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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글로 만나는 건 오랜만이네요..


손도 근질거려서 그런지 써왔습니다.  2~3 주만에 써서 그런지..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습니다.


+ 전 작품 시리즈는 원하신다면 같이 정리 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이번편은 가볍게 읽어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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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지저귀고 하늘은 한없이 높고 맑다. 푸르던 녹음은 저물어가고 붉은 물결이 다가오는


어느 한 늦여름의 이야기다.



[ 뚜르르르... 뚜르르... ]


질리도록 들어왔던 알람소리는 나의 아침잠을 달아나게 한다.


언제 시작한지 모를, 헤어나오기 싫은 그런 달콤한 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조금 더 그 꿈에 심취하고 싶어 몸을 뒤척여본다.


[ 뚜르르르... 뚜르르... ]


지금껏 많이 들어와서 이제는 안들릴법한 알람음은 내 심정을 모르는 건지..


그저, 하염없이 울리고 또 울릴뿐이다.


어림짐작으로 손을 뻗어본다.


조금 차가운 방바닥이 어루만져진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한번 더 손을 뻗어본다.


방금과는 살짝 다른 질감이 느껴진다.


똑같이 딱딱하지만 더 차갑고 살짝 진동이 느껴진다.


손가락을 움직여 정체모를 물건의 표면을 훑는다.


이윽고, 나를 괴롭혀왔던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얼굴을 베개 파묻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달아났던 아침잠은 돌아오지 않는다.


간단하게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평소였다면, 조금 더 뒤척이다가 또 요츠하에게 한소리를 들었겠지..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대 여섯시간 동안 몸 속에 쌓여있던 노폐물을 배출한다.


지금은 거의 가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하늘은 높고 맑다.


그러나, 약간의 찝찝함은 여전하다.


' 찬물로 머리를 감고나면 한결 나아지겠지.. '


샤워기를 한손으로 잡는다.


그리고, 상체를 숙이고 머리 위쪽으로 가져간다.


" 꺄악 ! "


간신히 안정을 찾은 뒤, 마저 머리를 감는다.


겨울철도 아닌데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이 뿜어져 나온다.


덕분에 아까까지 느껴지던 불쾌한 감각은 없어졌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털면서 내 방으로 돌아간다.


널브러져 있는 이불을 정리하고, 머리카락을 말린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일상이지만 오묘하게 다른 기분이다.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것만 같다.


사랑스러운 고슴도치들을 봐도 기분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한참동안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자연스레 나아질꺼란 생각을 가지고 옷을 갈아입는다.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나의 발길은 부엌으로 향한다.


어제 먹다 남은 된장국을 끓이고, 프라이팬을 꺼내서 식용유를 두른 뒤 계란 몇 개를 깨어 넣는다.


냉장고 문을 열어 밑 반찬 몇 가지를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둔다.


어느 정도 아침상이 차려져갈 때 즈음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꽤나 가벼운 발걸음.. 아마 초등학생으로 추정되는 것 같다.


이윽고, 문이 드르륵하며 조금 매끄럽게 열린다.


" 어라, 언니 오늘은 평범하네. "


발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요츠하다.


요츠하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훑어보고 있다.


" 평범하다니? 그렇지 않을 때는 어떤데? "


문득, 들은 의문점에 요츠하에게 물어본다.


" 아, 아무것도 아니야. "


요츠하는 갑자기 시선을 돌리더니 딴청을 피운다.


' 좀 처럼 보기 힘든 반응인데, 그 남자는 무슨 짓을 한거야? '


조금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디선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나서 상황은 급히 마무리 되었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 뒤 방으로 올라왔다.


서랍 속에서 끈목을 꺼낸 뒤 전신거울 앞으로 간다.


" 아, 오늘은 선배와 단둘이 데이트였지... "


문득, 가슴 한켠에 자리 잡고 있던 감정의 원인을 조금은 알아낸 것 같다.


' 내가 가고 싶었던 건데.. '


이제는 씁쓸함이 가득 채워진다.


떨쳐내고 싶지만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땋으면서 감정을 지워내본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심취해져만 가는 것 같다.


어느새인가 땋은 머리 두갈래는 어깨를 타고 내려와 있다.


두 갈래를 잡고 말아 올리려는 그 때.


정체불명의 액체가 손등에 툭 떨어진다.


액체는 손등을 타고 내려가더니 이내 피부 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거울을 바라본다.


" 눈물...? 어째서 ? "


언제부터 흐른지 모를 눈물은 그저 하염없이 얼굴을 타고 흘러 내린다.


흐르는 눈물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에 한 남자가 스쳐지나간다.


' 타치바나 타키 '


그를 떠올리니 다른 잡념이나 사고는 집어 삼켜지듯 묻혀져간다.


오로지 그에 대한 생각만이 자리 잡고 있다.


' 그 남자는 지금 뭘하고 있을까, 지금 그를 만나고 싶다.... '


갑작스레 생긴 욕구는 조금씩 이성을 갉아먹고 있다.


밑에서 들려오는 요츠하의 목소리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다.


가방을 메고 방을 나서려던 그 때,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안으로 들어온다.


책상 한쪽에 있는 지갑을 집어 들고, 가방 한쪽 구석에 넣어둔다.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약간의 짜증이 곁들여져 있다.


나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선다.


이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현관으로 가니 요츠하는 이미 신발까지 신은 상태였다.


요츠하는 어딘가 매우 불만인듯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다.


" 언니, 늦었다구. "


" 아하하... 미안, 잠깐 뭐 좀 챙기느라고.. "


신발을 신을 때 나지막하게 한숨 소리가 들린거 같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린다.


"  " 다녀오겠습니다. "  "


할머니께 인사를 한 뒤 나와 동생은 집을 나선다.


발걸음은 학교로 향하고 있지만, 머리 속은 온통 그 사람 생각뿐이다.


' 그를 만나고 싶다.'


이성과 욕구가 셀 수 없을만큼 충돌한다.


그럴수록 욕망은 이성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는다.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선 결심한다.


나는 앞장서서 걷고 있던 요츠하를 불러 세운다.


" 요츠하. "


요츠하는 나한테 죄라도 지은 마냥 화들짝 놀란다.


아까 현관에서와는 다른 반응에 조금 심상치 않지만, 금새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 나, 잠깐 도쿄에 다녀올께. "


" 에? 갑자기 도쿄는 왜? "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 때문인지 요츠하는 당황한듯 하다.


" 만나야 될 사람이 있어, 아무튼 저녘까지는 돌아올꺼야. "


대화라기보단 일방적인 통보를 마치고, 나는 발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 잠깐만, 언니! 아 언니! "


뒤에서 들려오는 요츠하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빠르게 걷고 있는 지금도 머릿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충돌하고 있다.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도쿄가 무슨 옆집도 아니고 단순 변심으로 가도 되는 것인가. '


허나, 이런 생각들이 끝마쳐졌을 때는 이미 개찰구를 통과 한 뒤이다.


이토모리는 기차가 2시간에 한번 꼴로 온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급한 마음에 달려온 것 같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굳게 다짐한다.


' 그 사람, 타치바나 타키를 만나고 싶다. '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기차에 올라탄다.


적당한 자리에 가방을 두고 창가에 앉는다.


기차는 서서히 움직여 도쿄를 향해 나아간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 갑자기 찾아오면 민폐라 여기려나, 싫어하려나.. 아님 조금은 기뻐해주려나..? '


그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한편에선 매우 기쁘고 설렜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지금 내 행동이 맞는건지 의문이 든다.


이토모리로 되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수없이 많이 해보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되돌아가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몇번만 갈아타면 도쿄로 갈 수 있다. 반대로 이토모리로 되돌아 갈 수도 있다.


즉, 전환점에 서있는 상황이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이성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토모리로 향하라고 외친다.


허나, 본성은 이성을 집어 삼킨다.


발걸음은 도쿄로 향한다.


이렇게 된 이상 한번 끝까지 내달려보고 싶어졌다.


안된다는 걸 인식하고는 있지만, 왠지 모르게 살짝 두근거림이 있다.


이게 일탈 행위로 느껴지는 쾌감인가..


기차에 몸을 맡긴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창 밖으로는 마치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우뚝 선 건물들이 늘어서있다.


그의 몸에서 자주 봤던 풍경이지만, 내 몸으로 바라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입에서 자그마한 탄성이 새어나온다.


잠시 도쿄의 풍경에 빠져들었을 때 즈음, 기차는 목적지에 도달하였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안내 방송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알맞게 내릴 수 있었다.


역에서 나왔을 때 펼쳐진 도쿄의 모습,


그 모습은 내가 도쿄에 왔음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시간은 정오를 넘긴지 꽤 된거 같다.


배가 고파도 이상하지 않을 무렵인데..


식욕을 앞서나간 이 욕구는 무엇일까.


이제 이 의문도 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조각들을 맞춰가며 그에게로 간다.


자주 들렸던 카페나, 등교길을 찾아 나선지 시간이 수없이 흘렀다.


서로 만나면 알아볼꺼라는 믿음 가지고 정처없이 떠돈거 같다.


점점 쉽사리 만나게 되지 않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동안 묻혀져서 느끼지 못한 것들이 밀려온다.


쉬지 않고 걷고, 또 걷고 그 탓인지 발가락으로부터 고통이 전해져온다.


포기하고 되돌아 갈까하는 생각도 수차례 반복 되었다.


그럴때마다 겨우 겨우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떠돌아다닌다.


해는 어느덧 저물어 가고, 붉은 노을이 하늘을 메우고 있다.


육교를 지나고 있을 때 쯤, 문득 한가지가 머릿속을 스친다.


' 전화..'


다급히 가방 안 깊숙히 잠들어 있던 휴대폰을 꺼낸다.


휴대폰 화면에는 텟시, 사야라 쓰인 부재중 전화가 수없이 찍혀있다.


간단하게 문자로 ' 나중에 설명해줄께! ' 라 보낸 뒤 전화번호부를 연다.


분명, 분명히 며칠전 몸이 뒤바뀌었을 때 서로의 연락처를 저장해두자고 했다.


스크롤을 내려보니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름이 있다.


[ 타치바나 타키 ]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비벼본다.


다시 봐도 선명하게 찍혀있는 이름,


떨리는 마음을 조금 추스른 뒤 터치해본다.


터치 후 뜨는 전화번호에 다시 한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한번 볼을 꼬집어 보고 싶지만, 꿈이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를 걸어본다.


[ 또르르르... 또르르르... ]


단순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반복되는 기계음


이윽고 들려올 목소리를 떠올리니 심장이 터질듯 두근거리는 것 같다.


조금 더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 전파가 닿지않거나,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는 아까까지 있던 나의 기대감을 박살낸다.


" 만날수 있을리가 없지... "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뚫린 듯 공허함이 느껴진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수 없는, 노력해봐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무기력해진다.


' 한번만... 딱 한번만 더..'


최후의 최후의 보루로 남겨둔 마지막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운 전철역에서 전철을 탄 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도착할 수 있는 곳


그의 집이다.


무작정 방문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도 해봤지만, 더 이상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는다.


이토모리로 돌아가려면 아직 시간이 약간 남아있다.


영영 만날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가까운 역으로 최대한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전철역으로 바삐 향하고 있는 나는


누군가 뒤쫓아오는 것 같은 느낌을 알아차리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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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시간이 있는 지라 주 1회 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


평일에는 그림 핫산으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