉고 천으로 덮어서 묶으면 되는 거야.”

내 말을 들은 타키군은 그런 간단한 것에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냐며 물었다.

“뭐? 간단해? 여고생이 쌀을 씹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뱉는다고? 타키군은 수치심이라는 게 없는 거야?!”

이 남자는 대체 얼마나 뻔뻔한 거지? 부끄러움이 뭔지 모르는 건가? 공부는 잘하면서 이런 건 왜 이런대? 내가 불만을 품고 타키군을 바라보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좀... 부끄럽네. 그래도 이번엔 내가 해주잖아? 감사한줄 알아.”

부끄럽다는 생각은 있구나. 그러고 보니 이번엔 내가 하는 게 아니고 타키군이 대신 해준다.

“그건 그렇지만... 이렇게 걱정이 될 거면 내가 하는 게 나을지도?”

수치심도 수치심이지만 지금 나는 걱정이 더 앞서고 있다.


시간이 정말로 촉박하게 남았기 때문에 타키군은 신사에 갔고, 타키군에게 절대로 오지 말라고 들은 나는 일단 그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도착하자 멀리서 타키군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타키! 너 어쩌다가 이제 들어가냐?”

텟시다. 이 시간에 어디로 가는 거지?

“별건 아니고 그냥 이토모리 호수를 좀 구경하다가 이제 들어갈 뿐이야. 넌 이 시간에 어디로 가는 건데?”

내 질문을 받은 텟시가 히죽거리기 시작하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타키, 내가 좋은 구경을 시켜주마.”

좋은 구경? 내가 무슨 소리냐고 묻자 텟시가 내 손을 잡고 끌고 가며 말한다.

“미츠하의 무녀 복 차림, 어때? 흥미가 돋지?”

텟시는 지금 타키군에게 내 의식을 보여줄 셈인가? 내가 그 의식에서 뭘 하는지 알면서! 저주해주자. 텟시에게 사야와 함께 테시가와라 건설의 자재창고에 걸리는 저주를 내리겠어. 사야에겐 도움이 되고 텟시는 당혹할 테니 적절한 저주임에 틀림없다.

텟시에게 이끌려 간 신사에는 이미 사야가 도착해서 신악무를 추는 내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저주 수정. 둘 다 변기에 휴대폰이나 빠트려버려라.

신악무를 마치고 쿠치카미자케를 만들기 위해 밥의 포장을 풀던 타키군이 이쪽을 힐끗 보더니 표정을 찡그린다.

그것도 잠시 그는 쌀을 입에 넣고 쿠치카미자케를 만들기 시작한다.

우물우물우물.

붸에에.

우물우물우물.

붸에에.

계속되는 수치스러운 동작을 묵묵히 하는 타키군을 보고 나는 경건하다고 생각했다.

아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꿋꿋한 모습을 바라보며 좋게 생각을 해주는 사람도 있겠구나. 타키군 덕분에 제 3자로서 이 의식을 지켜볼 수 있었고 자신감도 조금은 되찾을 수 있었다. 나중에 원하는 거 하나를 말한다면 열심히 들어줘야겠다.

의식이 끝나고 타키군과 요츠하가 퇴장하자 사야와 텟시도 집으로 향했고 나는 신사 사무실의 앞에서 타키군을 기다렸다.

사복으로 갈아입은 타키군은 요츠하와 함께 나왔고 요츠하가 나를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연다.

“언니! 저 오빠는 누구야?”

순간 내가 대답할 뻔했지만 요츠하의 눈은 타키군을 향하고 있었고 손가락이 나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타키군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응? 아... 도쿄에서 온 전학생! 타키군이야.”

내 대신 타키군이 자신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여기서는 내가 인사를 해줘야 되겠지?

“타치바나 타키야.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잘 부탁해 요츠하”

내가 요츠하에게 인사하자 요츠하는 그런 나와 타키군을 번갈아가며 보더니

“그런데 언니랑 오빠는 무슨 사이야? 이 오빠는 우리가 여기서 나올 걸 어떻게 알았대?”

실수했다! 타키군이 나와 요츠하가 여기서 나올 걸 알 리가 없잖아. 어떡하지?

“아... 나랑 미츠하는 말이야 그...”

“미츠하? 벌써 이름으로 부르는구나?”

요츠하는 어린애답지 않게 날카로운 질문을 걸어온다. 요츠하도 놀란 눈치였지만 나 역시 당황하고 있었고 그런 나를 본 타키군은 씨익 웃더니


“타키군은 내 남자친구야. 그렇지 타키군!”


폭탄을 던졌다. 폭탄에 맞은 요츠하는 경악하며 집으로 달려갔다.

요츠하라면 분명히 사야에게 전화해서 이 사실을 알릴 것이다.


“타...타키군? 지금 뭐라고 했지?”

“너랑 내가 연인사이라고 했어. 저 녀석 은근히 건방지게 구니까 한 번쯤은 놀려주고 싶어서 말이야. 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 아니야?”

아아.. 이 남자는 머리가 좋은 거야 바보인거야?

“요츠하는 내 말은 무조건 믿는단 말이야! 게다가 지금쯤이면 이미 집에 달려가서 할머니에게도 말하고 사야에게 전화하고 있을걸? 어떡할 거야!”

화가난 나머지 언성을 높인 내 말을 듣던 타키군은 잠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사과하기 시작한다.

“미안! 내가 요츠하의 오해만큼은 제대로 풀어볼 테니까!”

그가 양손을 모으며 사과하자 더 이상 질책할 기운이 나질 않는다. 나는 타키군에게 알아서 해결해두라고 전한 후, 타키군의 집으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오~ 타키! 이제야 왔냐? 시골이 좋아서 돌아다니는 건 알겠다만 너무 늦지는 말아라.”

타키군의 아빠는 살짝만 뭐라고 한 뒤에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신다. 나는 그런 타키군의 아빠에게 알겠다고 한 뒤, 조용히 씻으러 들어갔다.

욕조에 물을 받은 뒤, 적당히 몸을 씻고 욕조에 들어가 피로를 녹인다.

더운 물에서 몸으로 흘러오는 따뜻한 기운이 몸을 녹여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모두 풀어주었지만 타키군의 행동은 용서하기 힘들다. 나는 그런 타키군에게 복수해줄 방법을 찾다가 한 물건에 시선이 쏠렸다.

‘면도기’

이 물건이면 겉으로는 티가 안 나게 타키군만 곤란한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면도기를 보자마자 나는 욕조에서 나와 그것을 들고 욕실의자에 앉았다.

“타키~ 수건은 가져가야지! 여기 가져왔... 너 뭐하는 거냐?”

수건을 들고 문을 열던 타키군의 아빠는 경직된 자세로 나에게 뭘 하냐고 물었다.

“아... 그... 불편해서요! 이렇게 미는 게 시원하니까?”

멋쩍게 웃으며 답하는 나를 본 타키군의 아빠는 한마디를 남기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아무리 그래도 음모는 함부로 미는 게 아니다...”



[절대 금지!!]

목욕 저어어어어어어어얼대 금지!!!!!

내 몸을 함부로 보지 마! 만지지 마!

다리 벌리지 마!

남자에게 접근하지 마!

여자에게도 접근하지 마!

가슴 한 번만 더 만지면 진심으로 저주할거야.

 

[금지사항]

사투리 쓰지 마!

여자말투 하지 마!

목욕은 정말 그만둬주세요. 부끄럽습니다.


 

[공지사항]

혹시 서로의 몸이 바뀌어 있다면 서로의 도시락을 싸주도록 합니다.

서로를 이름으로 불러줍니다.

-타키군 때문에 요츠하가 오해했잖아! 텟시나 사야한테 말하면 어떻게 할 건데?

-알아서 하십시오. 의식에 찾아온 벌입니다.

-타키군에게 복수를 해두었으니 각오하세요.

-대체 뭘 한 건데?!


-‘타치바나 타키’ 인상리스트-

도쿄에서 온 잘생긴 남자애

내 뒷자리의 남자애

당당하고 뻔뻔하다.

상냥한 구석이 있고 편의점에서 맛있는 것을 잘 사준다.

머리 모양이 고슴도치를 연상시켜서 귀엽다.

요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남자

춤을 잘 추고 농구도 잘한다.

눈치는 좀 없는 것 같다.

장난기가 좀 있다.

여자의 가슴을 함부로 만지는 변태

이 마을에서 숨김없는 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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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오랜만에 글을 써서 그런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도중에 쓰는 것을 포기하고 노트북을 덮은 첫번째 글이네요.

다행히 컨디션의 문제였는지 오늘은 굉장히 글이 잘써졌습니다.

미쯔를 먹은 덕분일지도 모르지만요. 2시간에 7071자는 괜찮은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이 시리즈에서 미츠하의 시점이 등장했는데... 미츠하 같나요?

어제까지만 해도 앞으로 미츠하 시점은 절대로 안쓴다! 했지만 왠지 미츠하의 시점을 써야할 일이 다음에도 생길 것 같습니다.

8.5화인 이유는 8화의 내용과 거의 겹치다가 9화의 직전까지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이에요.

오타 등의 다양한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편] 링크 모음집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19525


장편] 너를 위해서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0874 (完)


장편] 네가 없는 3년 / 내가 없던 3년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0900 (完)


장편] 처음 온 이토모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9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