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팬픽은 둘이 동갑이라는 전제하에 쓰여지는 팬픽입니다.
-둘은 원작 내용보다 1달정도 일찍 바뀌었고, 그에 따라 마음도 깊어진 상태입니다.
-주변인은 서로의 몸바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타키쪽은 미츠하의 존재를, 미츠하쪽은 타키의 존재를 알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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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잃은 타키에게도 어김없이 밤은 찾아왔다.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딜려왔지만 결국 이토모리에서 좌절을 맛본 그에게 그날처럼 지옥 같은 밤도 없으리라.
타키에게는 혼자 끙끙 앓아야만 했던 밤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평생 꿈이었던 농구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던 그 날의 밤이나 부모님이 서로 이혼하기로 해 방구석에 틀어박혀 집에서 떠나는 엄마도 배웅하지 못한 채 울며 지냈던 그 날의 밤 같은 날들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과 연인이 된지 단 하루 만에 자신의 손에서 떠나가고, 헛된 희망조차 밟혀버린 그 날의 밤은 그 어떤 괴로웠던 밤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평생 겪었던 밤중에서 가장 괴로운 밤을 보낸 타키가 밤새 울며 미츠하의 이름을 불러대다가 결국 잠에 빠진 것은 새벽 4시 즈음이었다.
‘아... 물이 마시고 싶다.’
그가 눈을 뜬 것은 해가 환하게 떠있는 대낮, 어제 자신의 몸속에 있던 수분을 전부 쏟아 낸 후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타키는 극심한 갈증을 느끼며 일어났다.
타키는 바닥에 누워 눈을 감은 채 머리 위쪽으로 손을 뻗었고 곧이어 그에게 물병같은 형체가 하나 손에 잡혔다. 타키는 그 물체를 잡고 뚜껑을 돌려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일어난 모양이군, 할 말이 있네.”
한참 물을 마시던 타키의 귀에 들린 목소리는 어제 자신을 매몰차게 내쳤던 자의 목소리였다. 당황한 타키는 그 목소리를 듣고 입에 있던 물을 내뿜을 뻔했다.
그러나 잠시 당황한 그에게 곧 극심한 공포가 몰려오기 시작했고,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어제 목소리의 주인이 한 경고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 저기 미야미즈 아저씨. 어제는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오늘 제가 빨리 일어나서 떠나려고 했는데...”
“됐네, 오늘은 그런 말을 들으려 온 게 아니네. 자네에게 해줄 말이 있어서 온 걸세.”
그리고는 토시키는 창밖을 아련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 이상한 꿈을 꿨네. 꿈속에서 후타바... 아니 내 부인이 나와서 얘기를 하더군. 자네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다면서 말이야. 한마디로 말하지, 그녀가 자네에게 전해달라더군. 미야미즈가문의 신체로 가보라고 말이야. 그리고...”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얘기하던 토시키가 갑자기 말을 끊고 한숨을 쉬더니, 타키에게 시선을 맞추며 이야기했다.
“도대체 이 말을 왜 전해달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부탁이니 전해는 주겠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라더군.”
그렇게 말을 마친 토시키는 타키에게서 시선을 땐 뒤에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오늘따라 그녀가 그립구만...”
타키는 토시키의 말을 듣고 머릿속에 생각이 번개같이 스쳐가기 시작했다. 미츠하와 몸이 바뀌었을 때 있었던 일들이 말이다.
할머니와 요츠하와 함께 신체로 올라가던 등산길, 신체를 둘러싼 강을 건너며 바지가 몽땅 젖었던 일, 미츠하의 절반이 담긴 무녀입술을 바친 일등 그가 계속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머릿속에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기억들 속에서 타키는 왠지 신체로 향하여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타키는 포기했다. 지금 자신이 신체로 가봤자 무엇하겠는가? 이미 사랑하던 그녀는 죽었고, 죽은 자는 살릴 수 없다. 특히 신체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자라면 더더욱 말이지.
타키가 그런 생각을 하며 토시키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토시키는 대뜸 그를 향해 소리쳤다.
“뭐하고 있나!!! 어서 움직여 신체로 가란 말이다!!! 혹시 그곳에 가도 방법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나? 상식적으로 죽은 자는 돌아올 수 없다고?”
토시키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또다시 소리쳤다.
“그렇다면 자네와 내 딸의 인연은 상식적인가? 비 상식의 끝이 아닌가!!! 어서 가게!! 그곳에서 무엇이든 하게!!! 자네가 후회하지 않도록!!!”
타키는 움찔했다. 자신의 의중을 읽힌 것도 있지만, 토시키의 말에 갑자기 자신이 극도로 한심스러워 지기 시작한 것이다.
‘맞아. 지금 그냥 도쿄로 올라가 버린다면 나중에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나를 원망할 지도 몰라. 미츠하와 나와의 만남도 비 상식적이었지... 그래. 그곳에 가면 답이 있을지도, 아니 있을거야.’
생각을 마친 타키는 벌떡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가려 했다. 그때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걸 가지고 가게. 가면서 먹을 요깃거리나 물 들을 좀 챙겨 놓았네.”
그렇게 말한 토시키는 타키에게 가방을 하나 던져주었다. 타키는 그 가방을 받고 감사의 의미로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방을 뛰쳐나갔다.
타키가 뛰어 나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던 토시키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후타바... 내가 지금 한 행동이 잘한 것일까? 그냥 저 소년에게 꿈속 내용 따위 알려주지 않은 채 도쿄로 돌려보내는 것이 맞는 행동이 아녔을까...”라고.
강당을 뒤로한 채 타키는 달렸다. 자신이 뛸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달렸다. 숨이 점점 가빠와 숨이 막힐 것만 같은데도 그는 달렸다. 가파른 산길, 거친 땅바닥, 아파오는 발바닥 등이 그를 방해했지만 타키는 그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그녀를 향해 달렸다.
한참을 달렸을까, 타키의 눈에 익숙한 분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눈앞에 분지가 보이자 타키는 힘차게 달리던 그의 발을 잠시 멈추고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타키가 마신 그날의 물은 아마 평생 마셨던 물중 가장 달콤한 물이었을 것이다.
그의 몸은 그에게 휴식을 요구했다. 그의 마음은 당장이라도 신체를 향해 뛰어가고 싶었지만 온몸이 내미는 협박 같은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타키는 근처 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가진 후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바삐 움직인 타키가 신체가 위치한 분지에 도착한 시간은 해가 그를 쌩쌩하게 비추던 정오 즈음이었다. 분지에 올라 신체가 멀쩡함을 확인한 타키는 곧이어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강을 건너 신체 속으로 들어갔다.
신체 속으로 들어간 타키가 본 것은 무녀 입술 두 병. 한쪽은 미츠하의 것이고 한쪽은 요츠하의 것이었다. 두 개의 병을 확인했지만, 신체에 도착한 이후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할지 몰랐던 그는 먼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컴컴한 내부에서 그가 볼수 있는 것은 두 개의 병의 희미한 형체였기 때문에 그는 라이트를 켰다.
핸드폰으로 라이트를 켜고 주변을 둘러보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천장에 그려져 있던 혜성을 그린 듯한 벽화였다.
그 벽화를 본 타키는 생각했다. 미야미즈 가문은 전통과 역사가 무구한 가문 중 하나라고 했다. 미야미즈 신체에 벽화가 그려져 있을 정도면 혜성이 떨어 진 것이 예전에도 있었던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도 이 신체 안에 있지 않을까? 라고.
하지만 신체에서 그가 볼 수 있는 건 무녀 입술 두 병과 혜성 벽화 하나.
‘혜성벽화가 해결책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남은 건....’
타키는 술병을 쳐다보았다. ‘저 병에 답이 있다는 건가.’라는 생각을 한 타키는 조심스레 뚜껑을 열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기억으론 약 2주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을 테지만 벌써부터 약간의 알코올 향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병뚜껑을 잔 삼아 한 잔을 따라낸 타키는 잠시 고민했다.
‘이걸 마셔야 할까? 하지만 이것 외엔 아무런 방도가 없는 것 같긴 한데...’
한참을 고민했을까, 타키는 술을 마시기로 결심하고 술을 들이켰다.
그러나, 그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뿅! 하고 그녀와 몸이 바뀌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가 그냥 신체를 떠나기 위해 몸을 일으키던 그 순간,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져 가기 시작했다.
‘아... 역시 효과 있는거 맞구만. 잠깐만 나 혹시 요츠하걸 마신 건 아니겠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타키는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 끝까지 잡고 있던 마지막 의식을 놓았다.
정신을 잃었던 타키가 알람을 듣고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신체가 아니었다. 타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익숙한 일본식 방, 수많은 고슴도치 인형들, 그리고 흉부에 있는 볼록 솟아 오른 가슴.
“성공했다.”
타키는 눈물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절망만이 가득 차 있던 그에게 한줄기의 희망이 내려온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가 있으랴!
타키는 무의식적으로 미츠하의 가슴을 만졌다. 남들이 보기엔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아... 역시 이 느낌이야. 그리운 이 느낌....’
한참을 만져댔을까, 타키는 미츠하의 핸드폰을 켜 자기 자신에게 전화하려다가 그만두고 날짜를 확인했다. 2013년 10월 4일, 재해 당일 날이 맞았다. 타키가 미츠하의 술을 마신 것은 재해 후 하루 뒤, 자신이 과거로 돌아 온 것이 맞다면, 지금 이 시간만큼은 이 세계에 타키만 두 명 존재하는 셈일 테니 말이다.
타키는 벌떡 일어나 씻기 위하여 화장실로 향했다. 그곳엔 단발머리를 한 아리따운 소녀가 한 명 서있었다.
“개인적으론 장발이 좋지만... 뭐, 단발도 나쁘진 않네”
짤막한 감상평을 마친 타키가 간단히 세수를 마치고 방에 돌아가 교복을 챙겨 입은 뒤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한창 식사가 진행 중이었고, 식사 시간에 늦은 타키는 자연스레 미츠하의 자리로 가서 착석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 중에 할머니와 요츠하에게 혜성이 이 마을에 떨어진다고 피난처는 이토모리 고등학교 밖에 없다 라고 하며 말을 할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머릿속에서 금세 그 의견은 기각당했다.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듣고 믿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당장 어제만 해도 토시키가 자신의 말을 정신병자의 헛소리라고 여기지 않았는가? 결국 타키는 조용히 아침을 먹고 요츠하와 함께 등굣길에 올랐다.
평소와 다름없는 등굣길이었지만 타키는 주변 환경을 유심히 둘러보았다. 마치 그 풍경들을 눈 속에 새기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마을은 오늘 저녁 사라질 것이다. 축복이라 여기던 재앙에 의해서 말이다.
요츠하와 헤어지고 나서 타키는 곧이어 사야카와 카즈히코를 만났다. 역시 그날도 텟시가 자전거 앞에 타고 사야카가 뒤에 타고 오는 연인같은 행태를 취하며 그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 둘이 처음 타키를 보고 놀란 것은 바로 머리였다. 어떻게 된 거냐는 그 둘에 반응에 타키는 “그렇지? 나도 긴 머리가 좋았는데 말이야.” 하며 맞받아 친 뒤 그 둘에게 혜성이 가져올 재앙 들을 모두 이야기했다. 왠지 그 둘이라면, 미츠하와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였던 그 둘이라면 이런 허무맹랑한 말도 믿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 밤에 지나가는 티아메트 혜성이 이곳으로 떨어질 것이다, 혜성이 떨어져 모두가 죽는다, 미야미즈 가문에 내려오는 신체의 벽화에도 그려져 있다, 그래서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등등의 이야기를 들은 그 둘은 황당해 했다. 그렇게 미츠하의 말을 묵묵히 듣던 텟시가 미츠하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미츠하, 너 그 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말만 놓고 보자면 정신병자 아니냐는 뜻으로도 들을 수 있는 말이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그런 뜻이 없었다. 단순히 미츠하, 자신의 말이 진심이냐고 묻는 단순한 질문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타키는 흔쾌히 대답할 수 있었다.
“응. 사실이야. 내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그 말을 들은 텟시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지금 학교가 중요한 게 아니 구만, 뭐 작전 세워 놓은 거라도 있어?”
그 말을 들은 사야카는 놀란 표정으로 텟시를 바라보았다.
“텟시, 진짜 미츠하의 말을 믿는 거야? 난 솔직히 믿기가 힘든데...”
사야카의 말을 들은 텟시는 가슴을 팡팡 치며 대답했다.
“야, 나를 뭐로 생각 하는 거야. 그럼 당연히 믿지. 이럴 때 서로 믿고 도우라고 있는 게 친구잖아.”
의지가 가득 담긴 텟시의 말을 들은 사야카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런 말 해버리면 내가 안 도울 수가 없잖아.... 알았어. 미츠하. 나도 도울게.”
타키는 감동했다. 솔직히 자신이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선뜻 나서서 돕겠다고 말하지 못했으리라. 타키는 이런 사람들을 친구로 둔 미츠하가 조금은 부러웠다.
타키가 감격에 빠져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 모습을 본 텟시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미츠하 정신 빼놓고 뭐 하는 거야. 급한 거 아녔어? 빨리 가자고 작전 회의라도 해야 할 거 아냐?”
그 말에 정신이 든 타키는 사야카와 함께 텟시를 따라 작전을 짜기 위해 학교 내부의 빈 교실로 들어갔다. 학교에 학생 수가 적어 빈 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한 삼인방이 아지트로 사용하던 동아리 방이었다.
그 곳에서는 수많은 의견들이 오갔다. 비현실적인 계획, 도저히 고등학생들이 생각해 낼 수 없을만한 계획 등등을 쏟아내던 셋은 결국 계획을 확정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행동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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