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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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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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수정 + 3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35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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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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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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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편(3부 完 - 에필로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471713&page=1

3부 최종후기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471730&page=


【일상

일상(프롤로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491164&page=

4월(1)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514887

4월(2)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535236&page=

4월(3)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563687&page=

5월(1)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590811&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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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농구부 활동을 선언한 미츠하.

결국 농구부 입단의 원흉이 된 타키는 5월 골든 위크를 이용해 농구를 가르쳐주기로 합니다.








  골든 위크 바로 전 날.

  타키는 자기 나름대로 소녀의 건강과 자유를 되찾기 위한 이런 저런 계획을 머릿속에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우선 지금의 미츠하가 처한 상황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우선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미츠하 본인의 체력.

  본인이 “그래도 이토모리에 살고 있었을 때에는 집안일도 많이 했고, 주변에 산이 많기도 해서 별다른 운동 안 해도 건강하게 지냈는걸.”이라고 밝힌 바 있듯이, 미츠하의 기초 체력은 의외로 괜찮은 편에 속했다. 3년 동안 의식 불명으로 누워 있다가 일어난 사람 치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에는 그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3년 동안 누워서 산 사람이 그 정도 체력이면 의사도 까무러칠 지경이긴 하지…….’

  매번 미츠하와 관련된 얘기만 나왔다 하면 으레 따라붙은 키워드. 

  3년. 의식 불명. 병원.

  뭐만 했다 하면 3년. 뭘 하려고 해도 3년. 그 놈의 3년 타령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이대로 가면 평생 안 끝날 것만 같다. 취업할 때 이력서에 써도 되겠네. ‘운석 맞고 3년 동안 누워 있었습니다’라고. 아마 어드밴티지가 장난 아니게 붙을 걸.

  이내 머릿속에서 죄다 털어내 버렸다. 그런 생각을 담아두고 있으면 당사자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꺼내버릴 지도 모르니까. 저번에도 2학년 학생 중에 운석 운운하는 소리를 대놓고 미츠하의 앞에서 늘어놓는 걸 목격한 적이 있었다. 바로 주먹다짐을 하려고 했다가 주변 사람들이 간신히 뜯어말려서 그만 두었다. 정작 당사자는 웃으면서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지 마.”라고 하긴 했지만.

  ‘신경 안 쓸 수가 있겠냐고. 그 녀석도 참, 남에게 뭐라 못하는 건 여전하네.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바뀐다 이건가. 정작 나한테는 안 그러면서.’ 

  의자를 뒤로 젖혀놓고 다른 생각에 잠겼던 타키는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건 그 담임이라는 작자와 부원들이 미츠하에게 거는 기대치. 

  타키가 생각하는 미츠하는 농구의 ‘농’자도 모르는 초보 중의 초보. 당장 규칙 숙지부터 시켜야 하고, 화려한 기술은커녕 기본적인 드리블과 패스부터 시작해야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학생기록부에서 대활약 운운한 게 남아있으니, 주전으로 마구 뛰어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농구부는 올해 새로 생겼다고 했으니, 그 신생 농구부가 전국대회를 나가네 어쩝네 하는 이상한 짓은 하고 싶어도 못할 거라는 계산은 타키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부원들끼리 3대 3 경기 위주로 적당히 굴리지 않을까. 

  그렇다면 미츠하를 가르치는 방향은 이 쪽으로 잡아야 겠다. 그냥 적당히 할 줄 아는 정도만 만들어놓고 ‘3년 차이가 있으니까…….’로 얼버무리라고 하는 쪽이 가장 쉽고 빠르다. 그걸 받아들이고 말고는 선생과 부원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지.

  오케이. 좋아. 숙제 끝.

  과열된 머리를 잠시 식히기 위해, 타키는 책상 옆에 놔두었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켠 스마트폰에는 미츠하가 보낸 라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 타키!

  왜? 

  - 중학교 때는 농구선수였다며?

  그건 또 누구한테 들었는데?

  - 아버님한테.


  ‘그 아저씨, 미츠하한테 그런 걸 왜 말해…….’

  미츠하는 타키의 아버지와는 정말 죽이 잘 맞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차라리 미츠하가 이 집안의 딸로 태어났으면 더 화목한 가정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타치바나 미츠하라…….’

  반대로, 내가 미야미즈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미야미즈 타키?’

  이름만으로도 뭔가 안 어울린다.

  ‘그나저나 먼 훗날에는 어느 한 쪽이 그 이름을 써야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르겠는데. 역시 미츠하가 바꾸려나? 아니, 미야미즈 집안은 지금도 꽤 뼈대 있는 집안이니까 나더러 들어오라고 할지도?’

  ……어라?

  ‘뭔 소리야. 졸업도 안 했는데 결혼 생각을 먼저 하고 있어. 이게 다 그 녀석들 때문이야.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하라니. 속도위반이라고.’ 

  타키는 애꿎은 친구들 탓을 해 버렸다.



  골든 위크의 첫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농구 강의를 하기 위해, 우선 타키는 미츠하를 데리고 농구 용품 쇼핑을 하기로 했다. 구입해야 할 건 앞으로 미츠하가 사용할 운동복과 농구화.

  ‘이따금씩 같이 운동하러 나와도 괜찮겠네. 농구는 수준 차이가 나니까 좀 그렇고,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을 따로 찾아보는 게 좋겠다. 빌미 삼아 밖으로 놀러 나가도 좋고. 성적 유지만 어떻게든 하면 아버지도 크게 잔소리는 안 하겠지.

  그 밖에도 이왕 나온 김에 여기저기 돌아다녀 볼 계획을 짰다. 근처 공원 산책이라든가, 어제 인터넷으로 찾아 본 카페의 새 메뉴라든가.   

  그나저나…… 왜 이렇게 늦어?’

  이제 겨우 상경한 소녀에게 알아서 길 찾아오라고 한 건 역시 무리였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타~키!”

  “으악!”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소년은 뒤로 돌아서 그 목소리의 주인을 노려보았다.

  “미츠하……!”

  “듣던 대로 잘 통하네?”

  그렇게 말하고 있는 미츠하는 혀를 쏙 내밀고 있었다. 뒤에서 인기척도 없이 나타나서 기습하는 걸 누구한테 들었을지는 뻔할 뻔 자. 

  ‘보나마나겠지. 오쿠데라 선배…….’

  

  그건 그렇다 치고. 

  오늘의 미츠하는 이따금씩 휴일마다 보여주는 ‘그 모습’이었다.

  평일에 보여주는 미츠하의 모습과 휴일 약속장소에 나오는 미츠하의 모습은 굉장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다고 무슨 화끈한 노출을 선보인다든가, 아니면 흔히 여고생들이 시도하는 파격적인 ‘갸루’가 된다든지 하는 건 아니다.

  우선 공통 사항. 미츠하 본인이 별다른 화장을 하지 않는지라 얼굴에서는 항상 풋풋함이 묻어나온다. 물론 그렇더라도 보는 사람들마다 ‘미인’이라는 단어를 내뱉기에는 충분하다. 이제는 학교 내에서도 트레이드마크 취급받게 된 실매듭도 그대로다.

  가장 큰 차이는 머리에서 드러난다.

  평일. 고등학생 신분으로 다니는 미츠하는 예전부터 익숙해진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 긴 머리카락을 세 갈래로 땋고 둥글게 말아서 묶어 올리는 그 머리. 

  휴일. 미츠하는 그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타키와 단 둘이서 만나는’ 미츠하는 그 머리를 하지 않는다.  

  묶는 것까지는 동일한데 올려서 묶지 않는다.

  휴일의 미츠하는 머리를 올리지 않는다. 

  덕분에 긴 생머리와 묶은 머리의 중간 지점 정도에 위치한 머리 스타일이 성숙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연출해낸다. 더군다나 이 모습은 정확히 타키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는 터라, 한 번은 평일에도 이 머리로 하고 다닐 생각이 있냐고 물어 본 적도 있다.

  대답은.

  “싫어.”

  아쉽게 됐다.

  게다가 오늘의 미츠하는 개나리 무늬가 촘촘히 수놓인 하얀색 원피스에 노란색 카디건을 걸친 복장을 하고 나왔다. 신발까지 베이지색으로 맞춘 화사한 배색이 성숙한 매력과 만나서 더더욱 청순한 이미지를 강하게 만들었다. 

  머리 묶는 방법만 바꿨을 뿐인데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평일의 미츠하는 풋풋한 고등학생 소녀.

  주말의 미츠하는 청순하고 성숙한 숙녀.

  딱 그렇게 요약할 수 있다.


  타키는 지난 달 아르바이트 도중에 테시가와라 씨와 나토리 씨와 만났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 아예 연락처를 주고받은 덕분에 라인으로 대화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 정말로 미츠하가 그러고 다녀?

  네.

  - 우와. 이토모리에선 상상도 못했을 일인데. 

  - 타치바나 씨 앞이라서 그러는 거 아닐까요?

  그 ‘씨’자, 정말 부담되는데요.

  - 전 평생 타치바나 씨라고 부를 겁니다!

  - (X-D)

  웃지 마세요. 나토리 씨.


  미츠하의 평소 생활을 본인 몰래 두 사람에게 말했더니 두 사람 다 그런 반응을 보였다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매우 놀란 모습을 한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두 사람의 말에 의하면지금 이 도쿄에서 미츠하가 하는 행동은 전부 이토모리에서는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다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였던 두 사람 앞에서도 보여 준 적이 없다.

  딱히 누군가에게 뭐라 해 본 적도 없고 자신을 감추기만 했던 소녀누군가에게 기대어 잠드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소녀그런 소녀가 도쿄에 상경했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그거로도 모자라서 타키 앞에서는 더더욱 다른 사람 같다.


  타키는 알고 있다.

  소녀는 변한 게 아니라 원래 이랬다는 걸.

  그 소녀가 이제야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는 걸.

  거기에 타키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있다.

  그건 마치─

  ‘이 모습은 타키에게만 보여줄래.’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농구 용품 전문점이었다. 해야 할 일을 끝낸 다음에 둘만의 시간을 만끽하기로 했다. 

  “뛰어 봐.”

  폴짝 폴짝.

  “걸어봐.”

  뚜벅 뚜벅.

  “달려봐.”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녀는 매장의 반대편까지 달려 나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신입 코치 겸 1인 트레이너가 되기로 했다. 중학교 때 선수로 뛰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가르쳐 주면 어떻게든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신입 트레이너가 맡게 된 햇병아리 농구 소녀는 방금 고른 농구화가 마음에 들었는지, 농구화를 신은 채 계속 매장 안을 돌아다녔다. 

  “편해?”

  “응.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매장 안을 한 바퀴 빙 돌아 온 미츠하는 매우 만족해하고 있었다. 매장 안에 구비된 다양한 물품들이 끊임없이 미츠하를 유혹했다. 농구공, 농구 민소매티, 팔 토시……. 도시 소녀가 되기 위한 일환 중 하나. 이런 분위기의 쇼핑에 익숙해질 것.

  “이것도…… 사야 하네…….”

  한참 매장 안을 둘러보던 타키가 어딘가에 시선이 꽂힌 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시선이 향한 곳에는……. 

  ……스포츠용 브래지어가 있었다.

  “이건 왜?”

  “내가 아는 게 맞는다면, 막아주거든.”

  “뭘?”

  “그…….”

  살짝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마 거울을 봤다면 새빨개진 얼굴 때문에라도 더 말을 못 했을 것이다. 

  “……흔들리는 걸.”

  분명 알아들었겠지. 

  그래. 변태라고 부르든가…….

  “알았어. 그럼 이것도 사자.”

  그 말과 함께, 소녀는 민트색으로 하나를 집어 들어서 자기가 손에 들고 있던 쇼핑 품목에 추가시켰다.

  ‘……어라?’

  의외로 가볍게 넘어간 것에 속으로 조금 놀랐다. 조금이라도 운동에 도움이 되면 앞 뒤 가릴 것 없이 전부 써 볼 생각인 걸까? 꽤나 열성적인데.

  ‘생각보다 가르칠 맛이 나겠는걸.’

  덕분에 신입 트레이너도 안심하고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쇼핑을 마치고 미츠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다음 목적지는, 근처에 있던 게임 센터였다. 

  한창 소년인 타키도 게임에는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편이긴 했지만, 미츠하가 먼저 들어가 보자고 한 건 의외였다. 아니, 딱히 의외는 아니었지. 그 손가락으로 인형 뽑기 기계 안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던 고슴도치 인형을 가리켰으니까. 눈을 반짝인 게 인형 쪽인지 사람 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타키도 게임 많이 해?”

  “모바일 게임 말고는 많이 안 하는데.”

  “사야가 그러는데, 텟시는 무슨 온라인 게임인가 뭔가 한다면서 답장이 늦는 때가 좀 있대. 그래서 사야가 가끔가다 화내거든.”

  “테시가와라 씨는 그런 면도 있구나.”

  “뭐, 전부터 좀 기계 속성이긴 했어.”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기계 안에 잠들어 있던 고슴도치 인형을 구출해냈다. 

  시끄러운 전자음이 가득한 건물 내부를 둘러보던 두 사람의 눈에 동시에 띈 것은 한 줄로 놓여있던 농구 게임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즉석에서 테스트를 해 보는 것도 나쁠 건 없겠지 싶었다. 원래대로라면 슛보다 더 중요한 게 많지만,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처음에 흥미를 갖느냐 마느냐니까.

  “나 먼저 할게!”를 외치며, 미츠하는 쏟아져 나오는 농구공을 집어서 골대를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흠…….’

  그 모습이, 전직 농구선수의 눈에는 슛을 쏜다기보다는 공을 퍼다 나르는 모습으로 보였다. 공이 마구잡이로 날아다녔다. 제한시간이 반이 넘어가도록 공은 한 두 개가 겨우 들어갔다. 

  ‘자세부터 봐 줘야 되네.’ 

  보다 못한 타키는 잠시 농구에 열을 올리던 소녀를 멈춰 세웠다.

손바닥은 쓰지 말고 손가락으로만팔 전체를 쓰려고 하지 말고 손목만 써 봐눈은 골대를 보고.”

  무릎을 살짝 굽혀 눈높이를 맞춘 타키는 공을 던지던 소녀의 양팔을 이리저리 다루었다얼핏 본 소녀의 눈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최초로 정확한 자세로 쏜 슛.

  “와! 들어갔어!”

  그 말과 동시에 게임이 끝났다. 역시나 점수는 처참함 그 자체. 뭔가 분했는지 소녀는 바로 동전을 넣고 다시 농구공을 집어들었다. 아까보다는 훨씬 자세가 안정적이 된 덕에 명중률이 크게 올라갔다.     

  덕분에 미츠하는 단 두 판만에 1쿼터 기준인 50점을 혼자서 통과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2쿼터에서 기준점을 못 넘었기 때문에 게임 오버. 게임을 마치고 타키를 바라보는 미츠하의 표정은 딱 봐도 ‘나 잘했지!’라는 표정이었다. 아마 속으로는 ‘나, 생각보다 농구 천재일지도?’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모습을 타키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봐 주었다. 

  “타키도 해 봐! 지는 사람이 음료수 사기!”

  뜬금없이 소녀가 내기를 걸어왔다. 

  음. 어떻게 할까. 역시 기분을 좋게 해 주려면 일부러라도 져 주는 게 좋을까. 아냐. 이 녀석은 너무 티 나게 져 주면 그건 그거대로 오히려 화내는 타입이지. 어떻게 한담. 어떻게 한담. 어떻게 해야─

  ……타키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이미 농구공들은 줄줄이 엮인 듯이 골대를 통과하고 있었다. 

    

  ………….

  게임 센터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자판기 옆의 벤치. 그 벤치에 앉아있는 두 사람 사이에 어설픈 침묵이 5분 째 맴돌고 있었다.

  “그만 화 풀어…….”

  “화 안 났어.”

  주말의 숙녀는 이럴 땐 고등학생 소녀로 돌아간다. 미간은 살짝 찌푸리고. 시선은 반대쪽으로 쏠려 있고. 입은 삐죽 내밀어 놓고. 그래놓고 ‘화 안 났어’라고 하면 누가 믿겠냐고. 

  그래도, 아까 전에 타키가 벌인 행각은 타키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했다. 점수 차가 몇 배나 난 것도 모자라서 아예 신기록을 세워버렸으니까. 키 문제만 아니었어도 현역 복귀를 했을 법한 실력을 보여준 대가로, 이 햇병아리 농구 소녀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그어버린 꼴이 되었다.

  ‘……조금은 자극이 됐으면 해서 진지하게 해 본 건데 너무 힘을 줬어…….’

  이대로 가면 하루 종일 저 표정으로 지내다가 그냥 혼자서 돌아가 버릴 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저 표정 그대로겠지. 보통 여자들은 이럴 땐 메시지도 안 받는다던데. 

  어떻게든 화를 풀게 만들어야겠다.

  “저기…….”

  타키는 옆 사람의 팔에 몸을 기대었다. 화 난 사람이 그 행동까지 뿌리치려고 하지는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화 풀어요.”

  에라 모르겠다. 인심 팍팍 쓴다. 오랜만에 말까지 높여주었다. 타키만이 가능한, 말을 놓는 게 익숙해지고 나서는 한 번도 안 해 줬던 서비스. 덤으로 소녀의 팔을 양팔로 부드럽게 품어주었다.

  “…….”

  좋아. 당사자의 표정에서 살짝 변화가 왔다. 어떻게든 숨기려고 고개가 반대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그 증거.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이 상황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필요하다.

  ‘끄응…….’

  한참 머리를 굴린 끝에 타키가 도달한 발상. 

  그동안 생각만 해 놓고 꺼낼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비장의 무기.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필살기. 

  ‘정말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래도.

  이렇게 된 이상 그걸 꺼낼 수밖에 없다.

  조심스럽게 그 필살기를 꺼내보았다.


  ─누나.


  …….

  ………….

  ……………………. 

  타키는 후회했다. 자기가 입에 올리고도 닭살이 좍 돋을 지경이었다. 차라리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아예 시간을 돌리고 돌리고 계속 돌려서 오늘 아침, 아니 어제 밤까지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뭐…….”

  돌릴 필요가 없어졌다. 

  “뭐뭐뭐뭐뭐뭐……!”

  당사자의 얼굴이 새빨개졌으니까. 당장이라도 머리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주전자에다가 물 넣어서 머리 위에 올려놓으면 삽시간에 잘 끓겠다고 생각될 정도로.

  “하, 하지 마! 그, 그런 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타키가 하면 되게 안 어울려!”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츠하의 입 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덕분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됐어. 화 풀렸으니까 서비스 시간 끝.

  “이제 화 풀렸어?”

  “정말. 화 난 거 아니라니깐?”

  “그럼 왜 토라져있었어?”

  답은 다른 데 있었다.  

  “난 아직 멀었구나, 싶어서.”

  이게 정답이었다. 소녀는 풀이 죽은 거였다. 시무룩함이 조금 섞인 채, 뭔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도 화난거랑 아닌 거 구분 못해서 어떡해?”

  “……미안.”  

  “대신에, 내일부터 확실하게 가르쳐 줘야 해.”

  뭐가 ‘대신에’라는 건지, 소녀는 그 와중에 농구 얘기를 꺼냈다. 정말, 이 정도 열성이면 다른 의미로 ‘농구 천재’라고 불러줘도 되지 않을까.

  “타키만큼 할 정도로 가르쳐 줘.”

  “그건 너무 높은데.”

  “수준 차이가 덜 나야 나중에 같이 해도 재밌지.”

  잠깐. 뭐라고? 그 얘기는 곧─

  “나랑 농구 하게?”

  “그럼!”

  이 소녀에게는 벌써 목표치가 있었다. 

  “그 때도 음료수 내기야. 알았지?”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얼굴은 환한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되돌아가 있었다.

  “……어쩔 수 없네.”

  타키도 웃어 줄 수밖에 없었다.

  타키만을 위한 미츠하가 미소를 짓는다.

  미츠하만을 위한 타키가 웃음으로 회답해준다.

  “그럼, 다른 게임 하러 갈까?”

  그 말과 함께, 미츠하는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만의 골든 위크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날 밤.

  타키의 스마트폰으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 저기, 타키. 연습하는 데 상대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그래서 말인데, 내일 나랑 수준 맞는 사람으로 한 명 더 부르기로 했어. 사람 많으면 좋잖아?


  “……미츠하…… 대체 무슨 짓이야……! 한 사람도 벅차다고! 골든 위크라고 수험공부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입시 망하면 다 네 잘못일 줄 알아!”

  타키는 진작 미츠하를 말리지 않은 걸 후회했다.

 

  졸지에 수강생이 더 늘어났다.

  신규 수강생─ 

  오쿠데라 미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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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스포츠 용품점은 시부야의 ‘갤러리2’를 참조했습니다. 

타키의 집인 로쿠반초에서 지하철로 약 20분 거리. 

그 근처에 게임센터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상물이 되니까 고증면에서 점점 힘들어지네요. 아예 직접 여행을 가 봐야 하나. 


[작가 코멘트 2]

개인적으로 이번 화를 쓰면서 참 밑밥 잘 깔았다고 생각했습니다. 

17세-20세-27세 미츠하를 전부 아우를 수 있다니. 

이번에 등장한 미츠하의 모습은 스파클 MV 복장에 반머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머리도 MV를 따라가게 만들고 싶었는데, 머리를 단발로 자를 계기를 못 만들었습니다.   


[작가 코멘트 3]

골든위크 달력은 http://bluesauce.tistory.com/573 를 참조했습니다.

작성 초기에는 골든위크 전 주인 4월 29일의 에피소드로 삼았습니다만, 쿨하게 골든위크 첫날로 보냈습니다.

하마터면 영원히 4월일 뻔. 


[작가 코멘트 4]

저번에 어느 분이 요청하신 대로, '누나'거리는 타키도 한 번 넣어드렸습니다.

근데 고등학생 타키의 성격상 과연 '누나'라고 부를 일이 얼마나 있을런지.


[작가 코멘트 5]

무지 힘들게 쓴 파트입니다. 글자 수만 6천자를 넘어갔어요. 차라리 만화로 그리고 싶을 지경


[작가 코멘트 6]

미안해요. 다 식은 갤인데 R-18팬픽 같은 거 못 내서.

대신쿠

치카미

자케로

키스해

드리겠

습니다

(※ 3부 16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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