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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 의심하다 -

   2편 - 여우 -

   3편 - 어긋남 -

   4편 - 알림 -

   5 - 눈을 뜨다 -

   6편 - 우울 -

   7편 - 조사 -

   8편 - 맞닥드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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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 마츠모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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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배속을 팽팽히 당겨오는 와중에 마츠모토의 빈정거림을 날카롭게 받아치고 나서야 타키가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아까부터 분명 안에서 추가로 나타날거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타키가 알기로 마츠모토는 그 본인 말고도 같이 그룹으로 함께다니는 여자애들이 두명 더 있다. 아마도 그 이름이 한명이 사쿠라, 또 다른 한명이 하나라고 했었다. 벚꽃이 핀 벚나무 옆에 소나무가 서있는 이미지로 마츠모토 그룹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어째 이번엔 혼자구나?"


먼 고대에 누군가가 저술한 유명한 병법서가 이르기를, 싸우지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승리이고 무력을 부딛히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했다. 치고들어오면 언제든 마주쳐줄 준비는 되어있지만, 그것보다는 아예 싸우지 않고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타키로서도 미츠하로서도 최선이다.


싸움의 기본은 적에 대해 수적 우월함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 사실에 비추어봤을때 지금의 대치상황에서는 마츠모토가 단연 열세이다. 뛰는건 몰라도 주먹질에는 별로 재능이 없어보이는 사야카를 전력외로 취급한다고 해도 두배의 차이고, 이를 가볍게 주지시켜 전투의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타키가 선택한 책략이었다.


"......칫, 네가 신경쓸 바 아니야."


"글쎄... 곧 신경쓰게 될지도 모르지?"


타키의 생각대로인건가 마츠모토가 약간의 대화공백을 가져왔다. 곧장 기세를 타고 다음 수를 놓는다.


"미츠하... 그러지 마..."


둘 사이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난기류를 버티지 못한 사야카가 작은 목소리로 매달려온다. 타키가 스스로 자신이 이성적으로 사고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야카에게는 지금의 미츠하(타키)가 상당히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보였나보다.


타키는 물론 지금 냉철하고 논리적이다. 당연히. 예외없이. 그럴것임이 분명하다.


"하, 뭐야 미야미즈. 여기서 한바탕 하기라도 하자고? 요즘따라 왠지 초등학생이 된 것처럼 굴더니만 오늘도 마찬가지냐?"


"뭐...? 초등학생이라는 말이 지금까지 누구 뒤에서 뻘소리하고 다니는 사람 입에서 나올 소린가?"


여우.  타키의 안쪽,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작은 거품이 끓어오른다. 뇌에 불이 붙고, 달궈진 이성은 천천히 녹아내려 형태가 무너져간다.


"아? 어떤 놈이 어떤 뻘소리를 하고 다녔다는거야? 똑바로 말해봐, 미야미즈. 뱅뱅 돌려 싸매지말고."


"네 입에 담은 말도 기억을 못할거면, 지금 내가 말을 해줘봤자 무슨 생각이나 나겠냐?"


"이 자식이..."


비열한 행위를 논리적인 말로 정당하게 돌려주었는데도 받아들이지를 못하겠는지, 마츠모토의 오른손이 단단히 뭉쳐지는 것이 시야 가장자리에 들어온다. 혈관 마디마디의 피 한방울까지 타오를 것처럼 가열된 미츠하의 전신에 사령탑 타키는 즉각 명령을 하달했다.


"아이쿠야, 이러시다 잘하면 한 대 치겠다?"


도발당한 마츠모토의 주먹이 들어오기 전에, 오른발을 앞으로 딛고 회전력을 실어 오른 주먹을 기분나쁜 면상에 깊게 꽂아넣기로 타키는 결심한다. 그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본능만이, 감정이 불살라버린 타키의 머리속에 남아있는 전부였다.


"미츠하, 미츠하! 정말, 미츠하아!! 큰일났다니까!!"


이제 막 정적인 균형이 무너지고 주먹을 주고 받기 시작할 것만 같은 위험천만한 타이밍에, 갑자기 날아든 다급한 사야카의 목소리가 분위기를 약간 비틀어버렸다. 여차하면 바로 달려들 기세로 노려보고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싸움으로 이어지는 흐름의 각더가 약간 어긋나버리고 말았다.


타키는 갈곳을 잃은 분노가 터져나오려는 것을 꾹꾹 폐부에 눌러 담으면서 간신히 사야카에게 주의를 돌릴 수 있었다. 목소리에서 짜증이 뚝뚝 떨어지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뭔데?"


"정장님이 오시고 있다니까!!"


"......어?"


"......하?"


타키와 마츠모토에게서 둘다 얼빠진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내 어처구니가 없다는 짜증스러운 표정이 마츠모토의 얼굴에 번져나갔지만, 그 정반대로 타키의 등골은 싸하게 얼어붙었다.

사야카의 태도를 보면 그 말은 거짓이 아니다. 아까전까지는 마츠모토에게 집중하느라 미처 듣지 못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실제로 선거 유세를 하는 듯이 지껄이는 확성기 소리가 확실히 들려오고 있다. 이곳은 학교랑은 떨어진 이 깡촌시골마을 나름대로의 상점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시간은 한창 밭과 논에서 구슬땀을 흘릴 시간인만큼 유세차량이 이곳으로 오는 것은 어찌 생각해보면 유추하기 쉬운 일이었다.


"큰...일났다."


미츠하가 아버지와 사이가 나쁜것은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다. 이제와서긴 하지만, 미츠하가 미야미즈 신사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있는 중요한 사람이고 그래서 얌전하고 성실하게 크게 눈에 띄지않는 생활을 지속해 온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점심시간에 교칙을 위반하고 학교를 무단이탈한데다가 한 술 더 떠서 클래스메이트와 싸움판을 벌이고 있었다는 것을 들키면? 그것도 이토모리의 차기 정장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미야미즈씨의 딸이자, 고명한 이토모리 신사의 무녀인 미야미즈 미츠하가?


이 경우는 도저히 책임질 수 없다... 용돈이나 좀 많이 쓰고 칼로리 폭탄이나 좀 먹인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이다. 타키는 애초에 미츠하에게 이렇게 인생과 사회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정도로 무거운 극강의 엿을 먹여 매장시키버리려던게 아니라, 그저 언젠가 만났을때 분명히 타키의 돈을 바닥까지 긁어 남용했을 미츠하를 보며 타키 혼자만 속이 쓰릴 상황을 막고자했을뿐이었던 것이다.


"어...어어어...어떡하지, 어떡하지! 사야찡!"


"나, 나도 몰라!"


"일단 빨리 들어가자! 여기 이러고 있다간 바로 보이겠어!"


"어어어, 야! 잠깐! 나는 나갈거였다고 자식들아!"


텟시로서도 방금까지는 이렇게 싸우는 분위기까지 온 이상 여차할때 미츠하를 도와서, 마츠모토를 한방 먹여줄 생각을 하고 있었긴하지만, 그것은 더이상 문제가 아니다. 미야미즈씨의 선거운동에는 그와 뼛속까지 부정결탁해서 더러운 이득을 함께 나누는 사이인 텟시 자신의 아버지도 상당히 자주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 오늘 아침에부터 잘 안보이던게 좀 수상했는데 아무래도 선거유세에 따라다니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마츠모토고 뭐고 지금은 빨리 숨어야한다!


"아니 이런 젠장. 니들 진짜 도대체 뭐냐고!"


"닥치고 빨리 들어가 빌어먹을!"


"들킨다! 들킨다고!"


"문 닫을게!"


극렬히 저항하는 마츠모토까지 죄다 한꺼번에 편의점으로 밀어넣자마자 사야카가 빠르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바로 이 긴급대피소의 문제점을 깨닫는다.


"미츠하! 문이 투명해서 안이 다 들여다보일거야!"


"이제보니 창문도 너무 크잖아 저건!"


"사야찡! 거깄지말고 빨리 이쪽으로 와서 몸 낮춰!"


혼비백산 뛰어들어온 사야카를 마지막으로, 타키를 비롯한 3인방은 무사히 창문과 평행하게 설치된 가판대 뒤에 몸을 웅크려 은폐하는데 성공했다. 몇가지 남아있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이라면 있었다.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나이지긋한 편의점 주인할아버지가 그 첫번째였다. 그래도 마음에 여유가 있으신 분이였던지라, 차마 말로 설명할 시간이 없어 타키들이 다함께 비실비실 웃으며 두손을 모아 빌자 약간 떨떠름하게 주름잡힌 미간을 몇번 슬슬 긁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주셨다. 이제 한가지 문제만 해결하면 완전 작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만.


"아까부터 뭐하고 앉아있는거냐."


"멍청히 서있지 말고 좀 숙여, 바보야!"


모든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잘 보이는 자리에 우뚝 서있는 마츠모토는 해결될 기미가 없었다.


"아니, 야...... 내가 뭐하러 그러는데. 나는 니들이랑 관계도 없잖아. 들키거나 말거나 애초에 상관이 없다고."


타키가 차분히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말이 비록 맞는 말이지만 뒤따라 붙은 미야미즈 이 멍청아 라는 무료제공 사은품때문에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타키가 그러거나말거나, 마츠모토는 아까까지 타오르던 적개심같은건 다 죽어버려서 돌아가고 싶어진건지, 아니면 옹기종기 모여서 과자를 구경하는 돈없는 꼬맹이들 같은 모양새의 타키들이 우스워진건지 한숨을 푹 한번 내쉬더니 이내 피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야, 미야미즈. 이제 내가 나가서 저기 아저씨한테 니녀석들이 여기 웅크리고 앉아서 과자나 까먹고 있다고 말해주면 되는거냐?"


"이 비열한 새끼......"


그런 경우를 생각만해도 저절로 욕설이 쏟아져 나온다. 마츠모토를 때릴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지금은 아까와는 완전 정반대로 짜증스러울정도로 마츠모토가 우세인 것이다. 시건방진 마츠모토의 미소를 아무런 제재도 못하고 꼼짝없이 보고 있느라 점점 머리가 아파오는 타키의 귀에, 확성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선거 유세 발언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명확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토모리 마을에 불고 있는 발전과 개발의 바람은 중단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과거에 이토모리는 희귀한 철의 생산지로 이름높던, 부와 문화의 첨단에 선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구시대의 관습과 전통에 얽매이고, 낡아버린 옷을 버리지않고 그대로 입으며 지내오던 긴 세월동안, 어느새 변화하고 앞서 나아가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고 우리에게 지금 남아있는 것은 오직 과거 드높던 영광의 파편들뿐입니다. 혁신, 오직 그것만이 이 이토모리라는 마을에 다시 부유함과 수준높은 생활을 다시 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개새끼."


"......뭐?"


마츠모토가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렸는지 타키는 미처 듣지 못했다. 바로 편의점 앞까지 다가온 유세차량에 달린 확성기가 계속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기 때문이었다. 가판대 뒤에 웅크린 타키가 알 수 있는 것은 마츠모토가 창밖의 어딘가를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노려보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야! 지금 앞에 지나가고 있지!"


"............야! 미야미즈!"


마츠모토는 타키의 질문에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주나 싶더니, 이내 타키에게 다른 할말이 생겨난 것인지 확성기 소리를 뚫고 소리질렀다.


"너! 미도리 녀석 편지는 읽어보긴 했냐!"


"뭐! 누구 편지라고?"


"젠장 그걸 아직도 안 읽었다고!"


미도리? 편지? 미도리라면 여자이름 같은데, 여자에게서 편지를 받은 기억이 타키에게는.


"아......"


"......요즘 들어서 갑자기 언제적마냥 잘난체하고 다니는가 본데, 누군가가 진심을 담아서 네녀석에게 준 거라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나서 어깨 펴고 다녔으면 좋겠다."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들을 멍해진 타키앞에 멋대로 마구 흩뿌려놓고서, 마츠모토는 등을 돌려 편의점 문을 열었다. 유리문의 딸랑거리는 소리에 타키는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예의라느니 하는 말은 니놈이 할말이 아닌......! 야! 너, 임마! 거기 안서!"


"미츠하! 아직 차가 다 안지나갔단말이야!"


"미츠하! 지금 들키면 다 끝이라구!"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를 들어버린탓에 분통이 터져 선거유세가 어떻고 자시고 뒤통수를 갈겨버릴 생각으로 벌떡 일어났지만, 편의점을 그대로 나가버리는 마츠모토의 뒷모습을 한순간 본 것 이상의 소득은 올리지 못했다. 어떻게든 강제로 타키를 붙잡아 끌어내려 바닥에 쪼그려앉게 만드는 친구들의 손길을 원망하면서, 타키는 그저 가증스러운 확성기가 완전히 멀어지기를 이를 갈면서 기다릴 수 밖에는 없었다.











한없이 기나길게 느껴졌던 소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로 돌아가는데에는 여유가 상당히 남아있었다.


타키는 일단 계획대로 미츠하의 용돈을 대량으로 소모시켰다. 사야카도 텟시도 타키가 (미츠하의) 금전력을 자비없이 휘두르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을정도로. 이런저런 일로 짜증도 많이 났겠다, 안그래도 배고픈 점심시간에 흥분해서 열량을 추가소모하기도 했겠다, 모두들 먹을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많이도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묘하게, 돈을 쓰고나니 아쉽다는 생각보다 후련하다는 어떤 만족감같은 기분이 타키를 가득 채웠다. 남의 돈이어서 그런 것일까, 마침내 미츠하에게 빚을 갚아주었다는 생각에 그런 것일까. 어찌됐든 타키는 점심을 다 먹고도 뇌리속에서 그칠줄 모르고 떠드는 흥분한 한탕주의 패거리들에게 휘말려서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야카와 텟시에게 쥐어주었다. 이토모리 하늘 꼭대기에서 긴 꼬리를 끌고 있는 혜성이 지금 당장 떨어져내리기라도 할것마냥 기절할듯 놀라는 둘의 모습을 보니 이번에도 기이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한시적인 이벤트성의 나눔과 베품은 타키에게 할말이 있는 대중들의 마음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나보다.


"오늘이 금요일이고, 편지를 받은게 내 기억하기로 수요일 아니었냐, 미츠하."


"윽..."


"여자애 이름이 미도리였었지이. 미츠하라면 당연히 기억할 줄 알았는데에."


"으윽......"


귀여운 얼굴의 여자 후배에게 받은 사랑스러운 작은 편지. 그 안에 담겨있는 초등학교때부터 간직해왔다는 무거운 진심이 두려워 피해오던 요 최근. 면상에 주먹 한번을 먹이지 못한게 너무나 아쉬운 누구누구가 헛소리를 하는 바람에 타키는 어느새 친구들 사이에서조차도 순진한 소녀를 홀리고 다니는 나쁜 여자가 되어있는 판국이다. 최소한 나쁜 남자라고 해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물론 그런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으...... 근데 마츠모토 그 자식은 이런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거야......친구니까 알았겠지 뭐......"


테시가와라가 대충대충한 적당한 말투로 던져온다. 물론 가능성이 있는 타당한 말이지만, 테시가와라의 그 아무거나 집어든듯한 말투가 너무나 적당주의처럼 보여서 타키는 받아치지 않고 스루하기로 했다.


"흐응...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 소중한 미츠하를 아무한테나 내줄 수는 없지."


"그 마츠모... 햐아악!"


사야카가 갑자기 뒤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며 끌어안아오는 바람에 이번에도 타키는 이상한 비명을 올리고야 말았다. 아무래도 사야카, 분명 즐기고 있다.


"미츠하아, 미츠하도 사야찡이 제일 소중하지이~?"


"힉! 햐아! 앗! 귀에다 너무 가까이 들이대고 말하지 마!"


텟시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어제부터 사야카는 뭔가 묘하게도 미츠하에 대한 스킨쉽이 늘어난 것이다. 이제 여기까지 오게되면, 사야카가 원래부터 이런 성격이었는데 어두워진 미츠하에게 상처를 계속 받다보니, 바로 어제 타키에게 마음을 위로받기 전까지 조심스러운 태도였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기분도 자꾸만 들고 있다.


'그러고보니 나도 미츠하에게 내 인간관계를 바꾸지 말라고 했던적이 있던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되는거람.'


미츠하가 타키와 바뀌기 이전부터 혼자 우울해하며 다가오는 사람을 상처입히는 경향이 원래부터 있었는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다. 타키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교환이 일어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녀의 친구라면 누구나 눈치챌 수 있을정도로 이런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뿐.


이유를 알아야하는데, 알 수가 없다. 타키도 미츠하도 이러한 교환이 일어난다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철저한 둘만의 비밀이었기 때문에, 도리어 아무런 증거도 주변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사야카에게는 물어봤더니 지금의 상황이고, 텟시도 사야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특별히 더 알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 그리고, 더 물어보려고 해도 미츠하의 친구가 그리 많지 않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게 끝이다.


아주 중요한 최인접국 요츠하와의 국경에서는 현재 전쟁이 발발하고 있어서 어떠한 대화도 통하지 않는 상태이다. 자업자득이기는해도 오늘 아침만 해도 아무 말도 받아주지 않았고, 방과후에도 돌아가서 계속 귀찮게 말을 건다면 불꽃이 피어오르는 달궈진 프라이팬으로 얼굴이 숯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일단 시도 자체는 해볼 생각이지만.


"그렇다면 미츠하가 대답해줄때까지 귀에다 바람을 불겠습니다아. 후우우우웃. 하아아아앗."


"읏, 하,앗. 아, 읏, 햐! 이... 당장 떨어지지 못해!"


에에에-하고 꼬리가 긴 실망감을 쏟아내며 툭 맥없이 떨어져나가는 사야카의 뒤로는, 어쩐지 미츠하와 사야카에게 보이지 않도록 반대로 얼굴을 돌린 텟시가 어색한 헛기침을 열심히 반복하고 있었다. 그 자세가 몹시 걷기 불편해 보여서 타키는 그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으,흠,흠,험. 음... 미츠하,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봐도... 오늘 집에서 읽어봐야지..."


예령이 울리기 5분전, 갈때와는 다르게 하교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들도, 공교롭게 주변을 지나는 유세차량도 마주치지 않고 타키들은 교문앞에 나란히 당도했다. 역시나 교문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학교는 흑선이 와서 개항시킨 메이지시절 일본만큼이나 활짝 열려있었다. 이러니까 마츠모토같은 놈들이 점심시간에 아무렇게나 들락날락하면서 편의점에서 뻘짓이나 하는 거 아냐. 하고 타키의 마음속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확성기에서 뿜어져나오던 유세 소리만큼 크게 울렸다. 오늘만큼은 자신도 그 덕을 봤다는 것은 마츠모토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아무짝에도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써오는 편지라면 바로바로 읽어줄거지, 미츠하?"


"......써올거야?"


"에헤헤."


"써오면 반송시킬거야."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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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듯 하지만 각화 제목 넣었습니다.


마츠모토 죽빵 때리기 바라던 분들에게는 아쉽지만 타키는 결국 해내지 못했습니다.


이게 다 쬬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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