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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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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작은 고교에서 마을 사람들이 불안한 듯 웅성거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폭발하더니 전기가 끊겼고 변전소 폭발이라는 방송이 들리며 피난 대피 권고를 받았다가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말을 받았다가 갑자기 피난훈련을 한다며 고등학교로 가라는 안내방송을 들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행정선에서 뭔가 일이 터졌다고 직감하면서도 잠자코 대기하고 있었다.
거동 불편한 노인들까지 구급차를 동원해 나르는 모습은 좀 과하다 싶었지만  혜성이 떨어지는 장면이 참 아름다웠으니까.


혜성의 꼬리가 갈라져 내리는 파편은 정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들 앞에서 거대한 덩어리가 마을 시가지를 박살 내는 장면을 볼 때까지는  모두 여유를 찾고 시간을 때우며 밤하늘을 감상하고 있었으니까.


커다란 굉음이 고등학교를 흔들때에도 마을 사람들은 비교적 덤덤했다.

순식간에 재산의 가장 큰 부분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믿을리가 없었다. 믿을수가 없었다. 아무도 그것을 믿고 싶지 않아 했다.

암묵적 합의 아래 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그렇지만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날아간 집들은 소생하지 못했고 거대한 별들의 폭격이 끝나, 더이상 고등학교가 떨지 않게 되고  나서부터는 망연자실한 사람들만이 남았다.


마침 정장이 대피훈련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자신들 중 반 이상이 죽었으리라.

정장의 지휘 아래 고교에 집결한 소방대가 불을 진압했지만 번지는 것을 막은것 뿐이지 이미 날아간 집을 살리진 못했다.

그 사이에 신사역시 완전히 불타 사라져 버렸다.


미츠하는  그런 신사의 터를 찾았다.

물의 집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재만 남은 신사 터.


어머니와 할머니, 할머니의 할머니,그 할머니의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대대로 살던 집.

무수한 손때가 묻은 집은 더이상 없었다.


미츠하는 잿더미가 된 터 위를 말없이  한참을 걸었다.
위험한 구석도 없이 재만 남은 땅 위에는 일그러진  녹슨 쇳덩이가 굴러다닐 뿐이다.

저것은 아마 싱크대나 냉장고가 깨진 조각이겠지..


미츠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걸으며 이별을 고했다.


"안녕 신사야

부순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이별할줄은 몰랐어.

잘가."


미츠하는 조심스럽게 떠나다 휘청이고는 발밑을 들여다 보았다.


그 자리에는 냉장고나 싱크대와는다른 쇳덩이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주 작디 작은, 타고 남은 쇳조각.


미츠하는 걸음을 멈추곤, 그 조각을 집어 들었다.


혜성의 조각인가.“



 

흐릿하게 좋아요 가 남은 손바닥 위의 작은 돌.
마을의 3분지 1을 집어삼킨 별이 남긴 조각.



미츠하는 이것이 누군가와 강하게 연결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혜성과 ‘좋아해’의 상관성? 그런 건 상관없었다.


미츠하는 별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네가 마을을 삼킨 걸 안다면,
네가 무수한 사람들을 죽인 것을 안다면.
너의 죄를 안다면 내 소원을 이루어줘.


이름도 모습도 잊은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게.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츠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품에 넣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때 이 별을 보인다면. 이 조각을 보인다면  분명히 기억할 터였다.


까맣고 불순물 투성이인 쇳덩이지만 밤하늘의 별이었으니까.
 손안의 작은 별이 뿌옇게 번뜩이고 있었다.


신이여, 정말 계시다면

제발-
만날 수 있도록…….


그렇지만  도대체 누구와  만나게 해달라고 빌어야 할지 미츠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무턱대고 빈다고 이루어질 리가 없다.


그렇지만, 그럴 리가 없지만, 혹여나 만난다면,
1억의 기적을 뚫고, 한자리에 일단 서기만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서로를 알아볼 거고,
그때는 좋아해 대신 이름을 손에 남길 수 있을 터였다.


그날이 온다면, 이 별조각 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별이 떨어지더라도 살아남아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어.
너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