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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데라 센빠이 이야기


오프닝


두번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여섯번째


곱번째


여덟번째




단편 목욕탕 쓰리-즈


남탕편


여탕편






갤주님 유령된 이야기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여섯번째


일곱번째


여덟번째


아홉번째


열번째

열한번째

열두번째






오랜만ㅡㅡ기다린 친구들 있으면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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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4년만에 돌아온 고향은 기억속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8자가 되어버린 호수, 아직도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잔해들, 군데군데 흩어져있는 낯익은 파편들, 그리고...


'이토모리 운석재해 희생자 위령비'


커다란 위령비가 하나 세워져있었다. 앞에는 이토모리의 옛 모습이 새겨져있고 뒤에는...


"아, 여기 내 이름 있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아는 이름들을 속속 찾아냈지만 나는 쳐다보지 않았다.


비석에 새겨진 옛 모습을 본 것 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기 때문이다.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어...


"그만 가자..."


짧게 말하고 나는 위령비에서 등을 돌린다.








"다시 와도..."


슬슬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우리 신사 신체는..."


턱턱 막히는 숨을 억지로 들이쉬며 말을 뱉어낸다.


"엄청 멀어"


필사적으로 말을 쥐어짜고선 길가의 넓은 바위에 털썩 주저 앉았다.


아무래도 일년 간의 편안한 도시생활이 어린 날의 체력을 죄다 가져가버린 모양이다.


"자"


그런 나를 본 오빠가 미리 챙겨온 보틀에서 물을 한잔 따라주었다. 넙죽 받아서 꿀꺽꿀꺽 마시니 조금 편안한 기분이 든다. 후...


"이제 반쯤 왔네"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8자 모양의 이토모리 호수가 보였다. 그 광경을 보니 왠지 사명감이 솟아나며 다시 힘이 나는 것 같다.


"힘 내야지"


양 뺨을 가볍게 치면서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4년 전의 그때처럼 내가 제일 앞장서서 나아간다.


길은 알고 있고, 내 할일도 명확하다. 남은건 그저 발을 내딛는 것 뿐.


"요츠하, 오늘은 기합 좀 들어갔는데~?"


그런 나의 각오도 무색하게 느물느물한 언니의 말. 하지만 지금은 안다. 저 태도 속에 숨어있는 체념을.


이번에도 헛수고일거야. 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3년간 묶여있던 신체에 가까워지면서 더욱 커지고 있었다.


'미츠하,요츠하. 무스비란걸 알고 있니?'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거뭇하게 때가 탄 줄이 둘러쳐진 신목 사이를 지나가고 있자니 옛 기억이 되살아난다.


'땅의 옛 신님들을 부르는 말이란다. 여기엔 깊은 의미가 담겨있지.'


할머니가 해주시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실을 잇는 것도 무스비, 사람을 잇는 것도 무스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무스비 전부 신의 힘이란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넋을 잃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만드는 매듭끈도 신의 솜씨, 시간 그 자체를 형상화 한거란다. 한데 모아서 모양을 만들고, 꼬이고 엉키고, 때로는 되돌리고 끊겼다가, 그리고 다시 이어지고'


손목에 두른 매듭끈의 감촉을 느끼며 기억을 계속 더듬어간다.


'그것이 무스비, 그것이 시간...'


모든게 이어져있다면...언니가 저런 모습으로 세상에 남아 있는 것도, 내가 그날 이토모리에 없던 것도, 전부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아니 그럴 것이다.


"멋대로...놔둘 것 같애?"


누구에게 말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말을 내뱉고 열심히 산길을 따라 오른다.








"후아..."


한참을 걷고 나서야 우리는 마침내 신체가 있는 크레이터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4년만에 와보는 곳이지만 풍경은 그때 쿠치카미자케를 바치러 온 때와 그닥 달라지지 않았다.


"어머나~ 꼭 집에 온 것 같은데?"


언니가 손을 바이저처럼 눈 위에 대고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저어기~ 넓적바위 있는 데가 언니 수면실. 그리고 저 뒤편에 쓰러진 나무 있는데가 연회장이야"


"예예~ 그러시겠죠 언니. 애초에 언니는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잖아"


"그냥 기분이지 뭐...오늘 요츠하 너무 까칠한거 아냐?"


"흥..."


나는 대꾸하지 않고 비탈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니는 오빠의 어깨에 올라타고는


"타키~ 요츠하가 또 나 무시해"


하면서 잉잉댄다. 그리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래그래 요츠하가 잘못했네라며 영혼 없는 반응을 해주는 오빠의 모습은 그야말로 삼류개그가 따로 없었다.










"여기부터는 저승인건가..."


징검다리를 건너고 눈앞의 신체를 바라본다.


그때는 들떠서 잘 몰랐지만 조금은 나이를 먹은 지금 다시 바라보니 굉장히 독특한 외형이다.


나무뿌리가 바위와 뒤엉켜 마치 한몸처럼 이어져 있는 모습을 보니 왜 우리 신사가 매듭끈을 만들었는지 조금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 안에 있는게..."


안에 들어가자 기분 나쁠 정도의 고요함이 나와 오빠를 짓누른다.


"여기는 변한게 없네....어?"


잘그락하고 돌이 아닌 무언가가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손에 든 폰의 불을 아래쪽으로 향하니 거기엔...


"쿠치카미자케 병이잖아?"


반쯤 깨진 병과 조각들이 제단 앞 바닥에 흩어져있었다.


"아, 이거 내가 작년에 깨먹은 미츠하 병이다"


오빠가 손뼉을 치며 이제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에? 오빠가? 이걸 왜?"


"그때 이걸 마시고나서 처음으로 네 언니가 보였거든. 근데 너무 놀라서 도망가다 그만..."


"덕분에 여기서 풀려나긴 했지만 남의 반쪽을 멋대로 박살내는 타키군도 좀 아니라고 생각해"


언니의 감상평.


"아니, 난 그보다 이걸 마실 생각을 했다는 거 자체가 더 아니라고 보는데"


그리고 나의 감상평.


"으으...자매가 쌍으로 공격을 해오다니..."


오빠는 나와 언니의 맹공에 원투펀치를 연달아 얻어맞고는 넉다운이 되었다.


"그럼 남은건..."


나는 시선을 제단의 오른쪽 구석으로 돌린다. 거기엔 이끼덮힌 자그마한 술병이 하나 놓여있었다. 나의 반쪽...


"...이것 뿐인가"


술병을 들어 올리니 땅과 이어진 이끼가 뜯기는 소리가 난다. 하긴...4년이나 있었는데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있을리가 있나.


그래도 찝찝한건 사실이라 돌조각을 하나 집어들고는 들러붙은 이끼들을 긁어서 떼어냈다.


"이제 좀 보기 괜찮네"


어느정도 이끼를 떼어내자 그때의 하얀 광택이 그럭저럭 나타나면서 묘한 성취감이 살짝 들었다.


"그럼 이제..."


나와 오빠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뚜껑을 열고 밀봉된 코르크 마개를 뽑아냈다. 알코올 냄새가 훅하고 올라와 코를 간지럽힌다.


"우와아...이게 진짜 술이 되는거였구나"


불빛에 비춘 술은 투명했다. 이걸 처음 만들었을 때 아직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걸 살짝 입에 댔다가 경을 치뤘던 기억이 난다.


"내가 씹어서 만든 술을 직접 입에 댄다니 기분이 묘하네..."


"나도 여동생이 만든 술을 입에 댈 줄은 몰랐어"


서로 감상평을 한마디씩 나눈 뒤 마침내 이 문제의 술을 들이켜기로 한다. 아, 그전에...


"언니도 나랑 같이 마셔야지"


언니를 내 안에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내 의지가 아닌 의지가 술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을 느낀다.


처음 맛보는 술맛은 뭔가 굉장히 쓰고, 살짝 달착지근한듯 하면서도 어쩐지 화끈거리는 복잡미묘한 맛이었다.


꿀꺽하고 쿠치카미자케를 삼키고 타키오빠를 쳐다보았다.


...................................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게 별 기대하지 말랬잖아"


오빠가 심드렁하게 말하며 일어서려는 찰나, 위를 보더니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 반응에 위를 쳐다보니 나도 모르게 오빠와 똑같은 반응을 했다.


동굴 천장에서 혜성이 우리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 광경에 너무나도 놀란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음..."


바깥에서 짹짹하고 새소리가 들려온다. 산 꼭대기에도 새가 날아오던가?


'어라...?'


어쩐지 바닥도 딱딱한 돌바닥이 아니고 뭔가 부드럽다?


"핫!"


나는 급하게 눈을 뜨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눈 앞에 비친 풍경은....


"언니 방???"


헉 하고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손을 들어 얼굴과 머리를 더듬어 보았다. 어쩐지 짧은 머리카락이 만져진다.


재빨리 일어나서 방에 있는 거울을 본다. 거기에는 사년전 마지막으로 봤던 살아있는 언니가 서있었다. 볼을 꼬집어보니 아픔이 느껴진다. 꿈이 아니다.


"지, 진짜로...돌아왔어...!"


비록 나 자신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


"이...일단은..."


힘차게 장지문을 열어제끼고 쿵쿵거리며 급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거실에...


"하...할머니..."


할머니가 큰 소리를 내며 내려온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그리움과 반가움의 감정이 흘러 넘치는 것을 느끼며 나는 할머니를 와락 껴안았다.


"할머니!!!할머니!!!"


할머니는 다 큰 손녀가 갑자기 안겨오는 것에 당황한 듯 하시면서도 두 팔로 나를 꼭 안아주셨다. 아...이 느낌, 정말 오랜만이다.


"어떻게 된거야 이거?"


그때 뒤편에서 내 목소리가 들린다. 눈물 범벅이 된 채로 고개를 돌리니 4년전의 내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할머니다!!"


그리고는 4년전의 나도 할머니를 와락 끌어안고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우리 공주님들이 밤새 큰 일이 있었나보구나..."


할머니는 푸근한 표정을 지으면서 품에 안긴 손녀들을 끌어안아주셨다.


그리고 나는 우는 와중에 TV화면의 시계를 쳐다본다. 오전 8시... 별이 떨어지기 전까진 앞으로 약 12시간...


반드시 해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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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번주 안에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