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활 팬픽의 후속 시리즈!
드디어 다가온 중간고사.
함께 밤을 새며 열심히 공부하는 타키와 미츠하.
그러나,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미츠하의 몸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지금까지가 문학 일반론(一般論)이야.”
“으음.”
알 듯한, 모르는 듯 한 목소리를 내는 그.
“알겠어?”
“미안, 다시 한 번만 설명해줄래? 쉽지 않네.”
에구구. 지금까지 나름 쉽게 설명한다고 한 거지만, 타키 군에게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애초에, 이 문학 부분은 교양 수업의 수준을 넘는 수준이었기에, 학부 4학년생인 나에게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물며 문학과는 하등 관련 없는 학과의, 신입생인 타키 군에게는 더더욱.
무엇보다, 매 수업시간마다 꾸벅꾸벅 존 그의 탓도 있었지만.
조금 힘이 빠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싫은 것만은 아니다.
고된 시험 기간 속에서도, 그와 함께 이렇게 단 둘이서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작년에 둘이서 함께 과외를 했던 시절이 떠올라서, 마냥 즐거워지는 나였다.
‘좋았어. 모처럼의 타키 군에게 하는 과외야. 힘내자!’ 라고 생각하며, 다시금 연필을 고쳐 잡는 나였다.
다시 입을 열고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내 입에서 나온 것은 말이 아닌, 다른 것.
“콜록, 콜록.”
나도 모르게 기침이 튀어나온다.
타키 군에게 양해를 구하며,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다.
얼마나 있었을까, 기침이 잦아들고 나는 손수건을 입에서 떼어낸다.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그렇다. 이 기침이라는 불청객은, 아까부터 나와 타키 군 둘만의 시간을 절찬 방해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오늘 만의 일이 아니었다.
며칠 전부터 조금씩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 잘 잡았어야 했지만, 바쁘다고 무시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미약하던 기침은, 오늘에 이르러서는 꽤나 성가실 정도로 격렬하고, 자주 오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는 몸이 조금씩 으슬으슬하며 한기(寒氣)가 돌기까지.
요즘 살짝 무리했다고 생각하긴 한다.
일주일간의 시험기간 동안 거의 매일같이 밤을 새며 공부하는 중이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이렇게 밤을 샐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나는 4학년. 즉, 졸업반인 것이다.
그렇기에, 학점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였고, 다른 학우들도 부랴부랴 학점 경쟁에 뛰어드는 탓에 이전 정도의 노력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기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매일, 도서관에서 철야(徹夜)를 한 것이다.
그래도 결코 외롭지는 않았다.
항상 도서관 옆자리에는 타키 군이 있어서, 함께 밤을 새며 공부하기도 하고, 맛있는 야식을 사다주거나, 직접 해서 가져다주고는 한 것이었다.
그 덕분에, 긴긴 시험기간 이었지만 나는 힘을 내서 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여하튼, 그렇게 보내길 일주일.
어제 금요일부로 전공 시험을 거의 마치고, 이제 남은 것은 월요일의 교양 몇 과목과 전공 한 과목 뿐이었다.
게다가 그 전공도 교양 과목 내용과 많이 겹쳐서, 교양 과목만 공부해도 전공 과목을 어느 정도 이상 커버칠 수 있을 정도였다.
애초 예정대로였다면, 어제 오후의 고전문학 강독 시험을 마친 이후로 하루 정도 푹 쉬고, 다시 주말동안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였으나,
타키 군이 생각보다 교양 과목, 그것도 함께 듣는 문학 과목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찮게 알게 된 것이었다.
물론, 배려심이 많은 타키 군 답게, 내게는 한마디도 이에 대해서 말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걸 알게 되면, 물불 가리지 않고 그를 돕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할 내 성격을 알아서겠지.
그럼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
손수건을 멍하게 바라보는 나의 의식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바야흐로 어제 오후.
고전문학 강독 시험을 끝내고, 나는 평소 공부를 하던 도서관에 짐을 챙기러 가는 중이었다.
석양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복도를 터덜터덜 걸으며, 오늘 밤에는 드디어 간만에 제대로 잘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러나, 도서관의 스터디 실 앞을 지날 때 들은 소리는-.
“... 그래서 여기까지가 문학 일반론이다. 이제 좀 알겠냐?”
약간은 지친 듯한, 타키 군의 친구인 후지이 씨의 목소리와
“야, 솔직히 이 정도면 이해해야 정상이다. 고생 많았다. 츠카사.”
언제나 호쾌한 타카기 씨의 목소리와,
“...으음, 미안한데 다시 한 번만 설명해줄래? 아직 좀 헷갈려서 말이야.”
그리고, 고뇌 속에서 지식을 갈망하는, 나의 타키 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에엑’하며 기겁하는 두 친구의 목소리.
나도 모르게 스터디 실 문 뒤에 몸을 붙이고 이야기를 엿듣는다.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게 나쁜 건 알지만, 어떡해. 타키 군과 관계된 일이라면 뭐든지 나도 알고 싶은걸.
“아아, 친구야, 미안하지만, 나도 이젠 어쩔 수가 없다.”
후지이 씨의 목소리에서 체념이 묻어나온다.
“아니야, 츠카사. 그래도 아까보다는 좀 더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고마워.”
그렇게 말하는 타키 군이었지만, 나는 안다.
저 목소리는 타키 군이 뭔가 속으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을 때의 목소리이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만은 알 수 있다. 확신할 수 있다. 음음.
“야, 근데 애초에 이런 내용을 왜 우리한테 묻고 있는 거냐?
네 곁에는 국어교육을 전공하신 미야미즈 씨가 있잖냐.”
약간 의아해하는 타카기 씨.
그 말을 듣고 그제서야 나도 의문점을 떠올린다.
맞아. 함께 교양을 듣는 두 사람에게 물어볼 수는 있지만, 나도 그 교양은 함께 듣는걸.
게다가 난 저 내용과 관련해서는, 나름 전공자인데! 타키 군은 도대체 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이어, 내가 뭐 잘못해서 그런가, 설마 타키 군에게 미움 받은건가 라는 망상으로 사고가 전개되려고 할 때, 한 동안 말이 없던 타키 군이 말한다.
“그래도 미츠하는 바쁘잖아. 4학년이라서 이것저것 시험도 많이 볼텐데, 내가 이런 것까지 물어보면 가만있질 못할 거야.
나라서 알 수 있어, 미츠하는 나랑 관계된 일이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걸.
명색의 남자친구가 짐이 될 수만은 없지.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너희한테 물어보는 거다.”
그 말을 하는 타키 군의 목소리에서 꽤나 부끄러움이 묻어나온다.
‘폭발해라 리얼충’ ‘서러워서 나도 어서 연애하던가 해야지’ 등의 반응을 배경으로,
나 또한, 타키 군의 말이 부끄럽지만 대부분 사실이었기에, 괜스레 얼굴이 빨개진다.
참, 타키 군도... 가끔은 이 누나한테 의지해달란 말이야.
나도 모르게 목구멍까지 차오른 이 말을, 나는 겨우 억누른다.
여하튼, 전공에 비해서 중요성이 적은 교양과목이긴 하지만, 배정된 학점이 큰 만큼,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몰랐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내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피곤하긴 하다. 며칠 동안 잠을 못자고 무리해서 그런지, 기침도 계속 나온다.
하지만, 내 남자가 곤경에 빠져 있는데, 이를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사랑이 아닐까.
그 길로, 교양서적은 물론, 그와 관련된 전공서적까지 챙겨가는 내 발걸음에서는 피곤함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금요일 저녁을 쉬겠다는 계획을 폐기하고, 다시 밤늦도록 타키 군에게 가르쳐 줄 내용을 공부하고, 정리하였던 것이다.
전공 내용과 겹치기도 하고,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내게는 그렇게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에도 느낀 것이지만, 무언가를 단순히 아는 것과, 그것을 남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나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가장 기본적인 문학의 이론부터 꽤나 심화된 내용까지, 샅샅이 보고, 공부한다.
솔직히 힘들기는 했지만, 시험기간 대학생의 친구인 카페인 음료와 함께라면,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무엇보다, 타키 군이 무언가를 이해한 이후에 짓는 그 환한 미소.
그것을 생각하면 없던 힘도 절로 나는 것이었다.
아아, 그걸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는 없지. 나만 볼 거라구!
라고 생각하며 또다시 밤을 지새우는 내가 있었다.
그리하여 오늘 아침.
솔직히, 몇 시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났을 때에는, 온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기침은 더 심해졌고, 이제는 몸도 조금씩이지만 으슬으슬 떨린다.
하지만, 어젯 밤에 타키 군에게 기습으로 문자를 보내놨었기 때문에,
내일 오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었기 때문에,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 학교로 향했던 것이다.
다행히, 약을 먹어서 그런지 타키 군과 단 둘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간만의 과외를 시작한 이후로는 조금씩 컨디션이 괜찮아 지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쭉쭉 나가던 진도였지만, 역시나 어제의 그 ‘문학 일반론’에 이르러서는 한 번 막혀서, 지금에 이른다.
멍하게 손수건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나를, 타키 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일깨운다.
“미츠하, 괜찮아? 아까부터 몸이 좀 안 좋아 보여. 평소보다 멍한 것 같기도 하고.”
근심스러운 그의 표정을 보니, 내 가슴이 다 먹먹해진다.
그래서, 나는 부러 쾌활한 목소리를 낸다.
“괜찮아. 요 며칠간 잘 못자서 그래. 약도 먹었으니 괜찮아!
것보다, 다시 한 번 천천히 보자. 우선 문학의 미적 범주부터 본다면...”
다시 강의를 시작하는 나와, 애써 걱정을 떨치고 다시 책을 보는 그가 있었다.
나는 눈을 뜬다.
아니, 겨우 눈만 뜬다.
머리가 아프다.
아니, 머리가 멍하다.
아니, 머리가 멍하면서 아픈 건가? 것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사지가 쑤신다.
온 몸이 붕 뜬 것만 같은 기분.
이 불쾌한 부유감(浮游感)에 저항하며, 나는 침대 맡의 휴대전화로 손을 뻗는다.
그리고 거기에 적힌 시간은, 타키 군과의 약속 시간이 30분도 넘게 지났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아, 난 몰라.
어서 가서 타키 군에게 어제 하던 부분을 마무리해줘야 하는데.
그리고 가서 다른 교양을 마무리하고, 전공과목도 공부해야하는데.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손가락을 움직여서, 잠금 화면을 열어, 타키 군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한다.
[타키 군♡] [오전 11: 05] 미츠하, 지각한 거 안 봐줄거라구?
[타키 군♡] [오전 11: 08] 미츠하, 어디 쯤 오고 있어?
[타키 군♡] [오전 11: 14] 미츠하,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전화 좀 받아줘.
...
아래로도 수많은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애초에 나는 얼마나 깊게 잠들어 있었기에, 메시지 착신음과 전화 벨소리도 듣지 못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문가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싶지만, 몇 차례의 노크 소리와 함께, 나는 ‘미츠하, 나야, 지금 안에 있어?’ 라는 목소리에 나는 안도한다.
동시에 눈물이 스르르 배어나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지금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
힘들 때, 아플 때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의 주인이 거기에 있었다.
나는, 겨우겨우 힘을 주어 몸을 일으키려고 하지만, 몸에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번의 감기몸살은 꽤나 독한 녀석인 모양이다.
한참이나 내 반응이 없자, 살짝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열쇠 돌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타키 군이 어떻게 우리집 문을...? 이라고 생각하던 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얼마 전에 타키 군에게 여벌 열쇠를 주었던 일을 떠올린다.
그제서야 나는 자각한다.
아아, 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구나.
타키 군이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다시 정신이 멀어짐을 느낀다.
그렇게 하루 동안 꼬박 그는 내게 줄 맛있는 죽을 만들고, 약을 챙겨주고, 물수건도 갈아주고 하면서 나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준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타키 군은 당장 내일 시험을 봐야한다.
그렇기에 이럴 필요 없이 어서 가서 공부하라고 하자, 그는 살짝 화난 표정을 짓는다.
“시험도 중요하긴 하지만, 내게 정말로 중요한건 미츠하인걸. 이 일은 내가 원해서 하는거야.
그러니까, 미츠하는 푹 쉬어서 낫는 데에 주력해줘. 그래야 내일 시험도 보지.”
이어지는 그의, 애정이 듬뿍 담긴 잔소리.
“미츠하도 작년에, 내가 몸살감기 때문에 쓰러졌을 때, 부리나케 달려 와줬었잖아.
이번엔 내 차례야. 그러니, 믿고 맡겨줘.”
그런 말을 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멀어지는 의식 속으로, 빨리 나아서 새벽부터라도 공부할 수 있게 기도하는 것 뿐.
하지만 내 열은 쉽게 내릴 기세가 보이지 않았고, 계속 열을 재는 그의 근심스러운 목소리만이, 오락가락하는 의식 속에서 옅게 들릴 뿐이었다.
의식이 완전히 끊기기 전에, 내가 본 것은, 무언가 심각한 표정으로 결의하고 있는 그의 표정이었다.
멀리서 울려오는, 알람 소리에 나는 눈을 뜬다.
어제부터 몇 번인지도 모를 이, 각성의 행위.
어제부터 계속된 두통을 생각하며, 나는 짐짓 눈살을 찡그린다.
어제부터 계속된 온몸의 통증을 생각하며, 나는 짐짓 불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아무런 일도 없었다.
머리가 상쾌한 줄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어제만큼의 두통은 없다.
역시 온몸의 통증도 없다. 불쾌한 부유감은 더더욱.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란 나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확인하고 만다.
내 몸의 변화를.
얼마만인지 모르겠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나는 남자의 몸, 구체적으로는 타키 군이 되어있었다.
“에...에엑?”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나. 언제나의 낮은 그의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새된 비명소리가 나온다.
대체 왜?
이제는 더 이상 혜성도 떨어지지 않는데, 어째서?
혜성 재해 이후로 몸이 바뀌었던 적이 있는지 생각한다.
아, 있었다.
몇 개월전에 타키 군과 함께, 이토모리로 갔을 때, 산 정상의 신체에서 그는 나의 그... 쿠치카미자케를 마셨었다.
그리고 곧바로 몸이 바뀌고, 모든 기억을 되찾았었지.
그렇다면 이번에도 설마 쿠치카미자케를...?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애초에 쿠치카미자케는 그곳, 이토모리에 두고 왔을...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굳는다.
사고가 얼어붙는다.
애초에 타키 군이 그 쿠치카미자케를 어떻게 했는지, 제자리에 두고 왔는지, 아니면 가져왔는지 나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저, 기억을 되찾은 기쁨에 겨워서 엉엉 울면서 그를 계속 끌어안고 있을뿐이었기에.
그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분위기에 타서 그도 모르게 신에게 바치는 공물을 가지고 왔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번에 마셨다면...? 몸이 바뀌는 현상도 충분히 일어날지도 모른다.
조금은 멍한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 내 눈에, 탁상 위의 포스트 잇 메모가 보인다.
손을 뻗어서 그걸 떼어서 읽는다.
익숙한, 타키 군의 필체다. 하지만, 힘이 없는 듯, 가늘다.
「미츠하, 이걸 보고 있을 즈음이면, 내 몸이 되어있겠네.
아마, 어째서 이런 짓을 했냐고 생각할지도 몰라.
멋대로 쿠치카미자케를 마셔서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어젯밤 그 상태로는, 도저히 네가 아침에 시험을 보러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
뒷일은 내게 맡겨줘. 짧은 시간이지만, 오늘 시험 볼 내용은 교양이고 전공이고 간에 모두 확실히 익혔으니까.
그럼, 시험 마치고 보자.
ps1. 혹시나 알람을 듣고 일어난 거라면, 어서 준비해서 시험에 늦지 않도록 해줘. 그 시간이 마지노선이야.
ps2. 이번에는 브래지어 제대로 찼으니까 걱정하지 마.」
“...타키 군... 바보...”
그 말을 하는 나의, 타키 군의 낮은 목소리가 떨린다.
일어나는 나의, 타키 군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익숙치않은 남자의 몸이라 그런것도 있겠지만, 어제, 한도까지 너덜너덜해진 내 정신 때문이 아닐까.
흔히들 육체와 정신은 이어져있다고들 하지.
실제로 아픈건 내 몸이고, 타키 군의 몸은 멀쩡하다고 해도, 아픈 내 정신이 깃들어 있으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그의 성의와 희생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시험에 늦지 않기 위해서, 나는 서둘러 세면대로 뛰어간다.
“다녀... 왔어...”
저 멀리 출입문 쪽에서 익숙한, 지친 내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다, 미야미즈 미츠하의 몸 안에 든 타키 군이, 기나 긴 시험을 마치고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던 나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서 목소리의 방향으로 달려간다.
그녀에게, 아니, 그에게 할 말이 잔뜩 있었다.
아까 아침에는 겨우 늦지 않게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겨우 맨 뒷자리 구석에 앉는 것이 고작이라 저기 맨 앞에 앉아서 시험에 응시할 준비를 마친 타키 군과는 이야기 할 겨를이 없었다.
시험이 끝나고라도 잠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가 먼저 시험을 마치고 나가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나는 타키 군의 마지막 시험이었던 교양 시험을 어찌 어찌 치르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있던 것이다.
그에게 할 말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내 얼굴이 열에 올라서 붉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것이겠지.
그런 내 얼굴을 보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지.
“타키 군, 우리 이야기 좀... 꺄악?”
겨우 입을 열어 이야기를 하나 했지만, 결국 새된 비명으로 끝나고 만다.
나를 본 그, 아니 그녀의 표정이 풀어지며, 곧바로 내 쪽으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눈을 뜬다.
나, 미야미즈 미츠하의 얼굴을 한 타키 군은 눈을 뜬다.
살짝 뜬 눈 사이로, 열기(熱氣)가 느껴진다.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흘러나오는 고통의 신음에서, 그가 느끼는 고통의 무게가 전해져온다.
나는 잘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 고통을 겪던 나의 몸이었기 때문에.
“...미츠하, 이제 몸은 좀 괜찮아?”
살짝 쉰, 내 목소리로 말하는 그.
나참, 눈을 떠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내 걱정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한 마디 쏘아붙이고 만다.
“나 말고, 자기 몸이나 걱정해라구, 타키 군.”
“응...? 이건 미츠하의 몸인걸...?”
그의 농담 같지 않은 농담에,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주는 것으로 답해준다.
“차갑다... 기분 좋아...”
살짝 표정이 풀리는 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음, 내가 얼굴 근육이 풀리면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확실히 뭔가 신기한 기분이야,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드디어 본 주제에 돌입하기로 한다.
“그나저나, 정말로 괜찮아? 많이 힘들었을텐데.”
내 말에, 살짝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는 그.
“...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맞아, 사실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어.
머리는 멍해서 겨우 공부한 것도 기억 안 나지,
온 몸에는 힘이 안 들어가서 연필 잡는 것조차 쉽지 않더라고.
뭐, 그래도 어찌어찌 전공 시험까지 잘 끝내고 왔으니 걱정하지 마.”
내가 겪어야할 고통을 대신 겪은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다.
동시에 조금 화가 난다.
어째서 너는 항상 나만 걱정해주는 거냐고.
왜 자기 자신은 소중히 하지 않는거냐고.
그래서, 그 의문을 모두 담아, 그에게 담담하게 한 마디를 던진다.
“...어째서 그랬던거야?” 라고.
말을 하면서 직감한다.
그의 답변에 따라서 화를 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줍잖은 희생 등을 운운하면 제대로 화를 낼 생각이었다.
좀 더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해달라고.
내가 사랑하는 너를, 소중히 해달라고.
하지만 내 말을 들은 그는, 한 순간도 고민하지 않고-
“너를 좋아하니까. 다른 이유가 필요한 거야?”
라고 배시시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고백의 말.
그 한마디에 내 목까지 차올라왔던 말들이 턱하고 막힌다.
얼굴이 빨개진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역시나 나는 이 남자에게 약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어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라고 말하려는 나의 입술에, 그는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나지막히 말한다.
“미츠하, 나 피곤해. 저번에 그랬던 것처럼, 케어 부탁해♡”
라고 애교스러운 표정까지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나오면 정말로 할 말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깊게 한숨을 쉬고, 그녀에게, 아니, 그의 곁에 살짝 눕는다.
그리고 끌어안는다.
그의 표정이 좀 더 풀어지더니, 이윽고 새근새근 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든다.
잠든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살짝 말한다.
“잘 자, 타키 군. 오늘 고생 정말로 많았어.
그리고... 나도 좋아해.”
마지막에는 뜨거운 볼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막 뜨기 시작한 둥근 보름달이, 창밖으로 은은하게 비치며, 끌어안은 우리 둘의 모습을 언제까지고 비추고 있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준 갤럼들에게 감사를!
이번에는 중간고사를 소재로 써와봤어.
얼마전에도 내가 올렸지만, 저번 편의 조별과제 이야기는 좋긴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타키와 미츠하만의 매력이 잘 안드러난것 같아서 좀 아쉬웠어.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위기의 상황에서 몸이 바뀌는 둘의 이야기를 써보았어.
중간에 쿠치카미자케의 행방에 대한 언급은, 아직 쓰지 않은, 수험생활 팬픽 에필로그 이후의 부분이니, 양해해주길 부탁할게.
이것도 언젠가 쓸 일이 있을지도...?
모쪼록 이번편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의견/지적/감상평은 언제나 환영이야! 그러니 제발 댓글 좀 달아줘 얘들아...
여튼 다음 글로 찾아올게! 그럼 이만 총총!
ps.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대학생활 팬픽 갤주님의 모습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이야.
아아, 장발 대학생 갤주님도 흥했으면!
참고로, 느갤에서 주운 이미지야. 혹시나 문제가 되면 지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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