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布岩乎邊希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 不喩慙 伊賜等
花 折叱可獻乎理音如
자줏빛 바위 끝에
잡은 암소를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받치오리다.
-----
목적지도, 길의 전체 모양도 모르지만 어느 쪽에 가야 그곳에 닿을지는 이상하게도 안다.
어쩐지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고, 올라가 봐야 바뀌는 것이 없다고 속삭이는 것 같다.
그래도 달린다.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고 해놓고 온종일 끌고 다니다가 이토모리까지가서야
누군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 나쁘고 이상한 아이에게 선배는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라면 가게 아저씨는 처음 본 나를 세 번이나 태워 주었다.
그렇게 도움을 받고도, 그렇게 폐를 끼치고도,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아니, 아니다.
이것도 변명일 뿐이다.
내가 올라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다.
왜 오르는지도 모르게 올라가는 주제에 무엇이 아닌 만큼은 확신한다.
어쩌면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이런 경험이 아니라 조금 다른 경험을 이미 했는지도 모른다.
마치 온 세계가 하나를 위해 다시 짜 맞춰 올라가는 것 같다.
이 일이 이미 끝난 파티에 참석하는 것처럼 무용지물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일은 이미 모두 끝나버렸을지도 모른다.
사실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마,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마냥 구는 어린 시절의 치기이겠지.
내일이면, 아니면 모레, 어쩌면 일주일 뒤엔 이불을 걷어찰지도 모른다.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일상을 살다 누가 질책하면 머리나 긁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달린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이곳을 달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행동한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는 것이 마치 평생의 숙명처럼 느껴진다.
마치 전능한 신이 이미 정해준 운명과 같아, 내가 올라간다는 것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다.
마치 시시포스가 바위를 굴리듯이. 나는 달린다
바위만 나뒹구는 산 정상에 나는 혼자 서 있다.
잠에서 깨어 나보니 여기 있었다.
문득 나는 오른손을 펴 본다.
손바닥에 쓰다만 글씨처럼 보이는 선이 하나있다.
"내가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지?“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거지?“
그렇게 중얼거려 보지만 대답이 있을 리가 없다.
바위만이 나뒹구는 이곳에서 내 중얼거림따위는 메아리도 없이 산산이 흩어질 뿐이다.
급히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하루치의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생의 기억처럼 흐르고 뿌옇기만 하다.
어제만 그런것이 아니라 그 부근의 모든 기억이 다 그렇다.
마치 그간 어딘가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츠카사와 오쿠데라 선배와 같이 온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신칸선을 타고 기후까지 흘러들어와 지방선을 타고 허허벌판을 정처 없이 헤매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렇다. 그러고 보니 그다음에는 국도 옆에 덩그러니 서 있던 라멘집에 들어가 라멘을 먹었다.
면도, 채소도, 차슈도. 뜨거운 국물도, 충전감도...
그 기억만큼은, 그 감정만큼은 놀랍게도 선연하여 방금 전에 들이킨 것 같다.
그렇지만 우습게도 정작 내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갑자기 별처럼 아득히 먼 곳에서 누군가 나를 이곳까지 불렀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착각이겠지만 이 산의 분위기는 어쩐지 그런 분위기가 말이 되는 것처럼 만들어 준다.
사실 나는 어제 세상을 구하고 나서 기억을 잃은 게 아닐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들어 슬쩍 웃는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일개 고등학생의 힘으로는 마을을 구하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비가 오는 이 밤에 나는 왜 산을 올랐던 것일까.
나는 무엇을 찾으러 이곳에 왔을까.
등산을 하면 마음이 맑아진다는데 그래서였을까?
어쩐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분명 나는 산 위에 있었다.
어제의 나는 산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었다.
어느새 그려진 선 하나를 보면서.
어느새 잠들 때까지.
분명 그렇게 서 있었다.
어쩐지 모든 게 꿈결 같은 기억이지만 아마도 그랬었다.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나는 산 위에 서 있다.
중간 과정이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어제 산에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손바닥을 다시금 빤히 들여다본다.
무언가 선 하나가 그어져 있다.
못다 이룬 선하나.
누군가가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려고....
그 선 한 가닥이 녹아내리기 직전의 퓨즈처럼 내게 힘을 주는 것 같다.
어쩐지 이것이 내가 쓴 것과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거면 쓴 거지 쓴 것과 같은 거라면 또 뭔가.
알 듯 말 듯 한 기시감은 그런 당연한 의문에 다시 흐려진다.
나는 그 감각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애를 써 보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당신이 누군지 알기만 한다면.
세상 어디에 있든 당장에라도 만나러 갈 텐데….
그게 무엇인지, 어떤 감정인지도 잊은 채 나는 아쉬움만 가지고 중얼거렸다.
뿌옇게 흐려진 기억 속 어제의 나도 아마 그런 감정으로 이 산을 찾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뭔가 다르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다르다.
나는 알고 있다.
이 지구 어딘가에, 그녀가- 그녀가 사람이긴 한지도 이젠 모르겠지만- 분명히 있다.
나는 어쩌면 평생을 이런 흐릿한 불만 속에서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모호함 속에서도 나는 단 하나만을 거듭 확신한다.
설령 평생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녀는 이 별 어딘가에 존재하고, 우리는 같은 숨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 사실 한 가지만 가지고도 발버둥 치며 살아갈 수 있다.
이렇게 척박한 대지가 현실이더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나아갈 수 있다.
그녀가 있다.
살아 있다.
분명 어딘가에 있다.
그러므로 나는 빈털터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조금 멀리 돌아가는 길일 뿐이다.
관련이 있는 이야기일까?
슬프다
좋네 굿
空
텅비어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