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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정 뮤직비디오 보고 마지막 장면 때문에 팬픽 꼭 쓴다쓴다 했는데 이제야 씁니다.

언정과 느그의 시간차가 이상하니 그 부분은 그냥 패스 하고 타카오와 해어지고 본가로 갔다가 이토모리로 갔다고 생각하고 썻어요.

간만에 어렵지 않게 편안한 기분으로 자유롭게 쓴거 같아서 좋네요.


여튼 재미있게 봐주시고 덧글 많이 부탁드려요. 이왕이면 평가나 의견이 매우 좋습니다.

덧글 하나하나가 계속 글을 쓰게 해주는 원동력이에요.


다른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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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걷게 만들어준 구두




아침. 학교에 가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리고 상자 하나를 옷장에서 꺼낸다. 그 상자 안에는 투박해 보이는 구두가 하나 있다. 나를 위해 직접 그 아이가 만들어준 구두이다.

수제로 만들어서 그런지 겉에 색깔이 다른 부분마다 실 같은 것이 보인다. 아마 붙여가면서 이렇게 했나 보다. 그리고 낙엽 모양의 장식이 끝에 달린 끈도 보인다.

상자에서 조심스럽게 그 구두를 꺼낸다.


본가에 와서 몇 달간 임시로 교사를 하고 있었을 때 은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느 시골에 잠시 교사로 가줄 수 없느냐는 이야기였다.

이토모리라고 하는 시골 동네인데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었다. 히다지방이라고 말하고 나서야 겨우 위치가 대충 어디쯤 되겠네 하고 생각할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사님의 부탁이기에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나중에 자연스럽게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져 가면서 묘하게 그곳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황혼이 아름다운 산동네라는 표현이 이상하게 마음을 끌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대화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수락을 한 뒤였다.

겨울도 얼마 남지 않았고, 봄에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이후는 일이 이상하리 만치 빠르게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

다행히 은사님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살 곳이라 던지 이사 갈 곳에 대한 준비는 쉽게 처리되었다. 단지 행정 처리라 던지 이런 건 도움을 받기가 힘들어서 바쁘게 며칠간 돌아다녀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가운데 짐을 정리하던 중 한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 아이... 아키즈키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는 점 말이다.

저번에 편지를 보냈을 때, 답례로 구두가 왔다. 그 구두는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처음에 받았을 때 꺼내서 보고는, 아직 한 번도 신어보지 않고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직접 전화를 하자니 어색하고 이사하고 편지를 보내면 그 사이에 엇갈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결국 본가 쪽에 말해둬서 편지나 소포 같은 게 오면 연락을 달라고만 말해두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전화를 해서 말을 듣고 싶었다. 나 지금 제대로 걷고 있을까?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힘을 내고 싶었다.


혼자 걸을 수 없는 나날이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무도 나를 잡아주지 않고 구해주지 않는 그러한 나날.

쌓여가는 스트레스로 미각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어려울 때 나를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음 한편에서는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주변에서도 그렇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아가는 것을 시도했지만 걸어갈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자리에 일어섰지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은 불가능했던 그러한 때에 그 아이... 그 사람을 만났다.

아키즈키 타카오. 구두를 만들고 싶어 하는 학생.

정원에서 비오는 날에만 만나는 신기한 경험. 자신이 일하는 학교의 학생이라는 것은 처음 만났을 때 알 수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교복 차림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나를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학교의 모든 학생은 알 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큰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자신만의 목표를 보고 주변에 흔들리고 있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그런 사림이었던 것이다.

그런 아키즈키에게 끌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과 나이차 등 많은 것이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러한 굳은 마음에 난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걷는 연습을 했지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할 때 걸을 수 있었다. 그 사람에게 구원받은 것이다.


그 사람에 안겼을 때, 그 손길은 너무나도 섬세했다. 내 옷을 벗기는 손길에서부터 시작해서 나를 만져주는 그 손길. 마치 비싼 도자기를 만질 때와 같은 주저하면서도 그 손가락은 무엇인가를 확인하듯이 멈추지 않았다.

상대방 손끝의 지문에 의해서 내 몸의 어두운 곳이 하나하나 밝아져 가면서 붉게 물들어 갔다. 그러한 반응에 나 자신도 놀랐다.

타카오는 손끝으로 무엇인가를 확인하듯이 끊임없이 내 몸을 훑었다. 때로는 너무 간지러워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타카오의 표정을 보면 웃을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품으로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손바닥으로 얼굴을 만질 때 생각보다 손이 크구나... 남자의 손이구나 생각했다. 몸으로 느꼈던 손가락 끝의 거친 느낌과 다르게 얼굴에서 느낀 손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웠다. 그리고 거기서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나도 그 손등에 내 손을 포개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함께 보낸 날을 끝으로 나는 본가로 돌아 왔다.



이토모리를 처음 둘러 본 날은 우연히도 비가 왔다. 그 사람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까? 비가 오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오면서 호수에서 일어나는 안개가 정말로 멋진 풍경을 자아내었다.

호수에서 하얗게 일어나는 안개를 느끼며 호수 주변을 돌았다.

하지만 거리는 뭐라고 할까? 생각보다 걷기 힘들었다. 잘 정리는 되어 있지만 걸어야 하는 양이 멀다는 느낌이다. 도시처럼 짧은 거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거나, 교통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이곳저곳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시골의 모습이다. 그리고 역시 호수를 한 바퀴 돈다는 것은 꽤 먼 거리였다.

다행이 학교와 집은 멀지 않았지만, 여기서 생활하려면 편한 신발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놀란 것도 있었다.

내가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챈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복장이 너무 화려했나? 했지만 평소와 많이 다르지 않다. 어쩌면 신기하다는 듯이 주위 풍경을 감상하면서 다녀서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악의 없는 질문과 눈길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두려움이 다시 빼꼼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과거의 고립된 그 느낌을 다시금 느낀 것이다.


다음 날 행정차 학교에 갔을 때 교장선생님과 간단하게 면담을 했다. 그 때 교장선생님이 처음 본 마을은 어떤 느낌이었나 물으셨다.

난 마을이 조용하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제 마침 비가 와서 마을이 꼭 동화에 나오는 꿈속마을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교장선생님은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웃으셨다.

그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마을의 분위기가 도시와 다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곳은 약간 고립이 된 듯한 느낌으로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생각이 강하다고 말해주셨다. 물론 지금은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런 것 때문에 상처받지 말라고 말해주셨다.

악의는 없지만 나도 처음에 왔을 때 많이 당황했다고 덧붙여 설명해 주셨다.

그래서 어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건가?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어제 그러한 상황에서 적지만 두려움을 느꼈다. 과거의 학교에서의 사건이 이렇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지만 다음날부터 멀쩡하게 학교에 나갔다. 아직 학기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기를 준비하고 행정처리를 하면서 지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마음속으로 안심했지만 가끔 자신도 모르게 완벽하게 녹아들지 못하는 자신의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려움은 잘 억누를 수 있었다. 자신도 과거와 다르게 성장을 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오늘은 학교에 가면 첫 수업에 들어가게 된다.

처음 교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긴장감에 살짝 잠을 설쳤다. 다시 약간의 두려움이 내 안에서 일어났다.

옷장에 있는 상자를 꺼냈다. 타카오에게 받은 구두가 들어 있는 상자 말이다.

이곳에 오면서 물론 구두가 들어있는 상자도 가지고 왔다. 그 구두를 꺼내서 장식을 할까 생각했지만 가만히 옷장이 넣어 두기로 했다. 마치 보물을 숨겨 놓듯이 말이다. 힘들면 남들 몰래 꺼내서 보고 힘을 얻을 수 있는 나만의 보물처럼 말이다.

상자를 열고 구두를 살짝 만져봤다. 손끝에 느껴지는 가죽의 촉감과 더불어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 구두가 있으면 나는 걸을 수 있어.

복장도 완변하게 준비했다. 좋은 첫인상을 주도록 말이다. 마치 자신을 무장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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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구두를 신기로 했다. 조용히 구두를 신고 끈을 묶고 앞으로 나비 모양의 매듭을 지었다.

이렇게 구두를 신자 마치 그 사람이 나와 함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구두가 거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것은 차츰차츰 익숙해져 가면 될 것이다.

구두가 나에게 익숙해지고 나 또한 구두에 익숙해져 가겠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함께하는 느낌이 좋았다.


한걸음 발을 옮긴다. 예상외로 편안한 감각에 놀란다. 내 발 크기에 딱 맞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소재랑 구조도 충격을 잘 흡수해주도록 배려한 것 같다.

이번에는 반대편 한 걸음을 내디뎌 본다. 역시 좋은 감촉이 발바닥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느꼈던 두려움이 사라져 간다. 오히려 이곳에서는 과연 어떠한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를 해본다.


첫 수업이 있는 교실앞에 당도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문 앞에서 조용히 한숨을 쉰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긴장은 하고 있지만 두렵거나 도망치고 싶은 기분은 아니다.

괜찮아. 함께 걸어갈 수 있으니까.

교실 문을 열었을 때 반에 있던 학생들이 신기한 얼굴로, 그리고 조용히 나를 쳐다본다.

집에서 연습했던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교탁 앞에 조용히 선다.

반에 있는 학생들을 웃는 얼굴로 한번 쭉 훑고 나서 말한다.

“오늘부터 고전을 담당하게 된 유키노 유카리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요.”

과연 오늘의 수업과 앞으로의 이곳 생활에는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새로운 만남의 기대감. 새로운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는 즐거움. 이곳에서 나의 걷기는 계속된다.




나를 걷게 만들어준 구두. 이 구두가 있다면 어디에서든 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