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와 미츠하가 동갑이며 몸이 바뀌기 전에 타키가 이토모리로 전학간다면? 이라는 IF스토리
장편] 처음 온 이토모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9081
오늘도 익숙한 침대 매트리스의 푹신함을 전신으로 느끼며 일어났다. 오늘도…?
나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양한 건축물 홍보용 포스터가 붙어있지만 잘 정돈된 깔끔한 현대식 방.
나는 오늘도 나의 몸에 들어와있었다.
내심 미츠하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며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휴대폰에 손을 뻗어 언제나 전화하는 익숙한 번호에 손을 올렸다.
전화를 하기 전에 잠시 멈칫한다.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요즘 들어 미츠하가 이상하다. 갑자기 성격이 180도 바뀌어서 나를 놀리질 않나…
어제는 하루 종일 어디가 아픈 것처럼 얼굴을 붉히고는 은근히 나를 피했다.
나를 피하면 그만큼 내가 다가가면 된다. 하지만 내가 싫어서 그런다면?
다가가는 건 민폐일 뿐이다.
‘내가 보기엔 미츠하도 너를 좋아하는 것 같고.’
어제 텟시가 나에게 해준 말이 떠올랐다.
미츠하가 나를 좋아해줄 리가 없다. 사이가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 맨날 싸우기만 하는 남자를 좋아해줄 여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귀엽다..’
이번엔 어제 미츠하가 헤어지기 직전에 남긴 말이 떠올랐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몇 번이고 곱씹어본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무심코 내뱉은 혼잣말이 공기 중에 녹아 사라진다.
휴대폰에 손을 뻗어 익숙한 전화번호에 손을 올렸다.
습관이 되어버려 무의식적으로 취한 행동은 정신을 차리자 멈칫한다.
전화를 걸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화면에 띄어진 미츠하의 번호를 두고 망설이는 사이,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서 화면을 확인하니 미츠하에게서 온 전화였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목을 가다듬은 다음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타키 군?」
약간 삑사리가 난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살짝 웃고 말았다.
“응, 나야.”
「… 좋은 아침. 잘 잤어?」
삑사리가 났던 것이 부끄러웠던 걸까?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벼운 아침인사를 건넨다.
“그냥 평소처럼 자고 일어났지. 이제 막 일어났던 참이야. 미츠하는?”
거짓말이다. 사실 제대로 자지 못했다.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귀엽다는 말을 듣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는 남자가 있을 리가.
「응? 어.. 응! 나도 잘 잤지. 평소랑 똑같아. 다른 게 있다면 일찍 일어났다는 거 정도?」
그녀는 약간 말을 더듬었지만 잘 잤다고 한다. 남한테 폭탄을 던져놓고 자기만 숙면을 취하다니, 치사하잖아..
“그럼 오늘도 버스정류장에서 만나는 거 맞지?”
「응! 그럼 좀 있다 보자.」
전화가 끊겼다. 나와는 달리 평소대로 돌아온 그녀에게 살짝 분했지만 짝사랑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입장이 아래다.
그녀와 단둘이 만나서 등교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하며 나는 등교 준비를 했다.
서둘러 밥을 먹고 오늘의 준비물을 챙겼다. 현관을 박차고 나와 순식간에 버스정류장으로 도착했다.
그곳에는 어려워 보이는 헤어스타일의 그녀가 있어야 할 터인데…
“저.. 미츠하…? 머,머,머… 그 머리는!”
내 앞에 있는 그녀는 평소의 복잡한 헤어스타일이 아닌, 길게 늘어뜨린 흑발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단순히 머리를 늘어트린 것이 아닌, 머리의 일부만을 뒤로 넘겨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을 빛 매듭 끈으로 묶은 머리는 아침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단조로운 흑색의 머리는 그녀의 뽀얀 피부와 대조되어 그녀의 피부를 더욱 눈부시게 만들어 주었다.
“좀.. 이상한가?”
옆머리를 살짝 꼬며 수줍게 물어보는 그녀에게 나는… 빠져버렸다.
고등학생의 상큼함을 가진 앳된 외모는 그녀의 헤어스타일로 인해 요염한 어른의 모습까지 갖추고 있었다.
절대 만날 리 없는 두 매력의 조화에 나는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군? 타키 군!”
미츠하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겨우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
“어?! 아… 응! 예쁜 것 같아.”
예쁜 것 같은 게 아니라 충분히 예쁘다. 아니, 이보다 더 예쁜 여성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예쁜 것 같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나의 얄팍한 자존심과 낯가림에 한숨을 쉬고 싶다.
“그래? 다행이네…”
미츠하는 푹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미츠하를 불렀다.
“머리는 갑자기 왜 바꾼 거야?”
너무 직설적이잖아! 나는 무심한 내 입을 상상 속에서 수십 번도 더 때렸다.
미츠하는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내 시선을 살짝 피해 정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냥 기분전환이야. 지금까지 하던 머리는 준비하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미츠하는 부끄러운지 검지손가락으로 내려온 옆머리를 살랑살랑 건드렸다.
우리는 다시 말이 없어졌다. 아침을 알리는 참새의 지저귐과 풀벌레들의 노래만이 우리의 고막을 채워주었다.
“저기…”
우리는 하나 둘 구호라도 정한 듯 동시에 마주보며 말했다.
마주본 두 시선은 순식간에 엇갈려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타타탓… 타키 군이 먼저 말해!”
“아.. 응!”
그녀의 양보에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폐에 공기가 가득 찼다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심장박동이 제 박자를 찾아가고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그… 요즘 우리, 왠지 어색한 거 같아서 말이야.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알려줄래? 화날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알 수 없었어. 미안.”
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미츠하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타키 군은 잘못한 거 없어! 그냥 내가 요즘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그랬어. 나야말로 미안!”
미츠하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우리는 잠시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다가 슬며시 올렸다.
두 눈이 마주치자 우리는 생글거렸다.
새어 나온 웃음은 점점 커져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 웃었다.
방금까지 들려오던 참새의 지저귐이나 풀벌레의 노래 같은 건 이미 들리지 않는다.
우리 사이에는 두 남녀의 웃음소리만이 맴돌아 주변을 채워나갔다.
“그럼 내가 오해하고 있었던 거였어?”
나는 아직 웃음을 끊지 못하여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타키 군이 잘못한 게 없지는 않으니까 앞으로는 조심해!”
“네!”
나와는 다르게 단호한 그녀의 경고에 나는 반사적으로 존댓말을 쓰고 말았다.
“저.. 미츠하, 내 잘못이란 게 혹시…”
“타키 군, 내 몸으로 저번에 그 녀석들에게 시비 걸었었잖아? 내 몸으로는 얌전히 있어줘!”
“아… 그건 뭐라 할 말이 없네.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
“에이~ 정말?”
그녀는 팔짱을 끼고 한쪽 눈을 감은 채 시건방진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나보다 키도 작은 주제에…
“그래. 뭐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이라도 할까?”
내가 손을 내밀며 말하자 건방진 미츠하는 온데간데 없고 복숭아 빛으로 얼굴이 달아오른 미츠하만이 내 앞에 있었다.
미츠하는 아무 말 없이 살며시 손을 뻗었다.
길이도, 두께도 다른 두 손가락이 서로를 걸었다.
“약속을 어기면 주먹 만대 맞기 바늘 천 개 마시기! 약속했다!”
미츠하의 노래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언제적 노래야? 우리가 애도 아니고.”
“뭐! 할 수도 있지! 이상한 건 아니잖아!?”
살짝 어이가 없어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웃음에, 나의 지적에, 미츠하가 항의했다.
“이 나이 먹고도 그러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적어도 도쿄에선 그렇다고?”
“아! 타키 군! 지금 도쿄에서 왔다고 나 무시하는 거지!”
“뭐? 내가 언제 그랬어! 그리고 나도 이제는 어엿한 이토모리의 주민이거든?”
“도쿄에선 그렇다고 한 거! 내가 시골 여자애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면 뭐야!? 타키 군, 아직 한 달도 채 못살아놓고 17년차 이토모리 주민 앞에서 주름잡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이토모리에 17년이나 사셨다니, 정말 부럽네요.”
“아아! 역시 무시하고 있어!”
미츠하는 실컷 큰소리를 내고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저.. 미츠하 씨?”
종종걸음으로 걷는 그녀를 서둘러 쫓아가 불러보았지만 그녀는 일방적으로 내 말을 무시했다.
“미츠하? 자꾸 무시하면 곤란한데…”
필사적으로 따라붙으며 건넨 말에 미츠하는 살짝 시선을 주었다.
“깡촌 여자인 저는 위대한 도쿄의 남성분과 할 말이 없답니다~”
“아 진짜!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그게 사과하는 태도야?”
“으윽..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나는 살짝 풀이 죽어 고개를 푹 숙이고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자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것은 웃음소리였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내 앞에는 뭐가 그리 웃긴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는 미츠하가 있었다.
“사람이 사과하는 게 뭐가 그리 웃긴데?”
사람이 진심으로 사과하는데 웃고 있는 그녀를 보자 살짝 울컥했다. 나는 약간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해버렸다.
“아.. 미안, 그래도 타키 군. 내가 장난 치는데 너무 진심으로 사과하니까 웃겨서… 정말 미안해.”
그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대답에 나는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나쁜 감정은 눈 녹듯 사라져 평화가 찾아왔다.
“학교 늦겠다. 가던 길이나 가자.”
“응!”
미츠하는 다시 한 번 웃으며 답했다.
그녀의 길게 늘어진 흑발이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리며 그녀의 피부를 간질인다.
그 일부만을 뒤로 넘겨 묶은 노을 빛 리본이 약간 상기된 그녀의 붉은 뺨에 어우러진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미츠하의 아름다움 최고기록이 갱신되었다. 라는 생각을 속으로 삼키며 우리는 학교로 향했다.
예상대로 교실로 가자 미츠하는 단숨에 교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안 그래도 예뻤던 여자아이가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왔다.
비록 전보다 가벼워진 스타일이지만 그 단순함이 단아한 그녀의 매력을 끌어올려 주목을 끌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미츠하?!”
가장 놀랐던 것은 나토리였다. 나토리는 미츠하를 붙잡고 교실 구석으로 끌고 갔다.
그곳에는 순식간에 많은 여자아이들이 모여 미츠하를 둘러쌌다.
얼굴을 붉힌 미츠하가 나토리의 팔을 찰싹찰싹 때리는 게 보였지만, 나는 일단 자리로 돌아갔다.
술렁이는 남자들과 왁자지껄한 여자아이들의 모임은 수업종이 치고서야 해산되었다.
타키 군과 교실에 들어서자 교실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고수해온 헤어스타일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토모리의 고등학교이기 때문에 시선이 몰리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미츠하?!”
가장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다가온 것은 사야였다. 사야는 내 팔을 잡더니 순식간에 나를 교실의 구석으로 끌고 갔다.
사야가 나를 타키 군에게서 떼어내 교실 구석으로 끌고 오자 내 주변에는 순식간에 반의 여자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미츠하, 그 머리는 어떻게 된 거야?”
첫 질문은 당연하게도 예상범위에 있던 질문이었다.
“그냥 기분전환이야. 이상해?”
“그럴 리가! 전에는 없던 성숙한 매력이 생겨서 더 예쁜 것 같아.”
타키 군도 그렇고 반 친구들의 반응도 그렇고 이 헤어스타일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엄마는 미인이셨으니까.. 엄마의 스타일을 살짝 어레인지 해본 건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모양이다.
“미야미즈, 그런데 정말 기분전환일 뿐이야?”
“그건 무슨 뜻이야?”
여기부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다. 대체 무슨 뜻이지?
“단순한 기분전환으로 5년을 넘게 고수해온 헤어스타일을 갑자기 바꿔? 타치바나 군이나 다른 남자들은 속일 수 있겠지만, 같은 여자들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솔직히 말해봐. 미야미즈 너…”
-타치바나 군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지!
모두의 합창에 나는 화들짝 놀라 설마 타키 군이 듣지는 않았을까 그를 살짝 쳐다봤다.
그는 듣지 못했는지 교실의 뒷문 쪽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사야를 필사적으로 때렸다.
“아야! 미츠하! 아파! 아파! 너 요즘 사나워진 거 같다?! 그만! 진짜 아프다니까!”
사야의 비명을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듣고 싶었지만 다른 아이들도 말렸기 때문에 그만두기로 했다.
“그래서, 타치바나 군에게 잘 보이려고 스타일에 변화를 준 건 맞지?”
나는 살며시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러자 모두들 자기 일이라도 되는 양 오오~ 소리를 내며 나를 둘러쌌다.
“타치바나 군의 반응은 어땠어?”
한 여자아이의 다음 질문에 나는 타키 군의 반응을 떠올렸다.
‘예쁜 것 같아.’
예쁘면 제대로 예쁘다고 해줄 것이지. 예쁜 것 같아. 는 또 뭐람? 그땐 몰랐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살짝 짜증이 난다.
그래도 기쁜 건 기쁜 것이라… 나는 금새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아! 미야미즈 얼굴 빨개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타치바나 군이 뭐라고 했길래 그래?!”
달아오른 분위기에 더욱 거세진 질문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나는 사실대로 고백했다.
“예쁜 것… 같대.”
내 말을 듣자 여자들의 반응이 갈렸다.
-타치바나 군에게 예쁘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성공적 아니야? 앞으로도 이렇게 다니면 되겠네~
-타치바나 군이 좋아해줘서 다행이네. 그렇지? 미야미즈.
-타치바나 군… 그 어정쩡한 반응은 뭐야?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보다 쑥맥이네.
-역시 도시에서 온 남자들은 다 쑥맥인가?
-이토모리에 있는 남자들도 딱히 다를 바 없지 않아?
-그냥 남자들은 다 쑥맥인 거지. 타고난 바람둥이들을 빼면 말이야.
-그래도 타치바나 군, 시원시원하게 생겨놓고 그건 좀 깨는데?
나도 살짝 짜증이 나긴 했지만 타키 군이 다른 사람들에게 흉 보이는 건 참을 수 없다.
“타키 군은 잘못한 거 없어. 그러니까 흉보지 말아줄래?”
좀 언짢아진 탓인지 살짝 내리 깔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도 모르게 나온 위협하는 듯한 목소리에 주변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식어버린 분위기에 내가 마른 침을 삼키자 튀어나온 것은 여자들의 환호성이었다.
“꺄아~ 미야미즈 멋있어!”
“타키 군은 잘못한 거 없어. 그러니까 흉보지 말아줄래? 라니 미야미즈, 완전히 타치바나 군에게 빠져버렸구나?”
“그 미야미즈가 빠져버릴 정도라니, 타치바나 군은 꽤 괜찮은 남자인가 보네. 나도 노려볼까?”
환호성 사이에서 들려오는 불온한 소리에 나는 그만 크게 소리를 질렀다.
“타키 군은 내 거야!”
여자아이들의 환호성이 멈췄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는 양손을 입에 갖다 대어 막았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봤다. 특히 타키 군의 눈치를 살폈다.
교실이 시끄러웠던 탓인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빼고 아무도 듣지 못한 모양이다.
우리는 동시에 가슴을 쓸어 내리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미야미즈, 타치바나 군이 좋아 죽겠는 건 알겠는데… 그렇게 자폭할 필요는 없지 않아? 방금 굉장히 위험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하는 아이에게 나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이 어떻게 일단락 되자 수업종이 치고 우리는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아까부터 수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칠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미츠하의 뒷모습에 내 모든 신경이 집중된다.
묶은 머리로 인해서 눈에 들어오는 미츠하의 뒷목이라든가 살짝 삐져나온 머리카락이라든가 그런 것도 좋았지만 역시 기본적인 내 이상형은 길게 늘어진 흑발의 롱 헤어였다.
가끔 미츠하가 머리를 풀고 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미츠하와 몸이 바뀌었을 때 길게 늘어진 미츠하의 머리를 몇 번이고 만져봤고, 그 모습을 좋아했다.
그런데 미츠하는 머리를 그냥 늘어트리고 오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노을 빛 매듭 끈을 이용해 살짝 포인트를 주었다.
이게 여자아이의 센스라는 것일까?
나는 오늘 하루 수업이 끝날 때까지 미츠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미츠하를 바라보는 사이, 시간은 흘러가 벌써 하교시간이 되었다.
오늘의 하굣길에서는 나토리와 미츠하만 신나게 떠들고 남자들은 말이 없었다.
텟시녀석도 분명히 미츠하를 보고 있는 것이리라.
미츠하의 이 모습을 텟시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그쪽에서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참기로 했다. 애초에 나에게 그럴 권한도 없고.
평소대로 텟시와 나토리가 집으로 향하고 우리는 버스정류장에 갔다.
습관대로 버스정류장에 와서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마셨다.
일단 습관대로 여기에 오고는 있지만 몸이 안 바뀌는 날도 여기에 올 필요가 있을까?
이제는 익숙해져서 굳이 회의 같은 거 없이도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굳이 하굣길이나 등굣길에 여기에 올 이유가 흐릿해졌다.
몸이 바뀐 날은 당연히 만나야겠지만 몸이 바뀌지 않은 날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걸 미츠하에게 말해야겠지만… 말할 수 없었다.
내가 미츠하와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이다.
미츠하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곁눈질로 슬며시 미츠하를 바라보자 미츠하는 황금빛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비록 둘 사이에 대화가 오가지 않더라도 괜찮다. 나는 그녀를 바라볼 수 있는 것 만으로 만족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미츠하의 이 모습을 혼자만 보고 있다는 독점욕에서 파생된 만족감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끝을 고했다.
[절대 금지!!]
목욕 저어어어어어어어얼대 금지!!!!!
내 몸을 함부로 보지 마! 만지지 마!
다리 벌리지 마!
남자에게 접근하지 마!
여자에게도 접근하지 마!
가슴 한 번만 더 만지면 진심으로 저주할거야.
마이클 금지!
[금지사항]
사투리 쓰지 마!
여자말투 하지 마!
목욕은 정말 그만둬주세요. 부끄럽습니다.
함부로 사먹지 마. 가끔은 사줄 테니까.
[공지사항]
혹시 서로의 몸이 바뀌어 있다면 서로의 도시락을 싸주도록 합니다.
서로를 이름으로 불러줍니다.
-미츠하, 오늘 그 헤어스타일 내일도 하고 나올 거야?
-응? 그건 왜?
-아… 아무것도 아니야. 잊어줘.
-왜? 내일 또 보고 싶어?
-알면서 물어보지 마!
-타키 군, 정말로 장발을 좋아하는 구나?
-네가 그걸 어떻게?!
-책상 두 번째 서랍 깊숙한 곳을 봤어.
-제발 잊어주세요. 누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타키 군 변태…
-제발 잊어줘!
-그건 둘째치고 내일 타키 군이랑 몸이 바뀌면 헤어스타일이고 뭐고 없지 않아?
-…그러네.
-‘미야미즈 미츠하’ 인상리스트-
내 앞자리의 여자애
어떻게 묶었을지 감도 안 잡히는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의 소유자
저 머리를 풀어헤치면 아름다운 흑발의 롱 헤어가 되겠지
저 정도면 훌륭한 외모
가슴은...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작은 것은 절대 아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내 이상의 여자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뿜는 여자
성실한 우등생
솔직하지 못한 성격
고향에 불만을 품으며 도쿄를 동경하는 시골여자
그리고... 약간은 속물
친절한지는... 이제 잘 모르겠다.
상당한 내숭의 소유자이며 은근 제멋대로 하는 구석이 있다.
.....무녀라는 점은 은근히 괜찮은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할 때 옆머리를 만짐
짠순이, 여우, 천연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생각보다 마음에 어둠이 많은 여자
좀 변태일지도 모르겠다.
일식밖에 못한다고 한다.
아침잠이 많다.
표정이 풍부하다.
좋아죽겠다.
변화를 준 모습은 정말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서 최고!
-‘타치바나 타키’ 인상리스트-
도쿄에서 온 잘생긴 남자애
내 뒷자리의 남자애
당당하고 뻔뻔하다.
상냥한 구석이 있고 편의점에서 맛있는 것을 잘 사준다.
머리 모양이 고슴도치를 연상시켜서 귀엽다.
요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남자
춤을 잘 추고 농구도 잘한다.
눈치는 좀 없는 것 같다.
장난기가 좀 있다.
여자의 가슴을 함부로 만지는 변태
이 마을에서 숨김없는 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
신께서 이어주신 소중한 인연? 아직 잘 모르겠으니 보류!
거짓말을 잘 못한다.
욱하는 성격인 것 같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좋은 남자애
나는 아마 이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만해도 꽤 위험했는데 들키지 않았다. 눈치 없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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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약속을 어기면 주먹 만대 맞기 바늘 천 개 마시기! 약속했다!
일본 아이들이 약속할 때 부르는 노래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무서운 애들이네요...
사랑하면 사람은 변한다고 합니다. 미츠하는 헤어스타일부터 변하는 스타일인가봐요.
본편에선 실연으로 단발이 되고 여기서는 10대인데도 27세 갤주님의 스타일을 채용했네요.
27세 갤주님의 농염함과 10대 갤주님의 상큼함을 합친다면 최강의 갤주님이 탄생하는 게 아닐까요?
잘못된 점이 있다면 어디가 잘못인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디가 아쉬운지
좋았던 점이 있다면 어디가 좋았는지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언제든지 답변해드립니다.
추천을 덤으로 얹어주신다면 더 좋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편] 링크 모음집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19525
장편] 너를 위해서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0874 (完)
장편] 네가 없는 3년 / 내가 없던 3년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0900 (完)
장편] 처음 온 이토모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9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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