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끝까지 이어지는 건물. 마치 산맥처럼 펼쳐져 있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많은 건물의 압도적인 중량에 마음이 수런거렸다.
ㅡ그리고 ------ 또한, 이 도시에 사는 한 사람이다.
오늘도 전부터 쓰기 시작한 소설을 써 보지만 역시 그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건 전부 기억난다, 난 도쿄에 사는 ‘누군가‘와 몸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가 나를, 그리고 이토모리 마을의 사람 전체를 구해주었다.
그래 그건 분명 기억이 나는데... 왜 나를 구해준 영웅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걸까.
그날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 이토모리를 산산이 부숴버렸던 날
난 그날 나에게서 가장 소중한 그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기억나는 건 여태까지 그와 함께했던 추억들 아니 그것도 전부 제대로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대부분은 기억이 난다 아마 기억 못하는 부분은 자잘한 일상 같은 것들이겠지
“왜 항상 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걸까”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서 오늘도 이름 부분은 공백
그렇게 생긴 공백이 몇 개인지 샐 수 없을 정도다.
아직 앞부분이니까 아마 더욱 많아지겠지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 이 소설을 책으로 출판하여 만약 그가 이것을 보게 된다면 이 글을 보고 나를 찾아와 준다면ㅡ 하는 막연한 기대감 뿐
아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라고 해야 맞는 건가?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이 이야기는 실제로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니까 일단은 수필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수필이라고 해 봤자 아무도 안 믿을 거고 정신병원에나 끌려가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좋아 오늘은 이쯤 해 둘까”
첫 번째 뒤바뀜을 쓰고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는 강제로 야근하는 느낌이라 훨씬 힘들고 피곤하다.
차라리 전문 소설 작가를 할 걸 괜히 이쪽으로 왔나 싶기도 하다 일단은 문과 쪽이지만 역시 소설을 제대로 쓰는 건 별개의 문제다.
그래도 이 소설을 계속 잡고 쓰는 이유는 역시 그 사람 때문이겠지
“너무하네, 벌써 9년이나 못 만나고 있는데 그쪽에서는 날 찾을 생각이 있기는 한 거야?”
물론 그 사람도 나를 찾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내 손에 ‘좋아해‘를 써줄 정도니까...
아니 상식적으로 그런 상황에 그걸 쓴다는 게 말이 되는 거야? 물론 기쁘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일이 복잡해지잖아!!
오늘도 괜한 화풀이를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에게 해 본다.
솔직히 이름만 모르지 다른 건 다 알고 있다.
고슴도치 같은 머리에 다혈질...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쯤이면 성인이니까 성격은 좀 좋아졌을지도 모르겠네 원래도 꽤 상냥하기는 했지만 그리고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를 지닌 사람 그런데 이런 건 전부 기억나는데 왜 여태까지 찾기 못한 것일까.
무스비의 신이 우리를 의도적으로 갈라놓은 걸까, 이상하게도 여태까지 도쿄에서 살면서 그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아 졸리네, 이제 그만 자야겠어
그렇게 불을 끄고 오늘도 그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기를 바라며 꿀 같은 수면에 빠져든다.
나는 살아남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별이 떨어지더라도, 나는 살 거야.
소설도 이제 끝부분을 써 간다.
그런데 왜 너는 아직도 내 앞에 나타나지 앉아주는 거니?
이젠 네 이름을 찾아 헤매는 것도 점점 지쳐 가는데 왜 나에게 와서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거니?
내가 알고 있는 ‘나와 그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더 이상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나는 이때 이후로 그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가장 바라는 결말을 이 책에 뒤에 더 적어보았다.
부디 여기에 쓴 글처럼 나와 그가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어느 봄꽃이 만개한 날 나는 도쿄의 한 공원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 감정 없이 그저 보기만 할 뿐인 꽃놀이
역시 그가 없는 세계는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
분명 그가 없는 세계에도 무언가 의미는 있을 텐데 왜 나는 아직도 그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일까.
나는 왜 아직도 17살 소녀의 정신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이젠 그를 놔 줘야 하는 걸까?
-딸랑
그러던 중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온다.
물리적인 소리가 아닌 자연스럽게 중요한 누군가가 왔다는 걸 알리는 듯한 종소리 나는 빠르게 뒤를 돌아본다.
그러나 뒤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 만이 있을 뿐이다.
역시 이런 곳에서 무슨... 아마 사람들이 종을 가지고 놀다가 난 소리겠지
그렇게 넘어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먼저 가 볼게 지금은 영 꽃이나 볼 기분이 아니라”
“뭐야 작년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냐? 도대체 언제 볼 기분이 드는 건데”
“아마... 내가 뭔가를 찾았을 때쯤?”
“뭐냐 그게”
분명 그의 목소리다.
기억난다, 황혼의 시간에서 나를 상냥하게 불러주었던 그 목소리
드디어 그를 찾은 걸까?
방금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인파를 뚫고 가보니 저 멀리 삐죽삐죽한 머리를 한 남자가 걸어가는 게 보인다.
달려서 쫓아가보니 더욱도 확신에 차오른다.
그래 분명해 저 사람이야 내가 찾던 사람, 나를 구해준 사람 너의 이름은
“--!”
크게 소리치자 그 사람이 뒤를 돌아본다.
그래 지금이라면 그때와는 다른 대답을 해 줄 거야
눈에는 눈물이 이미 한가득이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간다.
“기억 안 나니?”
그 말을 듣자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 그도 나를 찾고 있었던 걸까?
그의 얼굴에는 내가 여태까지 그에게서 보지 못하고 내가 그의 몸으로 짓지 못한, 눈물을 흘리지만 가장 환한 미소가 가득 띄워져 있다.
그리고는 그가 말한다.
“미츠하... 보고 싶었어”
그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다가와 나를 안아준다.
그래 이걸로 됐어 이제 우리는 다시는 갈라지지 않아 3년의 시간차를 뚫고 다시 우리는 이어졌어, 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아
가득 만개한 봄꽃도 우리를 축복하는 듯 살랑이며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잖아?”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소설을 내가 바라는 엔딩으로 마무리한다.
음! 역시 마지막은 행복하게 끝내야 해
나도 이제 이 소설처럼 만날 수 있었으면... 그러니까 이번 주말은 사야랑 텟시 꼬셔서 꽃구경이나 가자고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아침잠이 많은 건 그냥 내 특징인듯하다 줄여보려고 별 노력을 해도 줄어들지를 않으니...
오늘도 익숙하게 전철을 타고 출근길에 올라 창밖을 바라본다.
‘오늘도 역시 도쿄 풍경은 쓸쓸하네’
소설을 쓰다 보니 감수성이 충만해진 것일까.
1년 전쯤부터 도쿄의 풍경을 ‘쓸쓸하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반대쪽으로 달리는 전철이 풍경을 막아선다.
“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버렸다.
주변 사람이 무슨 일인가 쳐다보지만 중요하지 않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한 곳 반대편 전철의 고슴도치 머리를 한 남자에게 향해있다.
그리고 몇 초 안돼서 그도 자신을 바라보고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래 저 사람이다.
분명해 내가 찾던 사람은 저 사람이야
곧바로 다음 역에 내려서 뛰기 시작한다.
그가 내려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한번 믿어보고 싶다.
나를 구하러 와준 그를
3년을 뛰어넘어서 나에게 와준 그를
얼마나 뛰었을까, 한 신사의 계단 아래에 그가 있다.
그는 계단을 올라온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온다.
우리는 서로 엇갈려서 스쳐 지나간다.
아아, 또 이렇게 엇갈려서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걸까
그런 건 싫어 제발 나에게 말을 걸어줘
이런 나의 소망을 알아차린 듯 그가 멈춰 서서 나에게 말한다.
“저기! 저 당신을 어디선가”
역시 그 사람이구나, 머리로는 기억나지 않아도 나를 알아봐 주는 거구나.
그에 보답하듯 나도 말을 한다.
“저도요!”
우리는 서로 타이밍을 맞춘 듯 동시에 말한다.
“너의 이름은”
그래 드디어 찾았어, 이제야 만난 거야
내 소설의 주인공이자 나를 구하러 와준 너를
너의 이름은
타키군!
이제 내 소설의 끝부분을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이제 그의 이름을 이 책에 적을 수 있다.
실제로 나와 타키군은 만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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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새벽에 투척합니다
설정은 미츠하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기억하고 타키나 주변인물의 이름을 기억 못하는겁니다
그냥 단편이라 찍 싸벼렸네요
+위쪽 2개는 원작 소설에서 일부를 가져온거고 마지막에 한 거는 제가 그냥 자작으로 지어낸겁니다
으으 너무 좋아 ㅠㅠ
행복한 그리우무
이런것 좋아 ㅅㅅ
날아라
날아랏