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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미있었어~ 도쿄 디즈니랜드, 항상 가보고 싶었는데 갈 시간도 없고 같이 갈 사람도 없어서 항상 생각으로만 그쳤는데…… 타키군이랑 같이 와서일까? 지금까지 도쿄에서 보냈던 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즐겁지 않았지만, 그간 보내왔던 모든 시간이 오늘 하루만으로 벌충되는 것 같아. 지상으로 나온 열차의 차창으로 오렌지색 노을빛이 스며들어온다. ......예쁘다.
“저기, 타키ㄱ…”
시선을 돌리며 타키군을 부르다가, 숨을 삼킨다. ……자는 걸까. 타키군은 어느새 눈을 감고 조용한 숨소리만을 내며 잠들어 있다. 그러고 보니 나, 타키군을 하나도 신경 쓰지 못했네... 나 혼자만 재미있던 거고 타키군은 재미 없었으면 어떡하지…?
“타키군도… 즐거웠어?”
작게, 속삭인다. 물론, 타키군은 답해주지 않는다. 그는 지금쯤 꿈을 꾸고 있을 테니까. 그 때, 타키군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진다. …즐거운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흔들리는 전철의 움직임을 타고 타키군의 몸이 천천히 기울어져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많이 피곤했던 거려나…… 어깨가 무겁지만, 그렇다고 타키군을 깨우고 싶지는 않다. 고개를 돌린다. 입술에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감고 있는 타키군이 숨결이 부딪힐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으……심장이 쿵쾅거려서 미칠 것 같아!
숨결 때문에 타키군이 일어날지도 몰라. 후우…… 천천히, 약하게. 가느다랗게 숨을 내쉰다. 후으……후……후으……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어…… 결국 포기하고 나는 평범하게, 그래도 되도록 조용하게 숨을 내쉬기 시작한다.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타키군이 그렇게 예민했으면 흔들리는 순간 깼을 테니까.
가만히 타키군의 얼굴을 본다. 음… 확실히 타키군은 잘생겼다. 함께 있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여자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 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가끔은 정말 의지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지금처럼 자고 있을 때의 타키군은 그냥 착한 남동생 같다.
조금…… 기대봐도 될까? 타키군이 깰까? 조금씩, 조금씩 타키군에게 머리를 기울인다. 아, 닿았다. 조금 더… 조심 조심, 타키군에게 기대어진 쪽으로 체중을 옮긴다. 아, 완전히 기대버렸다. 타키군에게 완전히 기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타키군의 냄새가 코끝을 감돈다. 하암…… 갑자기 졸음이 몰려온다. 긴장이 풀어져서 일까, 갈아탈 역은 앞으로 30분은 더 가야 한다. 그러면 조금은 자도… 괜찮겠지? 나, 그렇게 깊이 자는 편은 아니니까, 금방 일어날 수 있을 거야.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코끝을 감도는 타키군의 존재와, 기대어진 쪽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너무나도 편안했다.
*
아, 자버렸나.
코 끝에 부드러운 향기가 감돈다. 거기에 무언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 머리를 받치고 있다. 뭐지…… 고개들려고 하는데 머리가 묵직하다. 무언가가 올려져 있는 것 같다. 거기에 따뜻하고…… 뭐지 이거? 섣불리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 조심스럽게 시선만을 돌린다. 머리를 누르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숨을 삼킨다.
미츠하다. 그런데 미츠하가 왜 나한테 기대서 자고 있는 거지?
기억을 되짚는다, 나는 분명…… 아, 너무 피곤해서 잠깐 눈만 감는다고 했던 게 깜박 잠들어버린 건가, 그리고 눈을 뜨니 이 상태라는 건…… 뭐야, 내가 잔 다음에 미츠하도 결국 자버리고 만 모양이다. 잠깐만, 나 설마 미츠하한테 기대서 잔거야?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미츠하한테 기대서 잤다고? 거기에 이 자세대로면 미츠하가 나보다 늦게 잠에 든 건데 그러면 내가 자는 거랑 기대는 거까지 뻔히 보고 있었다는 거잖아! 이럴 때는 좀 깨우라고, 미츠하!
복잡한 생각이 이어지지만 일단은 지금 이 자세를 벗어나야 된다. 조심스럽게 미츠하의 고개를 양손으로 받쳐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에 위치하도록 자세를 수정한다. 키도 나보다 작으면서 내가 먼저 기대면 그 위로 기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불편한 자세로 잠에 빠져들 정도였으면 대체 얼마나 피곤했던 걸까.
그러고 보니 미츠하의 자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이다. 첫 번째 때는 자는 그녀의 모습을 그렸다고 결국 한 소리 듣고 말았었지.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미츠하는 자는 모습이 굉장히 예쁜 여자이다. 숨소리도 새근새근, 마치 아기가 자는 것 같다.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빤히 들여다보면 또 혼나고 말겠지. 그러고 보면 지금 여긴 무슨 역이지?
“이번 역은 히가시이케부쿠로, 히가시이케부쿠로……”
히가시이케부쿠로? 귀에 익지 않은 이름이다. 어깨에 기대고 잠들어 있는 미츠하에게 최대한 움직임이 전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며 오른손을 움직여 핸드폰을 꺼낸다. 홈 버튼을 눌러 잠금을 해제하고, 도쿄 메트로 어플을 실행. 검색란에 한 손만을 움직여 히가시이케부쿠로 라는 이름을 한자 한자 적는다. 아, 역시 지나쳐 버렸구나. 요쓰야 방향으로 환승할 수 있는 이치가야 역은 지나친지 오래이고, 이대로 이케부쿠로 까지 지나쳐버리면 신주쿠로 돌아가기조차 막막해진다. 어쩔 수 없나, 미츠하를 깨우고 싶지는 않지만 여기서 더 지나쳐 버리면 그녀에게 원치 않는 외박을 권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미츠하? 슬슬 일어나자.”
미츠하의 어깨를 가볍게 손으로 감싸고 약한 진동이 전해질 정도로 손을 움직인다. 다행히 더 과격한 방법을 시도하기 전에, 그녀의 눈이 찡그려진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는 마침 시장에 가는 바람에 그녀가 일어나는 건 직접 보지 못했지, 이렇게 보게 되니까 제법 귀여운 모습이다.
“미츠하? 슬슬 내려야 돼. 이미 한참 지나쳐버렸어.”
“우음…… 타키군?”
자다 일어나서인지 목소리가 잠겨있다. 그 목소리마저 귀엽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아, 나 이 정도면 진짜 중증이구나. 그런 감상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쓰며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아 당겨 일으켜 세운다. 열차는 서서히 감속하고 있다, 제 때 내려야 한다.
미츠하가 내 손에 이끌려 일어서다가 비틀- 한다. 아, 넘어지면 안돼. 황급히 한 손을 뻗어 그녀의 상체를 받친다. 생각보다 팔에 걸리는 부하는 크지 않았다. 어라, 그러고 보니까 이 자세, 영화의 무도회에서나 나올 법한 춤 같은 자세잖아? 칸에 우리밖에 사람이 없는 것이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미츠하의 입술이 움직였다.
“……해, 타키군”
“응?”
못 들었다. 뭐라고 한 거지?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가볍지만 팔 안에 존재했던 무게감이 사라진다. 미츠하는 똑바로 서서 문 옆의 기둥을 잡으며 미소 지었다. …미츠하가 했던 말의 앞부분을 알아내는 건 다음 기회로, 지금은 복잡한 생각 없이 그냥 이렇게 멍하니, 그녀의 미소를 보고 싶다.
*
여러 가지로 일이 가득했던 주말이 지나고, 다시 주중이 찾아왔다. 내 생활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우선, 더 이상 멍하니 손바닥을 바라보는 일이 사라졌다. 그 자리는 핸드폰이 대체했다. 출근길마다 서로의 안부와 잡담을 나누는 건 분명, 왠지 모를 공허감을 느끼며 손바닥을 바라보는 것보다 즐거운 일 이었다.
-미츠하: 타키군, 오늘은 제때 일어났어?
: 응, 덕분에 어떻게든.
-미츠하: 진짜 타키군은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된다고. 이번 주에만 해도 전부 내가 깨웠잖아.
: ……그건 미츠하가 나를 너무 일찍 깨우는 게 아닐까 싶은데, 고교 시절에 내 기상 시간은 7시 였다고.
-미츠하: 그러니까 아침도 늘 제대로 안 챙겨먹지……
: ? 나 아침은 항상 잘 챙겨먹는데?
-미츠하: 진짜? 그러면 언제 한번 불시에 찾아가서 볼 꺼야.
: 아니;; 그건 좀 곤란하고……
-미츠하: 아, 회사 도착했다. 나중에 연락할게
: 응,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마지막 메시지를 날려 보내고, 잠금 버튼을 누른 후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창 밖으로 시선을 옮기자 유리 한 장을 건너로 도쿄의 풍경이 흘러 지나간다.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도쿄의 저 고층빌딩들은 경의롭다. 그렇지만 어딘가, 무언가 삭막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나는 오늘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는 한 시골 마을의 풍경을 떠올리고 만다.
“그럼 이것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겠습니다.”
기나긴 슬라이드가 끝나고, 드디어 여백이 나타난다. 이토모리 정의 정식 복원 사업인가…… 언젠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줄은 알았지만, 우리 회사도 거기에 참여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 이 쪽은 타치바나 군이 담당해서 하도록 하게.”
어차피 보나마나 윗사람들 선에서 잘 끝낼 테니 나는 적당히……네?
내 얼굴에 떠오른 의문의 빛을 읽었는지, 상사는 말을 이어나간다.
“자네의 입사 면접을 기억하고 있네. 분명 자네는 그때, ‘지금은 볼 수 없는, 한 아름다운 시골 마을을 알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저에게 기회가 온다면, 마음속의 그 풍경을 다시 한번 재현해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했었지?”
아, 듣고 보니 분명 그렇게 말한 것 같기도. 부하 직원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저 무뚝뚝한 상사일 줄 알았는데, 입사 때 짧게 한 그 면접의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건 자네의 꿈을 이뤄볼 기회이네. 우리 회사의 이름을 걸고 그 마음속의 풍경, 확실히 재현해보도록 하게나.”
상사는 그렇게 말하고, 내 어깨를 두드린 다음에 회의실을 나갔다. 어…… 주위를 둘러보니 동료들은 나를 부러움 반, 시기 반의 눈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나, 진짜 갑작스럽게 이런 일을 맡을 줄은 몰랐다고! 일이 커도 너무 크잖아!
*
“미야미즈 씨, 요즘 무슨 좋은 일 있나 봐? 표정이 확 밝아졌네?”
“그런가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요즘 어디를 가더라도 듣는 말 중 하나이다. 사야, 텟시를 비롯한 친구들은 물론이고 회사의 동료들까지 모두 나만 보면 비슷한 투의 말을 말한다. 나, 그렇게 생각이 얼굴에 잘 드러나는 걸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손거울을 들지만, 역시 평소대로의 내 얼굴이 비춰질 뿐 이였다. 그렇게 티가 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핑~
아, 라인이다. 타키군일까? 아…… 토보쿠 군이구나. 잘 지냈을까? 라인에 써있는 내용은 오늘 잠깐 얼굴 좀 볼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음…… 오늘은 별다른 일정도 없으니까, 나는 퇴근 후에 토보쿠 군이 운영하는 꽃집으로 가겠다는 내용을 라인에 적어, 전송했다. 그러고 보니 이토모리에서 같이 상경한 애들 여럿 있었지, 오랜만에 연락이나 해볼까? 아…... 역시 그 삼총사는 빼고. 걔네는 솔직히 아직까지도 부담스러워. 솔직히 반갑게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우선은 퇴근하고 토보쿠군의 꽃집에 들러야겠다, 아 가는 김에 타키군에게 줄 꽃도 살까? 음… 역시 남자한테 꽃 선물은 조금 웃기겠지. 주말까지도 아직 많이 남았고……
“미야미즈씨! 여기 좀 도와주실래요?”
“네~”
여기는 회사니까, 일단은 일에 집중해야지. 나는 밝게 대답하며, 내 이름을 부르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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