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하선생님과 함께 하는 타키 군의 수험생활의 후속 시리즈!
수많은 곤경 끝에 마침내 원하던 대학에 당당하게 붙은 타키.
입학식이 끝나고,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는 타키에게,
'신입생 환영회 술자리' 라는 위협이 다가오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벚꽃잎이 흩날린다.
여기도, 저기도, 사방이 벚꽃천지이다.
소생의 계절인 봄의 하늘을 배경으로, 새들이 높게 비상한다.
“... 마지막으로,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저기 저 하늘을 높이 나는 새처럼, 언제나, 웅대한 기상을 가지십시오.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미래는 언제나 도전하는 자들의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늙은 노교수가 입학 축하사를 마치고, 천천히 연단을 내려온다.
아아,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어. 라고 나는 생각한다.
뭐, 사실 아까부터 주변 풍경과 경치에 완전히 시선을 빼앗겨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것 같지만, 뭐 어때.
시작의 계절인 봄과 함께, 치러지는 대학 입학식.
이를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른다. 아마, 대운동장을 가득 채운 신입생들도 저마다 나랑 같은 생각이겠지.
몇 달 전 대학별 고사를 보러왔을 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웅장한 석조 양식의 정문을 보고 전율했던 일.
그리고 자신이 다니게 될지도 모르는 건축학과 건물을 보고, 감격에 겨워서 눈물을 흘렸던 일.
그리고,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벚꽃길을 보면서, 몇 달 뒤에 미츠하와 함께 이 길을 걸으리라고 기대하는 동시에, 각오를 다졌던 일까지도.
그 이후에 여러 가지 난관들이 있었긴 했지만, 결국 보란 듯이 멋지게 뛰어넘고,\ 마침내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밀려오는 감격으로 인해서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어느새 식의 마지막 순서인지, 교가가 울려 퍼진다.
아직은 입에 잘 붙지 않는 어색한 교가를 부르는 것도, 지금 내게는 그저 행복할 뿐이다.
떠듬떠듬 따라 부르던 교가가 끝나고, 울려퍼지는 재학생과 신입생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하고 만다.
아아, 나 이제 정말로 대학생이 된거구나. 하고.
멍하니 박수를 치다가, 문득 그녀 생각을 한다.
나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나를 그 정도 위치까지 끌어올려준 선생님.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결코 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를 만나서 본격적으로 수험 공부를 시작할 때 즈음, 항상 생각하던 것이 있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꼭 그녀와 같은 자리에 서자고.
당시 내 성적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결국 나는 보란 듯이 해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너무나도 기뻐서, 이게 혹시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들어서, 그녀를 찾는다.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는 증거를, 그녀를 통해서 얻고 싶을 뿐이었다.
아아, 그녀가 있다.
재학생/관계자 좌석 가쪽에 앉아있는 그녀가 있다.
그녀 역시 나를 찾는 듯이 두리번거리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친다.
살짝 젖어있는 그녀의 눈동자.
아마 나랑 같은 생각을 한 것이겠지.
내 가슴에서 피어나는, 그녀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애정을 담아, 나는 들릴리 없겠지만, 입술 모양으로 말한다.
사랑해. 라고.
그녀 역시 수줍게 웃으면서 입술을 오므린다.
나도. 라고.
이후 주어진 점심시간에, 대학 내의 카페테리아를 탐방하자는 츠카사와 신타의 제안을 물리치고, 미츠하와 둘이서 구내식당으로 갔다.
일단 식당 종류가 상당히 많다는 것에 한 번 놀라는 나.
구내식당 안에만 해도, 일식, 중식, 양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었다.
물론 여러 가지를 하는 곳을 다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그리고 가격과 맛에 한 번 더 놀라는 나.
이 정도 가격에, 이런 양질의 음식이 나온다고?
오늘 갔던 곳은 양식집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내가 아르바이트 했던 ‘언어의 정원’과 비교를 해본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신세졌던 주방장 아저씨께는 미안하지만, 가성비 자체는 이곳이 훨씬 좋았다.
싸고, 맛있고, 양도 많고.
그런 생각을 하며 허겁지겁 먹는 나를 보며, 미츠하는 흐뭇하게 웃음 짓는다.
“식당이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야.”
“으으, 다른 곳도 어떤지 정말 기대되는걸.”
본심을 담아서 말한다.
“그럼 저녁에는 일식집에나 가볼까? 거기는 경제적인 메뉴부터, 고급메뉴까지 모두 팔거든. 분명 타키 군 입에도 맞을거야!”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그녀.
“미안, 오늘은 좀 어려울지도.”
하지만 그런 반짝거리는 눈빛의 그녀에게는 정말로 미안하지만, 나는 그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
“에엣, 어째서? 타키 군 약속이라도?”
“오늘 저녁에, 학과별 신입생 환영회가 있나봐. 동기들도 다 간다고 길래, 빠지기가 좀...”
미안한 마음에 말꼬리를 흐린다.
순식간에 기가 팍 죽는 그녀.
보는 내가 더 미안해진다.
나는 살짝 일어서서 그녀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미안함과, 최대한의 애정을 담아서 그녀를 끌어안는다.
“미츠하, 미안해. 내일부터는 꼭...”
“...아니야, 신입생 환영회는 중요하니까. 가서 동기들이랑 선배들이랑 친해져야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어서 말하는 그녀.
“그래도,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한눈팔면 안 돼?”
살짝 젖은 눈으로 그렇게 올려다보면서 말하다니. 이건 반칙이야 미츠하. 반칙이라구!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더욱 준다.
“미츠하...”
“타키 군...”
그녀 역시 내게 더욱 안겨들며, 촉촉이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여기가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인 학내 식당이라는 것을 완전히 망각한 우리 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얼굴이 가까워지고, 서로의 입술이 포개지기 직전에...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야, 저기 미야미즈 아니야?”
“그럼 옆에는 설마 남친?”
“에엑? 그 ‘철의 여인’ 미야미즈가 남자친구를 사귀다니...”
눈을 힐긋 돌려 바라보니, 미츠하 연배 정도로 보이는 여대생 세 명이, 이쪽을 힐끗힐끗 바라보며 소곤거리고 있었다.
내가 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와, 근데 저 남자애도 꽤나 스타일 좋은데?”
‘빠직’ 하고 미츠하의 예쁜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히는 듯 하다.
안 돼, 미츠하, 그러면 고운 피부에 주름이 진다고.
“엣? 근데 쟤 걔 아니야? 그, 그 있잖아. 술 먹고 단체 채팅방에 여친한테 고백하는 문자 보낸 애.”
“아, 나도 올해 입학한 아는 동생한테 들은 거 같애. 그래서 생긴 별명이 ‘이 시대 마지막 순정남’ 이라나 뭐래나. 완전 깬다야.”
‘화악’하고 내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지는 것을 느낀다.
며칠 전에 저질렀던 터무니없는 실수가 떠오른다.
으으, 그 때는 도대체 왜 그랬던거야, 나.
이미 분위기고 뭐고 다 깨어진 상황. 더 이상 나아갈 기분이 들지 않는다.
고개를 살짝 돌려 미츠하를 보니, 그녀 역시, 나만큼은 아니지만,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미츠하의 학과 동기들인 것 같았다.
우리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조용히 마저 밥을 먹고, 부리나케 빠져나오는 수밖에.
허겁지겁 뛰쳐나오며, ‘술 적당히 마셔~’ 라고 말하는 미츠하를 뒤로 한 채로, 학관으로 뛰어간다.
오후 일정에는 수강 신청 안내와 동아리 소개 등이 있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술자리’도.
방금 미츠하가 말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며칠 전에 술 때문에 일어났던 파극을 떠올리며, ‘오늘은 기필코 별로 안 마셔야지’ 라고 다짐하며 달려가는 내가 있었다.
몇 시간 뒤에 일어날 사건은 하나도 모르는 채로.
“자, 그럼 반갑습니다!”
쨍 하고 울리는 경쾌한 잔의 울림.
벌컥벌컥 하는 시원한 목넘김.
그리고, 캬아 하고 울리는 짧은 탄성까지.
일상적인, 즐거운 술자리의 풍경이다.
특히나, 어색한 선배들과의 자리 이후, 2차로 18학번 동기들끼리 모였기에, 더욱 분위기가 달아오른 것도 있지만.
여하튼, 원래는 이 풍경의 일원이 되어야했을 나지만, 오늘만큼은 주변인, 방관자이다.
왜냐하면 오늘은 술을 못 마신다고 미리 선배, 동기들에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물론, 츠카사와 신타 녀석들에게는 따로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다.
그 말을 들은 두 녀석들은 도통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곧바로 츠카사 녀석이 어디선가 십자가 목걸이를 가져와서 내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냐 하는 나의 질문에, 그 녀석은.
“야, 갑자기 술 못 마신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 동기들은 그렇다쳐도 선배들은 어떻게 속일건데?
이거, 십자가 목걸이인데. 걸고 술 못 마신다고 하면 종교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납득해줄걸?“
“오오, 그래, 속일 거면 제대로 속이자, 친구야.”
옆에서 거드는 신타는 덤.
에휴, 하고 그걸 받아들고, 목에 거는 나.
그리고 그 녀석들의 말대로, 효과는 확실하였다.
내가 사정을 설명하기도 전에, 다들 먼저 앞장서서 내 잔에 주스나 탄산음료를 부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신나게 마셔재끼는 것이었다.
아까 1차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동기들끼리만 있는 2차에서까지 이게 유효할줄이야...
목걸이로 부족할까봐 성경책도 가져왔는데... 괜히 가져왔나.
탄산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구석에서 쓸쓸하게 성경책을 쓰다듬는 나.
그러다가 테이블 맞은편의 츠카사와 신타와 눈이 마주친다.
한 번 씨익 웃어보이며, 신나게 건배하고 들이키는 두 녀석들.
아, 나도 술 먹고 싶다아아!
나는 또 다시 음료수를 들이킬 뿐.
오늘도, 왠지 모르게 음료수가 쓰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술이 한참 들어가서인지,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른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기에, 얼마 지나서 그들과 이야기할 거리도 다 떨어지고 말았다.
지루하다. 아직 엄청 늦진 않았으니 미츠하 집에나 들렸다 갈까. 라고 생각하며, 나는 지도앱을 켜서 미츠하네 집 위치를 입력한다.
아직, 이 주변은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런 뒤에, 슬슬 짐을 챙겨 일어나려고 하였다.
갑자기 누군가 내 앞에 앉는다.
“여어, 타끠, 집에 가냐아?”
이런, 혀가 꼬부라진 츠카사이다.
“우리랑, 가치 마시자아. 임마.”
평소에는 잘 취하지 않는 신타도 꽤나 취한 것 같다.
취한 두 놈의 모습을 보니, 며칠 전, 신타네 집에서 셋이서 곤드레만드레 마셨던 악몽이 떠오른다.
히익, 이거 위험해. 야바이 야바이.
내 본능이 보내는 신호를 느끼며, 나는 재빨리 짐을 챙겨서 나온다.
거의 입구에 도달했을 때,
누군가 탁자를 쾅 치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주모옥!”
엥? 하고 돌아다보니, 평소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츠카사의 고함치는 모습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의 시선이 그 녀석에게로 쏠린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그 녀석은 말을 잇는다.
“우릐 친애하는 동기이자, 이 시대의 마아지막 순정남인 타치바나 타끠군이 지금 집에 가신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여러분!”
마지막에 버럭하는 츠카사. 이 녀석 진짜로 취한 모양이다.
“여친 만나러 가냐!” “불금인데 어 딜도 망가!”
등의 고함과 환호로 보답해주는 동기들.
순식간에 우르르 내 주변에 몰려든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
확실히 전부다 제 정신이 아닌 거 같다.
진짜로 위험함을 감지하며, 나는 한 손에 성경책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십자가 목걸이를 잡고 흔들며, 인파를 헤쳐 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두 번째 총성은 이미 울리고 말았다.
탁자를 쾅 치며, 신타가 일어선다.
야야, 너까지 도대체 왜 그래.
“여어러분! 어차피 저 녀석, 술 되게 못 마시는 놈이에요오. 그냥 보내주자구요. 하하!”
그 말에 일제히 왁자지껄 웃는 사람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마음에 불을 지핀다.
정확히 말하면 차가운 분노? 여튼 이대로는 가만히 있기에는, 내 자존심이 용납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성경책과 목걸이를 가방 안에 넣으며, 아까 힘겹게 해쳐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그리고, 츠카사와 신타 녀석 맞은편에 큰 소리가 나게 앉는다.
“오오, 멋있다!” “싸나이답다!”
라고 제멋대로 지껄이는 녀석들.
그리고, 테이블에 있던 가장 독한 술을 잔에 가득히 따른다.
츠카사 녀석도 한 잔, 신타 녀석도 한 잔, 그리고 다른 놈들도 한 잔씩.
두고 보자, 니들은 다 죽었어. 오늘 누가 죽나 한번 보자.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우렁차게 건배사를 외친다.
“원샷을 못하면!”
그리고 미친 듯이 호응해주는 동기 녀석들이 있었다.
“장가를 못가요!”
그렇게 나는, 위험천만한 모험의 첫발을 디디고 말았던 것이다.
“허억!”
나는 급작스럽게 몸을 일으킨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목은 타는 듯이 마르고.
속은 매스껍다.
그리고 무엇보다, 숨을 쉴 때마다 내 입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는, 내가 맡아도 너무나도 불쾌하였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누구고, 것보다 지금 몇 시야?
침침한 눈으로, 주위를 휙 둘러본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방이다. 라고 멍한 머리로 겨우 생각한다.
커튼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
흰색을 기조로 한 가구들.
조금은 좁지만, 잘 정돈된 방.
그리고 흰색 이불이 덮힌 싱글베드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그녀까지도.
엥?
뭐라고?
미츠하가 내 옆에서 자고 있어?
갑자기 정신이 확 든다.
술이 확 깬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걸지도 모른다.
대체 어째서 내가 미츠하 집에?
나는 어제, 학교 근처 술집에 있었는데,
분명, 마지막에 츠카사와 신타와 신나게 건배를 하고...
그 이후로는 전혀 기억이 안난다.
머릿속이 깜깜하다.
예전에 혜성 재해 이후, 기억을 잃었을 때에도, 이렇게 머릿속이 깜깜하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건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그때의 기억의 단편이, 노이즈 낀 영상마냥 흐리기는 했어도, 어렴풋이는 기억나기는 했다면, 어젯밤 그 이후의 일은 아예 기억이 없다.
그 순간 나는 이해해버린다.
아, 이게 필름 끊어진다는 거구나. 하고.
아아, 어떡해. 나,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거지? 하고.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서 옆에 누워있는 그녀를 본다.
천사와 같은 자는 표정을 뒤로 하고,
그녀의 흐트러진 잠옷 사이로, 그녀의 가슴팍과 허리 등의 맨살이 무방비하게 노출되어있다.
살짝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손을 그녀에게 가져다 대는 나.
정확히 말하면, 내 손은 그녀의 가슴을 향하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걸 아는데도, 유전자를 넘어, 영혼 레벨에 각인된 이 본능을 억제하는 건 도저히 무리다.
그래, 이렇게 무방비하게 자는 미츠하가 나쁜거라고! 라고 나는 자기합리화를 하고 만다.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녀의 가슴에 손을 뻗는다.
그리고, 마치 천지를 창조하는 하느님과 아담처럼, 그리고 도킹에 성공하는 두 대의 우주선처럼, 나의 손과, 미츠하의 불룩 솟은 융기(戎器)는 마침내 최초의 컨택트를 하게 되고, 나는 황홀한 기분으로 그녀의 가슴을 만진다.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 느낌. 이 감촉.
몸이 바뀌었을 때도 항상 이걸 만지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었지.
아아, 정말 그립고도, 안정되는 느낌이야.
한 번, 두 번...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갑자기 미츠하가 눈을 슬쩍 뜬다.
“하암...”
아직 잠이 덜깼는지, 상황판단을 못하고 하품을 하는 그녀에게, 혼이 날 것만 같아서, 일단은 손을 떼는 나.
“아... 안녕, 미츠하. 잘 잤어?”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연기하며, 인사를 건넨다.
“아, 타키 군도 잘 잤어?”
살짝 웃으며 말하는 그녀.
아아, 어쩜 이렇게, 잠에서 깬 부스스한 모습도 사랑스러운걸까, 이 여자는.
그러나 곧바로, 그 싱그러운 미소는, 장난기 넘치는 미소로 변모한다.
“그나저나 타키 군, 어젯 밤, 기억 나?”
아까부터 품고 있던 의구심의 핵심을 가격 당해서 당황하는 나.
진정하자, 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해서 그녀에게서 답을 이끌어 내는거야.
“으응, 어제는 좀 많이 마셨었지, 아하하.”
내가 생각해도 참 부자연스러운 웃음이야.
“얼레? 기억 나는거야?”
의아해하는 그녀.
“으, 으응...”
하지만, 내 표정에서 모든 걸 읽은 그녀는, 곧바로 장난스러움을 한 단계 더하며, 묻는다.
“헤에, 다 기억나는거구나. 그럼 어제 타키 군이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알겠네?”
“무... 물론이지, 어제 나는 택시를 타고 집 앞까지...”
“거짓말.”
곧바로 부정 당한다.
“에엑? 그럼 대체 어떻게?”
진심으로 당황하는 나.
택시가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여기에?
지하철은 곧 끊겼을 시간이었는데.
“에휴, 진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모양이네.
어제 동기 두 분이 널 부축해서 여기까지 데려왔었는걸. 자꾸 길에 드러눕는 널 데려오느라 되게 고생하신 거 같더라. 다음에 인사라도 꼭 드려.”
한숨을 쉬며, 조금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는 미츠하.
으으, 그렇게 보는 건 그만 둬 줘, 상처 받는다구.
그와는 별개로 내 의구심은 더 커져만 간다.
“헤에? 하지만 대체 어째서 우리 집이 아니라 여기로...?”
“글쎄? 그런데 그 분들 말을 들어보니까, 지도 앱에서 여기를 목적지로 설정해놨다던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는 그녀.
아아, 이제야 모든 퍼즐이 이어진다.
어제 그 건배 이후로 술을 미친 듯이 퍼 마시고, 그대로 필름이 끊겨서 아무데서나 누워서 자려고 하던 나.
그런 나를, 인정 넘치는 동기분들이 책임지고 끌고 와준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미츠하네 집에 들릴려는 심산으로 목적지를 이 곳으로 설정해둔 바람에, 이곳으로 날 데려오고 말았지만.
문을 열었을 때, 집 안에 왠 여자가 있는 걸 본 동기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아아, 나, 또 저질러 버리고 말았구나.
그것도 저번보다 훨씬 심각한 형태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나에게, 미츠하가 한 소리 한다.
“타키 군, 그러니까, 앞으로 술 좀 적당히 마셔. 저번에도 그렇게 실수하더니.”
이럴 때 만큼은, 확실히 미츠하가 연상인 것이 느껴진다.
이것이 연상의 관록 이라는건가...
여튼, 어디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인 것은 변함이 없다.
그래도, 내가 계속 침울하게 울상으로 있는 것이 보이자, 내게 다가오는 미츠하.
그대로 나를 꼬옥 끌어안는다.
“그래도, 어제 취한 타키 군은 몹시도 귀여웠답니다?”
살짝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위로하려고 했던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의 결과로 나는 더욱 당황한다.
“에에? 와서 또 있었어? 말해줘, 대체 내가 뭘 했는지를!”
나는 숫제 울부짖는다.
하지만, 미츠하는 손가락을 들어 내 입술에 가져다댄다.
“쉬잇, 가끔은 모르는 것이 약 일때도 있다구~.”
여전히 장난스러운 미소이다.
“으으...”
이럴 때만 어린애 취급이냐! 라고 생각하는 나.
그래도 할 말은 없다. 확실히 내가 잘못한 것이 맞으니까.
여전히 우울 모드인채로, 이런 저런 생각 중인 내 목에 팔을 두르는 그녀.
그리고, 내 입술에 그녀의 입술을 포갠다.
짧았지만 강렬한 키스가 끝나고, 그녀가 입을 연다.
“하아... 그래도, 난 술 취한 타키 군이라도 좋은 걸. 왜냐하면... 어떤 타키 군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나의 타키 군이니까!”
언젠가 내가 했던 말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고백.
얼굴이 빨개진 채로, 그녀는 계속 말을 잇는다.
“뭐어... 나도 예전에 술 취해서 타키 군을 덮친 적이 있었으니까...
그...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젯밤의 타키 군은 굉장했는걸... 에헤헤...”
어젯밤의 일을 상상한 듯이, 살짝 얼굴이 풀어지며 해실해실 웃는 그녀.
“뭐어, 어젯밤에 설마 나, 그거까지도?”
그러고 보니, 이제야 내가 속옷차림인 것을 깨닫는다.
“아이, 몰라. 더 이상은 얘기 안 해줄 거야. 여튼, 이제 쌤쌤이야!”
장난스럽게 살짝 혀를 내밀며 말하는 그녀.
그런 사랑스러운 그녀와, 허겁지겁 옷을 찾아 입는 나를, 막 떠오르기 시작한 해가 언제까지고,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준 갤럼들에게 감사를.
오늘의 주제는 술자리. 특히 필름 끊긴 것에 관한거야.
난 태어나서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본건, 신입생 환영회가 처음이었어.
물론, 타키처럼 여친 집에 가서 메챠쿠챠할 수는 없었고, 그냥 선배들이 욕하면서 기숙사에 던져놓던거는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
여튼, 앞으로도 이 시리즈는 이렇게, 모두들 한번쯤 겪어본 소재로 좀 가벼운 기조로 계속 써볼까 해. 그러니까, 댓글로 아이디어들 많이줘 ㅋㅋ
아 참고로 헷갈려하는 사람이 있는거 같은데, 타키가 처음으로 제대로 메챠쿠챠한건, 과외팬픽 에필로그 이후 여관에서, 기억을 되찾은 미츠하와...
즉 이번게 처음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여튼, 의견/지적/감상평은 모두 환영이야! 그러니 댓글로 이 작가놈에게 힘을!
그럼 다음 글로 찾아올게.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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