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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는 끝없이 뒤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앞에 무언가 빠른 이미지처럼 과거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
‘아 이것이 주마등인가.’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 무렵 갑자기 자신이 땅바닥에 주저 앉아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어라...? 여기는 뭐지?”
주변을 둘러봐도 그저 새하얀 공간.
하지만 신기하게도 과거 스키장에서 새하얀 설경에서 느꼈던 엄청난 눈부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 공간이 얼마나 넓은 것인지 좁은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 그 순간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타키는 그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자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미...미츠하?”
타키는 벙찐 표정으로 그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
어떻게든 다시 살리고 싶었던 사람.
그 사람이 지금 눈앞에 있자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입에서 들려오는 답변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음...반은 맞았고 반은 틀리네요. 일단 인사부터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군요 타치바나 타키.”
“왜...왜 그렇게 타인인 것처럼 인사를 하는거야 미츠하?”
타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왔다.
“아 죄송합니다.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혼동이 있으시겠네요. 일단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이 찾고 있는 미야미즈 미츠하가 아닙니다.”
미츠하의 모습을 한 그 사람은 생긋 웃으면서 단번의 타키의 정신을 공격해왔다.
“어...?”
타키는 스스로 한심한 소리를 입 밖으로 낼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 사람은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아니 애초에 저 사람은-
“당신은...누구죠?”
타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음...그렇게 묻는다고 말씀하셔도 뭐라고 딱히 대답을 드리기 곤란하네요. 인간의 개념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할까...어떤 사람은 신이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은 세상의 이치, 운명, 카르마 등등으로 불린답니다. 아, 이토모리의 사람이라면 무스비라는 개념이 더 친숙 할 수도 있겠군요.”
그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미츠하의 모습을 한 그 존재의 모습에 타키는 엄청난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뭐야 당신. 그...그럼 왜 미츠하의 모습으로 나한테 나타나는데?”
정말 이 존재가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신이라고 한다면 자신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미츠하의 모습으로 나타난단 말인가.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를 들어도 그녀는 갸웃갸웃하면서 되물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곤란한데요. 저는 당신이 스스로에게 가장 소중하다는 것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으로 존재하는 겁니다만. 당신에게 있어서 미야미즈 미츠하의 이미지가 가장 적합했던 모양이죠. 불편하시다면 일단 사과는 드리겠습니다.”
타키는 여기까지 듣고 나니 화가 나는 것을 넘어서서 기가 막히기 시작했다.
“아니...왜 당신이 스스로 말하는 신이라면 나한테 사과를 하는 건데...”
“저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매우 좋아합니다. 제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여기까지 듣고 나니 타키는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기분만이 들었다.
뭔가 비일상적인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뇌가 과부하가 걸릴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제 앞에 나타난 건가요. 저는 분명 그녀와 다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타키는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내뱉었다.
“글쎄요. 저도 딱히 저의 의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서요. 통상적이라면 저를 이렇게 인격체로써 만날 일도 없겠죠. 이것도 하나의 이어짐의 결과겠죠.”
미츠하의 모습을 한 그녀는 여전히 그저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타키는 자신도 모르게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꾹 눌러 담았다.
그녀의 얼굴로 저런 소리를 태연자약하게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가장 소중한 사람의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후벼파는게 무슨 신이냐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일단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무엇이든 알아내야만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죠. 당신이 정말로 신이라면 무엇이든지 바꿀 수 있나요?”
하지만 그녀는 그저 두 눈을 깜빡깜빡 거리면서 타키를 쳐다보았다.
“이봐...요! 사람이 물어봤으면 대답을 좀 해봐요”
타키는 순간 반말을 해도 되나 고민을 한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저 신이라는 것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것은 없다고 판단하고 존댓말로 고쳤다.
하지만 눈앞의 그녀는 그런 것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글쎄요. 저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당신들이 흔히 말하는 전지전능한 초월자는 아닙니다. 다만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충분히 그런 측면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그녀는 계속 갸웃갸웃하면서 무언가를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마치 양자역학을 초등학생한테 어떻게 개념을 설명해야하나 고민하는 표정이라고 타키는 왠지 모르게 느꼈다.
“그러네요. 일단 조금 당신에게 와닿을 수 있는 표현으로 바꿔보죠. 당신은 혹시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 아시나요?”
‘아니 그렇다고 진짜 양자역학이냐...’ 라고 생각한 타키는 순간 피식 웃을 뻔했다.
“네 압니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고양이가 독약병과 같이 들어있는데 독약병이 깨졌을 경우 상자안의 고양이는 죽었던지 살았던지의 상태로 중첩되어서 존재하고 상자를 열어봤을 때 그 상태가 결정된다는 물리학의 비유죠.”
“잘 알고 계시네요. 그렇다면 이해가 조금 빠를 수도 있겠네요. 혹시 흔히들 얘기하는 인과율, 또는 운명, 이런 것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봤나요?”
순간 타키는 저 여자가 무슨 말을 하자는 건가 멍하니 쳐다보다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 말인즉슨... 사람의 운명이라고 하는 것도 그 확률로 존재하다가 관측 때 확정된다...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조금 다르지만 뭐 대체적으로 그런 느낌이죠.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그렇게 삶과 죽음의 흑과 백으로 나뉘는 상태는 아니라는 이야기죠. 확률론을 이야기하자는 것도 아니고요. 음...뭐랄까 스스로의 운명은 스스로가 개척해나간다...라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까요? 죄송해요 역시 언어로 옮기자니 개념이 전달이 힘들군요.”
타키는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핫하고 정신이 들었다.
“아니 그래서 지금 당신이 하고자하는 말은 뭐죠? 그런 가능성이 일어난 세계이니 그만 두어라? 포기해라? 뭐 그런 말을 하려고 저에게 나타난 건가요?”
하지만 미츠하의 모습을 한 그녀는 처음으로 눈에 쓸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말을 하였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요. 그렇게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으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답니다.”
“그럼 뭔데요! 이미 그녀는 죽었다고! 당신이 그 모습을 하고 있는 미야미즈 미츠하는 이미 죽고 없다고! 그게 당신이 말하는 관계의 단절이 아니면 뭐냐고!!”
타키는 듣고 있다가 보니 울컥하여서 소리를 치고 말았다.
대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당신들이 말하는 죽음은 제가 말하는 관계의 단절이 아닙니다. 그런 말은 못 들어 봤나요.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는 표현, 그 것도 하나의 관계의 지속성입니다.”
타키는 무언가 자신의 속에서 끊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웃기지마!”
타키는 목에 핏대가 생길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그딴 궤변은 듣고 싶지 않아! 이 세상에 더 이상 없다고! 그 마을도! 그 마을에 살던 사람들도! 그 녀석도!!”
타키는 목에서 쇳맛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무언가의 실핏줄이 파열된 느낌이었다.
“이제 아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무슨 인연을 이어가란 말이야! 뭐가 무스비야! 뭐가 신이야!! 웃기지 말라고 당신!”
타키는 쉰 목소리로 말을 외치고는 거기서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그 날 이후 더 이상 흐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눈에서 눈물이 샘물 솟듯이 흘렀다.
그런 타키의 외침을 미야미즈 미츠하의 형상을 한 존재는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신기하네요. 전에도 비슷한 소리를 한 사람을 한명 만났죠.”
타키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며 쳐다보았다.
“그녀 또한 당신과 비슷한 소리를 했죠. 어머니를 살려내라고.”
타키는 그런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선택권이 주어지자 그녀는 그 가능성을 선택하지 못했죠. 왜냐하면 다른 또 하나의 가능성을 포기했어야 하니까요.”
“그게 무슨...?”
타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싶어서 묻지만 그녀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미 여기에 존재하는 당신과는 상관이 없어진 이야기입니다. 사소한 엇갈림만을 남기고 끝나버린 일이니까요.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리죠.”
그녀는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나요? 그녀가 아직 존재하고 있는 그 가능성을?”
타키는 아직까지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말인가요 그게. 당신이 미츠하를 살려 낼 수 있다는 이야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런 가능성을 이야기 할뿐 이미 지나간 확정 사항을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그럼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가요 그럼! 가능성이라니 그건 무슨 의미로 말하는 건가요?”
“있는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그녀가 아직 존재하고 있는 가능성의 세계. 그런 시간도 아직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말을 듣자 타키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 것이 마지막 기회다 라고 생각하고 타키는 서둘러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그 세계를 고르겠습니다! 무엇이 됐든 지간에 말이에요!”
미츠하로 보이는 그 존재는 처음으로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했다.
“타치바나 타키, 아직 제 이야기가 끝나질 않았는데 끝까지 들어는 보고 말을 해주세요.”
그녀는 이어서 말을 이어갔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말의 어폐가 있어요. 아까도 말했죠, 관측을 하면 확정된다는 비유. 그거랑 비슷한 겁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한 가지가 있군요. 당신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수도 있어요.”
“뭔가요 그게.”
“만약 미야미즈 미츠하가 살아있는 세계라면 당신은 그녀의 ‘세계’에 존재 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아까부터 자꾸만 바보 취급당하는 것 같지만 타키는 묻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의미 그대로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타치바나 타키라는 한명의 인간은 존재하겠죠. 다만 더 이상 타치바나 타키는 미야미즈 미츠하라는 한 명의 인간의 삶에서 존재 하지 않아요. 쉽게 말하자면 당신 둘 사이에는 아무런 인연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타키는 순간 굳었다.
“그 말인 즉....미츠하는 살아 있지만 우리 둘은 전혀 모르는 사이...거기에 만날지 안 만날지도 모르는...그런 완전 타인이 된다는 의미인가요?”
타키는 굉장히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네 결과론적으로만 말하자면 그렇게 되겠네요.”
그녀는 즉답하였다.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운명은 늘 자신이 개척하는 겁니다 타치바나 타키. 어떻게 하시겠어요?”
타키는 손이 떨려왔다.
운명의 장난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가 살아있게 되면 자신은 그녀를 알지도, 그녀도 자신을 알지도 못하게 되어버린다.
어떻게 선택이 이렇게 극단적일 수가 있는가 하고 신을 원망해보지만 그것과 비슷한 존재가 이미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약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애초에 그런 각오로 왔지 않은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녀를-
“상관없습니다. 그녀가 살아 있다면 그 어떤 것이든 희생하겠습니다.”
그러자 타키의 눈앞의 그녀는 빙긋 웃었다.
“타치바나 타키. 그것은 희생이 아닙니다...하지만 그래요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했습니다. 당신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와의 관계를 포기하고 생명을 취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아니요! 전 포기 하지 않을 겁니다. 한 평생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아니 몇 번의 생이라고 하더라도 저는 반드시 그녀를 다시 찾아서 다시 말해줄 것 입니다.”
그녀는 그런 타키를 보면서 아무말 없이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지어보이기만 했다.
이내 그녀는 빙글하고 뒤를 돌더니 저벅저벅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작별입니다 타치바나 타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메시지를 하나 알려드리죠.”
점점 세상이 밝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타키는 다시 한번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 것을 느낀다.
“그걸 아시나요, 이런 모든 개념, 아니 운명을 뛰어넘는 것은 바로-”
거기서 다시 한 번 타키의 의식이 새하얗게 물들어가면서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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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여기는 어디지?”
타키는 눈을 뜨면서 의아했다.
어딘가 알수 없는 동굴 같은 곳에서 눈을 떴는데 전혀 이전의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야...여기는 어디...”
일단 밖을 나가보자 하고 나가보니 분지 같은 지역의 한가운데였다.
“여기는 대체...”
그렇게 타치바나 타키는 아무것도 관계없는 지방의 한 소도시 인근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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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오랜만이네....
확실히 이제 뽕이 빠졌는지 길게 써지지가 않는다.
구상했던 스토리는 일단 넣긴했는데 조금 더 길게 써볼려고 했는데 쉽지는 않네.
이제 다음편으로 에필로그로 이 스토리도 마무리네.
그럼 마지막까지 기대를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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