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ure(알뤼르)
「여성의 매력・멋장이」
0.
"와아…"
만지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부들부들한 피부, 솜털에 가까운 속눈썹, 손가락 한 마디로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입술과 앙증맞은 코.
포대에 싸여진 채 친우의 품에서 곤히 잠든 아이의 모습엔 도무지 현실감이 없었다. 언제나 오던 카페의 테라스에서 역시나 언제나와 같은 메뉴를 시킨 채. 변하지 않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이 순간이 아이의 존재 하나만으로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하나비(花火). 테시카와라 하나비야."
"후훗, 텟시가 생각할만한 이름이네."
지금 여기엔 없지만 아마 이 아이의 탄생을 그 누구보다 기뻐했을 까까머리 친구의 모습이 절로 그려져 살짝 웃음이 나왔다. 하나비, 불꽃놀이. 학창 시절부터 장난처럼 진심인 듯 쏘아 올리겠다던 불꽃이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태어났구나.
"안아 볼래?"
"내가? 괜찮을까…"
"얌전한 아이야. 지금은 자고 있기도 하고."
자, 하며 서스럼 없이 포대를 건네는 사야의 손길이 너무 거침없어서 조금은 사양하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면 아이랑은 인연이 먼 삶이었기에 저런 작은 생명들을 품에 안아 본 적도 없었으니. 그런 내가 저렇게 서슴없이 아이를 건넬 정도의 믿음을 받아도 되는 걸까.
뻗어지는 손이 나도 모르게 살짝 떨렸다. 카페 테이블의 간격이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닐 텐데. 팔꿈치 한 번만 쭉 펴면 닿을 거리가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결국 보다 못한 사야가 자리에서 일어나 품에 넣어주다시피 해서야 아이를 안아볼 수 있었다.
틀림없이 포대에 싸여 있는데, 그 피부만큼이나 보드라운 감촉에서 미약하게나마 열기가 느껴졌다. 엉거주춤하게 꺾은 팔 안에서 느껴지는 자그마한 요람의 고동. 자신의 왼쪽 가슴에서부터 퍼져나가는 생명의 흐름에 박자를 맞추듯, 미약하게나마 박동하는 작은 심장이 어찌나 대견하고 사랑스러운지. 그저 정신없이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고 있으니까 미츠하 네가 엄마 같네. 엄청 잘 어울려."
"응…"
"얘 좀 봐. 완전히 애기한테 빠져서는…"
건성으로 한 대답이 마음에 걸려 멋쩍은 웃음과 함께 사야를 다시 바라봤다. 변했네. 아이를 품에 안은 지금이 되어서야 확실하게 와닿은 느낌이 군살처럼 눈에 밴다. 평소와는 다르게 회색 단색의 펑퍼짐한 원피스. 여자다움과는 거리가 먼 편한 운동화와 허술하게 묶고 나온 머리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틀림없이 수수하기 그지없는 복장일 텐데, 그 모습에서 숭고함마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그 숭고함 사이에 끼어들어온 약간의 씁쓸함. 마치 초콜릿처럼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느낌의 해답이 멀리 있지는 않았다. 언제까지고 같이 소녀로, 소녀에서 여인으로, 그리고 여인에서 어머니가 될 줄 알았는데. 너는 나보다 한 발 앞서서 나와는 다른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구나.
"저기, 사야찡."
"응? 왜?"
이미 정해져있는 답을 굳이 사야의 입으로 들으려는 심보가 뭘까. 이렇게나 작고 예쁜 생명인데, 저렇게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모습인데. 그런 그녀들이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는데.
"사야찡은 지금… 행복해?"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그녀의 몸이 잠깐 멈췄다. 그것도 잠시, 이내 툴툴대는 표정을 짓는 그 입에서 연신 불평의 말이 쏟아져 나왔다.
"말도 마. 텟시가 안으면 울어버려서 맡기지도 못하지. 그런 주제에 계속 애기한테 관심은 주고 싶어 해서 얼쩡대다가 또 울려버리지… 남의 애 볼 때는 몰랐어. 그 때는 그냥 책임이고 뭐고 없이 애정만 주고 귀여워만 해주면 됐으니까. 되게 불공평해. 정작 내 아이를 사랑해주려 하면 생각해야할게 되게 많아지거든."
가장 사랑하는데. 여전히 툴툴대며 그렇게 말하는 사야였지만 그 뒤에 이어질 말을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말야. 역시 27년 인생 중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해. 누구한테 전하려고 해도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 할 만큼."
카페의 테라스에서 작은 태양이 하나 떠오른다.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바라보기가 힘들어서, 고개를 떨구자마자 은은한 달처럼 품속에 잠든 얼굴이 비췄다.
어디에도 온전한 형태로 둘 수 없는, 그림자 같은 마음이 다시금 해와 달 사이에서 요동쳤다. 혜성이 그대로 앗아간 줄 알았던 의무의 그림자가.
내가 사야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을 리 없었다. 스물일곱의 가을. 혜성이 떨어진지 10년이 된 지금까지도 내 마음의 가장 중요한 곳은 그 때에 묶인 채 나아가지 못했다. 아직도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소녀 시절에 머물러 있는 내 모습이, 여인을 넘어 어머니가 된 그녀와 너무나 비교되어 버려서 조금 질투가 났다.
"머리라도 잘라 보는 건 어때 미츠하?"
"…응? 머리?"
"마음에 두고 있잖아. 이토모리에 가는 거."
그랬지. 강산이 변해도 한 번은 변할 시간. 그 시간 동안 방치되어 사라질 줄 알았던 마을은 조금씩 옛 모습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보내기 아쉬운 여름의 끝자락 대신 찬바람이 들어찬 9월의 마지막 날. 어느 새 4일 뒤면 그 일이 벌어진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추억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다고 하지만 현실은 지금도 뒤 돌아볼 여유가 없이 우직하게 나아간다고 했던가. 일부러 지워놓은 것 같이 흐릿한 그 날의 기억을 더듬어 볼 여유도 주지 않은 채, 내 앞에 덜컥 내밀어진 사실이 다시금 가슴을 조여 왔다.
나는, 그 날을 시작으로 다시 10년 전의 이토모리로 돌아가야 했다.
내가 그를 모르던 시절. 각인된 것처럼 춤을 추며 신에게 내 절반을 바치던 소녀 시절의 나로.
"10년 전에 한 번 자른 이후로 매번 스타일이 그대로잖아. 솔직히 말해서 좀 안쓰러웠어. 내가 좀 과민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같은 여자니까 알 수 있는게 있잖아. 기분이라던가 결심이라던가. 머리카락은 여자의 혼과 생명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치면"
너는 아직도 10년 전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잖니.
사야의 말이 정말 진심으로 날 생각해서 하는 말임을 안다. 그래서 더욱, 당장이라도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밀물처럼 들어찼다. 발가벗겨진 것 같은 창피함과 부끄러움에 다시금 고개를 떨궜다. 여전히 달덩이처럼 은은하게 떠 있는, 순수 그 자체인 얼굴이 어째서 이렇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걸까.
"나랑 텟시는 말이야."
어느 새 다가와 아이를 품에 안은 사야의 모습이 다시금 의자를 향해 멀어져갔다. 다시 하나가 된 두 사람. 조각난 퍼즐이 맞춰진 듯 자연스러운 그 모습은 시선을 뗄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 하루에도 몇 번을 투닥대는지 몰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결국은 타인인 걸. 내가 좋아하는걸 그도 무조건 좋아할 수는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다른 사람이랑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이 만나고 결혼해서 그런걸까나~ 가끔은 정말 머리끝까지 열이 뻗쳐서 내가 왜 이 남자랑 살고 있지 이런 생각도 든다니까. 그런데 그러다 보면 왠지 네 생각이 나. 근데 그건 텟시도 마찬가지인지 금새 진정되서는 화해해버린단 말야. 너, 타치바나 군한테 네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해본 적은 있어?"
아니. 라고 대답하려던 입을 황급히 막았다. 이미 발가벗겨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도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처럼. 이미 마음이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 앞에서도 솔직하지 못한 내가 조금 더 미워졌다.
"텟시랑 타치바나 군. 생각보다 자주 만나는 모양이야. 너나 나나 등짝을 때려서라도 술 좀 그만 마시게 해야 하는데. 아무튼 그러다보니 싫어도 알게 되더라. 그리고 그걸 부외자인 내 입으로 말해야하나 생각도 엄청 많이 했고… 그래도 지금 말하지 않으면 왠지 후회할 것 같아서.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후회할 것 같아서 말하는 거야. 있지 미츠하."
타치바나 군은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
이제 너도 솔직해져도 괜찮아.
어째서인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눈가가 살짝 젖어왔다. 마치 대답처럼 응애- 하고 우는 소리. 그 작지만 따뜻한 여운이 가슴에서부터 퍼져 나가는 것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어머 어머 하며 카페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사야의 모습에 눈길을 주는 대신 익숙한 휴대전화의 단축 번호를 꾹 눌렀다.
흐르는 수화음을 타고 떠가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그가 좋아하는 긴 머리, 도쿄에서의 삶과 이토모리에서의 삶, 건축가와 신관, 무녀와 회사원… 답을 내리지 못한 채 흘러만 가는 상념에 손을 뻗지 않은 채, 그저 흐르게 내버려 뒀다. 지금은 답을 내릴 때가 아니었다. 혼자였던 시절의 습관에 더 이상 몸을 맡길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고 보낸 시간은 5개월 남짓.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기다려온 시간은 7년과 10년. 인내와 그리움으로 성숙된 기다림의 시간을 굽이굽이 편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모른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약간의 흥분과 불안이 그 시작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약간의 수화음 뒤에 기다렸다는 듯 높은 톤의 목소리가 귀를 반겼다. 천진함과 기대가 담겨 있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풋- 웃음이 나왔다. 뭐야, 뭔데. 아이처럼 캐묻는 그에게 뜻밖의 사실을 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미안했지만. 사야의 말처럼 내가 한 발을 걸어 나가기 위한 첫 걸음을 그도 이해해주리라 믿으며.
저기, 타키 군.
━━나 머리 자를까 해.
1.
신발을 신은 듯 안신은 듯 가을바람이 발 사이를 마음대로 드나들었다. 그 서늘함을 따라 또각 또각 보다는 따각 따각에 가까운 소리가 느릿한 걸음을 따라 울려퍼졌다. 이제는 터트릴 듯 발을 조여 오는 하이힐 가죽의 느낌에 더 익숙해진 탓인지, 끈 두개로 얽힌 게다의 개방감이 마냥 낯설었다.
도쿄는 매일 축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그것도 아니었더라… 오히려 10년 만에 돌아온 고향의 작은 축제에서 더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 사뭇 우스웠다.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내 걸음에 맞춰 작은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을 시샘하는 가을바람이 훑고 갈만한 긴 머리칼이 이젠 없다는 사실일까.
간만에 본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러운 나머지, 타키 군과 겹치지 못한 손의 아쉬움을 담아 뒷목을 살짝 쓸었다. 펜던트 끈의 까슬함, 그리고 그걸 쓰다듬던 머릿결의 느낌이 사뭇 짧아진 것이 아직은 많이 낯설었다.
"춥지 않아 미츠하?"
"응, 나는 괜찮아. 이토모리 날씨는 익숙하니까. 간만에 돌아왔는데도 아직 몸이 기억하는 것 같네."
오히려 타키 군이 더 걱정되는걸.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도 호수를 타고 올 시골의 칼바람 앞에서 쉬이 익숙해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유카타 한 겹의 홑옷 차림인걸. 그렇게 춥다고, 안 된다고 말했는데 기어코 이 남자는…
그래도 내 밋밋한 시선을 눈치 챘는지 머쓱하게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마냥 귀엽게 느껴지는 건,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바보라는 거겠지.
아니, 정말로 바보.
이러려고 머리를 자른 게 아닌데. 한 걸음,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는 단 한 걸음을 떼려고 했던 내 나름의 의식이었는데. 왜 여전히 나는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다시 신악무를 추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10년의 세월동안 이토모리가 다시 선 것처럼, 몇 번의 연습만으로 다시금 능숙하게 춤이 춰지는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하나하나의 떨림이 이것이 너의 운명이라고 말해오는 것 같았으니. 오죽하면 신악무를 추기 전부터 요츠하에게 괜찮냐고 위로를 받았을까. 그리고 그 모습을 타키 군에게 보여진 지금, 머리를 잘랐던 순간의 각오는 온데 간데 없이 조마조마함만 남은 속내가 미치도록 답답했다. 연상의 여유 같은 것도 없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팍팍 풍기고 있는 탓에 그도 쉬이 말을 걸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도.
지금이라도 손을 뻗어 그의 온기를 마주하고 싶었다. 이토모리의 가을바람보다 차가운 지금의 상황이 그 한 번의 용기면 해결될거란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위한 타의로 포장된 마음이 끊임없이 제동을 걸었다.
내가 지금 타키 군을 잡는다고 해도, 진실을 안 그가 나를 다시 잡아줄까. 도쿄를 떠나서 살아본 적도 없는 천성 도시 남자가. 나 하나만을 보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낮선 땅에 오려고 할까.
내가 이대로 곁에 남아있는게 타키 군의 꿈을 짓밟는건 아닐까.
만약 그가 나를 거부한다면, 나는━━
"미츠하!"
"으, 응?"
살짝 거칠게 잡힌 손목에 나도 모르게 새된 소리가 나왔다. 덕분에 밑바닥까지 뚫고 내려갈 것 같았던 상념도 끝맺을 수 있었지만. 무엇을 본 것인지, 장난끼 넘치는 소년의 표정을 한 그의 손끝에 시선이 닿았다.
"와아… 귀여워…"
축제의 단골인 공기총 사격장의 한켠에 고슴도치 인형이 살포시 놓여있었다. 수없이 늘어선 크고 작은 인형 중에서도 자그마한 편이었지만, 적어도 내겐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서 옵쇼! 뭐야, 무녀님 아니십니까? 헤에… 역시 젊음이 좋긴 좋은 모양입니다."
"노, 놀리지 마세요!"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나와 타키군을 번갈아 보며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부끄러움에 하이톤으로 올라가버린 외침도 하하하! 하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무마해 버리는게 영락 없는 시골 아저씨 같아서, 그 유쾌한 그리움에 나도 그저 웃음이 나왔다.
사죄의 표시로 한 번은 무료로 해주겠다는 말에 기세등등하게 총을 잡은 그의 옆모습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그제서야 눈에 새겨진 광경이 표적지가 된 듯, 절로 얼굴에 피가 몰려왔다. 몸을 기울인 탓에 한껏 벌어진 유카타의 앞섬 사이로, 탄탄할 것 같은 흉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딛은 왼쪽 발의 위로 굴곡 가득한 선이 따라 오르다, 가려진 옷자락 사이로 새초롬히 숨은 그 산맥이. 묘한 바람을 넣는 것 같아 가슴이 간질거렸다.
틀림없이 방금 전까지 무거운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 주제에, 이런 새빨간 광경에 눈이 돌아 가냐고 질책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인정해 버리는게 슬펐다. 우리는 틀림없이 서로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 서로의 몸에 대해서 아는 사이는 아니니까. 이런 자그마한…
세차게 흔든 고개를 따라 짧아진 머리칼이 볼을 찰싹 찰싹 때렸다. 나를 위해서 집중하고 있는 타키 군의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경멸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마치고 눈을 뜨자마자 눈앞에 뭔가가 휙 들이밀어졌다. 힉, 하고 살짝 뒤로 물러난 바람에 뒤늦게나마 그것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 이거…"
"나 참,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거야. 받아."
동그란 눈과 살짝 튀어나온 주둥이 위의 익살스러운 코, 무엇보다 지금 인형을 건네고 있는 타키 군처럼 뾰족뾰족한 가시가 머리칼처럼 자리 잡은 인형의 모습에 절로 감탄성이 나왔다.
"고마워 타키 군! 정말 기뻐!"
"…그렇게 기뻐할 줄은 몰랐는데."
얼굴을 붉힌 채 뒷머리를 쓰다듬는 모습과 인형의 모습이 겹쳐보여서 살풋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먼저 나를 웃게 만들어주는 그 나름의 배려에 답하기 위해 지을 수 있는 최고의 미소를 보냈다.
조금은 마음의 환기가 되어서인지, 그제서야 축제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를 밝히고 있는 호롱의 불빛과 떠들썩한 아이들의 장난 소리. 그리고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 있는 타키 군의 모습. 즐거워야할 축제의 밤을 나 때문에 무게 잡는 연습이나 하게 된 것이 안쓰러워 손을 뻗었다.
지금이 아니면, 타키 군에게 먼저 닿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렇게 뻗은 손이 그의 커다란 손에 닿을 무렵.
차르륵 하고 들리는, 허리를 감아 푸는 느낌과 함께 서늘한 바람이 앞섬을 파고 들어왔다.
"와아~ 무녀님의 오비다~"
"엑… 저 녀석이!"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개방감에 사고가 정지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멍해진 정신이 제 자리를 찾기도 전에 굳센 손이 억세게 팔을 잡아챘다. 두 발짝이나 이끌려 갔을까. 뭐하는 거야! 하는 외침과 함께 앞섶을 여미는 손길에 홀린 듯 앞섶을 붙들었다.
이 녀석! 사격장 아저씨의 외침과 함께 와아아- 하고 흩어지는 아이들의 소리가 뒷 편에서 들려왔다. 정돈이 되지 않은 돌바닥을 부술 듯 따각대는 게다의 소리가 이내 발목까지 닿는 잡풀의 감촉에 먹혀 사라져갔다. 아직 멍한 와중에도, 더욱 진해진 풀내음과 흙바닥에 푹푹 박히는 게다의 감촉이 여기가 숲이란 사실을 알려왔다.
"후… 후…."
"저… 타키 군?…"
"후… 뭐하는 거야 도대체! 끈까지 풀렸으면 가려야 할 것 아냐!"
드물게 높아지는 언성에 멍한 정신이 부리나케 제 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그제서야 제대로 입었다면 일어날 리 없는 모양새로, 줏대 없이 흔들리고 있는 유카타의 앞자락에 생각이 닿았다. 예의 없이 몸을 더듬는 바람의 손길까지도.
히얏! 하고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는 비명과 함께 황급히 앞섶을 다시 여몄다. 뒤늦게 후들거리는 다리와 그 다리만큼이나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킬 방도가 없었다. 옆에 우뚝 선 나무에 몸을 맡긴 채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심장의 두근댐과 함께 조금씩 생각의 흐름이 정리되어 왔다.
몰랐을 리가 없잖아. 그저 너무 놀라서 잠깐 동안 멍해져 버린건데. 대, 대체 어떤 사람이 27년 인생 동안 공개 노출을 경험해보겠어…
확인하듯 천천히 꺾인 시선이 약간의 기대와 불안함을 담고 타키 군의 얼굴에 꽂혔다. 왜인지, 조금이나마 가졌던 불안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명백하게 붉어진 채로 시선을 외면하는 모습이 어째서인지 덤덤하게 와 닿았다.
맨살을 보였다는 부끄러움보다, 여자의 맨살에 면역이 없는 숫총각 그 자체의 모습에 안도하는 내가 낯설었다. 그리고 낯설지만 싫지 않은 기분에 약간이나마 우월감을 느낀 나 자신에 대한 자조가 금새 뒤따라왔다.
좋든 싫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붙잡힌 마음과 커버리고 찌든 몸의 어긋남 사이에서, 조각조각 깨져버린 순수를. 심을 벌레 먹은 능금처럼, 마음은 17살의 내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면서 몸만이 빨갛게 농익은 자신의 모습을.
조심스레 타키 군을 향해 뻗어지는 손에 담긴 것이 애정인지, 육욕인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뭔지 모를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 맞닿은 손이 심장처럼 뜨거웠다.
가로등 하나 없는 숲의 어둠을 커튼 삼아서 밀회를 벌이는 상황이 묘하게 가슴을 달뜨게 했다. 달마저도 수줍게 얼굴을 가려 그의 윤곽만이 보이는 와중에도, 흠칫 놀라는 모습이 똑똑히 보여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누군가가 봤다면, 내가 아닌 것 같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를 새내기 창부의 미소가.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실히 딸려오는 그의 손이 어느 지점에서 멈췄다. 미츠하. 평소였다면 시도 때도 없이 부르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을 이름이 날 선 칼이 되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다. 그 굳은 목소리처럼 움직이지 않는 손이 나를 거부하는 것 같아서, 조금씩 참담해지는 기분이 싫었다.
무겁게 뗀 발걸음이 옮긴 왼쪽 가슴에 미동조차 없는 손이 닿았다. 그 모양대로 일그러지는 내 가슴처럼 그의 표정도 일그러져 있을지, 낯선 감촉에 걸밎는 낯선 궁금증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타키 군… 느껴져?"
들리지 않는 대답을 대신하려는 듯 심장의 고동이 점점 거세졌다. 마지막 보루라도 되는 듯 앞섶을 붙잡고 있던 다른 손을 놓으며, 그의 손을 그대로 겹쳐 눌렀다. 저속한 쾌감과 함께, 더욱 거세지는 맥동이 그에게 닿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은 잘 알아. 그렇지만 나도 어린애가 아니야."
거짓말
"그렇지만 가끔은, 타키 군을 더 느끼고 싶을 때도 있고. 타키 군에게 더 어리광피우고 싶을 때도 있어…"
카페에서 품에 안았던 아이의 고동처럼, 나의 고동에도 사심 없는 순수함이 담겼으면.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이 만들어내는 투정을 그는 몰랐으면 했다. 언제까지나 그의 앞에선 어른스러운 여자이고 싶었다. 가짜 여유란 가면을 쓴 채 나 혼자서 벌린 무도회라도 그가 손을 잡아줬으면 했다. 지금처럼 감추지 못한 떨림이 흘러 넘쳐 몸까지 떠는 주제에.
사실 떨려오는 것이 내 몸인지, 아니면 그의 손인지.
돌이킬 수 없게 된 지금. 이젠 어느 쪽이라도 관계없다는 마음이 가한 박차가, 마지막 말을 내뱉게 만들었다.
"나… 좀 더 타키 군을 원해."
영화의 한 장면처럼, Shall we dance 한 마디로 함축할 수 없는 감정들이 가슴을 벗어나 눈을 타고 새어나온다. 사실은 너무나 무서워서. 어쩌면 더 이상 타키 군과 함께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워서. 몇 번이고 하려다가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끝내 눈가를 촉촉히 적셨다.
그리고 그 물내음이 흐르며 개울을 트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뒤를 따르는 흐름이 이내 급류가 되어 볼을 타고 흘렀다. 멈출 수 없는 눈물 사이로 간신히 끅끅 대며 참아낸 흐느낌을, 그가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 반쯤 헐벗은 내 모습보다 부끄러웠다.
"헤, 헤어지고 싶지 않아… 히끅…"
난 더 이상 10년 전의 소녀가 아닌데. 세상을 보는 눈도, 가치관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도 다 바뀌었는데. 왜 이제 와서 나에게 그 떄의 모습을 강요하려는 거야.
미안해 타키 군. 난 이제 어른이라고, 어른의 놀이도 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그런 아이들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알량한 자존심 세우기에 너를 이용해서 미안해.
하지만, 몸이 타키 군을 원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야. 좀 더 나를 봐주고, 나를 알아주고, 나의 등을 받쳐주고, 밀어줬으면 해.
그저 지금은, 이런 바보 같은 날 위로해줬으면 해.
"흣…"
망부석처럼 굳어 있던 손이 처음으로 의지를 담아 가슴을 짓눌렀다. 확실히 느껴지는 낮선 감촉에 새어 나온 신음이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살포시 밀어붙여진 등이 다시 나무에 닿았다.
나도 모르게 놀라 가슴에서 떼려던 손이 눈치 채고 있었다는 듯 금새 낚아채인다. 사뭇 난폭한 손놀림에 헤쳐진 유카타 아래로, 무방비한 젖가슴과 어깨가 훤히 드러났지만, 깍지를 껴오는 손에서 느껴지는 듬직함이 그 사실조차 잊게 만들었다.
서툴지만 그 서툼이 감미로운 손길이 머릿결을 헤치는 감각에 목이 달아올랐다. 더 이상 차게 느껴지지 않는 바람 대신에 귀를 훑고, 볼을 타고 내리는 손이 그 목에 닿자마자 절로 히익, 신음을 흘렸다.
다부진 손 대신에 가느다란 손가락 끝으로 흘려 쓰듯 목덜미를 희롱당할 때마다 다리가 조금씩 저려왔다. 자연스럽게 반쯤 굽혀진 다리에 어떻게든 힘을 주려던 찰나, 눈가를 적시는 혀놀림에 나도 모르게 새된 비음이 터져 나왔다.
"싫…엇… 핥지 마… 부끄러워…"
아직 남은 눈물의 잔재를 맛보듯 애완동물처럼 양 눈가를 훑는 혀놀림에 한 번 더 힘이 풀렸다. 이젠 거의 그의 몸에 지탱해 받쳐 올려진 탓인지. 반사적으로 몸을 휘어감은 팔다리에서 조금은 거친 느낌이 났다.
그 거침마저도 충족감으로 채워지는 기분을 따라서 좀 더, 좀 더 그에게 몸을 맡겼다.
"응, 흐으읏! 이상…해…"
생전 처음 느끼는 감각에 더욱 풀려가는 다리 사이로 그의 무릎이 비집고 들어왔다. 허벅지 사이로 느껴지는 맨살 위에서 좋을 대로 희롱당하는 목덜미가 타액에 젖어갔다. 한 번도 허락한 적 없던 미개척의 땅을 처음으로 정복당하는 느낌이 왜인지, 싫지만은 않았다.
위에서, 아래에서 느껴지는 생소한 감각이 점차 선명한 열꽃을 피워왔다. 살을 만져 정체를 확인하고픈 충동 대신 그의 옷자락을 구겨질 정도로 세게 쥐었다. 땅을 형상화한 다부진 근육이 다리 안쪽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사정없이 물고 빨아왔다. 가끔 쇄골에 이빨이 닿아 나도 모르게 히잇 비명을 터트릴 때마다 그 두 지점의 중간, 배꼽 부분이 속에서부터 큥 큥 울렸다.
얼핏 난폭하고 서투른 그 행위들에 차츰 열려가는 몸 때문인지. 아니면 그 서툼에 담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려와 노력을 느껴서인지. 열기로 익어가는 머리로는 판단할 겨를이 없어 그냥 그 몸을 꽉 끌어안았다. 미츠하, 미츠하, 나를 타이르던 굳은 목소리와는 달리. 아이와 같이 여리고 다급한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듯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의 이름 대신 형태를 갖추지 못한 비음만을 토하는 머리를 조심스럽게 그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하앙! 가, 간지러워…"
왼가슴 끝에서 느껴지는 생소한 감각에 땀이 나도록 깍지를 낀 손을 더욱 세게 쥐었다. 차고 건조한 바람만이 스치는 오른가슴과 대비되는, 축축하고 뜨거운 것의 꿈틀거림에 심장이 더욱 익어갔다. 배에서 느껴지던 울림이 심장의 뜨거움에 닿는 순간.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쇠처럼 젖은 것들이 하복부를 타고 적셔 오는게 느껴졌다.
어느 새 내 머리 옆을 지키던 손 하나가, 불쏘시개가 된 것 마냥 배를 살살 쓰다듬어 왔다.
"읏, 으응…"
틀림없이 방금까지 나무를 만지며 거칠어지고 찬 손인데, 잘 달궈진 부지깽이를 문대는 것 같은 느낌에 익은 숨이 나왔다. 때로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러다가도 선율을 연주하듯 흘리는 손길에 반응하듯 위 아래로 뜨거운 것을 토해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의 손에 조율되어가는 내가 조금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괜찮아?"
"응… 히야앙?!"
걱정인지 확인인지 모를 말에, 녹아버린 뇌가 멋대로 대답하자마자 짜릿한 느낌이 몸을 꿰뚫었다. 그제서야 그의 말이 현을 튕기기 전 마지막으로 선을 조인 것이라는 걸 깨닿기도 전에 다시 한 번, 가장 은밀한 곳으로부터 흐르는 전류가 목을 때려 올렸다. 그의 품에 묶인 채 비틀리는 몸에, 흘러내린 유카타가 깍지를 낀 손 위로 소복히 내려앉았다.
그가 몸으로 가려 도무지 확인할 수 없게 되어버린 아래의 상황마저도. 분홍빛에 절여진 뇌엔 쾌감으로 한 주름, 한 주름씩 짜여져 새겨졌다.
안아 줘. 몽롱한 정신으로 내뱉었다. 내뱉은 것 같았다. 깍지 사이로 쪄내듯 서린 땀들이 이내 가을바람을 타고 나는 시원함. 그리고 일말의 휴식처럼 머리칼과 목덜미를 훑는 손이 너무나 유혹적이어서 얼굴을 마주 부볐다. 그가 맛보여준 약간의 쾌락에 녹아든 몸에, 청량제가 되듯 스며오는 느낌이 좋아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미츠하. 할게.
녹초가 된 몸에겐 너무나 달콤했던 휴식에 빠진 탓에, 늘어진 오감에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잡혔다.
그리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날카로운 창이 내 몸을 꿰뚫었다.
"응! 으, 으으읏…"
뭔가의 감각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용서 없이 치고 들어온 것이 배를 도려냈다. 아련함도 남기지 못하고 떠난 순결을, 어떻게든 앙다문 입 대신에 흘려낸 눈이 금새 젖어들었다. 내 몸에 자리 잡은, 내 것이 아닌 뜨거움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아서, 기댈 곳을 찾듯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파… 흑, 아파…"
바라지 않은 대답 대신 나를 더 느끼려는 듯 안겨오는 몸을 더 마주 안았다. 더 이상 눈물을 감출 수 없도록 비어버린 뒷목과 짧아진 머리칼을 위로하듯 천천히 쓸어주는 손에 다시금 머리를 맡겼다. 바보. 바보. 이러다가 당했으면서. 그래도 타키 군이니까,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어.
그렇게 천천히 쓸어내리던 손이 굳음과 동시에 미약한 힘이 나를 밀어냈다. 자로 잰 듯 알맞게 밀어낸 힘에 마른 나무 껍질마저 부드럽게 느껴지는 순간.
뒷목을 붙드는 손과 함께 부드러운 것이 입술을 덮었다.
오늘만 해도 몇 번째인지 모를 낯선 경험에 놀라는 것도 잠시, 여지껏 그래왔던 것처럼 먼저 입을 파고드는 설육을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서투른 에스코트에 걸맞는, 서투른 페어가 조심스럽게 추기 시작한 춤사위가 느릿하게 얽혀갔다.
나를 대신해서 내 살을 만지는 그 행위가 너무나 고마워서, 미안해서 필사적으로 설육을 얽었다. 가장 은밀한 곳을 쓰다듬어지는 행위에 민감하게 전해지는 잔떨림이 전신을, 미세한 혈관 하나하나까지를 훑었다. 그 모든 것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여든 눈이 터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마침내 손 끝, 발 끝. 내 몸의 가장 끝까지를 훑고 돌아온 그것들이 마지막으로 눈을 압박했을 때.
감겨진 눈 사이로, 아직 나에게 남아있었을지 모를 일말의 순수를 흘려보냈다
그리고 그것을 위로하듯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그의 몸에 다시 한 번, 스탭을 맞췄다.
응, 히읏, 읏, 실주름을 훑는 뜨거움이 배꼽 아래를 찌를 때 마다 녹을 것 같은 숨을 토했다. 그의 입 안에서 형태를 갖춘 나의 신음을 서로가 들을 때마다, 뱃속을 채우는 뜨거운 것이 점점 우람해지고 젖어왔다.
어느 샌가 우리는, 처음의 뻣뻣하고 서투른 느낌이 아니라 몇 번이고 호흡을 맞춰온 페어처럼, 서로의 몸짓 하나 하나에 녹아들어갔다.
"앗, 하앗, 으흑, 타,키 군…"
때로는 그가, 때로는 내가. 서로를 느끼고 느껴지며 공유하는 기분이 점점 달아올랐다. 오직 그 하나만을 느끼려는 듯 한 곳에 집중된 감각 떄문인지, 아랫배에서 피어오른 열꽃은 그 무엇보다 화사했다.
미츠하… 내 안에 자리 잡은 그의 심장이, 환각처럼 애절한 목소리의 의미를 귀에 닿기도 전에 알려왔다.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 세찬 박동과 뜨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비어있는 손으로 그의 등을 감싸 안아 살을 만졌다. 이윽고, 두 개의 심장에서 시작된 열이 그의 몸 전체를 불덩이로 지펴낸 순간.
"아, 으읏…"
내 가장 깊숙한 곳을 채워가는 느낌에, 멍하니 신음을 흘렸다.
형언할 수 없는 느낌 사이로 탈력감만이 확실히 느껴져 아직 숨을 고르고 있는 그에게 몸을 더 깊게 맡겼다. 차츰 잦아들어가는 서로의 호흡 너머. 아직 먼 곳을 쫓고 있는 내 눈에
━━거짓말처럼, 이제서야 나타난 보름달이 잡혔다.
"아, 아아아…"
마지막으로 흘려낸 줄 알았던 내 눈물이 어깨를 적셔오는 것을 알았는지. 걱정스럽게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저리도록 사랑스럽고, 아프게 박혔다.
아이야. 너는 그 곳에서 다 보고 있었구나. 소녀 시절의 순수라는 말로 포장해 아직도 떨쳐내지 못했던 내 아집을. 결국 너에게 등을 떠밀리고, 그에게 등을 떠밀리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솔직해질 수 있게 된 내 미련함을.
얼마나 꽉 쥐었는지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왼손을 가까스로 배에 가져다 댔다. 해보다 뜨거웠던 그가 남긴, 아직은 미약한 고동이 느껴지는 것 같아 결국 울음이 터져 나왔다. 며칠 전에 봤던 사야의 모습처럼, 내 안에 들어찰 작고 소중한 것의 존재가 살 너머로 분명히 전해져왔다.
그것이 너무 애틋하고 기뻐서, 울며 웃었다.
아무런 말없이 몸을 더 깊게 안아온 그의 손이 다시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려진 머리카락처럼 한껏 짧아진 손길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결심을, 그렇지 않다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아.
사야의 말처럼 아직 채워지지 않는 한 조각의 후련함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때 까지 그저 가만히 몸을 맡겼다. 짧아진 머리칼은. 훌쩍이며 흘리는 눈물이 잦아드는 만큼 더 깊이, 더 애틋하게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잘려진 과거 대신 새롭게 자라날 이후를 약속하듯.
혜성이 떨어진지 정확히 10년이 된 날.
우리는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해 질 수 있었다.
2.
말없이 뻗은 손을 포갰다. 아직까지도 잔떨림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조금 더 힘을 주어 잡으려던 손을, 애써 떠올린 티가 역력한 미소가 가로막았다. 그저 한 걸음씩 일정하게, 멀리 보이는 토리이가 뭔가의 경계라도 되는 듯 묵묵히 나아가는 그녀의 걸음에 맞춰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걸음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에도 그녀의 시선이 어딘가에 닿는 일은 없었다. 차라리 울거나 화를 냈으면 좋을 것을. 초점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불분명한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발걸음마저 위태로워 보여 저절로 몸이 굳었다. 평소에도 아슬아슬해 보이는 여성용 신발에 신사의 돌계단은 너무나도 불친절했으니.
그렇게 가까운 듯 먼 걸음을 걸어 마침내 토리이의 경계를 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가을바람이 짧은 머리칼을 쓸어갔다. 나부끼는 머리칼 사이로 초점을 되찾은 눈동자가, 그제서야 뒤를 돌아봤다.
돌아가라.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이 높이 선 신사가, 정오의 태양 끝을 빗장삼아 문을 걸어 잠궜다.
아마도 한동안, 그녀가 이 문을 넘어서는 일은 없겠지. 의절. 잘 벼려진 어떤 칼보다 날카로울 그 말이, 그녀의 감정을 끊어간 것 같아서 무심코 심장이 내려앉았다.
"자, 갈까 타키 군?"
뭐야. 그 걱정이 무색하게,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선 표정이 태양처럼 환해서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다소곳이 뒷짐을 진 채로 걷다가도 이내 팔짱을 끼워오는 팔이 귀엽게 자리 잡았다. 어제까지는 마을 사람들 보기 부끄럽다고 손가락 하나 안 닿으려 한 주제에.
가도 가도 변하지 않는 풍경이지만 마천루와 빌딩숲 대신 선 거목과 잡풀의 숲이 싫지는 않았다. 고작 그 정도의 감상일 뿐이라서. 차마 그녀라면 어떨까. 이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스스로에게 조금 화가 났다. 날 것 그대로의 바람, 속이 비춰 보이는 호수, 산새의 하모니 모두가 속박처럼 느껴졌을 소녀 시절을.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거기에 감상을 품을 시간도 없이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하는 그 심정을 감히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할머니.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그녀와 나 사이에 여러모로 기념비적이었던 어젯밤.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을 토해내 놓고, 그것을 어떻게 해 보기도 전에 폭탄을 터트려버린 것 치고는 온건한 말에 다시금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할머니를 걱정하는 지금의 모습도, 그 할머니에게 악에 받쳐 외치던 오늘 아침의 모습도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진실일테니.
신사를 잇지 않겠다.
나는 더 이상 순결한 몸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바보같게도, 틀림없이 나는 부외자가 아닌데. 맹수처럼 말에 날을 세우며 소리치던 두 사람 사이에서 나는 입 하나 뻥긋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자기 일이라며 나를 거의 쫓아내다시피 한 미츠하 때문에, 그 자리에서 정확히 어떤 말이 오갔는지도 몰랐다. 그저 미리 말이라도 맞춘 듯 나를 끌고 나온 요츠하가 '나중에 다 말해 줄테니 하겐다즈 한 개에요' 하는 말에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그 결과로 지금, 예정보다 빨리 도쿄로 돌아가는 그녀의 걸음을 홀가분하게 만들어줘야 할 의무감에 코트 주머니 속을 만지작거렸다. 원래는 어제 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런 일이 생겨서는…
"저기, 타키 군."
"어, 응?!"
첫 경험이 야외에서, 그것도 축제가 진행중인 숲 속에서라니. 너무 나간 것 아냐… 따위의 생각이나 하고 있던 내 심장에 경종이 울렸다. 바보처럼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 뭐야… 하고 가늘어지는 의심의 눈초리가 목 바로 밑에 겨눠진 칼끝처럼 느껴졌다. 미안합니다미츠하님제가불경한생각을했습니다.
"할머니한테는 죄송하지만… 타키 군 덕분이야. 고마워. 내 어리광 들어줘서. 내가 이렇게… 음… 저지를 수 있게 해 줘서."
멋쩍을 때 마다 습관적으로 구렛나룻을 비비는 습관을 알기에, 그 우물쭈물한 뒷마무리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금새 우쭐해지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
"그 정도쯤이야. 앞으로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게 해 줄게."
무슨 뜻인지 안 것은, 기세 좋게 말을 쏟아내고 난 뒤였다.
으, 으으… 새빨개진 얼굴로 입을 감싸는 그녀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마음에 경종이 울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미츠하에게 한 것이…
"…짐승."
…미안합니다. 미츠하가 먼저 유혹했다느니 이런 추접한 말은 입에 담지도 않겠습니다. 전부 제 책임입니다. 황급히 고개를 숙인 얼굴 위로 푸훗, 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괜찮아. 어짜피 아, 앞으로는 자주 할 거니까.
잠깐 동안 잘 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답지 않은 말에 저절로 휙 올라간 고개 끝에, 어느 새 저만치 앞서 달려가는 그녀가 잡혔다. 허둥지둥한 뒷모습만 봐도 새빨개졌을 그녀의 얼굴이 짐작 가는 것 같아서, 이번엔 내 쪽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 뒤로는 조용히, 이제 떠나갈 마을의 정경을 음미하듯 아무런 말없이 발을 맞춰 걸었다. 두 시간에 한 번 오는 열차가 가져다 준 시간 동안. 때로는 일부러 걸음을 늦춰 호수에 부서진 빛을 바라보고, 때로는 예고 없이 나타난 다람쥐의 뒤를 쫓아 달렸다.
꿈처럼 지나간 시간의 끝을 알리듯, 현실로 나와 그녀를 실어 나를 열차의 앞에 섰을 땐. 해가 가장 따가울 중천에 떠 있을 때였다. 어느 때보다 강하게 현실감을 쏘아붙이는 빛무리 아래에서, 미련을 버리듯 먼저 올라탄 그녀의 뒤를 따라 마을에 안녕을 고했다.
좌석에 앉고 난 뒤에야 느껴지는, 뭔가를 각인시키려는 듯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열차의 진동을 곱씹었다. 네버랜드를 떠나는 아이들이 기억을 잃는 것처럼, 그것이 누군가의 아련한 망향을 덧씌우려는 장치처럼 느껴져 그녀를 바라봤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차에 올라탄 발걸음과 다르게, 굳은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하는 모습에 다시 주머니 속을 만지작거렸다. 틀림없이 지금이 아니면 줄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과 더 이상 미츠하의 저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겹쳐져 조급해진 입이 또 제멋대로 열렸다.
"저, 미츠하!"
"…응?"
느릿하게 돌아보는 그녀의 시선만큼, 느릿해진 손놀림이 미치도록 화가 났다. 꺼내서 건네주기만 하면 되는데. 뭐라고 말해야 하지? 무작정 선물이라고 할 수도 없고. 원래는 축제라고 해서 준비했던 건데 상황이 이래서야…
…모르겠다. 우물쭈물하는 건 내 성미에 안 맞아.
"뜬금없을지 모르겠지만, 너를 위해서 준비했어."
내밀어지는 사각형의 물체의 가벼움이 손 위에서 맴돈다. 고작 5g 남짓한 이 물건이, 5천엔 가까이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제정신이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절제된 검은색 위에 금색 양각으로 교차된 두 개의 C 마크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현대인이라면 모를 리가 없기에, 이를 악물고 구매한 값을 지금 해주지 않으면 곤란했다.
"립스틱… 샤넬이잖아?"
얼떨결에 받아든 것을 얼떨결에 이리저리 훑는 모습에 우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끔은 검소함을 넘어서 구두쇠같이 느껴지는 그녀가, 조금은 더 빛나보였으면 해서 산 물건이었으니. 받아주지 않으면 곤란했다.
"나 화장도 제대로 안 했는데…"
"괜찮아. 분명히 어울릴 거야."
내 선택에 자신은 없었다. 무슨 놈의 색은 그렇게 많고 잉크니 벨벳이니 글로스니 알아들을 수 없는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내 선택에는 자신이 없어도, 그녀의 미모에는 자신이 있었다. 아침의 소란에 토너 하나 바르지 못했어도 빛이 나는 그 미모에는.
어떻게 여는 거지… 이리저리 만지고, 돌려보는 그 행동이 마냥 귀여워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 것이 얼마나 지났을까. 잠깐은 도와주지 않는 날 뚱한 표정으로 보다가도 이내 익익거리며 마침내 뚜껑을 연 순간엔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예쁘다…"
금색의 손잡이를 베이스로, 새초롬하게 선 붉음이 영롱하게 빛났다. 그 자태를 잠시 홀린 듯 바라보던 그녀의 손이 입술을 향해 가며 가장 매혹적인 그림을 그렸다.
좀 더 선명하게 칠해지는 붉은빛에, 살구빛으로 달아오른 그녀의 볼과는 다른 성숙함이 묻어났다.
"어때? 괜찮아?"
응. 미소에 답하는 그녀의 얼굴 위로, 화사한 색들이 어우러져 피어났다. 봄과 여름. 계절을 형상화한 것처럼, 모든 것이 깨어나고 가장 열정적으로 움직일 그 시기의 중심에. 붉게 칠해진 색 하나가 가장 뚜렷하게 빛났다.
루즈 '알뤼르'
완전히 개화한, 여성으로서의 그녀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좋은 말이 있을까.
내 나름의 의미 부여에 만족하며,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그녀를 살포시 안았다. 평소 같았으면 긴 머리칼이 드러난 살을 쓸어내리는 느낌이나 아니면 직접 손으로 쓸어주는 느낌을 즐겼을 테지만. 그 대신에 유난히 새하얗게 강조되는 목덜미를 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져 시선을 돌렸다.
뭐, 단발도 나쁘진 않네.
그렇게 다시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열차의 안에서 우리는, 두고 떠나는 고향에 대해 나름대로의 마음을 정리했다.
결과적으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어버렸지만.
달이 두 번 정도 바뀌고, 오늘의 일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잊혀질 무렵.
미츠하는 입덧을 시작했다.
그 소식을 들은 할머니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당장 와서 얼굴을 비추라는 따뜻한 성화에, 우리 두 사람은 이토모리로 돌아가야 했으니.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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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렸다. 정말로.
알뤼르. 라는 글의 제목은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뜻하는 프랑스어지만. 나는 독립된 여성으로서의 자아란 의미로 썼어.
어찌 보면 정말 매력적인 여성상이 맞고.
샤넬 루즈 알뤼르는 실제로 있는 립스틱임. 좀 안 좋은 추억이 있는데 그게 떠오르기도 했고.
솔직히 이번 글은 쉽게 이해가 될까... 싶긴 하다. 개똥철학같은 내용을 많이 담아서.
삽화에 힘써준 ㅋㅇㅌㅅ님 정말 감사합니다. 느갤에 많은 금손들이 있지만 첫 단발콘 그림 보자마자 이 사람이다! 싶어서 바로 컨택했는데 예상처럼 좋은 느낌으로 그려주셔서 몹시 만족합니다.
퍄퍄퍄퍞
재업이네
떳다떳다 비행기, 감상 ㄱ다
글자 안 건드니 역시 되네 ㅋㅋㅋ 오늘 동대문 갈 때 보고 감상평 남길게여
퍄ㅕ........
大작이네
와 삽화 정성 진짜;;
이런 개씹명작을 쓰시다니 ㅠㅠ 대단하다. 잘 읽었다.
와시발.. 개잘봣다;;
야외ㅋㅋㅋㅋㅋㅋㅋㅋ 좀 깼네요. 그거 이외엔 역시 전문가다운 완벽한 솜씨라고 생각합니다
뭐지 이 띵작은 ?!
역시 육식계 갤주... 첫경험을 야외에서..퍄퍄..
깬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심리 묘사 자체는 아무리 봐도 순애 그 자체의 것들인데 장소 자체는 완전 어지간한 망가에서나 나올 법한 장소라. 상당히 미스매치라는 느낌이였어요. 개인적으로 타키미츠가 아무리 그래도 야외섹스를 할 정도로 생각없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인지라.
허미 쉬..펄.....
ㄴ 근데야외는..내가요청..흠
문체가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그게 또 나름 싫지 않은 느낌을 준다고 해야하나? 느린 호흡으로 천천히 읽기에 좋은 글. 이런 말 쓰면 오글거린다고 비웃는 사람 있겠지만, '단편'이라는 표현이 아주 잘 들어맞는 글이라고 생각해요. 개추!
아, 친구에게 검수받았다는 글이 혹시 이것? 대단한 친구를 두었네...
본편의 히토하를보면 과연 후타바를 딸로서 먼저 보낸 사람이 맞나 싶은데 이번꺼 보니까 결국엔 피를 이은 자식 혹은 손자를 챙기는 사람으로 보이네 잘봤음. - dc App
아 그냥 참가하는데 의의를 둬야겠다. 확실히 이분 전문가네...
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절이라는 형태로 해결한거는 되게 쿨하고 참신해서 좋았어요.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
오타 하나 걸밎는 -> 걸맞는
진짜 글 잘쓰네
이분한테 글 쓰는법 배우고 싶다.. - dc App
글을 풍성하게 하려고 문장에 살을 붙이는건 좋은데 보다보면 좀 과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음
ㄴ맞다. 그 경계를 잡기가 참으로 어려워. 과함과 적절함. - dc App
와..우... - dc App
역시 믿고 봄
야외에서 한 것은 적절한 상징적 사물들을 배치하고(보름달 등) 이토모리의 분위기와 멀리떨어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격정적 감정을 살리기 좋았다고 생각하고... 어디 집에 들어가거나 했다면 좀 별로 였을거같음. 지금것이 좋다.
일단 멋장이가 아니라 멋쟁이라고 써야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고... 미츠하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기분도 든다. 그냥 아기가 갖고 싶다는 것뿐인건 아닐 것 같은데.
ㄴ 타키의 꿈을 지켜주면서 지금처럼 그와 함께 살 거라는 뜻이었는데 너무 두루뭉술하게 쓴 것 같네. - dc App
결국 지금의 생활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거지 - dc App
ㄴ아 그런건가. 나는 미츠하 본인이 따로 도쿄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줄 알았다.
ㅁㅈㅎ - dc App
심리적인 묘사 부분이 좋네 추천
서정적인 문체와 사야'찡'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독백에서는 사야라고 하는데 비해서 대사에서만 사야찡이라고 하는 것에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신사를 잇지 않겠다. 나는 더 이상 순결한 몸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이건 미츠하의 시점 같은데 타키의 시점 진행 중에 뜬금없이 나왔다가 사라지는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도 언급이
있지만 야외라는 장소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많이 깨기도 했어요. 립스틱의 묘사도 비싸다는 것보다 샤넬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에 명품임을 각인시켜 창부라는 표현이 와닿는 게 개인적으로 좋지는 않았고요.
그래도 심리묘사나 장면묘사에 대해서는 이번 단발콘 팬픽 중에서 당해낼 글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다양한 비유법의 활용도 글을 더 보기 좋게 만들은 것 같아요. 높았던 기대에 어울리는 글이었습니다. 아 이거 쓰다가 전철 놓쳤네 ㅅㅂ
와 잠깐... 님 글 이렇게 잘 썼음? 젠장... 님 팬픽도 읽어봐야겠네요 문단이 서정적이라 내용관 매칭이 안 되긴 하지만 이런 문체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팬픽 많이 써주시길 부탁드릴게요 ㅠ
라노벨 잘 봤읍니다 ㄷㄷㄷ "이 남자는"이 억지로 넣은 느낌 안들고 자연스럽게 읽힌적인 처음이네 갓갓
뭐야 다들 존댓말로 쓰고 있어.... 일단 잘 읽었다.
줄거리와 소재 그리고 R18씬, 모든 것을 녹여내기 위해 여러 모로 많이 고민한 글이라는 게 느껴진다. 미츠하의 입장 상 언젠가 겪을 수밖에 없을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갈등을 주요 주제로 잡았다는 점에서 원작 이후 있을 법한 2차 창작이라고 본다.
특히 폭탄선언을 하고 온 뒤에 개운하게 웃는 미츠하의 모습이 일견 소심해보여도 실은 대범한 원작의 성격을 잘 따라간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전체적인 심리의 흐름에 대해선 딱히 나무랄 데가 없고, 보여주는 문장과 말하는 문장을 능수능란하게 병용하는 필체 특유의 강점이 이번 글에도 잘 녹아났다고 생각함.
ㄴ장문의 감상평 고마워. 너무 띄워주는 것 같아서 쑥쓰럽네 - dc App
나중에 여력이 되면 단순 오타를 고치면 좋겠고(벌리다, 어짜피, 떄문에, 기타 띄어쓰기, 조사와 비문), 문장이 길고 무거워진다는 지적들은 어쩌면 명사형을 많이 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묘사하는 문장에 AA하는 BB식으로 이미 수식어가 붙은 명사형이 자주 들어가는 것 같음. 듬직함 두근거림 등등.
길게 썼지만, 피드백을 바라지 않았다면 그냥 개잘썼다 퍄퍄하고 지나갔어도 충분히 괜찮았을 좋은 글이다. ㅅㄱ
빨리 읽을 거리를 더 가져와라 핫산
좋은작품일수록 피드백이 많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