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링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576195
0
침대에서 눈을 뜬다. 벽에 있는 시계를 본다. 아직은 새벽이 오지 않은 어두운 밤이다.
이 시간에 눈을 뜬 것은 아마도 방금 꾼 꿈 때문일 것이다.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몸을 기울여서 창문에 쳐둔 커튼을 걷어 본다.
어두운 이 방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밝은 도시의 전경 때문인지 밖의 풍경이 잘 들어온다. 그리고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높은 장소에서 도시로 떨어지는 눈을 보는 것은 꽤나 절경이다. 곳곳에 높은 빌딩이 있지만 그러한 가운데 눈 꽃 하나하나가 흩날리는 눈 잎처럼 바람을 타고 때론 떠오르기도 하고 흩날리기도 하지만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자신이 가야 할 곳으로 내려간다. 저 어둡고 먼 바닥으로 무엇이 끌리듯이 내려간다.
저 멀리 보이는 높은 건물의 창틈에 내려간 눈도 있을 것이고 저기 보이는 낮은 건물의 옥상에 자리 잡은 눈도 있을 것이다.
그날도 이렇게 눈이 왔었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 그날도 이렇게 새벽에 연락을 받았었는데 말이다. 그날도 눈이 오는 날 홀로 잠자리에 들면서 쓸쓸함과 아련함을 느꼈었지. 이 밤은 어둠에 깊게 물들어 가는데 내 옆에 있어줘야 할 따뜻한 체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부족한 체온을 채우지 못한 나는 쓸쓸함에 빠졌었지. 눈이 오기 때문에 당신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겨우 잠들었을 때 한 통의 전화를 받았지.
“타치바나 부인. 남편분께서 사망하셨습니다.”
죽은 당신을 보았을 때. 내 마음속에 들었던 생각은 무엇이었던가?
슬픔? 아니다. 이걸로 표현하기는 완벽하지 않다.
분노나 원망? 아니다. 그러한 감정은 아니다.
아련함...? 그런가? 그래. 이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마음을 뒤틀어서 나오는 한 즙의 씁쓸함과 더불어 나타나는 아픔. 그러한 아련하게 저려오는 마음.
내가 너이고 너 가 나이던 때를 지나서, 이제 나는 나이고 너는 더 이상 없는 이 하늘 아래서 살아가야 하는 기쁨도 고난도 아닌 남겨진 자의 삶.
그러한 아련함만이 가슴한편을 채우고 있었다.
당신이 가던 날 하늘이 슬퍼서 눈꽃을 나대신 뿌려줬나 봅니다그려.
울지 못하는 나 대신에 하늘이 대신 울어 줬나 봅니다그려.
만남과 이별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생각한다고 한 것은 누군가는 이별만 있고 만남은 없다 할 수 도 있고, 만남만 있고 이별은 없다고 말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본다면 만남과 이별은 땔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이별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만남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별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만남을 시도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 비한다면야 우리는 행복한 인생이었을 것이다.
당신이 없는 세상을 나는 살아간다. 살아갈 수 있다.
분명히 당신이 없는 이 세상도 의미가 있고,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의 시간도 흘러간다.
하지만... 그렇지만...
아무리 길고 긴 세월을 산다고 하더라도 이별이 마음에 무엇인가를 세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그 대상을 사랑한 만큼 갚아주는 것이 바로 이별인 것이다.
창문을 살짝 열어 본다. 그러자 밖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눈도 휘날리며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한 차가움을 느낀다. 차갑지만, 덕분에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다. 하지만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창문은 곧 닫았고 커튼도 다시 쳤다.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방문 근처에 있는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하나 뽑았다. 자판기에 캔커피가 떨어지는 소리가 정적에 잠긴 긴 복도를 채워나갔다.
캔커피의 따뜻함이 손을 통해 몸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캔커피의 뚜껑을 따기 위해 움직인다. 손가락을 걸고 힘을 주어 당기려다 잠시 머뭇거린다. 살짝만 힘을 주면 열릴 텐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유는 알고 있다. 캔커피를 마시만 지금은 당장 잠이 오지는 않겠지. 그리고 나중에 마음이 진정되면 잘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자면 분명히 타키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어나서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 꿈속에서라도 만나면 기쁘지 않을까? 비록 꿈에서 깨어난 후에 씁쓸한 마음에 잠기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고민을 하는 사이에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타키를 만나고 싶다.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나는 지금도 이렇게 불현 듯 찾아오는 슬픔에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나 이기는 것은 그리움이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방으로 돌아간다.
지금 잠들면 꿈을 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그 꿈에서 타키를 만나겠지.
꿈이라서 그대를 만난 것인지... 꿈인 줄 알면 깨어나지 않을 것을...
꿈이라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면... 꿈꾸지 않았을 것을...
잠에서 깨어나 아픈 것이라면... 잠들지 않았을 것을...
PS
생각보다 쓰는게 상당히 느려지고 있어요. 쓰기가 넘 어려워서 그런가 --;
그래서 예전처럼 매일 연재를 하는건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여튼 재미있게 봐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