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연제가 미친듯이 늦어서 센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시작할게. 나도 나름 빠르게 쓰고 싶은데. 4월1일에 KORAIL 공체가 있다보니 준비하면서 또 일하면서 간간히 쉴때만 쓰니 늦었음. 거기에 이거는 원래 아키바편1편 하고 바로 시리어스한 2부로 넘어갈 예정이였는데 길어지다보니 지우고 또 다시쓰고 하다 결국 2편으로 또 지루하게 나뉘게 되어버렸습니다. 어쨋든 도촬 미츠하를 기다려준 소수에 독자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뿐임. |
=========================================================================
아침에 일어나 보면 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꿈에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희미한 기억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하지 못했다는 좌절감과 죄책감은 내 마음을 또 무겁게 짓누른다.
눈을 떠서 보니 익숙한 방. 눈을 감은 곳에서 눈을 뜨는 당연한 일이지만, 어쩌면 다른 무언가를 바라고 있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의 알람을 손을 내저어 끈다. 눈물을 닦고 핸드폰을 들어다 보니. 2016년 12월 17일 토요일. 이틀 전에 미츠하와 약속한 날이다.
문을 열고 부엌에 나가 보니 이미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주말인데도 아버지는 벌써 출근하신 듯. 집안은 조용했다. 어제도 새벽에서야 들어오셨다는 걸 상기해보니 아버지는 재대로 주무시지도 못하고 다시 나간 게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안쓰러웠다.
의자에 걸터앉아 tv를 튼다. tv에서는 뉴스 속보가 흘러나온다. 중국관련 외교 안보관련 뉴스이다. 아버지의 일의 양이 최근에 급증한건 이런 정세와 무관하지 않겠지.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이번 일미한 상호 고고도 방위협약을 사실상 중국에 국익에 침해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에 한국정부의 윤병세 외교 장관은 이번 일한 상호 고고도 방위협약은 2013년 일어났던 소형 근지구천체(NEO, near-Earth objects) 낙하에 …….
나는 그대로 tv를 꺼버리고 리모컨을 내려놓는다. 내 마음속 무엇인가가 그 채널을 더 이상 보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숨조차 내뱉지 못했다.
핸드폰이 알림소리에 간신히 마비된듯한 몸이 움직였다.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집어 들어서 내용을 확인했다.
타키군 일어났어? 슬슬 준비하지 않으면 지각할거라고! ^^
늦으면 누나가 저번처럼 맴매 해줄 거야! *^^*
평상시랑 전혀 다를 것 없는 그녀의 메일을 보고 나서야, 나는 재대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미츠하 네가 때리면 장난이 아니라고……. ”
희미한 미소가 지어지는것을 느끼는것과 동시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고, 겨울답지 않는 따뜻한 날씨였다. 오랜만에 밖을 돌아다니기에는 오늘만한 날이 없겠지. 말 그대로 데이트를 즐기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집에서 서둘러 나오다 보니 약속시간인 11시 보다 훨씬 일찍 역전에 도착했다. 비유적 의미가 아닌 진짜로 내일 모래부터 시험인 고등학생으로는 과하게 사치를 부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 약속부터가 내가 먼저 꺼낸 말이니 이제 와서 다른 말 할 수도 없다.
“아 타키군”
익숙한 울림에 뒤를 돌아보니 미츠하가 도착해 있었다. 아직 약속시간인 11시까지는 20분 가까이 남아있는데도 벌써 도착한걸 보면 메일을 보자마자 준비해서 출발한 게 정답이었던 것 같다. 미츠하는 언제나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였으니 여자를 기다리게 하는 남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 정도의 시간은 먼저 나와 있어야지.
‘근데 생각해보니 그때는 왜 허구한 날 바이트랑 학교는 지각했던 거지?’
머릿속 생각이 입으로 그대로 나올 뻔 했지만 목요일 같은 참사를 피하기 위해서 의문점은 머릿속에만 간직하고 미츠하에게 웃는 얼굴로 대답해준다.
“안녕 미츠하”
“어라라라 타키군이 먼저 나올 줄이야. 의외네 타키군은 여자를 기다리게 하는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미츠하는 얼굴표정 하나도 달라지지 않고 실례되는 말을 했다. 생각해보니 이 여자는 옛날부터 날 무시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었지.
오쿠데라 선배와의 데이트였을 때에는 기묘한 링크 3개를 남겨놨었지? 뭐였더라?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겪는 y가 여자를 죽이는 이야기?’
“아 역시 내가 올려준 링크를 보고 나서 공부한 거구나!”
미츠하는 가볍게 손뼉을 치면서 진심으로 기뻐한다.
“하~~? 그 링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완전 방구석폐인들 위한 링크들이였잖아!”
미츠하는 고개를 기우뚱 거리면서
“그래?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겪는 y가 애인을 get한 이야기, 인생에서 1mg도 인기 있어 본적 없는 당신을 위한 대화 기술, 그리고 이젠 상대가 제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받는 메시지 특집, 3개 다 타키군처럼 처음 데이트 하는 상대한태는 필수적이라고 타키군도 정독하고 왔지?”
미츠하는 안 된다는 듯이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면서 말했다.
뭔가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니 내가 잘못한 건가 싶기도 했지만 애초에 링크들은 일기가 다 날아가 버렸기에 진작 사라진지 오래였다. 설령 남아있다고 해도 절대로 읽을 생각 없다.
내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미츠하가 미안하다는 듯이 손사래 쳤다.
“농담이야 타키군 왜 이리 표정이 굳어있어 혹시 마음 상한거야?”
미츠하는 쾌활하게 뛰어와서 내 손을 잡았다.
“가자 타키군.”
이런 그녀에 모습을 보고 또 손이 닿는 순간 여태까지 쌓였던 감정도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나저나 어디로 가는 거야?”
뭔가 데이트는 남자가 주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일전부터 생각했었지만, 일단 나는 카메라에 관해서 거의 모른다. 거기에 미츠하는 그날부터 자신한태 맡기라는 말만 하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이 미츠하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응, 비밀? 뭐 그렇게 멀지는 않으니깐.”
나는 의문을 품으면서 미츠하를 따라서 역사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이번역은 아키하바라 아키하바라입니다, 케이힌토호쿠선, 야마노테선, 히비야선, 츠쿠바 익스프레스를 이용하실 고객님은 이번 역에서 ......”
미츠하를 따라서 도착한 곳은 오타쿠의 성지라고 불리는 아키하바라였다. 처음은 어째서 여기서 내리는 거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키하바라의 옛날 별명을 생각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아키하바라는 지금에는 오타쿠의 성지라 불리면서 해외에서까지 관광객이 몰려오는 관광지가 됐다고는 하나 20여 년 전에는 전자제품 거리였다고 한다. 아마 지금도 전자제품을 파는 상가가 남아있는 거겠지? 아마?
내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건, 복잡한 역 안에서부터 수많은 애니메이션, 게임 광고판과 샐 수 없이 많은 캐릭터들의 전단지가 널려있는 모습, 역 앞으로 나가자마자 보이는 모습이 다 일본이라고 믿기 힘든 관경이었기 때문이다.
주인님이라고 외치는 메이드들이 거리에 잔뜩 호객을 하고 있었고, 오늘 아침에 본 외교 문제에도 불구하고 상관없다는 듯 한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과 한국인 외국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또 전형적인 오타쿠라고 불릴만한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이 모든 광경이 섞여있는 이 상황을 마경이 아니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미츠하 여긴 왜 온 거야?”
뭔가 미츠하가 행선지라도 착각한 게 아닐까 싶어서 물어본 내말에 미츠하는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다 몸을 돌려서 날 바라보곤
“타키군 배 아직 안 고프지? 그럼 일단 카메라 구경부터 할까?”
아직 아침을 먹고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배가 안 고픈 건 맞긴 하지만 미츠하는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 뒤돌아서 발걸음을 때었다.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이 마굴에서 혼자 남겨질 수는 없었기에 바로 뒤 따라갔다.
다행이도 미츠하가 향한 곳은 역 앞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고 이런 마굴보다는 훨씬 정상적인 곳처럼 보였다.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광고판과 전시품들이 가득하고 또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의 다이제스트가 전시되어있었다.
[요도바시 카메라]
이름만 들어서는 마치 카메라만 전문적으로 취급할 것 같지만 전자제품 전반을 취급하는 일본전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매장이다. 전자제품에 관심이 거의 없는 나도 잘 알 정도니 그 유명세는 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고 보니 신주쿠역쪽에도 이런 매장이 있었지? 역시 본점은 스케일이 다르네.”
도쿄에서 살아와서 이런 전자재품 매장에 많이 다녀본 나조차도 1층부터 펼쳐진 어마어마한 양의 노트북과 휴대폰들의 정렬된 모습을 보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으응 본점은 신주쿠쪽이야, 오히려 이쪽이 분점 뭐 이쪽이 매장이 훨씬 크니깐 이쪽이 본점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
미츠하는 걷다말고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참을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뒤에 서있는 나를 보고는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운 듯 배시시 미소를 보였다.
“에헤헤 나는 시골출신이니깐 이렇게 반짝반짝하면서 수많은 화면이 빛나는 모습을 보면 뭐 랄까 벅차다고 해야 되나?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말이야. 뭔가 아름답다고 해야 되나?”
확실히 전시되고 있는 전자제품들에 화면에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계속해서 쉴 틈 없이 지나간다. 그런 화면들이 수십 수백 수천 개가 모이는 건 어떤 의미로는 장관이었다. 하지만 이네 문뜩 머릿속에 목가적인 풍경이 떠올랐다 사라지며 그 생각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래도, 직접 보는 거에 비하면 뭐랄까 역시 가짜라는 게 느껴지지 않아?
“음 그거는 그렇지만 뭐랄까 화면 안에서 보이는 것에 아름다움이 아니라……. 음 설명하기 힘드네. 뭐랄 까나, 이게 내 것이 아닌 건 알지만 음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족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반짝반짝하는 거 자체가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에헤헤 역시 잘은 설명 못하겠네. 뭐 도쿄 토박이는 못 느끼는 감성이지 않을까?”
나는 처음 미츠하와 바뀌었을 때 그 시골에 풍경을 아름답다고 느꼈다. 너무나 당연할 것 같은 일상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것처럼 그녀도 이곳에서 그런 느낌을 느끼는 걸까?
내가 상념에 잠겨 있자 미츠하는 내 손을 잡아끌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지금은 중요한 게 아니니깐. 후훗”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감각을 느끼며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츠하를 따라서 3층까지 올라가니 그곳에는 가지각색의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카메라에는 도무지 집중할 수 없게 만들 수준에 가격표들에 이미 압도당해 있었다.
“비싸…….”
예상을 훨씬 벗어난 가격표에 나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1~3만 정도는 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8만 엔부터 20만 엔이라는 무지막지한 가격표는 내가 생각한 한도를 가볍게 넘어가고 있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츠하는 신난 표정을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아아, 저 팬탁스 150-450mm F4.5-5.6 DC AW 광학렌즈를 봐 타키군 25만 엔이야! 이렇게 싸게 나오다니!”
미츠하는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렌즈를 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25만이 싸? 거기에 저 복잡한건 어떻게 읽는 거야. 뭔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미츠하는 이미 다른 렌즈를 보며 또 소리를 치고 있었다.
“아 닉콘에서 이 정도 망원렌즈도 나온다고? 갈아타야 되나? 닉콘제면 타키군을 더 깔끔하게 찍을 수 있어”
뭔가 마지막에 미츠하가 이상한 말을 속삭이는 것 같았지만, 이런 느낌으로 오전 내내 미츠하에게 끌려 다니면서 카메라만 잔뜩 보고 다녔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세니 도무지 하나를 고를 수가 없었다.
“한번 찍어봐, 뭐 여기서는 느낌만 알면 된다는 정도면 되니깐.”
미츠하도 이런 말만 하면서 딱히 추천하지도 않았고, 느낌이 중요하다면서 이거 한번 들어봐 라든지 이거 색깔은 어때 같이 영양가 없는 대화만 나누다가 결국 아무것도 고르지 않고 나와 근처에 벤치에 앉게 되었다.
“지쳤다.”
나도 모르게 무심코 입 밖으로 속마음이 새어나와 버렸다. 여자들 쇼핑에 어울리면 힘들다는 걸 여러 번 들어봤지만, 처음으로 체감해 보니 농담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뭐 보통 여자 쇼핑에 어울린다는 건 옷이나 장신구들이겠지만, 카메라에 대한 품평도 내 쪽에서는 전혀 이해가 안 된다. 같은 모양에 같은 성능이면 색은 별로 상관없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미츠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역시 타키군한태는 지루했겠지? 미안해.”
“으응 아니야 미츠하가 그렇게 뭔가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건 거의 처음인 것 같아서 뭐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익숙하지 않은 거짓말을 하다보니 끝네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미츠하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역시 타키군은 상냥하네. 그런 의미해서 점심시간이니 밥이나 먹으러 갈까? 고생시킨 대가로 누나가 살 태니깐.”
미츠하를 따라 조금 걷다보니 여태까지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진짜” 컬쳐쇼크를 느낀 츄오도리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츄오도리 골목길로 들어가니 진짜는 쇼크가 다가온다는 걸 곧 깨닫게 되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