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Crackers>


-<1편~4편(完)>

-<번외(1): Before Crackers(完)>

-<번외(2): Fall Vacation>



<死亡遊戯>


-<1편~4편>

-<번외(1): 사랑유희>

-<완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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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수채화에 적셔졌다가 나온 베갯잎처럼 풋풋했지요

발가락 끝이 닿을때면 내 몸의 끝에서 올라오는 싱그러움에 놀라 웃었어요

무언가를 알고 싶지만, 그 연못의 물결은 너무 고요해

오히려 그것이 알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꺼리게 만들어요


그 무언가를 찾으려 연못에 손을 담그면

잠자는 물가의 요정님의 심기를 어지럽혀

영영 저 어렴풋한 그림자마저 사라질까봐

그래서 손을 뻗는 게 두려워요

물가 저 밑에 드리운 알지못한 것의 그림자…



분하지도, 울지도 않아요

단지 급할뿐

급해서, 사라질까봐 급해서, 지금 당장 저 음영에 입맞춤 하지 않으면

사라질까봐… 너무 급해서 난…


아, 전 어찌하면 좋나요

어떡하면 이 눈부시도록 아픈 숲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눈 두는 곳 마다 모란과 찔레꽃이 웃으며 길 잃은 저를 반겨주어서

저는 마음대로 울 수도 없어요


저 흐릿한 그림자가 상처입은 사람인지

아니면 힘없이 시들어가는 꽃잎인지

아님 집을 잃어버린 연緣 끊긴 가엾은 신인지

그것만이라도 알면 좋을텐데…


용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용맹한 홍염같기도 한 그림자야

너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니?

무엇을 잃어서 그렇게 슬피 울고 있니

밖이 잘 보이지도 않는 연못 밑에서 무얼 그리 힘들게 찾고 있길래

내 가슴마저 아리게 해…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을까?

그리고 네가 날 도와줄 수 있을까?

우리가 만난다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나는 너의 진짜 모습을 보는 것으로 족해

내 체온과 입김으로 너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고 싶어

네가 이 좁은 연못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신비한 숲 속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그림자야

달빛이 연하게 비치는 저녁밤에도 부끄러워 나오지 못하는

그래서 날 이렇게 급하게 만드는

애간장을 끓게 하는

못된 애야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



나지막한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눈 앞의 뿌연 안개가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것이 밤 새 자느라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해 걸걸해진 내 목에서 난 소리라는걸 알게 된 건 한참이 지난 뒤였다. 아직도 낯설은 천장의 격자무늬가 복도에 피워둔 호롱불에 일렁이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눈을 뜬 곳은 전기도 아직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새로 이사한 집이었다.

작은 것이 소근거리는 소리에 눈을 돌리면, 며칠새 약간 말라버린 어린 귀여운 여동생이 내 옆에서 다소곳하게 자고 있었다.


「어…?」


왜, 눈물이.

아직도 별님이 지지 않은 새벽의 한참 중이건만, 그 새 슬픈 꿈이라도 꾸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요즈음 일들이 전부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본심이 새어나온 걸까.



민망해…

약해진 내가 분해 속으로 탓하는데, 이유 없이 화창한 봄 꽃들로 가득한 뒷산의 깊은 숲 속의 작은 연못이 마음속에 스쳐지나갔다.

학교도 없는 요즘엔 툭하면 그 연못에 스케치북이나 주먹밥을 싸가지고 가 하루 종일 혼자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왠지 거기는, 이젠 사라진 고향의 호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만 발길이 간다.


왜일까. 이토모리에서 살았을땐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곳인데.

이제 와서 애향심이라도 생긴걸까.



아니야.

가슴에 두 손을 그러모아 올려본다. 뜨거운 체온이 손 끝에서 전해지고 나서야 내 자신에게 솔직해질 용기가 났다.


모든게 싫었잖아. 신사, 미야미즈, 마을에 드리운 어머니의 그림자, 춤, 쿠치카미사케, 그리고 해야만 하는 모든 의례.

단지… 그러니까 내가 이토모리가 그리운 이유는…


그 아이. 너무나 다정했던 아이. 억센 손으로 내 손을 잡아주었던. 떨리는 눈동자. 그 마커로 쓴 글자…

아직도 그때 너의 숨소리가 기억나.


그렇지만, 그렇지만ㅡ

하루하루 실타래가 풀려가듯 사라지는 것 또한 너야.



외로워.

그래서 자꾸만 너와 있던 이토모리가 그리워.

조금이라도 이토모리를 닮은 곳을 찾고만 있어.


그렇게 해서라도 너를 기억하려고, 널 그리고 있어

넌, 나를 기억하니?

나처럼 나를 찾고 있니?



아…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제발… 이 마음만은… 그 아일 보고 싶다는 마음만은… 」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나온다. 숨이 가빠져 나도 모르게 히끅 거렸다. 요츠하가 깨면 안되는데, 사람들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데.

손으로 몸을 부둥켜 안으면서 소리를 죽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니, 찾아야한다는 생각만이라도… 사라지게 하지 말아주세요. 잊지 않게 해주세요… 부디…」



저는, 왜 이렇게 아파해야하나요?

하루하루, 한 시간 한 시간, 아니 매초 마다

그 아이와 맺어졌던 매듭이 풀려가고 있어요.

이젠 몇 가닥 남지 않았어요, 제발…


사랑을 사랑에 쓰려는 것이, 저에겐 사치스러운 일인건가요? 



「시토리노님…」
















* 시토리노카미: 외전 <어스 바운드>에 언급되는 미야미즈 신사가 모시는 신. 1200년전부터 숭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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