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요즈음 어찌 지내시는지요
달빛 드는 사창에 첩의 한이 깊어갑니다
만약 꿈속의 넋이 오가는 자취를 남긴다면
문 앞 돌길이 반은 모래가 되었을 거예요.


-몽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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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잠에서 깼다.
온기가, 냄새가, 그 모든 것이,


아, 꿈이였나


미츠하는 저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언제부터인가, 까마득한 예전부터 그런 꿈을 꾸면 눈물이 흘러내리곤 했다.


미츠하는 방이 어두워 무심코 커튼을 걷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걷어진 커튼 사이로 창밖에는 푸른 달빛이 미츠하를 비추고 있다.


아직 달이 뜬 이른 밤이다.
아마 잠들고 얼마 안 되어 깬 모양이지.


언젠가 신사를 떠나 도쿄로 오겠노라 다짐하고, 다짐하긴 했지만
미츠하는 이렇게 떠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뒤집어진 아스팔트와 잿더미가 된 신사가 아직도 눈앞을 아른거렸다.
자연스럽게 외웠던 무수한 산봉우리가 떠올랐다.


그간 도쿄가 아름다웠던 건 화려한 건물들이 아니라 돌아갈 곳이 있어서였을까?
어둠 속에서 각양각색의 조명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건물들이 어쩐지 아름답지 않게 느껴졌다.
분명 난방을 높였음에도 한기가 폐부를 찌르는 듯했다.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도쿄에 왔는데,
미츠하는 어쩐지 기쁘지 않았다.

이제는 술 접대도, 씹던 쌀을 뱉는 걸 남에게 보이는 일도, 지역방송을 타

는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늘 동경하던 도쿄의 한복판에 있는데…. 마음은 자꾸만 이토모리의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누군가를 애타게 찾던 그 순간으로...


미츠하는 음악이 사라지고, 네온사인만이 번뜩이는 도쿄가 어쩐지 이토모리 같아
무서워져 별 목걸이를 한참을 쓰다듬었다.


기나긴 잠 못 이루는 밤.
새소리 하나 없는 도쿄의 적막은 이토모리의 적막보다 몇 배는 더 쓸쓸했다.


미츠하는 문득 홀연히 일어나 옷을 갈아입다가, 멈칫하고는  잠옷으로 다시 갈아입었다.


하하, 이게 무슨 꼴이람.
그곳은 이제 갈 수 없는데.
미츠하는 어쩐지 자신의 꼴이 우습게 느껴졌다.



벌써 3년이나 지났는데 이제서야 그곳에 간다고?
무엇이 남아있을 거라고 이제사 거기엘 가?
 
수만 엔을 들여 기차를 타고 바리케이드를 넘고, 뒤집힌 아스팔트와 엉킨 덩굴을 헤치고 산 정상으로? 지금? 이 밤중에?
기억도 나지 않는 사람과 만나기 위해 지금 간다고?
약속도 기억도 없이?


혹시 나도 모르게 망가져 버린 건 아닐까?


세상에.
미츠하는 어쩐지 울적한 마음이 들어 목걸이를 움켜쥐고 속삭였다.

너는 답을 아니? 정말 가야만 했던 걸까? 가면 만날 수 있었던 걸까?
지금 가면 만날 수 있는 거니.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만약, 정말 아무도 없다면,
그 사람이 그곳에 없다면.
나는 어쩌면 좋지?

혹시 이러는 사이에 놓치면 어쩌지?
어쩌면 돌아가고 바로 다음날 나타나서 못 만날지도 몰라.


하지만 말야 모든 게 내 착각이라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면?


그때는 정말 어떡하지?

목걸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츠하도 답을 알지 못했다.


다만 간절하게 기도할 따름이다.


신체가 없는 곳에서, 이런 차림으로 제도 없이  치루는 기도도 들어주는지에 대해선
배운 바가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 많은 제사를 지내면서 단 한 번도 신님을 본 기억은 없었으니까.


행귀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 주소서. 행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주소서. 행귀, 기귀
지켜주소서, 이끌어주소서…….


그렇지만 이러고 있노라면 어쩐지 조금은, 자신의 일부가
이토모리에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
하긴 여지것 삶을 살면서 답을 미리 안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미츠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금 잠을 청했다.
미츠하에겐 내일 갈 곳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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